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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당의 역사가 그려온 궤적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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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4,776회 2020-05-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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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 노동자좌파전선이 조직한 시위: 당 건설이란 계급투쟁의 전진과 함께 호흡할 때 비로소 제도적, 행정적 절차를 넘어서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편집자 주   앞의(“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이란 무엇인가?”)에 이어서, 국제적으로 사회주의당의 역사가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 간략하게 짚어보며 오늘날 당 건설운동의 핵심을 재조명한다.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의 정체성은 뛰어난 지도자의 머릿속에서 설계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자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의 오랜 역사적 실천의 용광로 속에서 제련된 것이다. 오늘날 사회주의 정당 건설운동은 세계 사회주의운동이 오랜 기간 피어린 실천 속에서 획득한 역사적 성과와 교훈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사회주의운동의 여명기: 1인터내셔널

 

1인터내셔널은 사회주의운동의 여명기를 반영했다. 1인터내셔널은 노동조합이나 혁명적 노동자 써클, 노동자 교육단체 등 모든 조류의 노동자운동을 하나로 포괄했다. 1인터내셔널을 주도했던 사회주의 지도자들은 노동자운동 자체의 발전을 통해 사회주의운동으로 도약하리라 기대했고, 그것을 목적의식적으로 추동했다.

 

그런데 자본주의체제가 발전하면서, 자본가계급은 정당이라는 형태로 자신을 정치적으로 고도로 조직하고 세력화했다. 노동자계급 또한 하나의 정당으로 조직해 자본가계급에 맞선 대중적 정치투쟁을 전개해야만 자본주의에 맞서고 새로운 사회를 향해 진격할 수 있었다. 사회주의정당을 통해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정치투쟁을 주도하면서 사회주의라는 확고한 대안을 제시하는 혁명적 참모부를 세워내야 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주의자들이나 무정부주의자들, 협동조합론자들은 노동자운동이 사회주의정당으로 나아가는 것을 거부했다. 새로운 역사적 과제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결별해야 했고, 1인터내셔널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주의운동을 개척해야 했다. ‘대중적인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결성’, 바로 이것이 새로운 방식이었다. 2인터내셔널은 그것을 반영했다.

 

대중적인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의 시대: 2인터내셔널

 

그런 새로운 역사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2인터내셔널은 건설 경로와 운영 방식에서 제1인터내셔널과는 차별화돼야 했다. 물질적 토대는 풍부하게 준비돼 있었다. 바로 질풍노도처럼 성장하며 대중화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던 노동자운동이었다. 이를 토대로 제2인터내셔널은 독일 사회민주당처럼 수백만 노동자의 지지를 받는 대중적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을 주요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건설한 뒤, 이 정당들의 연합체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제2인터내셔널은 정치에 기권하는 노동조합주의자들이나 무정부주의자들, 협동조합론자들의 노선에 단호히 반대하면서 대중적 정치투쟁의 깃발을 분명히 했다. 선거참여는 그 수단의 하나였다. 사회주의강령도 명확하게 내걸었다. ‘과학적 사회주의는 이 당이 추구하는 단 하나의 노선이 됐다.

 

1인터내셔널 시대에 하나의 조직으로 혼재돼 있던 당과 노동조합은 제2인터내셔널 시대에는 서로 다른 두 조직으로 분화됐다. 하지만 당과 노동조합 사이의 긴밀한 결합은 단호하게 추구됐다. 사회주의를 지지하고 사회주의혁명을 갈망했던 광범위한 노동조합원들의 열정과 확신이 이 결합을 지탱했다. 2인터내셔널 시대는 과학적 사회주의 강령에 입각해 광범위한 노동자대중을 정치적으로 규합한 새로운 단계로 노동자운동이 전진한 시대였다. 이를 반영하는 대중적인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이 모든 주요 나라에서 형성되고 전진했다.

 

그러나 제2인터내셔널 또한 이어지는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한계를 드러냈다. 새로운 역사적 시기는 1910년대 중반 세계대전과 함께 찾아온 혁명적 노동자투쟁의 시기였다. 제국주의 세계대전과 세계적 자본주의 위기, 그리고 이것이 불러온 자본가계급의 대대적인 공격은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사이의 전면적인 격돌의 시대를 열었다. 2인터내셔널 시기를 통과하면서 거대한 대중적 힘을 결집하고 사회주의라는 해방의 방향을 세워낸 노동자계급은 이 격돌의 시대에 혁명적 용기와 결단으로 화답하고자 했다. 노동자들은 혁명적 정치투쟁을 바탕으로 사회주의로 단호하게 나아가고자 했다. 사회주의 노동자혁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인터내셔널은 자신이 당의 강령에 박아 넣었고 광범위한 노동자대중에게 약속했던 사회주의 신념을 혁명적 행동으로 증명해야 했다. 계급투쟁을 돌파할 수 있는 혁명적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를 두려워하는 기회주의 진영과 과감히 실천하고자 하는 혁명적 진영 사이에 분화가 일어났다. 2인터내셔널에 속한 대다수 사회주의정당 지도자들은 제국주의전쟁에 협조하고 자본주의에 굴복해버렸다. 러시아 사회민주당 같은 극소수 정당만이 이를 거부하고 제2인터내셔널의 사회주의강령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했다. 결국 제2인터내셔널은 분열됐다.

 

노동자계급 투쟁정당: 3인터내셔널

 

혁명적 투쟁의 시기에 부응하고자 했던 제2인터내셔널의 혁명적 세력들은 제3인터내셔널 결성으로 나아갔다. 과학적 사회주의의 깃발은 혁명적 사회주의의 깃발로 새롭게 정비됐다. 오직 그러한 명확한 깃발을 통해서만 사회주의운동이 수호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인터내셔널은 계급투쟁의 용광로에서 사회주의운동을 더 높은 단계로 전진시켰다. 대중적인 사회주의운동과 대중적 정치투쟁의 시대를 반영했던 제2인터내셔널에서 정치활동의 주요 수단이었던 선거활동을 넘어서서, 작업장에 토대를 두고 전개되는 직접적 노동자투쟁을 이끄는 것이 전면에 부각됐다.

 

이것은 당의 조직구조에서도 근본변화를 끌어냈다. 3인터내셔널은 선거활동에 적합한 조직구조 대신, 노동자투쟁을 이끌고 조직하는 사회주의 현장분회를 조직의 기본골격으로 세워냈다. 당과 노동조합 사이의 긴밀한 결합에서도 단순히 선거 때 노동조합이 사회주의당을 지지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혁명적 노동자투쟁의 한 길에서 당과 노동조합의 단결이 강조됐다.

 

한마디로 제3인터내셔널은 계급투쟁의 시대에 필수적인 노동자계급 투쟁정당이라는 정체성을 구현했다. 나아가서 강령의 문구로서의 사회주의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직접적 투쟁과 이 투쟁이 창출해낸 노동자조직들에 기반한 행동하는 혁명적 사회주의를 구현했다. 당의 지도부도 선거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회주의 지식인들이 아니라, 작업장에 기반을 둔 대중적 직접행동과 투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혁명적 노동자들로 재편됐다. 이러한 제3인터내셔널을 상징하는 당이 바로 러시아 볼셰비키당이었다.

 

이것은 강령에도 반영됐다. 과학적 사회주의강령은 혁명적 사회주의강령으로 전진했는데, 그 핵심은 노동자 민주주의권력, 즉 노동자 평의회 유형의 국가 수립이었다. 사회주의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긴밀한 결합은 당과 노동조합의 결합을 넘어서서 당과 노동자 평의회의 결합으로 재정립됐다.

 

3인터내셔널의 혁명적 사회주의강령은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실천을 통해 발전했다. 계급투쟁의 절정기에 명확히 드러나게 된 사회주의사회와 사회주의당의 기본성격이 제3인터내셔널 강령에 반영됐다.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사회주의사회의 상이 노동자 평의회 유형의 노동자권력으로 한층 구체화될 수 있었다. 당과 노동자 평의회 사이의 관계, 계급투쟁에 기반한 사회주의당의 정체성도 혁명적 실천을 통해 비로소 완전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전위로서의 사회주의정당, 그리고 계급투쟁에서 당과 노동자대중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진정한 대중정당의 창조가 러시아 볼셰비키당의 모범을 통해 현실에서 증명됐기 때문이다.

 

약점

 

하지만 러시아 볼셰비키당도 사회주의를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정당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완벽히 구비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약점은 러시아에서 스탈린 관료체제가 등장해 당과 국가를 타락시키고 혁명의 성과를 파괴함으로써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유럽에서 사회주의 노동자혁명을 좌절시켰던 개량주의 관료집단이 러시아에서는 당과 국가의 관료집단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관료집단은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도 사회주의를 내재하고 있는 노동자계급의 잠재력을 매장시킴으로써 혁명의 전진을 좌절시켰다. 노동자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노동자계급의 집단적 힘을 관료적 장치들을 통해 질식시키면서, 통제와 억압의 대상으로 노동자계급을 전락시켜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에트와 같은 노동자 평의회 기관에 담겨 있는 사회주의를 향한 원동력을 관료적 억압장치로 꽁꽁 봉쇄해버렸다. 사회주의의 요새는 질식당해 죽어버렸고, 관료집단은 그것을 관료적 국가자본주의체제로 대체해버렸다. 그렇게 사회주의를 향한 길은 닫혀버렸다.

 

핵심은 이 관료집단이 노동자계급이 사회의 참된 주인공으로 도약하는 것을 봉쇄했다는 데 있다. 이 관료집단과 맞서기 위해서는 당과 국가 모두에서, 즉 노동자조직 모두에서 노동자 민주주의에 입각한 대중적 주도력과 통제력을 발전시켜야만 했다.

 

레닌의 유언장의 핵심도 그것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었다. 레닌은 당의 중앙위원회와 국가의 통제위원회를 하나로 묶어 당과 국가기구 모두에서 등장하고 있던 관료집단에 맞서는 투쟁기지로 재구성하기를 원했다. 노동자 평의회와 노동조합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조직에서 진실로 노동자대중을 대변하고 그들의 신임을 얻고 있으며 관료적으로 타락하지 않음이 증명된 인자들을 중심으로 당과 국가의 중심부를 재편하는 반관료투쟁을 레닌은 제안했다.

 

미완의 과제

 

이 정신을 이어받아 트로츠키는 제4인터내셔널을 건설했고, 유럽과 러시아 모두에서 발호하고 있던 제3인터내셔널 관료집단에 맞서 투쟁했다. 이 영웅적인 투쟁은 비록 당시에 실패했지만, 타락한 제3인터내셔널을 넘어서 진실한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을 건설하려는 모든 투사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 방향을 따라 오늘날 세계 사회주의 노동자운동은 새롭게 전진을 모색해야 한다.

 

그 방향의 핵심은 분명하다. 우선 개량주의, 선거주의정당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투쟁정당으로 면모를 분명히 함으로써 제3인터내셔널이 치켜든 혁명적 사회주의정당의 깃발을 계승해야 한다. 나아가서 온갖 유형의 관료집단에 맞서 싸우면서, 진실로 노동자대중이 노동자조직의 주인공이 돼, 이 요새를 바탕으로 사회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도약하게 이끌 수 있는 당을 세워야 한다. 이것을 통해서만 패배한 러시아혁명을 뛰어넘어 사회주의를 완전히 실현할 수 있게 이끄는 당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혁명, 나아가서 러시아혁명을 좌절시킨 관료집단은 오늘날 널리 번성해있다. 개량주의정당의 관료집단과 함께 노동조합의 관료집단은 자본주의체제와 밀착해 노동자운동과 그 조직의 혁명적 잠재력을 마비시키고 있다. 이 관료집단은 노동자운동 내로 자본주의적 요소를 수입함으로써 노동자조직들을 위로부터 타락시키고, 전투성과 연대성을 거세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운동 내부로 스며든 부르주아적 요소들을 반영하는 관료집단에 맞선 투쟁을 통해서만 노동자계급은 사회주의적 잠재력을 스스로 해방시키고, 노동자조직들을 자본과 정부에 맞선 전투기관일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를 준비하는 혁명적 기관으로 재정립할 수 있다.

 

과학적 사회주의, 혁명적 사회주의, 관료집단에 맞선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사회주의로 이어지는 일련의 역사적 도약은 사회주의운동 내부의 분열을 잉태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러나 그런 필사적인 도약을 통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명실상부한 사회주의정당의 등장은 불가능했다. 오히려 분열과 뼈저린 시행착오의 경험 속에서 사회주의를 향하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을 해방시킬 수 있는 진정한 사회주의정당의 요체가 분명해졌다. 오늘날 사회주의정당은 바로 그런 역사적 성과를 토대로 건설해야 한다.

 

3인터내셔널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모든 노동자조직 속에서 활동하면서 노동자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관료집단의 영향력을 극복해가고, 계급투쟁과 긴밀히 연결한 노동자 연대망을 통해 사회주의를 준비해나가는 선진투사들의 조직만이 그런 역사적 과제를 당당히 떠맡으면서 오늘날의 사회주의정당을 창조할 수 있다. 오늘날 사회주의당 건설운동도 바로 그런 것이어야 한다.

 

물론 한국의 사회주의운동은 이제 갓 기지개를 펴고 있다. 과학적 사회주의는 노동자조직과 노동자대중 속으로 충분히 스며들지 않았다. 사회주의운동의 대중화는 아직 요원한 과제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낮은 발전 단계를 반영해, 1인터내셔널과 제2인터내셔널의 시대로 되돌아가서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제1인터내셔널과 제2인터내셔널은 물론이요, 3인터내셔널과 제4인터내셔널의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배운 그런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과거로 후퇴한 당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배워 더욱 강해진 미래의 당을 세워야 한다. 이 당은 계급투쟁에서 관료집단에 맞서며 노동자 민주주의의 요새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사회주의를 널리 보급하고, 대중적인 정치세력으로 노동자운동을 밀어 올리는 과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변증법적 방식으로 사회주의당 건설운동의 역사적 단계를 압축적으로 소화해야 한다.

 

오늘날의 사회주의당 건설운동

 

사회주의당은 노동자운동 발전의 역사적 산물이다. 노동자계급의 최선진 부위가 스스로의 운동을 통해 도달한 정치적, 혁명적 단계를 반영하는 결사체다. 그런 역사적 과정을 사회주의자들이 주관적 의지로 대체할 수 없다. 이것은 사회주의자들의 목적의식적 실천의 중요성을 조금이라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목적의식적 실천이 주관성을 극복하고 참된 목적의식적 활동이 될 수 있게 하는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이 해야 할 목적의식적 분투는 계급투쟁을 통한 노동자운동의 전진을 거쳐 정치적, 혁명적 단계로 노동자계급의 선진부위가 나아가게 이끌고 안내하는 것이다. 바로 그 전진이 잉태하는 역사적 결과물로 명실상부한 사회주의정당이 노동자계급 투쟁정당으로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분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운동이 노동자계급운동과 나란히 전진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본성이다. 그것과 괴리되거나 대립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당은 의회주의, 개량주의당의 모습일 뿐 진실로 사회주의적인 당의 모습일 수 없다. 목적의식적으로 계급투쟁을 추동함과 동시에, 그 계급투쟁의 발전의 결과물을 정치적, 조직적으로 집약 집중해 자신의 성장을 꾀하는 것, 나아가서 이렇게 성장한 힘을 다시 노동자계급투쟁의 발전의 추진력으로 되돌려주는 것이 사회주의당이다.

 

이것은 한국에서 의회주의, 개량주의 진보정당의 모습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정의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들의 발전은 노동자운동의 전진과 괴리됐다. 오히려 이 정당들이 성장하는 과정은 노동자운동의 퇴보와 정확히 맞물렸다. 민주노조운동과 같은 대중적 노동자운동에서 전투적 투쟁과 노동자 민주주의 전통, 굳건한 연대정신이 약해지고,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유기적 결합이 느슨해지면서 이 개량주의 의회정당들은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다. 반면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은 노동자운동의 전진 물결 속에서만, 그 물결을 능동적이고 헌신적인 실천으로 이끌고 안내함으로써만 전진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

 

물론 노동자운동의 진퇴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계급투쟁의 물결은 일직선으로 나아가지 않으며, 전진과 후퇴가 교차하는 일련의 역사적 과정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당은 계급투쟁의 전진을 선도할 뿐만 아니라 퇴각의 시기에도 노동자운동의 사기와 투쟁정신을 보존하면서, 소중한 교훈을 끌어내 미래의 전진을 준비하는 흔들리지 않는 요새여야 한다. 이 요새를 중심으로 수많은 대중적 진지를 구축해 힘을 비축하고, 이 비축된 힘으로 다음 전진의 물결을 선두에서 이끄는 것, 그리하여 이러한 전진과 후퇴의 물결 속에서 노동자운동이 사회주의 해방의 문 앞에 도달하게 이끄는 것이 사회주의당의 역할이다.

 

계급투쟁과 뗄 수 없이 연결된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운동

 

이처럼 계급투쟁과 긴밀히 연동된 사회주의당 건설운동은 계급투쟁의 물결과 당의 조직적 경계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접근할 것을 요청한다. 선거와 같은 대중적 공간을 십분 활용할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은 채로, 사회주의 조직은 계급투쟁의 진퇴와 연결해 조직의 경계선을 고려해야 한다.

 

계급투쟁이 가라앉은 시점에서는 계급투쟁 물결의 최선진 부위를 반영하는 사회주의 노동자전위들의 확산이 더딜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에 사회주의조직의 문호를 확장하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위협할 위험이 있다. 반면 계급투쟁 물결이 고조되는 상승기에는 계급투쟁 자체의 논리를 따라 사회주의에 이끌리는 선진투사들의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 이 시기에는 1905년 혁명기 레닌의 말처럼 사회주의조직의 문호를 열 배, 백 배 넓혀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본능적으로 사회주의자이기 때문이다라는 원리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운동의 전진 속도에 뒤쳐지지 않고, 노동자계급 전위들의 조직으로서 사회주의조직을 지켜내야 한다.

 

상승 시기든 하강 시기든, 사회주의조직과 당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노동자계급 전위들의 조직이며, 계급투쟁과 밀접히 연결된 조직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가혹한 시기에도 이 조직은 노동자계급과 가난한 민중, 억압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투쟁에 헌신하고 사회주의의 빛나는 대의에 충성하는 활동하는 투사들의 결집체여야 한다. 종이당원이 아닌 활동당원으로 당이 구성돼야 한다는 점은 그것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코로나19로 자본주의체제의 위기는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이전에 자본주의체제는 경제, 정치구조 전반의 불안정성에 직면해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노동자계급은 2019년에 칠레, 프랑스, 홍콩 등에서 계급투쟁의 불꽃을 점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소강국면에 머물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더욱 격화되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는 조만간 더욱 격렬한 계급투쟁의 시대가 등장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다가오는 계급투쟁의 시대는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운동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기름진 토양을 일굴 것이다. 계급투쟁 속에서, 그리고 계급투쟁과 함께 전진할 수 있는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운동 앞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이 시대를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로 받아안기 위해서는 이 당의 정체성, 혁명전략, 건설계획 전반에 걸친 명확한 정립과 이에 기반한 결단이 절실하다. 이미 그러한 결단은 아르헨티나,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사회주의운동 속에서 시작되고 있고, 점차 그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한국의 사회주의투사들도 그 길을 따라 행군할 것이고, 그들과 합류해 새로운 인터내셔널을 향해 똑바로 진군할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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