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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톨게이트 노동자 이야기마당은 특별했다” - ‘우리가 옳다’ 톨게이트 노동자들과의 이야기마당에 함께 한 동지들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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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조회 5,507회 2020-06-1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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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마당을 마치고 톨게이트 동지들과 함께

 

 

편집자 주     66일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함께 이야기마당을 진행했습니다. (관련 영상) 그 자리에 참여했던 몇 분에게 후기를 부탁드렸고, 진솔한 마음이 담긴 후기를 전달받았습니다. 후기를 보내주신 분들은 다른 이야기마당이나 북콘서트에서 쉽사리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또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이 갖고 있는 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민주노조운동을 이끌어갈 골리앗처럼 대단해 보였다

강건  성공회대 노동자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가시

 

투쟁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만나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투쟁의 국면 국면을 설명하면서 그 안에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책이나 언론, 선전물에서 듣거나 보지 못했던 새로운 톨게이트 투쟁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보통 북콘서트나 책에 관한 간담회를 진행하면 책의 저자가 주인공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옳다! 이야기마당>은 많이 달랐던 것 같다. 단순히 책을 쓴 이용덕 동지가 주인공이 되지 않고 투쟁의 주인공이었던 톨게이트 노동자들, 그리고 연대했던 노동자들이 주인공이 돼 더욱 생생한 투쟁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자의 생각이나 평가, 감정은 책에도 이미 많이 드러나 있었으니까.

 

원래 <우리가 옳다>를 읽고 가야 마땅했지만, 나는 이야기마당에 참여한 후에 책을 읽었다. 이야기마당에서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책을 읽으니 두 배로 감동적이고 의미가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민주노조운동이 톨게이트 투쟁에 큰 빚을 졌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만나고 학교에서 투쟁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어갔다는 점에서 이런 평가에 100% 동의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투쟁 이야기를 듣고 보니, 민주노조운동이 톨게이트 투쟁에 빚을 진 수준이 아니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작년 한 해의 민주노조운동을 이끌어왔고, 어쩌면 앞으로도 민주노조운동을 이끌어갈 골리앗처럼 대단해 보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평범한 이유로 시작한 투쟁이 세상을 바꿔내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노동운동의 법칙을 실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큰 힘과 희망을 얻었다. 톨게이트 동지들, 노해투 동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밤하늘 빛나는 별처럼 그 소중한 이야기가 내가 걷는 길을 비추어주길 - 여기 현장이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과의 이야기 마당을 다녀오며

은성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야기마당 후기라니, 처음에는 내가 이 글을 쓸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끄럽지만, 톨게이트 소식을 계속 접하면서도, 투쟁 현장에 그 흔한 연대방문 한 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대법원이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는 한국도로공사 직원이다라는 판결이 내렸을 때도 나는 마냥 법률가스럽게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판결문을 보고 그 의의를 기리며 감탄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후기 작성을 거절하려다가, 좀 더 마음을 가다듬어 지난 나의 무관심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행사 시작 전에 넉넉히 도착했음에도 교육장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도로공사와 민주당의 비열한 술책에 투쟁이 길어지고, ‘시험 쳐서 정규직으로 들어와라라는 능력주의 신화가 점령한 여론의 비난에도 우리가 옳았음을 의심하지 않고, 몸으로 연대하며 정당함을 증명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야기마당이 시작도 하기 전에 교육장의 열기는 이미 뜨거웠다.

 

이야기마당에선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됐지만 지루하거나 늘어지지 않았던 것은 지난 7개월이 많은 가치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톨게이트 투쟁은 사람이윤과의 끝나지 않는 투쟁이자, ‘노동자들이 한데 뭉쳐 자본에 저항한 역사이며,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의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외침이었다. 이렇게 귀한 이야기들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듣고 있으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들은 이 시대의 노동운동이 가야 할 방향을 직접 제시하고 증명해내었다.

 

그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한 조합원 분의 이야기가 귀에 계속 맴돈다. 자회사에 가면 정년도 연장해주고 임금도 올려준다는 관리자의 솔깃한 말에, 그런 제안 필요 없다고 바로 거절하며 단결과 연대를 지켜낸 이야기, 직접고용된 후 출근 한 번 못해보고 정년퇴직하게 됐지만, 이를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다는 이야기. 밤하늘 빛나는 별처럼 그 소중한 이야기가 앞으로 내가 걷는 길을 계속해서 비추어줬으면 한다.

 

여러 사정으로 현장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부족한 이 후기를 통해 톨게이트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이 전해지길 바라며.

 

 

나를 으로 들어오게 해준 톨게이트 노동자 이야기마당

나수빈  만년설: 숙명여대 노동자와 연대하는 만 명의 눈송이

 

언론에서 노동자투쟁, 노동조합투쟁은 언제나 부정적인 것처럼 묘사된다. 그들의 투쟁은 정상인의 삶을 불편하게 하고, ‘정상인의 돈을 빼앗아 가는 악당의 횡포 정도로 보도된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노동자의 떨리는 다리는 조명되지 않는다. 그저 그가 들고 있는 작은 무기만이 조명될 뿐이다. 언론과 사회가 만든 노동자의 전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분노하는 나 역시도, ‘노동자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그 악의적인 보도의 산물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본능적으로 떠올린 부정적인 이미지를 애써 부정하고, “노동자는-우리의-미래-우리가-연대해야-하는-존재다.”와 같은 말을 기계적으로 수십 번 되뇌인 후에야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래 청년들에 비해 노동자를 만날 기회가 많았던 나도 이러한데, 평소 노동자와 만날 기회가 없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비판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톨게이트 노동자와의 이야기마당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바로 노동자와 만나는 것이다. 노동자와 대화하고 그들의 삶을 왜곡 없이 직시해야 한다.

 

얼마 전 이게 마지막이야라는 제목의 연극을 본 적 있다. 편의점에서 노동하는 중년 여성이 여러 노동자와의 관계 안에서 자기가 처한 노동환경의 부당함을 자각하고 끝내 자본가에게 저항하는 내용의 극이었다. 거기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들어오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요. 바깥에서는 알 수가 없어요.”

 

나는 이 대사를 듣고 이것이 바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에서만 외쳐 봐야 들리지 않는다. 그들을 안으로 데려오는 것이 노동자, 노동조합이 해야 하는 일이다.

 

내게 톨게이트 노동자 이야기마당은 다른 간담회보다 훨씬 특별했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엘리트 지식인이 투쟁을 설명하고 가르쳐주는 자리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자기의 입으로 자기 경험과 생각을 말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지식과 권위에 근거해 중요하지 않은 일을 쳐내지 않고, 모든 소중한 경험과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것은 그 어떤 엘리트의 연설보다 웅장했다.

 

이야기마당에 참여하기 전에, <우리가 옳다>를 읽기 전에, 나는 그들의 바깥에 있었다. 내게 동지들의 외침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으로 들어온 지금, 나는 동지들과 영원히 연대할 것을 다짐한다. 나는 톨게이트 투쟁 현장에 연대방문을 간 적이 없다. 부끄럽지만 시간이 있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랬다. 그 때 동지들과 함께하지 않았던 것이 너무나 부끄럽다. 그러나 이 감정은 부끄러움에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후회와 수치를 딛고 일어서서 다음번에는 꼭 연대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나를 으로 들어오게 해준 톨게이트 노동자 이야기마당에 감사하다.

 

한국에서 톨게이트 투쟁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여성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은 그 자체로 큰 화제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노동자 권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노동자 탄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혹은 둘 다 아닌 사람이든. 누구든 적어도 한 번은 톨게이트 투쟁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톨게이트 투쟁에 연대하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은 톨게이트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이기적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극의 대사를 인용해 말하고 싶다. 바깥에 있는 사람과 안에 있는 사람의 차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깥에 있는 사람을 안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그 답을 연대라고 말하고자 한다.

 

사람은 모두 이어져 있다. 어떤 법칙에 따르면,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의 모든 사람이 이어져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최대 6명의 지인만 거치면 미국의 트럼프와 내가 이웃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작 6,000만 명도 안 되는 한국에서는 훨씬 더 적은 다리로 모두를 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다단계의 법칙을 따라서, 내가 두 사람을 조직하고, 그 두 사람이 또 두 사람을 조직하는 방법을 채택하면 단 26(226제곱)만에 6,700만 명을 조직할 수 있다. 하지 않아서 못 한 것이다. 조금만 연대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모든 사람을 안으로 데려올 수 있다. 노동자의 삶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딱 26번만. 두 명을 조직하자. 그러면 한국의 모든 사람이 톨게이트 투쟁에 연대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피식 웃음이 나오는 그 시점이 중요하다. 그 웃음을 조금만 살려 한 번 해볼까?” 말해보자. 행동으로 옮겨 보자. 연대의 힘으로 투쟁을 성공시켜 보자. 밖에 있는 사람에게 공허한 외침으로 맞서지 말고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오자. 노동자와 만나고, 다른 동지를 조직하고, 끝내 모두를 으로 데리고 오자.

 

 

살기 위해 투쟁했는데 노동운동이 되었다

기민형  성공회대 노동자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가시

 

우리가 옳다톨게이트 노동자들과의 이야기마당, 물 흐르듯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톨게이트 노동자투쟁에 처음부터 결합했던 노해투() 이청우 동지가 사회를 보고, 노동자들이 말씀을 잘해주셔서 그런지 이야기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잘 진행됐다.

 

이야기마당 1부에서는 우리가 옳다지은이인 이용덕 동지가 말을 아꼈다. 사실 사회자가 이용덕 동지에게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다. 아마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얘기를 많이 듣기 위해서였을 거다. 2부부터 이용덕 동지가 얘기를 좀 했는데,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당한 수많은 성희롱, 성폭력을 책에 좀 더 담으려 했지만 그 얘길 많이 쓰면 책 내용이 좀 선정적일 수 있을 것 같아 거의 쓰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도로공사와 용역업체 관리자들이 얼마나 노동자들을 억압했는지, 여성 노동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으론 이용덕 동지가 책을 집필하면서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책을 쓰면서 지난 투쟁 과정을 하나하나 다시 마주해야 했던 점이 많이 힘들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동지의 노고가 느껴졌다.

 

톨게이트 노동자가 한 얘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우리는 살기 위해 투쟁했는데, 이 투쟁은 결국 비정규직 노동운동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이 말에서 노동자운동의 정당성이랄까, 내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운동이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구나 싶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외친 구호 우리가 옳다로 톨게이트 노동자들과의 이야기마당 소감을 마무리하고 싶다.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 투쟁!” 톨게이트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훈훈함과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 노동자가 옳다!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 톨게이트 투쟁, 마음을 다해 연대하고자 한다

장태린  만년설:숙명여대 노동자와 연대하는 만 명의 눈송이

 

소수자의 이야기는 직접기록하지 않으면 쉽게 왜곡되거나 지워지곤 한다. 중년-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특히 그렇다. 그들의 노동은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많은 사람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왜 투쟁하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외면했다. ‘시험도 보지 않은’, ‘반찬값이나 벌러 온여성들이 없어질 일자리를 두고 싸우는 행위라 칭했다.

 

<우리가 옳다!>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렇기에 소중하다. 그들이 투쟁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 성과, 의의뿐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한 갈등과 투쟁의 한계까지 가감 없이 담아냈기 때문이다.

 

투쟁에 함께했던 한 동지가 이렇게 말했다. 톨게이트 투쟁은, 순응과 포기로 점철된 인생에서 처음으로 직접결정한 선택이었다고. 그리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직접 보여줬다. 가려지고 밀려나 있었지만, 우리의 노동은 분명히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를 착취하고 차별하는 권력, 구조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불의에 맞서 싸울 것임을. 온전한 로써 살아 보겠다는 다짐, 그리고 우리가 옳다는 확신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였다.

 

한 사람의 시선과 생각에 균열이 발생할 때 그의 세계는 변화한다. 그 작은 변화가 모여 사회가 진보한다고 생각한다. 이 투쟁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의 세계를 흔들어 놓았고, 우리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이제 투쟁 2막이 남아 있다. 마음을 다해 연대하고자 한다.

 

 

또 한 번의 투쟁과 다짐

태형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1,500. 자회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의 숫자다. 군 복무 중 뉴스 한 자락으로 들려온 투쟁 소식은 사실 안도하기 충분했다. 1,500명의 노동자가 해고된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그 노동자들의 힘이 어디 비견할 데라도 있단 말인가. 그렇게 말랑한 마음으로 연이어 들려온 캐노피 투쟁, 본사 점거 뉴스를 내무반에서 들었다.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와는 다르게 투쟁은 쉬이 끝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내 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느라 곧 머릿속에서 희미해진 것(깊이 반성해야 함이 분명하다)이 사실이다. 다시금 투쟁을 접한 건 이제는 전역해 머리가 조금은 민간인다워졌을 때였다.

 

꾹꾹 눌러쓴 활자와 생생한 증언의 음성

 

희미해진 뉴스 속에서 투쟁의 증언을 들었던 것은 친구에게 선물 받은 이용덕 동지의 책 <우리가 옳다>를 통해서였다. 읽어내려갈수록 상기된 투쟁의 얼굴이 나의 얼굴에 전이돼 갔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고, 캐노피의 무더운 땡볕이 나에게도 쬐는 듯 후끈거렸다. 캐노피에 올라가기 전의 우동은 긴장감을 안겨주었고, 경찰의 무례한 태도에 분노하기도 했다. 이용덕 동지의 활자를 따라 나는 투쟁의 현장을 열었다가 덮었다.

 

책을 읽고서 현장에 있었던 동지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자, 노동해방투쟁연대()이 주관한 이야기마당으로 갔다. 함께 투쟁했던 백해정 동지, 김승화 동지, 김정인 동지, 백승호 동지, 차헌호 동지 그리고 이용덕 동지의 발언은 민주노총 교육장에 투쟁을 옮겨다 놓은 듯했다. 기억 속의 투쟁 기록을 듣고, 이어서 네 개의 조합이 연대한 시너지를 살펴봤다. 또한 여성 노동자로서의 이중고, 공정 이데올로기 같은 사회적 쟁점을 짚으며 우리가 옳다에 관한 저자의 말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들을 공유했다.

 

전해 들은 투쟁의 현장이지만, 실로 대단하다 생각했다. 투쟁은 손에 쥔 큰 칼을 보지 못한 채 사과 정도만 깎으려 하니 답답했다는 한 동지의 증언을 실감하게 했다. 거대한 자본과 무심한 정부도 철옹성 같지만, 그 앞에 선 동지들이야말로 큰 칼을 손아귀에 쥔 느낌이었다. 그건 다름 아니라 다른 조끼를 입었지만 비정규직 철폐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서 있었기 때문이고, “소망만큼의 투쟁이 없는상황에서도, “반드시 이겨야 할 싸움이라는 의지로 힘겹게, 그리고 힘차게 투쟁했기 때문일 것이다. 힘든 순간마다 서로가 함께 있지 못했다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서로를 다독였고, 더 이상 수단이 아닌 주체로서곧게 선 노동자의 결의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그 결과 본래의 업무를 되찾는 일, 다음의 투쟁을 위한 연대와 같은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조합원들은 시험 쳐서 들어오라는말 같지도 않은 공정 이데올로기에도 일과 가정의 이중고에도 구사대와 경찰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은 이런 것이란 말, “후회 없이 투쟁했다는 말을 남기며 또 하나의 지렛대로서의 투쟁을 일단락지었다.

 

또 한 번의 다짐

 

당장 노동자성보다는 피교육자로서의 성질을 더 짙게 띠는 학생이 노동 현장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에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는가, 또한 시혜적 지지나 시민적 연대가 아닌 노동자계급으로서의 연대는 불가능한 것인가 같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물론 잠재적인 노동자로서의 위치로 학생이 투쟁에 연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에 그친다면, 다수의 대학에서 벌어지는 무관심(본인은 화이트칼라로 노동할 것이니 대공장 및 현장 중심의 노동조합운동에 관심 가지지 않는 형태)이 팽배해질 우려가 있어 보인다. 계급적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이는 자칫 공감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진부하고 쳇바퀴 같은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동시에 항상 고민되는 지점이다.

 

톨게이트 노동자투쟁의 현장에 있지는 못했지만, 시간 내어 증언하신 많은 동지들 덕에 또 한 번의 다짐을 하게 된다. 이야기를 들으며 떠올린 고민과 단상들은 이제 또 다른 고민과 질문들을 무수히 피어나게 할 것이다. 이어지는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고, 어리고 미숙할지언정 회피하거나 물러나지 않고 답해볼 것이다. 무수한 위기 속에서도 위태롭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와 용기를 주는 주변 동지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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