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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부르짖지만, 평화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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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5,061회 2020-07-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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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공유마당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10.21% 상승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불과 15개월 만에 11.9%나 올라버렸다.” 2018926일자 기사 자본주의를 때려잡아야 치솟는 집값도 때려잡을 수 있다에서 필자가 다뤘던 상황이다.

 

그후 불과 2년도 안 됐는데 이것조차 옛말이 돼 버렸다. 지금 서울 아파트 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0% 넘게 올랐다. 게다가 당시에는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만 국한됐던 집값 상승이 최근 1년 사이에 전국적인 현상이 됐다. 전셋값마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도 선포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했는가?

 

시중에 풀린 유동성

 

최근 발표된 7.10 대책 이전에 발표된 스물한 번의 대책은 아무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정부는 그 원인을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유동성 효과에 돌린다. 물론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 건 사실이다. 은행에 돈을 넣어봐야 0.5% 이자도 받기 힘든 초저금리 상황은 돈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에 흘러들게 만들어, 자산가격을 폭등시켰다.

 

미국에서는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으로 이런 효과가 나타났다. 기업들의 이윤율이 바닥으로 향하고, 파산위험까지 높아진 상황임에도 미 정부의 헬리콥터 머니 살포로 시중에 흘러넘친 돈이 주식시장에 몰려들어 폭등을 낳은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유동성이 일차적으로 흘러드는 곳이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미국 자산은 주식에 70%, 부동산에 30% 배분돼 있는 반면 한국은 부동산에 70%, 주식에 30%로 배분돼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에 몰려들어 부동산 가격 폭등을 유발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처럼 최근 부동산 폭등의 배후에 작동하는 힘은 자본주의 경제위기와 자본주의 쇠퇴에 따른 이윤율의 지속적인 하락, 그리고 이것이 유발하는 초저금리 상황이다. 여기에 공황을 저지하기 위해 자본가정부들이 시중에 쏟아 붓는 천문학적 자금이 가세하고 있다. 이것이 거품현상을 촉발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인 폭등이다.

 

이 정부는 과연 집값 잡을 의지가 있었을까?

 

쇠퇴하고 부패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근본 원인이 있다손 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건 아니다. 실패한 스물한 번의 부동산 정책은 이 정부가 집값을 잡을 진짜 의지가 없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기본적 정책수단인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라는 세 종류의 세금제도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작동한 게 없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는데도 취득세는 박근혜 정부 때의 1~3% 수준에서 조금도 인상되지 않았다. 올해 7.10 대책에 이르러서야 2주택 8%, 3주택 12%로 누진취득세가 처음 도입됐다.

 

양도세는 그동안 계속 손보긴 했지만, 새 발의 피 정도였다. 투기세력의 온상이 된 분양권 시장은 사실상 방치하다가 6.17 대책에 이르러서야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가 수도권 전역에 도입됐다. 그리 높지 않은 양도세마저 최소화할 수 있는 통로가 법인 설립, 임대사업자 등록 등 도처에 열려 있었다. 법인 양도세를 크게 높인 6.17 대책, 임대사업자 제도를 대폭 축소한 7.10 대책에 이르러서야 이 통로가 닫히기 시작했다.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세금정책인 보유세는 그동안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방치했다. 실효종부세율은 연 0.16%도 되지 않았다. 주택가격 100억 기준 종부세가 연평균 1,600만 원 수준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7.10 대책에 이르러서야 다주택자 최고세율을 연 6%로 올리는 조치가 발표됐지만, 그럼에도 보유세는 여전히 그다지 높지 않다. 종부세는 세대별 과세체계가 아닌 인별 과세체계다. 부부가 공동소유하는 1주택일 경우 시가 20억 이하 주택은 여전히 종부세가 한 푼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렇게 보유세가 턱없이 낮았을 뿐만 아니라 법인 설립, 임대사업자 등록, 부동산 신탁 등을 통해 종부세를 사실 완전히 회피할 수 있는 통로를 문재인 정부는 계속 열어줬다. 이런 합법적 회피수단을 활용하면 100억이 넘는 집들을 소유하고 있는 다주택자일지라도 종부세는 한 푼도 안 내는 게 가능했다.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을 3년 가까이 방치하다가 6.17대책, 7.10 대책에서야 비로소 손을 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3년은 이처럼 동원할 수 있는 기본 정책마저 전혀 동원하지 않은 기만의 역사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집값이 진정되기는커녕 계속 폭등하자, 서민들은 주거비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도나도 주택구매에 뛰어들었다. 집값은 폭등을 넘어 초폭등 장세에 진입했다. 올해 6월 한 달간 주택 매매거래량은 사상 최고수준에 도달했고,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폭등 조짐을 보였다.

 

무능력이 문제인가, 자본주의 정부여서 문제인가?

 

이 정부가 무능력해서가 아니다. 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차고 넘쳤다. 국토부와 기재부에는 전문인력이 흘러넘친다. 이번 7.10 대책에서 보듯이, 그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마음먹었다면 즉각적인 대책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었다. 단 며칠 사이에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집권 3년 동안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란 광고 뒤에 숨어서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3년 동안, 왜 이 정부와 민주당은 입으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말하면서 온몸으로는 평화를 갈구했을까? 간단하다. 이 정부에게는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진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였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와 연동된 건설산업, 은행산업 및 내수 소비산업을 몰락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이 정부는 강력한 규제조치는 겁내면서, 단지 통제불능 수준으로 가격이 폭등하는 것만 차단하려 했다. 제한적인 수준의 대출규제나 규제지역 확대 등 가장 온건한 수준의 대책들로만 그간의 허다한 부동산 대책을 가득 채운 이유다. 자본주의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즉 부동산 거품이 터지지 않는 선에서 부동산 정책을 조율해온 것이다.

 

그러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대중의 분노가 확산해 지지율이 추락하고, 이렇게 폭등장세를 방치할 경우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마주치고서야 7.10 대책처럼 그나마 무게감이 있는 정책을 처음으로 내놓게 된 것이다.

 

미래

 

7.10 대책처럼 집값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과감한 조치들은 사실 이 정부에게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것이다. 정부로서는 집값 상승억제보다 더 힘든 것이 집값 폭락차단이다. 수도권과 주요 지방 대도시에서 이미 집값이 역사적 고점을 넘어 거품이 잔뜩 낀 상태에서 집값 하락 가능성이 분명해지면, 집값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급전직하로 추락할 위험이 크다.

 

이런 집값 폭락으로 미분양 위험이 현실화하면 건설자본은 건설투자를 대폭 줄이게 된다. 집값 폭락은 특히 금융자본을 강타할 수밖에 없다. 집값의 급격한 하락에 따른 부실채무자들의 발생은 물론이요, 금융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주택담보대출, 주택신용대출이 말라버려 금융권 전반이 위기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상황을 두려워해서 정부는 이제껏 집값 상승을 막는 흉내만 냈을 뿐이었고, 사실은 아주 완만한 상승을 꾀했다. 경제위기가 불러온 유동성 확대가 조장한 최근의 집값 폭등은 그런 연착륙정책이 이제 불가능해졌음을 드러냈다. 오랜 기간 꾸준히 오르는 집값에 실망한 젊은 무주택자들이 대거 주택 매수자로 전환했고, 이것은 패닉바잉을 초래하며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그대로 놔두면 정권을 지탱했던 30, 40대와 무주택자들의 이탈이 본격화할 것이 분명해졌다.

 

7.10 대책은 정부가 이제 집값 하락 정책으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집값 상승을 낮은 수준으로 제어하려는 정책이 결국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듯이, 집값 하락 정책은 거품 붕괴에 따른 부동산 폭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미 거품이 너무 많이 끼어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드러나면, 정부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거품이 터져버릴 것이다. 이것은 경제위기 확대의 또 하나의 뇌관이 될 것이다. 건설과 금융산업 전반의 위기 심화와 함께, 부동산 가격 폭락에 따른 소비 위축이 더해질 것이다.

 

이런 공포감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은 결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실현할 수 없다. 점진적인 집값 인상 혹은 집값 상승의 억제, 이 정도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정책의 최고치다. MBC 100분 토론에서 국토위 의원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불쑥 뱉은 그래봤자 (규제조치 도입해봤자) 집값 안 떨어져라는 말은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이런 딱한 처지는 문재인 정부가 발 딛고 있는 체제인 자본주의가 현재 겪고 있는 거대한 쇠퇴와 위기를 반영한다. 부동산 가격을 잡을 생각이 없지만 폭등에 따른 정권 몰락은 피하려는 교묘한 줄타기는 갈수록 수많은 난관 앞에서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주택문제에 대한 당면 요구

 

주택문제가 어려운 것은 주택이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주식은 외면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주택은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주택가격이 오르면 서민들도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전세가도 함께 오르면서, 예전에는 집을 샀을 만한 금액으로 이제는 전셋값 대기도 힘들어지기 십상이다. 주거비가 폭등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서민들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택문제에서는 투기(?)에 동참하도록 등을 떠밀린다. 은행 빚을 내서든, 갭투자(전세 낀 투자)를 하든 말이다.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 이렇게 주택소유자 대열에 반강제로 합류하게 되면, 일반 서민들도 주택가격에 민감하게 되면서 소()소유자적 속성이 스며들게 된다. 노동의 대가를 넘어서서, 자기 소유의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동운동의 관점에서나 사회주의 실현의 관점에서나 부정적이다. 노동자계급 속으로 소소유자적 속성을 불어넣어 집단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의 측면에서도 그것은 부정적이다. 가족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공간인 집 한 채를 얻기 위해 수십 년간 은행 빚에 신음해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불행하고 고통스러운가!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향은 간단명료하다. ‘무상주택이란 표어를 실현하는 것이다. 물론 무상주택이란 표현은 과학적인 표현이 아니다. 모든 주택은 가치 마모를 겪는데, 그 비용은 당연히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무상주택이 표방하는 취지를 반영하는 현실적 길은 공공임대주택을 통해 주택 감가상각비와 공동사용료에 해당하는 최소한의 비용만 내고 주거권을 실현하도록 사회가 보장하는 것이다. 사회가 땅과 건물에 대한 공적 소유권을 갖고, 사용비만 영구적으로 거주자가 내는 공공임대주택이라면 대략 월 30~4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도 안정적인 주거권을 누릴 수 있다. 다만 공공임대주택은 현재처럼 비좁고 열악한 수준의 주택이 아니라 더 넓고 쾌적한 주택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에 따른 비용은 진정한 의미의 주택 투기세력에게 비용을 청구함으로써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이나 상업용, 업무용 빌딩을 소유한 자본가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전면적이고 철저한 보유세를 물리는 것이다.

 

나아가서 집값 폭등의 원인 중 하나인 개발이익을 사회가 전면적으로 환수할 수 있다. 지하철과 도로를 깔고, 도시 기반시설을 공급하는 주체는 사회다. 그런데 투기세력들은 이처럼 사회가 만들어낸 가치들을 집값 폭등을 통해 사익으로 가져간다. 재개발 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은 조치의 적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그 환수비율을 전면적으로 상향함으로써 사회는 그것을 차단할 정당한 권리를 갖는다. 그렇게 환수되는 개발이익은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사회적 재원으로 투입해야 한다.

 

이렇게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이 수백만, 수천만 호 공급된다면, 그래서 치솟는 집값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노동자, 민중은 누구도 집을 사기 위해 빚더미에 깔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소소유자적 환경에서 벗어난 노동자, 민중은 토지국유화 같은 더욱 결정적인 조치를 지지하고, 자본가들의 이윤, 부동산 투기소득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불로소득을 제거하는 결정적인 사회주의적 조치(생산수단의 국유화)를 향해 전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자본주의 소유권의 정당성은 무너져내리고, 사회적 공동소유가 그것을 대체할 것이다.

 

주택문제와 관련한 이러한 긴급한 조치들은 한 줌 건설자본과 금융자본의 이익에 관심이 없는 정부, 즉 자본주의 체제의 요구를 거부하고 노동자, 민중의 이익과 주거권, 사회적 공동이익에 헌신하는 정부에 의해서만 제대로 수행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은 절대 그것을 할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의 안정과 번영에 단단히 붙들려 있는 자본가정부이고, 자본가정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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