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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래차를 만든다고 노동자가 쫓겨나야 하나?” - 1공장 전기차 전용라인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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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522회 2020-06-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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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발 자본주의 경제위기 공세는 모든 노동자, 민중의 삶을 들쑤시고 있다. 하루에 수천 명씩 죽고, 가난한 이들은 질병보다 두려운 배고픔에 시달린다. 그런데 64, 딴 세상 같은 기사를 봤다. ‘현대차 105층 건물서 자동차 날까 정부, 길 터준다’(<한국경제신문>) 옛 한전 부지에 짓는 현대차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조감도 사진과 플라잉카라 불리는 도심항공기가 날아다니는 사진이 실려있었다.

 

자본가들이 너도나도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공사비용이 드는 GBC건물 착공계를 낸 것도 이상한데, 2025년 플라잉카를 날아다니게 한다? 현대차가 사내유보금을 확 풀 작정인가? 게다가 전기차도 비싼데 그보다 더 비싼 플라잉카(비행차량)는 누가 살까?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자동차산업 위기

 

최근 현대차의 실적은 국내를 제외하고 매우 저조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글로벌 자동차공장들은 팽팽 돌아가던 한국 공장과 달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록다운(이동제한) 조치에 따라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판매 딜러망도 같이 멈췄다. 그에 따라 모든 국가의 자동차 판매량은 세계경제와 함께 곤두박질쳤다. 오히려 한국이 사업장을 멈추지 않아 내수판매가 어느 정도 유지된 게 자동차분야의 특이한 통계수치다.

 

4월 중국 공장을 시작으로 전반적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판매 회복은 요원하다. 감염병으로 목숨이 걱정인 상황에서, 특별한 경우를 빼곤 사람들에게 차량구매는 급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가난한 노동자, 민중이 더 가난으로 내몰리고 있으니 앞으로 차량 판매량 회복은 어렵다. 324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9,300만 대보다 1,000만 대 이상 급감해 8,000만 대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자본의 전략, 구조조정 경쟁

 

자동차 자본들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표준’(New Normal After Corona)를 내걸고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경제위기를 타개하려 분주하다. 코로나19발 위기가 마치 신이 준 기회인 양 앞다투어 새로운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동시에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위주로 미래차 먹거리를 향해 경쟁하고 있다. (미래차 핵심 4가지: 셰어링: 공유가 아닌 대여경제, 커넥티드: 자동차와 주행환경 요소들을 연결, 전기차: 동력 배터리와 모터, 자율주행차: 사람이 아닌 차량 컴퓨터가 운전)

 

GM, 르노, 닛산, BMW, 포드, 테슬라, FCA(피아트크라이슬러), 재규어랜드로버, PSA(푸조시트로엥), 혼다, 다임러와 한국지엠, 쌍용차 그리고 부품사까지 감안하면 세계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대규모 휴직에서 대규모 실직으로 이어지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공격에 직면했다.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 팬데믹조차 자본은 이윤을 위한 생산의 비책으로 활용하며 노동자를 철저히 유린하고 있다. 자동차 자본가들은 과잉생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모조리 전가해 미래차 상품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이윤율을 만회하려 한다.

 

이러한 자본의 공격이 노동자의 면역력으론 도저히 방어할 수 없는 바이러스인가? 물론 아니다. 아직 작지만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자동차 노동자들의 저항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에선 자동차산업 비정규직 노동자와 한국지엠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한 전기차 생산을 앞둔 울산1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현대차 2025전략과 2021

 

현대차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대표주자로 미래차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규제완화 약속을 등에 업고 대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 자본은 코로나19 전부터 가속화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작년 12‘2025전략을 냈다. 2018년부터 5년간 345,000억 원에 이르는 대대적 원가절감과 미래차로의 전환 전략이다. 2025년까지 전동화 모델을 44종까지 늘린다고 한다.

 

올해는 작년 59,000억 원 원가절감 규모에서 101,000억 원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계획했다. 그리고 일부 차종의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기존 플랫폼에서 생산하던 방식에서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생산설비(E-GMP)를 울산공장 1공장 12라인에 도입해 전기차(NE)를 생산하는 게 대표적 사업이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자본의 행보는 변함없다. 3월 현대차그룹사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트렌드 변화보고서 기사를 보면 현대차의 중점사업은 대여형 서비스 주력’, ‘커넥티드카 강화’, ‘전기차 집중 투자’, ‘판매 비대면 온라인화’, ‘스마트팩토리. 골자는 미래차를 수단으로 상당수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자본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보복소비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근로기준법조차 무력화하는 주60시간 특별연장근로시간 허가를 추진했다. 지금은 자동차산업 자본가들과 그들의 교섭단체 등을 통해 아예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법제도의 후퇴를 밀고 있다.

 

자본의 모든 구상이 실제 적용되는 생산현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공세는 속도를 높였다. 현대차 자본은 어용집행부가 집권한 이번 기회에 노사협조주의로 민주노조 깃발을 확실히 꺾을 태세다. 어용세력을 통해 자본의 이데올로기 강화, 노사합의(단체협약) 후퇴, 민주노조 저항세력 고립, 해고자 복직요구 거부, 현장투쟁 무력화를 꾀하고 있다. 임금·단체협상이 7월로 미뤄진 상황에서 각 공장별로 외주화, 모듈화, 자동화, 편성효율 상승, 현장통제 등을 퍼붓고 있다.

 

특히 자본은 미래차 재편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간절한 소망을 전제로 노사상층의 다양한 위원회를 두고 임금, 고용, 노동일에 관한 실질적 구조조정 방책을 만들고 있다. 더 적은 인원으로 생산하고(정년퇴직자와 사내하청자리 공정축소, 모듈화·자동화·외주화, 미래차 공정축소), 자본이 원하는 차종, 원하는 방식, 원하는 시기에 노동자들이 생산하고(신차 적기생산, 전환배치, 노사상층 생산협의, 편성가동률 향상, 유연생산체계), 스스로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품질, 기초질서지키기, 인사제도) 생산현장을 주무르려 합의서를 받아냈고, 또 합의서 초안을 적고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전기차 전용플랫폼을 처음으로 도입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1공장 투쟁이 놓여있다.

 

첫 전기차 전용플랫폼 12라인, 고강도 구조조정의 접점

 

최근 코로나19발 위기의 노사상생과 품질확보를 강조해오던 현대차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전기차·수소차 작업공수가 60에서 70까지 줄어드는 건 기정사실이다. 1공장 조합원 넘버2라인의 300명 정도를 다른 공정으로 전환배치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매일노동뉴스>와 이상수지부장 519일 인터뷰)

 

노동조합 지부장은 정의선의 말을 대신해주고 말았다. 미래차로의 전환의 핵심은 인력 구조조정이고, 그게 기정사실이라고! 첫 전기차플랫폼에서부터 정규직 300명 일자리를 줄이면, 비정규직은? 앞으로 깔릴 전기차 전용라인과 44개 전동차종은? 사람을 자르면 노동조건에 대한 구조조정은 당연히 따라간다. 이런 논리라면 이후 심화된 경제위기와 담보되지 않는 미래차의 수요도 일한 죄값으로 고스란히 노동자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되고 만다.

 

자본은 울산공장에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플랫폼(E-GMP)을 깔아 NE 전기차를 만드는 실질적 생산에 승부수를 띄우려 한다. 지부장 말대로 대규모 외주화와 인원감축, 전환배치를 노동강도 강화, 노동유연화와 나란히 추진하며 노동자의 저항 없이 또는 저항을 무력화해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첫 번째 케이스인 만큼 자본은 12라인을 전기차 전용생산 공격의 표본으로 삼으려 공세를 퍼부을 것이다. 그래야 머릿속에만 있는 미래차 구상을 현실에서 착취율 높이기로 혁신하는 터닝포인트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동자에게도, 쉽지는 않지만 기회다. 노동자는 자본이 깔아놓은 전제부터 수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왜 새로운 미래차를 만든다고 노동자가 쫓겨나야 하나? 특히 코로나19이윤을 위한 생산이 아닌 인류를 위한 생산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첫 미래차 생산플랫폼 구축에서 노동자가 상상하고 원하는 생산현장, 더 안전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구현된 현장을 새로운 시스템에서부터 적용하자는 기치로 나설 수 있다. 조합주의, 협조주의로 후퇴한 노동자운동을 전진시킬 터닝포인트로 삼아 노동자의 미래를 향한 계급적 투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코로나19 재난이 해고 재난이 된 수많은 자동차산업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는 데 전혀 다를 바 없는 성격이기도 하다.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책임

 

그동안 공개된 내용을 종합하면 자본은 81일 시작하는 첫 전기차 전용라인공사를 통해 생산인원을 상당히 줄일 작정이다. 우선 생산보조 로봇을 많이 배치해 자동화 비율을 높이고 공정 수를 축소할 계획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수가 적은 전기차의 특성으로 공정 수를 줄이려 한다. 올해 싱가포르에 착공하는 스마트팩토리의 수작업 최소화를 통한 생산성 유지방안을 상당히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직서열 부품 서열도 외주화가 예상된다. 거기에 돈이 없다며 방치했던 낡은 도장공장의 공사로 UPH 저하에 따른 도장, 의장 인력감축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427일부터 자본의 신차NE 공사설명회, 526일 상견례로 1공장 노사협의가 시작됐다. 공사설명회에서부터 노동조합 1공장사업부는 총고용 인력을 유지한다고 확답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으나, 자본은 비현실적인 요구라며 선을 그었다고 한다. 자본은 자신의 설계대로 공사를 마칠 때까지 버티려 할 것이다. 이후엔 NE 양산(20221월 예정) 전 협의에서 이미 공사한 걸 어쩌라고배째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노동자들도 전기차 전용라인을 판도라의 상자로 만들 생각이 없다. 사업부위원회는 총고용 보장일방적 외주화, 자동화, 모듈화 반대를 기조로 정하고 결의했다. 의장부 대의원회도 공정거리 확보 및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공사 요구’, ‘현 모듈유지와 신규모듈 사내유치 요구를 결정했다. 현장위원들도 선전물을 내 자동화, 모듈화, 외주화 등 전기차를 핑계로 한 인원 감축시도 절대 꿈도 꾸지 마라고 했다.

 

공동행동의 1공장 동지들은 이렇게 강조했다. ‘과거 많은 협의가 기조는 기조고 합의는 합의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전기차 전용라인도 전용플랫폼 전기차도 처음이다. 처음은 표준이 된다. 외주화, 모듈화, 자동화에 동의하면 이후 전기차 양산을 준비 중인 3공장, 5공장, 아산공장에 그대로 적용될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산업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지부 조합원 전체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 조합원이 직접 나서야 한다.’(1공장공동행동 20-3) 그리고 공사 전에 제대로 싸우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렇다. 바로 여기에 가능성이 있다. 말로만의 원하청 총고용 보장이 아닌 실질적 원하청 총고용 보장을 명확히 하고 싸우자는 목소리. 더불어 더 나은 작업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해 현장투쟁을 벌이자는 목소리. 1공장 원하청 노동자만이 아니라 전체 자동차산업 노동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투쟁을 받아 안는 목소리. 이러한 계급적 단결과 책임으로 싸우겠다는 의지에서부터 현장투쟁은 제대로 조직될 것이다.

 

비정규직지회 역시 이번 투쟁에 자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 동지들은 대부분 2차 하청 소속이다. 올해 자본은 2차 업체에서만 523개 공정을 삭제해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했다. 2차 하청 노동자도 불법파견이니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16년째 정부가 판단해도 자본의 공장 담벼락은 건재하다. 이제 자본은 노동자투쟁으로 지켜온 고용승계조차 무시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삭제’, ‘해고시키려 한다. 2차 하청 집단해고의 첫 단추다. 따라서 12라인 전기차 전용라인 투쟁은 비정규직지회의 직접적이고 절실한 투쟁이 아닐 수 없다. 1공장 2차 하청 노동자에 대한 정밀한 전수조사에서부터 조직화, 원하청 단결투쟁을 위한 지회의 결의, 투쟁계획을 서둘러 마련하고 현대차 진짜 사장에 맞선 외주화 저지투쟁에 총력을 기울이자. 정규직 노동자들과 단결투쟁에 최선을 다하자.

 

현대차 자본의 구조조정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건 오로지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그럴수록 자본에게는 계급적 저항의 싹을 자르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노사 모두에게 사활적인 접점인 만큼 이번 1공장 전기차 전용라인 투쟁에서 저들은 계급적 활동가들과 현장 노동자들을 분리하려 온갖 수작을 부릴 것이다. 가뜩이나 운동이 후퇴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계급적 투사들이 나서고, 평조합원들이 움직인다면, 그리고 공장 울타리를 넘어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전국의 투사들이 현대차 12라인 투쟁에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하고 힘을 보태 각 사업장 투쟁을 함께 연결한다면, 결코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현대차 1공장발 미래차형 투쟁의 전형을 만들기 위해 함께 분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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