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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내가 젊다면 여기 노조 만들고 다른 데 또 취직해서 노조 만들고 싶은 심정”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 박소영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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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홍희자서울성모병원 노동자 조회 5,664회 20-07-0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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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페이스북

 


여의도의 빌딩숲에선 금융맨만이 아니라 청소 노동자도 일하고 있다. 엘지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에 맞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거대 재벌과 하청업체에 맞서 싸우고 있다. 사측은 빌딩에서 선전전도 못하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피켓만 들어도 200만 원을 물리겠다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얼마 전부터는 주야간근무를 마치고 회장 집 앞에서 아침저녁 선전전을 하고 있다. 박소영 분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노조 만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여의도 엘지트윈타워에서 청소를 하는 우리는 삼중 시집살이다. ()엘지, 에스앤아이 코퍼레이션, 지수아이앤씨. 하청업체인 지수아이앤씨가 구광모 회장 친인척 소유라는 것도 노조하고 나서 알았다. 인권이 뭔지도 몰랐다. 언론에 갑질 얘기 나와도 나와는 상관없는 줄 알았다. 노조하면서 이게 갑질이고 이게 부당하구나 알게 됐다. 지금은 최저임금 받지만 전엔 월급 140도 못 받고 수당의 수자도 몰랐다.

 

작년 9월부터 물밑 작업을 해서 노조 만들었다. 나는 작년에 65. 그동안은 건강하면 70세까지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고 하더니 갑자기 정년을 65세로 줄였다. 노조 조직하는 담당자가 어떤 각오로 노조하려고 하나 물었다. 나는 어차피 일 년 뒤면 나가야 하는 사람이니까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그런 각오면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여의도 한국거래소 노조 여사님들에게 물어보니 정년이 65세였다가 노조 만들고 70세로 올렸단다. 그 얘기 듣고 우리도 노조해야겠다 생각했고, 내 친구도 연세빌딩에서 노조활동하고 있어서 전부터 정말 하고 싶었다. 굉장히 부러웠다.

 

정년도 정년이지만 연말만 되면 우리에겐 주지도 않는 정체불명의 변동수당이라는 게 서류에서만 왔다 갔다 했다. 동료가 아파서 휴가 가거나 그만두면 우리가 대신해도 일주일 동안 돈 한 푼 안 주고, 일주일 지나면 하루 만 원을 쳐줬다. 우리가 만 원이라도 시작한 날부터 주라고 하니, 당시 소장이 하는 말 우리도 벼룩시장 등에 구인광고 내는 경비가 나간다.” 왜 그 경비를 우리에게 책임지우나? 다른 데는 일 더한 만큼 일당을 주던데.

 

이런 부당한 것을 집단적으로 말해 보자고 몇 명에게 물어봐도 반응이 시원찮았다. 몇 번 간보기를 했다. 그러다 마침 기회가 왔다. 64세가 많고 제일 젊은 사람이 52, 거의 다 60 중후반이다. 65세 네다섯 명 모여서, 우리 노조 만들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데 이런 얘기 나와서 노조 만들게 됐다. 그동안 조합원들이 나 신뢰해 준 게 정말 고맙다. 처음에 노조 만들 때 사측에 들통 나서 조합원들이 많이 흔들렸는데, 내가 총대 메겠다고 하면서 진솔한 대화를 조합원들과 많이 해서 그게 먹혔다.

 

이곳 노동조건은 어떤지?

 

에스앤아이가 노조 탄압 위해 업체를 바꾸려다가 야간 열 몇 명이 노조에 가입하니 동관 야간만 다른 업체로 넘겼다. 동관 조합원들을 서관으로 보내고 새로운 업체(드림누리. 장애인단체라고 하더라)가 들어왔다. 드림누리는 월급도 더 많이 준다. 주야간 이간질하려다 실패하니까 그렇게 하고 야간 인원이 다섯 명 남는다는 핑계를 대며 화풀이 삼아 왁스작업도 시작하고, 전엔 유리창 청소도 일 년에 한두 번 했는데 요즘은 자주 시킨다.

 

최근 식당 왁스작업을 우리가 못하겠다고 해서 한 번 외부용역 줬는데 천여만 원 들었다더라. 그런데 우리가 십 년 동안 토요 격주근무하면서 왁스작업해도 돈 한 푼 더 안 줬다.

 

업체가 3, 4년 전부터 인력 줄이려 엄청 시도했다. 원래 한 명이 두 층을 청소하는데 세 층 청소시키려 했다. 우리 같은 청소 노동자, 밑바닥 노동자, 비정규직에게 노조는 꼭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렇게 노조활동하니까 주차관리하는 분들도 관심 많이 갖는다. 우리 노조 생기고 그분들도 대우가 좀 달라졌다. 요즘 가처분 때문에 선전전을 안 하니까 왜 안 하냐고 묻기도 한다.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우리 요구는 생활임금, 정년 연장, 처우개선이다. 일하는 층에 쉴 공간이 없다. 지금은 석면가루 떨어지고 고압전류 흐르는 단자함에서 천 받쳐놓고 쉬고 옷도 갈아입는다. 잠금장치 없으니까 관리자들이 노크도 없이 막 문 열고 들어온다.

 

탕비실에도 못 들어가게 한다. 몇 년 전에 누가 몇 층 어떤 공간 쓰는지 설문조사를 하기에 휴게공간 마련해 주나 했더니 탕비실 출입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일하다 잠깐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못하게 한다. 고객이 뭘 요구하면 바로 다음날 개선하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거, 돈 들어가는 건 하나도 안 들어준다. 알고 보니 구훤미, 구미정 50, 30억 주식배당금 만들어주느라 그런 거더라.

 

야간 감독 퇴출 요구도 있다. 그 사람이 조장수당도 가로채고, 새로 들어온 스포츠센터 청소한 대가 90만 원을 노동자 통장에 입금했다가 다시 빼갔다. 노동청에 고발해서 돌려받았지만 업체에서 내쫓지는 않는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많다.

 

노조 가입하길 잘 했다고 느낀 적은 언제인지?

 

일은 둘째고 그들 앞에서 내 목소리 당당하게 내고 권리를 찾았다는 것. 지금도 그 생각하면 소름 돋을 정도로 엄청 기쁘다. 우리에게 울긋불긋 옷 입고 삼삼오오 로비 다니지 마라고 했었다. 이젠 그 사람들 이름 불러가면서 말할 수 있다. 전엔 토요 격주근무했는데 이젠 그 소원이던 주5일 근무도 한다. 짝꿍층 청소(한 명 안 나오면 거기까지 두 배로 일하는 것)도 안 한다. 우리가 못한다고 하니까 왁스청소를 안 시키다가 어느 순간 슬쩍 야간에 떠넘겼다. 야간 조합원들이 좀 더 강하게 요구해야 하는데 그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노조 해먹을 팔자인지 겁이 없어졌다. 조합원들에게, 팀장이 입만 열면 거짓말하니까 저 사람이랑 말도 섞지 말라고 대놓고 말한다. 그럴 때 쾌감이 든다. ‘내가 좀 더 일찍 노조를 시작했더라면하는 생각에 너무 속상하고 잠이 안 온다. 우리는 나이가 있으니 하면 얼마나 하겠나. 하는 동안 눈곱만큼이라도 도움 될 수 있다면 맨발 벗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집에서 하도 노래를 불러서 딸도 흩어지면 죽는다흥얼댄다. 비정규직철폐연대가 가사도 정말 와 닿는다.

 

회사가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빌딩 입점업체 식당 조리사 등에게 우리 선전전 때문에 영업에 지장 있다는 식으로 서명도 받았다. 빌딩에서 선전전 못해서 구광모 회장 집 앞에서 아침저녁으로 선전전하고 있다. 선전전하며 노조 간부 못 들어오게 해서 실랑이 좀 한 걸 특수상해라고 고발해서 경찰조사를 받았다. 나 원래 겁 많고 마음 약한데 이젠 겁이 없어졌다. 나는 노조를 99%, 100% 믿는다. 요만큼도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진짜 민주노총을 믿고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들 존경스럽다.

 

사측이 겁줘서 일부러 사무실 사람들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민주노총 하찮게 보지 마라, 공공운수노조만 해도 23만인데 금속노조 등 다 합치면 어마어마하다, 엘지가 아무리 돈 많고 뭐 해도 헌법에서 보장하는 거다.’

 

노조 조합원들은 내가 그만두고 갈까 봐 걱정이다. 처음엔 무서웠다. 관리자에게 전화만 와도 숨쉬기 힘들었는데 교섭 몇 번 들어가니까 , 이게 먹히네하면서 차츰 용기가 생겼다. ‘밀고 가자.’ 나는 감옥 갈 준비가 됐다, 이미 목을 내놨으니 맘대로 하라고 했다. 지금은 두려운 게 없다.

 

가처분 때문에 선전전도 못해서 위축되는 게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민주노총에서 계획이 있겠지. 조합원들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민주노총이 그렇게 힘없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 정도도 못 헤쳐나가면 앞으로 조합활동 하겠나. 어떤 것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민주노총이다.’

 

그렇게 민주노총을 믿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원래 보수였다. 우리는 아무것도 못 했는데 휴게실에서 총회하는 날, 조직부장들에게 소장 등 관리자가 와서 여기가 어딘데 들어오나, 나가라그랬다. 조직부장이, ‘그러면 로비에 가서 할까요?’ 하니 소장이 아무소리 못하고 바로 나가더라. 그러고 나서는 우리에게 꼬리 내리고 공손해졌다.

 

언젠가 마이크 잡고 말한 적 있다. “대한민국 청소 노동자들이여, 이 땅에 희망은 있다. ? 민주노총이 있으니까.” 민주노총 많이들 가입해야 하는데 가입하는 게 쉽지 않다. 우리는 노조 만들자마자 두 달도 안 돼서 짝꿍층 없앴지, 5일 근무 됐지, 왁스작업 안 하지, 가글운반수당 못 받은 거 돌려받았지. 단협은 아직 못 맺었지만 이미 쟁취한 게 정말 많다.

 

돈보다 인간 대접이 우선이다. 돈 몇 푼 안 받아도 되는데 인간답게 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노동가요가 정말 좋다. 처음에 노동가요 들으며 엄청 울었다. 가사가 그렇게 절절할 수가 없다. 가족들도 많이 응원하고 도와준다. 남편이 귀촌해서 떨어져 산다. 전에는 매주 갔는데 요즘 노조활동 하느라 바빠서 몇 달에 한 번 본다. 노조에 완전히 빠졌다. 진짜 좋다.

 

나이 드신 분들이 일도 하고 노조활동 하는 게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젊은 사람들이 좀 이기적이다. 야간에 젊은 사람 몇 있는데, 노조 함께하자고 하면 우린 젊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며 관심 안 갖는다.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젊은 사람들이 그런 이기적인 것 내려놓고 주위를 돌아보고 좋은 환경 만들었으면 좋겠다. 내가 젊다면 여기 노조 만들고 다른 데 또 취직해서 노조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힘닿는 데까지 누가 요청하면 달려가서 돕고 싶다. 노조는 필수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래를 보면서 함께 가야 한다. 나눔이 좋은 건데 이기적이다. 젊은 사람들이, 내 자식부터도 우리랑 다르다.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 우리도 교육시킬 때 자녀에게 맞고 들어오면 왜 맞아, 때리고 와 그렇게 했을 거다. 우리 세대는 어려서 사랑 많이 못 받고 교육도 충분히 못 받다 보니까 자녀들에게 알게 모르게 대물림한 것도 있을 거다. 청소 노동자는 비정규직 축에도 못 든다. 노무자다. 젊은 세대만큼은 빈부격차가 극심하지 않게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그런 사람 보듬어 안고 더불어 잘 사는 사회 만들어야 한다.

 

분회장님이 사랑하는 민주노총이 요즘 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규직의 양보로 사회연대기금 조성해 비정규직 등을 돕겠다며 정부, 기업과 손잡으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한다. 비정규직을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조합원을 배신하는 것. 투쟁하는 비정규직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노조에 흠뻑 젖어서 사랑만 받았지 어떤 게 바람직한 방향인지까지는 생각 못해봤다.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 이해가 잘 안 가더라. 우리 비정규직이 거지냐? 불쌍하니 도와주겠다 이건 아니다. 자존심의 문제다.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가 노조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배운다. 민주노총 소식도 조합원들에게 보내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려고 노력한다.

 

<가자! 노동해방>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청소 노동자, 비정규직에 대해서 언론에 나오면 저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관심 많이 가져 달라. <가자! 노동해방> 구독도 많이 해주고, 엘지트윈타워 청소 노동자 투쟁 소식도 여기저기 많이 알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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