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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호의 주장을 반박한다: 노사정 야합의 거수기가 되라고 민주노총 대의원 등 떠미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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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63회 2020-07-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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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야합의 거수기가 되라고 호소하는 노동운동가한석호의 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게 아닐까. 전태일재단 기획실장 한석호의 76일자 <매일노동뉴스> 칼럼 민주노총 대의원들에게 호소한다를 보고 맨 처음 든 생각이다. 이유는 나중에 얘기하기로 한다. 한석호는 이미 여러 차례 정규직 양보론을 펼쳐 왔다. 이번엔 노사정대표자회의 야합안을 두고 노동을 팔아먹은 합의안이 아닌데도, 아무런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민주노총 대의원들에게 야합안을 승인하라고 호소했다.

 

노동을 팔아먹은 합의안이 아니다?

 

먼저 묻고 싶다. 기업들이 경영위기를 핑계대고 고용유지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워 근로시간 단축, 휴업 같은 조치를 취할 때 노동계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노동을 팔아먹은 게 아닌가? 경영계는 고용유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양새만 취하면 그뿐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 휴업 등에 자발적으로 적극 협력하란다.

 

근로시간 단축, 휴업을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둔갑시킨 것도 기가 차지만 여기에 적극 협력하라는 것은 사실상 투쟁하지 말고 자본가들의 조치를 수용하라는 얘기다. 이게 노동자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내용이 아니면, 노동을 팔아먹은 내용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입만 열면 전노협 시절을 얘기하는 한석호가 민주노조운동의 근본이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이라는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한석호의 호소는 이 근본정신을 집어치우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도 이런 합의는 투쟁을 포기하게 만드는 거대한 압력으로 작동한다. 하물며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한석호가 그렇게 강조하는 밑바닥 노동자들에게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자본가들이 이 내용을 어떤 지렛대로 활용할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한석호는 비겁하게도 김명환 위원장의 직권조인 시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구구절절 얘기하지는 않겠다. 김명환 위원장은 민주노총 중집 승인을 얻기도 전에 협약식에 참석하려 했다. 조합원들과 간부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합의(?) 사실을 알았다. 백만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조운동의 기본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직권조인을 하려 했다. 이게 노동을 팔아먹는 일이 아니면 대체 어떤 게 노동을 팔아먹는 일일까?

 

노사정 야합에 대한 묻지마 지지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수많은 밑바닥 노동자가 소리도 못한 채 잘려 나가고 있다. 이들에게 해고 문제는 절체절명의 문제다. 그래서 민주노총도 해고 금지와 총고용보장을 요구했다. 김명환 위원장 스스로도 해고 금지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이른바 원포인트 노사장 협의를 추진했다. 그런데 정작 합의안엔 해고 금지를 위한 어떠한 실질적 대책도 없다. 온통 자본가 살리기를 위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한석호는 노사정 합의안의 1장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 역할 및 노사 협력만으로도 민주노총은 합의를 반드시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쯤 되면 묻지마 지지다. 1장에는 기업이 휴업수당 감액 승인을 신청하는 경우 정부가 신속히심사하도록 노동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휴업수당 감액 승인 신속 처리가 취약계층 보호인가?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산업안정자금을 지원하는데 여전히 비정규직은 고용유지 대상도 아니다.

 

한석호는 합의안이 부족하다는 말로 합의안의 한계를 대충 퉁치려 하는데, 이 합의안은, 다시 말해 야합안은 부족한 정도가 아니다. 기업에겐 온갖 자유와 지원을 베풀고 노동자에겐 그냥 조용히 입 닫으라는, 나아가 제 살을 깎으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노사 또는 노사정이 사내근로복지기금 또는 공동근로복지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등을 조성해 협력업체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돕자는 내용엔 정규직 양보론이 깔려 있다. 정규직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사용하자는 것일 텐데, 정부와 기업이 마땅히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비용까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일이다. 밑바닥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이 마치 정규직 노동자들 때문인 것처럼 매도되는 길을 터주는 것이며, 정부와 재벌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을 비롯한 여러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권리는 정규직 양보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지만 한석호는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기업을 위해선 사회보험료 납부유예, 연체료 면제 등의 조치에 따른 애로사항을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뿐인가? 사용자들이 일차적인 재정 책임을 져야 하는 고용보험도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고용보험료 인상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집어넣어 앞으로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려는 발판을 놓았다. 합의문 곳곳에서 자본가들에게는 신속하고’ ‘실효성있는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그런데 쥐꼬리만큼의 지원도 받기 힘들어 사회보험료를 연체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수많은 노동자와 가난한 민중에 대한 지원은 얼마나 있는가? 이래도 합의안이 단지 부족한 수준인가?

 

해고가 혜택?

 

한석호는 밑바닥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노사정 합의가 절실하다며 해고가 혜택이란 말까지 꺼낸다. “사장은 숙련된 기술력과 정붙이고 일하던 관계가 아쉬워 당분간의 무급휴직을 제안한다. 그러자 노동자들은 차라리 해고해 달라고 부탁한다. 자진 퇴사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결국은 노동자들의 희망대로 해고 처리되고, 사장과 노동자는 소주잔으로 쓰린 속을 달랜다. 노조 안에서 보면 어처구니없는데, 슬프게도 이것은 해피엔딩이다.”

 

참으로 평화롭고 다정한 관계다. 쓸데없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 그러면서 이 노동자들은 해고가 혜택이 되는 노동자들이라고 한다. 현실에선 수많은 사장이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실업급여를 미끼로 퇴직금이나 위로금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마구잡이로 해고를 밀어붙이는데도, 그래서 노동자들은 온갖 희생을 감내하는데도 해고가 혜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고가 혜택이 될 수 있으니 우리는 이제 사장의 책임, 중소영세 사업장의 먹이사슬 구조를 좌지우지하는 원청의 책임,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아도 좋은가?

 

한석호는 왜 이 합의안이 해고가 혜택(?)이 되는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지금 밑바닥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해고 금지 대책이지 않은가? 민주노총이 요구한 사회안전망 강화이지 않은가? 최소한 국민혈세가 투입되는 기업은 해고를 금지시켜야 한다. 하루 빨리 전 국민 고용보험이 도입돼야 한다.

 

그런데 합의안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가? 해고 금지, 아니 해고를 제한하는 조치라도 있는가?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은 시기도 못 박지 않고 올해 말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 수립이 전부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해 노사 및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한다. 특성 고려? 전속성 여부를 따져 노동자를 배제하겠다는 게 아닌가? 10년 넘게 목소리를 내왔고, 이미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법이 발의돼 있는데 또 노사 및 당사자 의견 수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서?

 

한석호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서도 합의를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또 사실까지 왜곡한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대신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에서, 상여금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최저임금 직접 대상은 상여금이 거의 없었다. 있어도 상여금보다 교통비와 식대 등이 더 많았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정파 반발이 두려워 합의하지 않았고, 그 결과 상여금에 교통비와 식대 등 복리후생비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20185월 한정애가 국회 법안심사 할 때 상여금만 넣자고 했다. 말로는 수당까지 넣으면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하면서. 그런데 국회 법안소위 들어가서 4시간 만에 수당까지 다 야합하고 나왔다. 변명은 이런 거였다. “노동계 마지노선은 상여금만 주는 거였지만, 협상 상대가 있는 만큼, 즉 야당과 타협해야 하니까 그걸 다 들어줄 순 없었다.”

 

만일 그때 노동계가 양보안을 냈어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게 분명한데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밀어붙인 민주당의 책임은 묻지 않고 민주노총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정말이지 묻고 싶다. 노동운동 수십 년의 결론이, 우리가 양보하면 저들도 양보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자본가들이 착해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 합의안이 최저임금 투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해보자. 강해져가는 노사화합의 분위기 속에서, 노동자 고통전담의 압력이 강해지고 노동계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질 텐데, 한석호는 우리가 양보하면 저들도 양보한다는 평화로운 꿈동산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또한 그것은 자본가들이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들에게 쏟아내는 자본의 논리이기도 하다.

 

대안이 없다?

 

한석호는 민주노총에는 반대 이후 대안이 없다고 투덜거린다. 손에 잡힐 듯한 대안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투쟁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겐 계속 대안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한석호는 자본가들의 지불능력이라는 신주단지를 뛰어넘을 생각이 없다. 때문에 그에게 자본의 이윤과 소유권을 침해해서라도 노동자의 생존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관이 들어설 리 없다.

 

자본의 논리 앞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은 상태로 세상을 바라보면 법인세 인상이나 사내유보금 과세, 재난 극복 기업특별세 도입, 파산 기업의 국유화와 노동자통제는 말할 것도 없고 여전히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대안인 해고 금지와 총고용보장, 그리고 그것을 위한 계급적 단결투쟁도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석호의 대안은 뭔가? 주구장창 얘기해왔던 정규직 양보론? 그는 넘쳐나는 재벌의 곳간에 대해선 침묵하고, 충분한 임금을 받아서가 아니라 단지 비정규직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의 임금이 형편없이 추락한 결과 상대적인 고임금으로 비칠 뿐인 정규직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한다. 도대체 정규직 노동자에게 임금인상분의 얼마를 양보하라는 것인가? 양보해서 사내근로복지기금 또는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자고 하면 자본가들은 얼마를 내놓을까? 그래서 그 돈이 밑바닥 노동자들에게 흘러들어가도록 만들 방법은 뭔가? 자본가들이 손 안 대고 코 풀며 노동자에게 더 많은 양보를 강요하면 그때 당신이 내놓을 해답은 무엇인가?

 

한석호는 우리만 양보하자는 게 아니라 이것을 미끼로 정부와 기업주들의 양보를 받아내자고 항변할 것이다. 이런 주장은 계급협조주의의 실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한 걸음 물러서면 그 물러선 틈을 계속 비집고 세 걸음 열 걸음 물러설 것을 강요하는 게 자본과 정부 아니던가?

 

또한 우리가 양보해 저들의 사소한 양보를 따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 양보가 노동자의 힘과 투쟁으로 정부와 자본을 굴복시켜 얻어낸 게 아닌 이상, 자본가들은 이윤이 조금만 줄어들면 그 양보마저 손쉽게 거둬들인다. 이런 식의 양보를 거듭하면 사회위기의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먼저, 그리고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는 체념과 굴종의 심리를 키우게 된다. 사실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노동운동 안에서 그런 양보논리가 기승을 부려왔다. 한석호는 그와 같은 민주노조운동 퇴행증상의 한 단면을 보여줄 뿐이다.

 

자본가의 이윤을 빼앗아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임금을 양보하겠다는 것은 자본가들을 자극하지 않고 잠자코 있겠다는 뜻이다. 이런 전략은 자본에 맞선 노동자의 투쟁력과 단결력을 키울 수 없다. 아무리 계급연대전략’, ‘노동자 분열 극복전략이라 포장한다 해도 그것으로는 노동자 의식의 전진도, 진정한 단결(다름 아닌 자본의 착취에 맞선 투쟁 속의 단결)을 절대 가져올 수 없다.

 

이미 투쟁에 나선, 그리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과 함께

 

정규직 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주적인 투쟁이 성장하도록 돕고 지원하며 자본가과 정부에 맞서 함께 싸우는 일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음을 현장에서부터 행동으로 입증해 보이는 일이다. 정말로 힘든 길이지만 이 길을 가야만 노동자의 분열을 극복할 수 있다.

 

코로나19재난으로 더 불거진 경제위기 앞에서 자본가들의 공격은 밑바닥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를 넘어 조직 노동자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AVO카본코리아 등 곳곳에서 공장폐업과 정리해고가 밀어닥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은 양보와 노사상생을 말하고 자본가들의 공격에 문을 확 열어주는 합의를 승인한다면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미조직 노동자들도 투쟁에 나서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했다. 노동자운동이 사회적 재난 앞에서 대안세력이 되는 길은 지금도 하루하루 생존하기에도 벅찬 수많은 노동자와 가난한 민중의 권리를 양보하는 데 있지 않다. 노동자운동의 힘이 많이 떨어져 있지만 지금도 곳곳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더 많은 노동자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힘들더라도 전체 노동자의 권리방어를 위한 투쟁을 만들어나가자.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만들어 다른 세계를 향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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