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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번역] 현실 속의 사회주의 페미니즘: 아르헨티나 <빵과 장미>의 경험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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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7,366회 2018-04-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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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를 벌이는 <빵과 장미> 회원들


아래 글은 프란체스카 고메스(Francesca Gomes)2017915일자 <레프트보이스(Left Voice)> 기사를 옮긴 것이다. <빵과 장미(Pan y Rosas)>는 스페인과 남미 몇몇 나라에서 성장하고 있는 사회주의 여성단체다. 이 글에선 여성억압에 맞선 투쟁을 노동자투쟁과 연결함으로써 노동자계급 전체의 힘을 증대시키는 길을 모색하는 아르헨티나 사례를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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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집단을 겨냥한 특정한 억압에 맞서 싸우면서 동시에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위해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이는 좌파에게 오랫동안 곤란한 문제였다. 사회주의자들은 계급환원론자라고 고발당했고, 흔히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회주의적 좌파는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혐오, 트랜스젠더혐오, 장애인차별, 나이차별 등 사람들이 억압당하는 각각의 방식에 대해 충분하게 분석해야 한다. 억압에 맞선 투쟁, 그리고 이윤을 위해 만들어낸 분열을 이용해 여러 사회적 억압을 만들고 지속시키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투쟁에 노동자계급을 끌어모으고 단결시키는 건 사회주의자들에게 중대한 과제다.

 

<빵과 장미>는 아르헨티나 사회주의노동자당(PTS) 투사들이 이끄는 단체이지만, 많은 수의 개별 활동가들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사회주의노동자당의 헌신이 어우러지고, 여성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직적 방법이 결부된다. <빵과 장미>를 만든 사람들은 전투적인 사회주의 여성들이었는데, 이들은 이 고통스런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내야만 전 세계 여성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성차별을 끝장낼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기반으로 했다.” 창립회원들이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조직은 전략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실천계획은 없이 그저 토론하다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여성단체를 원하지 않았다. 전략의 필요성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성공으로 가는 중요한 방법을 보여줬다.

 

현재 이 단체는 스페인과 더불어 남미의 몇몇 나라에서 성장하고 있다. 덕분에 <빵과 장미 선언>이 최근 영어와 또 다른 네 개의 언어로 번역됐다. 아르헨티나만 해도 지금 3,500명의 회원이 있고, 해마다 60,000명 이상 모이는 아르헨티나 전국여성대회에 참가하는 <빵과 장미> 참가단(회원들과 지지자들)5,000명까지 늘어났다.

 

여성 노동자의 시각으로


아르헨티나를 찾은 <레프트보이스> 방문단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빵과 장미> 회원들을 만났다. 어느 날 밤 진행된 <빵과 장미>의 전략에 대한 토론은 여성억압이 본질적으로 모든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결합돼 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게 해줬다. “우리 중 한 사람만 다쳐도 그것은 모두의 상처다라는 원칙이 있지만, 객관적 현실에선 성차별까지도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기 위해 자본가체제가 사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인종차별, 동성애혐오, 그 밖의 억압체계들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성정체성에 따라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진다고 모든 노동자들이 믿게 만들려고 한다.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의 이해관계에 맞서 단결해 싸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날 모임에는 다양한 직업의 여성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식품산업 노동자, 전화국 노동자, 교사, 교수, 병원 노동자, 학생회 대표, 아르헨티나 의회에서 일하는 행정직 노동자 등이 왔고, 공장폐쇄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펩시코 공장 노동자들이 지난달 공장점거 중에 벌어진 경찰의 폭력적인 탄압에도 불구하고 참석했다.

 

한 공장 노동자는 현장투쟁과 결합한 페미니즘(남녀평등) 사상이 자본주의에 맞서는 강력한 힘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공장 문 앞에서 <빵과 장미> 창립자인 안드레아 다트리를 어떻게 만났는지를, 그리고 토론을 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이 하나의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면, 사회도 운영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과정을 묘사했다.

 

대중투쟁 속에서 성장하는 운동


펩시코 투쟁은 여성 노동자들이 전투적인 요구를 앞세우고 그들의 모든 동료 노동자들을 투쟁에 참여시킴으로써 단결을 강화시킨, 아마도 현 시기의 가장 중요한 사례일 것이다. 펩시코 여성 노동자들은 공장점거 몇 년 전, 공장이 문을 닫게 될지 아무도 몰랐을 때부터, 여성 살해와 성차별적 억압을 끝내기 위한 요구 아래 단결해야 할 필요성에 관한 토론에 남녀 동료 노동자들을 어떻게 참여시켰는지 설명해줬다. 이러한 단결의 최초의 표현들은 여성 살해에 반대하거나 출산휴가 확대에 찬성하는 연대의 인증샷 찍기처럼 소박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교류가 신뢰, 정치적인 토론, 이해를 증진시켰고, 마침내 이 노동자들이 함께 뭉쳐 그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폐업한 공장을 점거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이 결정이 곧 경찰의 폭력과 맞부딪히는 걸 뜻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말이다.

 

펩시코 투쟁이 시작하기 오래 전에, 2001년의 금융위기 동안 벌어진 많은 공장점거를 포함해 다른 공장들에서도 반격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브루크만 섬유공장에서 일어났다. 다수가 여성이었던 그곳 노동자들은 경찰의 진압과 대결했다. 이 투쟁은 <빵과 장미>가 탄생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그것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토론에 참여하도록 노동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한 논의를 사회주의노동자당 내에서 불러일으켰다. 우리에게 여성의 권리란, 사회주의를 통한 노동자들의 집단적 해방을 위한 투쟁의 일부였다.

 

<빵과 장미>는 바로 이 시기에 벌어진 공장점거, 대중총회와 나란히 진행된 토론들 속에서 태어났다.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탈신자유주의 정부가 여성운동을 끌어들이려 했던 동안에도 키르치네르는 낙태 합법화에 반대했다. 이 시기 정부의 탈신자유주의란, 지속적인 긴축과 자본주의 성장을 꾀하면서 말로만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고, 제국주의에 반대하며, 또 다른 다양한 진보적 조치들을 지지하는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이런 행태는, 경기호황과 맞물리면서 사회적 억압에 맞선 여성들의 조직화를 일시적으로 가로막는 효과를 냈다.

 

그럼에도, 키르치네르의 임기가 끝나갈 무렵 한 명도 더 잃은 순 없다”(Ni Una Menos) 운동이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났다(그 뒤에는 브라질과 남미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 이는 엄청난 숫자의 남성우월주의적 여성 살해, 그리고 여성을 겨냥한 폭력의 증가로 이어지는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대해 정부가 실질적으로 대처하기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키르치네르 통치 시기의 신자유주의 방책들이 바로 노동자들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계급이 조직돼야 할 필요성을 점점 더 분명하게 만들어줬다.

 

진정한 단결을 위한 길


억압에 맞선 조직화에서 가장 어려운 측면은 노동자 부문 간의 차이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단결된 방식으로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을 한다는 게 노동자계급 내의 특정 집단이 직면한 특정 억압에 맞선 투쟁을 회피하거나, 일부 노동자들의 편견과 퇴행적 사고에 맞서기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계급이 이러한 억압체계를 받아들여 왔다는 걸 수긍하면서, <빵과 장미> 회원들과의 대화는 자본주의의 압제에 맞선 투쟁에서 진정한 단결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수적인 내부 투쟁의 역할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그 사례로서, <빵과 장미>의 한 회원이 지금 노동자가 관리하는 마디그라프(MadyGraf) 인쇄소에서의 투쟁을 설명해줬다. 노동자들의 공장점거가 이뤄지기 전 그곳에선, 사장들이 남성 노동자만 고용하겠다는 정책을 강요했다. 노동자 중의 한 사람이 성전환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자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자로 변장하고 일하러 가려 했다. 그녀의 정체가 탄로났을 때, 노동자들 사이에서 트랜스젠더혐오와 성차별이 일어났다. 그 때 현장의 사회주의 노동자들이 이러한 편견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전투적으로 맞서 싸웠고, 그녀의 권리를 옹호했다. 결국엔 노동자들을 설득해 파업을 조직했고, 별도의 여성 화장실도 요구했다. 이 투쟁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도 성장했다.

 

여성들이 함께 투쟁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기 위해, 그리고 남성들이 여성억압에 맞서 투쟁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기 위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균열을 넘어 승리를 거둔 고무적인 이야기들이다. 이는 노동자계급 전체가 성차별에 맞서 단결투쟁에 나서야 할 필요성과, 그런 투쟁의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이러한 성취는 <빵과 장미>의 여성 노동자들이 지닌 용기가 낳은 결과다. 그들은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에서 떼놓을 수 없는 일부로서 여성의 권리를 지치지 않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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