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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조인의 ‘ㅈ’도 꺼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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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383회 2020-07-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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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KBS뉴스 화면 갈무리

 

 

노사정 야합을 막기 위해 71일 아침 7시 민주노총에 모여 항의행동을 하기로 한 노동자들은 그 전날 밤부터 이상한 소식을 듣게 된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대타협이 타결됐다는 것이다. 그것도 노동조합 체계로 전달된 게 아니라 언론을 통해 전해진 소식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경사노위 불참 입장을 결정하면서 기만적인 노사정 합의 압력을 돌파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따라서 느닷없이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오는 건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조합원들은 그런 얘기를 들어보지도 못했고, 어디에서도 그런 결정을 내린 바가 없었다. 그런데도 뉴스에선 타결운운하는 보도가 계속 흘러나왔다.

 

직권조인 안 하겠다는 확답이 그토록 어려웠나

 

항의행동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직권조인의 위험을 감지했다. 민주노조를 세우기 위해 어용세력에 맞서 싸운 경험이 있거나 그 역사를 이해하는 노동자라면, 직권조인이 민주노총을 얼마나 위태롭게 만들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1일 아침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출근하는 김명환 위원장과 마주친 노동자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위원장실에서 진행된 면담에서도 노동자들은 직권조인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김명환 위원장은 끝까지 확답을 안 하면서, 도리어 역정을 냈다. “직권조인의 도 꺼낸 적이 없다.”

 

하지만 더 기가 막힌 보도가 이어졌다. 71일 오전 1020분에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열리기로 돼 있다는 것이다. 협약식 장소엔 민주노총 위원장 명패가 버젓이 준비돼 있었다. 합의문도 이미 마련돼 있었다. 김명환 위원장은 협약식 참석을 불과 1시간 30분 앞둔 1일 아침 9시에 중앙집행위를 소집했다. 이 정도면 중앙집행위는 들러리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김명환 집행부, 그리고 이들에게 동조하는 노조관료들은 사실상 직권조인을 시도한 거라는 비판에 발끈하며 화를 낸다. 그럴 의도가 없었을 뿐더러, 왜 일어나지도 않은 직권조인을 문제 삼으려 하느냐는 식이다. 어쨌든 노사정 협약식이 무산됐으니 이제 아무 문제 없는 것일까?

 

게다가 일부 상집 간부들은 민주주의는 훈련입니다”, “민주주의는 경험하고 익히는 겁니다따위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김명환 위원장을 비판하며 중집 참관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마치 노조 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기라도 한 것처럼 비방한 것이다. 그들 눈에 직권조인을 시도한 김명환 집행부의 민주주의 파괴는 보이지 않은 듯했다.

 

뻔뻔스런 거짓말

 

이렇게 물어보자. 만약 노사정 야합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아침부터 모여 항의하며 민주노총 위원장의 협약식 참석을 막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실제로 김명환 위원장은 노사정 협약식에 참석하려 했다. 중앙집행위 성원들이 모였는데도 회의를 시작하지 않고, 참관을 요구하는 조합원들 핑계를 대며 김경자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그냥 나가려 했다. 민주노총 사무실까지 달려온 조합원들의 항의에 발이 묶여 못 갔을 뿐이다. 백석근 사무총장을 통해 총리실 측에 못 간다고 친절하게 연락까지 해줬다고 한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협약식에 갔다면 거기에서 무엇을 했을까? 이런 합의 못 한다고 테이블을 엎기라도 했을까? 결렬이라도 선포했을까? 설마. 김명환 위원장 말마따나 그는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노사정 합의안에 도장을 찍었을 것이다. 즉 상황은 예정돼 있었다. 김명환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알지도 못하고 조직적 의결과정도 거치지 않은 합의안에 도장을 찍을 태세였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데 직권조인이란 단어보다 더 적절한 게 있는가?

 

민주노조운동을 무너뜨리기로 작정한 자들

 

그야말로 초유의 사건이 벌어질 순간이었다. 그나마 노사정 야합을 용납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항의한 덕분에 민주노총 위원장의 직권조인을 막을 수 있었다. 만약 어차피 협약식은 무산됐으니 이제 문제 삼을 것도 없지 않은가라거나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문제 삼는가라고 항변하는 자가 있다면 우리는 그따위 궤변으로 사태를 호도하려는 습성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시오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의 선언과 창립선언문에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를 계승’,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주성과 조합 내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지향이 명시돼 있으며, 규약에는 민주노총의 선언을 준수하고 이행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 직권조인 시도에 대한 단호한 거부는 민주노조운동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것을 지킬 줄 아는 것이 곧 민주노조운동의 윤리.

 

그간의 행태에 비춰볼 때 김명환 집행부가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그러면 남는 문제는 이런 것이다. 이 정신을 거스르며, ‘소신운운하면서 직권조인조차 거리낌 없이 저지르려는 김명환 집행부가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를 허물어뜨리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노사정 합의 폐기, 김명환 집행부 총사퇴를 내걸지 않고 단 한걸음이라도 전진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 김명환 위원장은 직권조인의 도 꺼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직권조인할 거라고 미리 말해주는 어용 위원장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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