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회

세월호 참사 4주기, 이 사회는 과연 바뀌었는가?

페이지 정보

이용덕 조회 5,374회 2018-04-16 12:46

본문

1375a988523bfdaa1368ab3131258f75_1523850385_0716.jpg
사진_뉴스1

 

4년 전 416, 한국사회는 슬픔과 분노로 뒤덮였다. 304명은 마지막까지 애타게 기다리다 너무나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는 자본주의의 총체적 현실을 가장 처절하고도 참혹한 방식으로 드러냈다. 청해진해운은 과적을 일삼았고,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배를 몰게 했다. 노동자들이 세월호의 복원력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자꾸 그런 소리 하면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세월호에 탑승했던 승무원 33명 중 19명은 비정규직이었다. 단기 아르바이트의 임금은 23일 동안 고작 117,000원이었다.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자본의 업무 대행자에 불과했다. 자본가의 이윤 획득을 돕기 위해 규제완화, 외주화, 민영화, 비정규직화, 안전비용 절감을 밀어붙였다. 이런 식으로 위험과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림으로써 사실상 수백 명을 학살했다. 언론은 쓰레기 기사를 쏟아냈다.

  

누구나 지적하듯이 세월호 참사는 하루아침에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었다. 그동안 일어나지 않은 게 우연이었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 체제의 모순, 억압, 착취, 비리 등이 켜켜이 쌓여 일어났다. 참사는 단지 박근혜 정부의 실패가 아니라 이 체제의 실패였다.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이 썩어빠진 사회를 뒤엎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4년이 지났다. 우리는 얼마나 전진했는가?

 

정권교체가 생명안전 사회를 만드는 답이라고?

 

문재인은 작년 4월 세월호 3주기 추모행사에 참가해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명안전 사회를 만드는 답은 정권교체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대통령이 됐다


물론 민주당이 뛰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세월호 수사권, 기소권도 야합하고 박근혜 탄핵에도 반대해 민중의 질타를 받았던 민주당 정부가 쉽게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극우세력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 촛불투쟁 국면에서 노동자운동과 다른 정치세력들이 민주당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 노동자운동이 촛불항쟁을 주도할 전망과 태세,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권교체는 생명안전사회의 답을 보여주었는가? 4주기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한 한 참가자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되뇌어야 했을까?

  

정권교체 이후에도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제천 화재참사 등 끔찍한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세월호를 닮은 이 사회의 수많은 공장과 사무실에서는 여전히 한 해 2,0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 328일 이마트 다산점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수리하던 21살 청년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3일 만에 이번에는 구로점에서 캐셔 노동자가 쓰러졌다. 이마트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결국 그 노동자는 숨졌다. 이마트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심지어 추모객들의 이동까지 폭력적으로 가로막았다.

  

한국GM, 금호타이어, 현대중공업 등에서 자본가들은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퍼붓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본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GM 희망퇴직 노동자 세 명이 목숨을 끊었다. 또한 정부는 가난한 노동자 민중의 고통을 해결하기는커녕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으로 최저임금 인상조차 무력화하려 한다. 수백만 가난한 노동자 민중의 삶은 실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 이 야만의 한국사회는 OECD 국가 중에서 13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사회다. 이런데도 정권교체가 생명안전사회의 답이란 말인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위대한 노동자들

 

자신만 살기 위해 도망친 비겁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누구나 이들의 행위를 규탄한다. 그러나 자신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용기 있게 나선 위대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노동자 민중의 힘은 살아 있었다.

  

선장과 일부 선원은 도망갔지만 목숨을 걸고 승객들을 구조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승무원 고 박지영씨는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선원이 마지막이야라고 말하면서 자기 임무를 다했다. 사무장 양대홍씨도 지금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 은행통장에 돈이 있으니 큰아들 학비 내라고 말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였던 김초원, 이지혜씨를 비롯해 12명의 교사 노동자가 목숨을 바쳤다. 배에 타고 있던 배관설비 노동자가 수십 명을 구조했고, 인근의 어민들도 빠르게 달려와 많은 사람을 구했다. 민간 잠수사들도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색에 나섰다.

  

이것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노동자 민중의 힘과 잠재력이다. 바로 이것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피치 못할 사고 앞에서도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버팀목이다.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발언처럼, “한 사람의 힘으로, 정권의 힘으로우리 사회를 바꿀 순 없다.

 

만약 세월호 노동자들과 운송하역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고발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현장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실제로 주어졌더라면,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면 참사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목숨을 바친 노동자들은 더 나은 사장, 더 나은 대통령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가 작업장과 사회를 통제하고 운영해야 할 정당한 이유를 분명히 보여줬다. 사회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진정한 주체는 바로 노동자들이라는 점을 목숨을 바쳐 증명했다.

  

피할 수 없는 질문

 

지금의 노동조합과 노동자운동은 누구의 모습을 따르고 있는가? 도망친 선장과 일부 선원의 모습인가, 아니면 승객들을 살리기 위해 헌신했던 선원들의 모습인가?

 

위험하고 고된 일을 비정규직에게 떠넘기고,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통에 눈감는 노동자는 누구를 따르고 있는가? 침몰하는 자본주의 호에서, 실업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외면하는 노동자운동은 과연 누구의 모습인가? 정규직만의, 자기 사업장만의 편협한 이해에 매달리고, 노동자계급 전체를 위한 투쟁에 나서지 않는 노동자운동은 과연 누구의 모습인가?

 

노동자들은 단지 위험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불쌍한 존재가 아니다. 과적과 부실검사와 허술한 결박과 무리한 운행을 막을 수 있는 당당한 주체다. 해고, 청년실업, 비정규직 제도, 저임금, 산재, 극심한 불평등, 전쟁 위협을 해결할 수 있는 당당한 주체다. 그래서 노동자 민중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계급이다. 우리는 목숨을 바친 세월호의 노동자들을 따라 이 사회적 책임성을 발휘하고 있는가?

 

결코 끝날 수 없는 세월호 투쟁

 

문재인 정부의 추모와 다짐은 위선으로 점철돼 있다. 하다못해 문재인은 새 정부 들어 특조위를 다시 하겠다고 했지만, 2기 특조위 역시 1기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1기 특조위 내내 활동 방해에 앞장섰던 황전원이 그대로 버티고 있다. 4주기 추모문화제에 첫 발언자로 나선 박원순 시장은 더 나은 내일을 만들자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불과 며칠 전 그 서울시장 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두 차례나 경찰 폭력에 뜯겨져 나갔다. 우리는 저들의 위선적인 추모와 다짐에 속지 말고 세월호 투쟁을 계속 이어가야만 한다.

  

그 세월호 투쟁이란 진실 규명과 함께 바로 민주노조 건설, 작업중지권 쟁취,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과 연대다. 나아가 자본주의 호에서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잠재력을 꽃피워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인간답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운영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진정한 약속이라 믿는다.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