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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정부가 누구 편인지 절감하는 순간이다” - 6.10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입법 촉구 결의대회의 발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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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자서울성모병원 노동자 조회 5,407회 2020-06-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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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 33주년,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여의도 거리로 나왔다. 폭염에 마스크를 쓰고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위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4천여 명의 노동자. 금속, 건설, 공공(공항·항공 노동자)은 여의도 곳곳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한자리에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입법 촉구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의 이름을 부르며, 그 어느 집회 때보다 절절하고 힘찬 목소리로 발언했다.

 

자신이 일하던 크레인에 묶어둔 노란 세월호 추모리본이 정작 자기 것이 돼버린 스물여섯 살 청년 노동자 김재순. 사업주도, 경찰과 검찰도 말끝마다 본인과실이라고 한다. 사고 나기 불과 몇 개월 전 검사기관이 정기안전검사를 했다. 그럼에도 사고 당시 해당설비는 최소한의 방호조치나 안전조치가 전혀 없었다. 2014년 같은 회사에서 다른 노동자가 옆 기계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과태료 몇 푼 물리고 일을 마무리했다. 6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

 

얼마 전 현중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이어 죽어나갔다. 노동조합에서 더 철저하게 진상규명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노동청 산업안전 감독관은 이를 무시하고 철수했다. 다음날 사망사고가 또 일어났다. 이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십 년 전이나 이십 년 전이나 1인당 GDP 3만 달러가 넘고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는 지금까지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나 전국 6천 개에 이르는 생활폐기물 재활용하는 영세업체나,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가리지 않고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내가 일하는 사업장 안전보건 열심히 한다고 노안 간부들 교육도 다닌다. 그러나 정녕 함께 일하고 있는 공단의 영세사업장 노동자가 이토록 무참하게 죽어나간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소위 노동운동 한답시고 간부 명찰 달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정말 쪽팔렸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책임자 반드시 구속시킬 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도록 선두에서 투쟁하겠다.”

 

광주광역시 민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여덟 명 모두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동지들, 민주당이 어떤 놈들인가? 귤 농사를 지어도 민주당이 지으면 탱자가 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실질적으로 중대재해를 줄이는 획기적인 법안이 될지, 아니면 사업주들에게 면죄부만 주는 그런 형식에 그칠지는 우리 투쟁에 달려 있다.” (금속노조 광전지부 정준현 지부장)

 

스물여섯 살 내 동생 태규는 불법운행 엘리베이터에서 안전장비 없이 일하다 추락사했다.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용역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5월에 반쪽짜리 1심 재판이 있었다. 검찰구형이 양형기준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시공사, 대표법인 벌금 천만 원, 현장차장, 소장, 각각 징역 10, 징역 1. 이게 말이 되나? 다가오는 선고공판 기일이 두렵기만 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집행유예라는 면죄부밖에 더 주겠나? 이 모양 이 꼴이니 불법다단계 하청구조인 꼬리 자르기와 책임 떠넘기기, 사측의 조직적 은폐가 난무하는 것이다.”

 

편법으로 가장 위험한 곳에서 일시키다가 사고 나니 그때는 법 따지는데, 사람이 죽어도 기업에게 적용되는 법은 없다는 게 울화통 터진다. 이 나라 정부가 누구 편인지 절감하는 순간이다. 기업은 잠깐만의 시간을 잃고 벌금 몇 푼 내고 끝나는데, 기업이 돈을 들여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 이유는 전혀 없다.”


기업들에게 묻고 싶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목숨 값 저울질하며 부려먹고 죽고 나면 가장 싼값으로 처리할 방법을 궁리하는 당신들이 정말 사람인가? 기업들은 노동자를 가족이라 말하는데 누가 가족을 비정규직으로 뽑아서 함부로 부리다 개죽음당하게 만드는가? 기업의 탈을 쓰고 법망 뒤에서 모든 죽음을 노동자 잘못으로 몰아가는 이 현실을 개탄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는 그날까지 싸우겠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

 

연간 180만 명 남짓 고용돼서 일한다는 건설현장에, 모든 산업 중에서 가장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한익스프레스 이천 산재를 보라. 우리 건설노조는, 10년 전 이천참사에서 40명이 죽었던 것과 똑같은 사고, 그리고 20년 전 부산 냉동창고 현장에서 20여 명이 죽은 똑같은 사고가 앞으로 10년 뒤에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서른여덟 명의 목숨 값으로 우리 건설 노동자들, 그 죽음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겠기에,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만들어내겠다고 결의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건설노조가 가장 앞장서서 온 힘을 다해서 그 투쟁 함께하겠다. 건설노조는 74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전 조합원이 총파업 상경투쟁을 결의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반드시 만들어내는, 쟁취하는 투쟁을 결의했다.” (건설노조 이영철 위원장)


짧고 굵게 본집회를 마치고 행진한 뒤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마무리집회를 열었다.

 

김재순, 김용균, 김태규, 이민호, 이한별. 우리 자식 같고 생떼 같은 노동자들을 보냈다. 오늘도 또 내일도 두 명, 세 명이 떨어져서, 끼어서, 질식해서, 잘려서 죽고 있고 죽어갈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죽지 않을 권리,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구호다. 노동하다 죽지 않을 권리, 노예시대에나 있을 법한 이 비참한 구호를 21세기 이 자리에서 죄를 짓지 않은, 행복하게 살 권리를 외쳐야 할 우리 노동자들이 외치는 현실이 비통할 뿐이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 즉각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 모든 노동자가, 노동하다 죽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행복하게 살 권리를 외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 그동안 민주당은 법을 제정하고 싶어도 의석이 부족해서 하지 못한다고 그랬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177석이라고 하는 압도적 의석을 줬다. 내일이라도 마음 먹으면 바로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가겠다.”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 송경용 신부)

 

떨어져서, 압착돼서, 감전돼서 자신의 일터에서 삶과 죽음이 갈라지는 게 순간이었다. 솜방망이 처벌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기업의 실질적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 이상 죽음의 행렬은 계속된다. 한 해 2,400명이 산재로 사망하고 하루 7명이 퇴근하지 못하는 이 비극을 2020년에 반드시 멈추자고 하는 결의와 각오를 다져가고 있다문재인, 임기 내 산재사망 절반 줄이겠다고 했다. 임기 절반 넘은 지 한참 됐다. 그러나 산재사망의 하한형 삭제했을 뿐 아니라, 고용노동부는 국가인권위의 위험의 외주화 금지 권고조차 거부한다. 중대재해 기업주 처벌했다면, 징벌적 배상 철저히 했다면 이천 한익스프레스 노동자가, 2012년 이천 건설 노동자가 우리 곁을 떠났겠나.”

 

나는 다음주 17일 확정돼 있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포함한 전태일3법이 이번 국회에서 가장 먼저 제정되고 입법해서 완성해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고 그 진행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를 해나갈 것을 강력히 요구하겠다. 죽지 않도록,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민주노총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투쟁에 모두 함께해 달라. 민주노총이 선봉에서 힘차게 싸우겠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상징의식으로 위험의 외주화’, ‘솜방망이 처벌이 적힌 얼음덩이를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붉은 투쟁리본이 묶인 망치로 얼음덩이를 끝까지, 악착같이 깨부수는 한 사람, 고 이한빛 PD 아버님이었다.

 

귤 농사를 지어도 민주당이 지으면 탱자가 된다던 집회 발언처럼, 노동하다 죽지 않을 권리 쟁취, 안전한 노동현장 쟁취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집권당 원내대표를 독대해서 촉구하고 강력히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더 많은 현장에서 더 많은 노동자가 행복하게 살 권리를 위해 단결하고 투쟁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날의 상징의식이 보여주듯이 노동자 단결투쟁의 쇠망치만이 저 탐욕스런 자본의 견고한 철옹성을 깨부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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