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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투쟁을 시작한 뒤 내가 다른 사람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 정규직 전환을 위해 투쟁 중인 보라매병원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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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자서울성모병원 노동자 조회 716회 2020-08-0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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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랜 투쟁 끝에 지난해 9,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를 쟁취했다. 그리고 지난해 111일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이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은 여전히 정규직 전환 합의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보라매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보라매병원 민들레분회 소속) 올해 초부터 농성 등을 하다 728일부터 파업투쟁을 시작했다.

 

청소, 환자이송 노동자들이 주축이었던 보라매병원 민들레분회는 이제는 주차, 안내, 보안, 장례식장, 시설, 진료예약센터 등 병원의 거의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골고루 노조에 가입해 함께 투쟁하고 있다. 주차, 시설, 보안 등은 아직 쟁의권이 없어 파업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소와 이송은 한국노총 철산노(한국철도공사노동조합)와 복수노조 상태라 노동자들이 갈라져 있다.

 

보라매병원의 정규직 전환 대상 간접고용 노동자는 247명이다. 병원 측은 장례식장과 진료예약센터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버텨왔다. 이유가 더 가관이다. 장례식장은 임대업종이라서, 좀 지나자 말을 바꿔 장례지도사는 고도의 전문기술을 다루는 업종이라서 안 된단다. 진료예약센터는 자동화될 거라서 안 된다고 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도 들었던 말이다. 노동자의 단결을 가로막고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당연히 정규직 전환 대상임에도 병원의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이중의 고통을 겪는 장례지도사와 상담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파업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파업투쟁 11일차인 87, 서울대병원 정규직 분회 교섭장 바로 앞에서 대기투쟁을 하는 동안, 장례지도사 곽성훈 동지와 진료예약센터 전수진 동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노조에 가입할 당시 상황을 듣고 싶다.

 

전수진(이하 으로 표기)_ 8년차다. 콜센터 만들어진 지 10년 넘었다. 30~40대가 대부분이고, 남자는 한 명이다. 진료예약센터 직원의 반 정도는 5~10년 정도 경력자다. 나머지 반은 이제 2년차 된 직원, 그러니까 더 와 닿는다. 2년 되면 나가야 하는 것. 게다가 모바일 전환한다고 병원이 말하니까 인원 줄이겠네, 우린 재계약 안 해 주겠네이런 위기감이 컸다.

 

노조의 자도 몰랐는데 지난해 10월 이후 가입했다. 진료예약센터가 병원 바깥 다른 건물에 있다. 그러다 보니 병원 소식도 잘 모르고 기존 파업상황을 눈앞에서 접한 적이 별로 없다. 우리가 노조 가입할 수 있다는 생각도 전혀 못했는데 정규직 전환 이슈가 나오면서 어 그럼 우리도 용역이니까 우리도 되겠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조합원 아니라도 전환된다고 하니까. 그런데 우리는 대상이 아니라더라. 김진경 서울지부장이 우리에게 확인 전화를 해서 병원 입장을 얘기해 줘서 직원들이 그런 내용을 더 자세하게 알게 됐다. 처음엔 노조 가입을 다들 어려워했다. 서울대병원도 워낙 어렵게 투쟁해서 된 경운데 우리가 가입한다고 우리를 해줄까, 이런 마음. 그들만의 싸움에 우리가 이제 들어가면 오히려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생각을 많이 했다.

 

지부장 등 간부들이 우리를 많이 설득했다. 왜 비정규직 정규직화해야 하는지, 노조가입해야 하는지. 며칠 안 돼서 27명 중 두 명 빼고 다 가입했다. 목적이 같으니까 단합이 잘 된다. 청소, 이송 이런 데는 이간질시켜서 탈퇴하고 한국노총으로 간 조합원도 꽤 있다던데 우린 그런 것도 없으니까.

 

곽성훈(이하 으로 표기)_ 보라매병원 장례식장에서 일한 지 11년째다. 장례지도사는 여덟 명 모두가 올해 초에 노조에 가입했다.

 

2016년까지, 상이군경회 산하 조그만 단체인 신생특별지회에서 30년 넘게 장례식장을 운영했다. 2017년부터 병원에서 직영 운영한다고 해서 기존 회사는 폐업되고 고용승계되면서 당연히 병원 정직원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파견용역이 됐다. 병원에서는 자신들이 장례 관련 노하우가 없으니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며 전원 고용승계한다고 했다. 그전에 장례지도사 7명에 도와주는 보조인력이 좀 많은 상태에서도 분주하게 일했는데, 직영 전환한다고 하면서 장례지도사 한 명 늘어난 대신 보조인력은 없앴다. 그래도 우리는 정규직이 된다는 희망에 참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리모델링하는 3개월간 일을 좀 봐달라고 하더니, 4월에 갑자기 용역회사 대표를 인사시키고 제대로 된 월급을 받아보니 그전보다 100만 원 정도 줄어 있었다.

 

서울시에 탄원서도 내봤는데, 시는 서울대병원에 위탁한 것일 뿐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직원들이 그 당시엔 노조란 개념을 잘 몰랐다. 나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서 좀 알아보면서 병원에 노조가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노조 가입하면 병원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이 있어서 설득하는 시간도 좀 필요했고 지난해 111일부터 서울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 전환 뉴스를 접하고 노조에 우리가 전환 대상이 맞는지 문의했다. 맞다고 해서 그때 간담회 하면서 가입하게 됐다. 처음엔 파업한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병원에서 파업하고 바로 대체인력을 투입했다고 들었다. 대체인력 현황은?

 

_ 비조합원 두 명과 본사가 케이티아이에스(kt is)인데 본사 직원들이 투입되고 있다. 병원 관련 업무하는 10~20% 외에 나머지는 통신, 금융 이런 쪽에서 전화상담하던 직원들이라 의료 관련 일을 전혀 모른다고 한다. 생초짜를 앉혀놓아서 잘 안 돌아간다고. 병원은 그걸 더 바란 게 아닐까 생각된다. 병원이 우리를 정규직화 안 해 준다고 하는 내용이 모바일, 자동화시스템 전환. 점점 모바일예약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병원은 모바일 이용자가 늘었다고 홍보하지만 보라매병원은 시립이라 취약계층과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이용한다. 핸드폰 조작하는 것보다 대부분 전화를 이용한다. 원내투쟁할 때 저희는 진료예약센터 상담원입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으니까 환자들이 우리에게 직접 와서 왜 이러고 있냐고 물어본다. 상황 설명을 하면 전화통화가 안 돼서 내가 직접 왔어. 나이 든 사람이 무슨 인터넷을 해?” 하신다. 이 병원이 2차 종합병원으로서 모바일, 자동화시스템이 정착될 수밖에 없지만 일반상담원을 없애면서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_ 알바생이 와서 하고 있다. 장례식장 내 편의점 직원도 대체인력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분들은 장례 관련 전문지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파업 중에 투입된 것이다. 장례지도사는 고도의 전문인력이라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할 때는 언제고.

 

노조 가입하기 전과 후 달라진 게 있다면.

 

_ 강원도 정선이 고향이다. 아버지가 전에 강원랜드에서 일하면서 비정규직노조 가입해서 파업도 하고 그랬다. 당시엔 이해를 못했다. “그렇게 안 해도 월급 나오는데 뭐가 문제야?” 그랬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내가 다른 사람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우리가 콜센터라는 이름이 싫어서 진료예약센터로 바꾸자고 요구해서 변경됐다. 우리 업무를 좀 더 존중받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그게 시작이었다면 지금은 더욱더 많이 달라졌다. 직업 귀천도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고, 비정규직은 진짜 없어져야 한다는 게 단지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돼야만 사람이 사람답게 서로를 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오늘이 파업투쟁 11일차인데, 힘들지는 않은가?


_ 미화분들은 오늘부터 파상파업으로 전환했다. 우리랑 장례식장은 아직 아니고. 맨날 앉아서 컴퓨터 두드리고 전화상담만 하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서울대도 가고 시청도 가고 하니까 몸이 피곤하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파업하고 있다. 오늘 교육해 주는 간부님이 아침에 해고돼서 투쟁하는 농성장에 갔다 왔다며, 그분들에 비해서는 우리가 정말 행복한 투쟁을 하고 있는 거라는 말을 하더라. 거기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힘든 게 아니구나.’ 정규직 전환과 해고투쟁은 많이 다르니까. 매일매일이 새롭다. 몸이 힘든 걸 떠나 정신적으로 더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 스스로. 내가 센터에서 팀장인데 업무능력, 근태만 보다가 나와 보니, 별것도 아닌 내가 이 직원들을 그런 시선으로 봤구나 싶더라. 요즘은 정말 좋다.

 

_ 일주일 정도는 육체적으로 더 힘들었다. 원래 하던 일은 익숙한데 파업은 심적으로도 참담하고 처음 하는 거라 더 힘들게 느껴졌다. 지금은 즐겁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처음만큼 힘들지 않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파상파업 계획은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다. 장례식장은 업무 특성상 3일장하니까 파상파업이 쉽지 않다. 미화 선생님들처럼 바로 일을 놓고 나올 수가 없다.

 

노조 가입하기 잘했다, 파업하면서 뿌듯하다 그런 걸 느낀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_ 아버지가, 내가 투쟁한 사진 보내주면서 이렇게 하고 있다고 하니 자랑스럽다고 말해 준 것. 그리고 원내 순회투쟁하는데, 한 환자가 내게 와서 기존 상담원들이 다 투쟁에 나온 거냐? 너무 불편하다. 어렵게 전화연결은 됐는데 전과 같은 전문화된 답변을 듣지 못해서 서운했다, 내가 원하는 건 모바일대체 이런 안내가 아니라 전문적인 답변이다말해 주더라. 일부러 그런 격려의 말을 해주려고 했구나 싶어서 뿌듯했다. 우리 조합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봤을 때도 병원이 그렇게 하는 게 부당하다는 걸 한 명이라도 알아주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럽지 않았다.

 

_ 장례식장은 교대근무를 한다. 나는 사무장이라 상근직인데 입관 전문 선생님들은 24시간 일하고 이틀 쉬는 식이다. 다 같이 모이기가 쉽지 않다. 회식도 없었다. 8명이 다 같이 밥 한 번 먹어본 적이 없다. 파업하면서 동지애로 뭉치는 계기도 된다. 서로 힘든 것 알면서 배려하고 응원하고 격려의 말 하면서 끈끈해지고 조금씩 하나가 되는 시간이 돼서 그게 참 좋다.

 

서울시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_ 지난주에 시청 앞에서 피켓 시위 한 번 했다. 위탁 줬으니 책임져야 하는데 자기네는 땅과 건물에 대해서만 책임이고 병원 운영관리는 다 서울대병원이 하는 것이라 말한다. 보라매병원을 위해 시에서 1년 예산 150억 이상 쓰는 걸로 아는데 그러면서 권리행사를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용하는 시민들도 서울시 반값 장례식장이라고 말한다. 서울대병원에 온다기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립병원에 온다는 생각을 대부분 하신다. 민원사항도 서울시가 처리한다.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게 아닌데 무책임하다. 노사가 원만히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식.

 

진료예약센터는 아니지만 청소, 이송 등은 복수노조 상황이라고 하던데.

 

_ 다 같이 살자고 하는 건데 왜 이렇게 갈라놓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노총 조합원도 다들 정규직되기 원하고 전환되면 다 같이 될 건데. 특히 미화는 서로 갈등이 심하다고 한다. 그분들 얘기 들어보면 쟤네가 잘 되면 좋은 건데 임금 손해 보면서까지 파업할 필요 없어그런다고. 그럼 그런 얘기도 하지 말았으면 더 좋을 텐데. 조합원들 빼가고 그런 거 잘 이해 못하겠다. 여기 있는 조합원들이 투쟁해서 승리하면 그분들도 우리에게 고마워할 것이고, 다 같이 정규직되면 얼굴 붉힐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_ 당신의 가족이 그 누구라도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할 때 지금 현장에서 소리 높여서 우리처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한 번쯤이라도 들어봐 줬으면 좋겠다.

 

_ 우리는 투쟁이란 말도 아직 어색하고 내가 투쟁하고 있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병아리다. 열흘 정도 되는 시간이지만 투쟁하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탄압받고 억울하게 힘들게 투쟁하는 노동자가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먼 얘기 같았는데 투쟁하면서 가깝게 느껴졌다. 그분들이 얼마나 중요한 분들이고 비정규직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사회문제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처음엔 내 문제 때문에 시작했지만 이제는 내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이란 걸 알게 됐고, 정말 비정규직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후 취업할 후배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꼭 비정규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모두 맡은 자리에서 힘내자. 파이팅!

 

전수진 동지는 옛날 분들 좋아하는 것 있지 않나. 정규직화되면 고향에 현수막 건다거나 정직원돼서 병원에서 기념수건 받으면 갖다 드리고, 그런 딸이 되고 싶다. 부모님도 그럼 자랑스러워하실 거다라며 투쟁 반드시 승리할 거라는 다짐을 대신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정리집회에서 한 조합원이 말한 것을 옮겨본다.

 

어느 날 열 살 된 딸이 엄마는 꿈이 뭐야?” 물었어요.

우리 딸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거.”

아니 그거 말고 꿈 말이야 꿈.”

글쎄, 뭐가 있을까?”

엄마 그거 있잖아, 정규직 되는 꿈.”

저에게는 뒤늦게 정규직 되는 꿈이 생겼습니다. 가족을 위해 뜨거운 동지애를 갖고 끝까지 싸워서 우리 모두 정규직화되는 꿈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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