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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항공산업에 4조 원 투입 결과가 정리해고? -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했던 아시아나KO 노동자들의 투쟁 - 아시아나KO지부 김정남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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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이용덕, 홍희자 조회 4,923회 2020-05-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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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외치는 아시아나KO 김정남 지부장(사진_공공운수노조)

 

 

정부는 항공산업을 살린다며 4조 원 정도를 투입했다. 하지만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던 아시아나KO 하청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당했다. 아시아나KO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받지 않았다. 무기한 무급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8명을 해고했다. 정부는 518일 노동자들이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싸우고 있는 아시아나KO 김정남 지부장(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KO지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시아나KO라는 재하청업체는 어떤 일을 회사인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기내 청소 및 수화물 분류작업을 하는 회사다. 기내 청소는 대부분 여성 노동자가 담당하고, 수화물 분류는 거의 남성 노동자가 한다. 나는 김포공항에서 수화물 분류작업을 한다. 박삼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자회사이자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의 하청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업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KO, 이런 구조다


코로나19 있기 전에 직원이 500명 가까이 됐다. 코로나19120명이 희망퇴직했고, 8명이 정리해고됐다. 360명이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했다. 정리해고된 8명 중 6명이 싸운다.

 

평소 노동조건이 어떤지?

 

급여는 최저임금인데 수당이 많이 붙어야 200~210만 원 정도다. 연장근무수당이 좀 많다. 한시적이긴 했지만 김포공항 수화물은 갑자기 인원이 줄어서 연장근무를 한 달에 80~100시간 한 사람도 있다. 기내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가 280~90명 됐는데 밥 먹을 시간도 제대로 안 줬다. 8시간 근무 동안 식사시간 안 주는 대신 조기퇴근을 시켰다


그리고 주5일 근무면 5일 일하고 이틀 쉬어야 하는데 3일 일하고 하루 쉬고 3일 일하고 하루 쉬고 이렇게 하니까 결과적으로 한 달에 하나 정도 휴일이 빠진다. 체불임금 달라고 하니 조기퇴근시켜 줬는데 무슨 소리냐?’ 그런다.

 

밥 먹을 시간은 겨우 15~20분이다. 급하게 먹고 또 일하러 나갔다. 화장실 갈 시간, 물 마실 시간도 없이 일했다. 너무 배가 고파 손님이 남긴 기내식을 먹으며 일하기도 한다. 해고 노동자 중에는 몇 년간 너무 힘들게 일해서 손가락이 휜 사람도 많다. 산업안전 문제 우리가 제기해서 나아지기 전엔, 보호장구 없이 CH2,200 등 독한 살충, 소독액을 사용하기도 했다.

 

정리해고 과정을 듣고 싶다

 

201511, 317명으로 민주노조가 출발했는데 얼마 못 가 한국노총(1노조)과 민주노총으로 분리됐다. 우리는 체불임금과 산업안전 문제로 회사와 대립했다. 체불임금 소송 들어간 사람이 73명쯤 된다. 당시엔 산업안전이란 개념이 전혀 없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기내 청소할 때 독극물 같은 약품을 보호장구도 없이 사용했다.

 

이런 걸 고용노동부에 고발해서 완화시키고 회사가 벌금도 물면서 대립이 심해졌다. 그다음부터 대표가 민주노조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진급 안 시킨다, 청소 여성 노동자는 고령이 많은데 민주노총 조합원은 촉탁계약직 안 시켜준다 이런 식으로 강압적으로 차별하고 탄압했다. 그러다 보니 탈퇴를 많이 해 30명 정도만 남았다.

 

316일 노사협의회(우리는 과반이 안 돼서 노사협의회 참가를 못한다)를 해서 4월부터 9월까지 유급휴직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다행이라 생각해서 다들 동의서 썼다. 그런데 4일 만에 희망퇴직 받는다고 일방적으로 공지했다. 324일 다시 노사협의를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몇 명이 체불임금 소송을 하고 있어서 고용유지지원금 못 받는다고 했다. 결국 민주노조 말살 목적으로 해고하려는 것밖에 안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과정에 있다. 회사는 금호문화재단의 자산인데 갑자기 코로나19로 매각도 불투명한 상태다. 박삼구 이사장이 이 기회에 민주노총을 정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본다.

 

사측과 1노조의 합의문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노조에서는 해고나 다름없으니 동의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해고가 두려워 동의한 조합원도 있다. 경영정상화 시 근무성적(인사평가 등)을 고려하여 순차적으로 복직시키며 그 인원과 복직자 선정은 회사에 일임한다는 문구도 있다. 당연히 민주노총 조합원은 안 부를 거다.

 

회사가 4월 초에 다시 공지를 붙였는데 필수유지업무 인원으로 인천공항에 87, 김포공항에 73, 합해서 160명만 남기고,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했어도 5월에 상황을 봐 정리해고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이었다. 필수유지업무자 빼고 무급휴직 들어간 200여 명도 경기 안 좋으면 정리해고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다음엔 날 복귀시켜주지 않을까라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많다.

 

엊그제 회사를 밀고 들어갔다. ‘왜 우리가 해고당해야 하냐?’ 물었다. 회사는 1노조와 협의한 결과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 안 하면 해고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조합원 가운데 무급휴직 동의서 안 썼는데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희망퇴직한 사람을 회사가 필수유지업무라고 다시 불러들여서 일 시키는 경우도 있다


필수유지업무에 투입된 사람들 보면 기준이나 원칙이 없다. 징계받은 적 있는데 일하는 사람이 있고 7~8년 지각 한 번 안 하고 연차휴가 한 번 안 쓰고 열심히 일한 사람은 정리해고당하고, 모범사원 표창받은 사람인데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 않고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이유로 해고된 사람도 있다.

 

회사는 고용유지지원금 90%를 왜 안 받는가?

 

체불임금 소송 때문이라지만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체불임금 몇 명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나? 몇 명 때문에 전체가 피해를 볼 순 없다, 그게 정 문제가 된다면 조합원과 논의해서 소송 취하할 용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렇게 해 주면 고맙죠그러고 말더라. 신청할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이다.

 

무급휴직자 다시 불러들여서 유급으로 돌리고 순환근무하자고까지 제안하니, 회사는 자신들은 해고회피 노력 다 했다고 한다. 희망퇴직자 1개월 통상임금 줬고, 4월 유급휴직 한 달 실시했고 지금에 와서는 유급휴직하려니 돈이 없다고 한다. 무급휴직 받은 사람들은, ‘회사가 10% 내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하면 우리가 내겠다, 그러니 고용유지지원금 신청해라이런 말까지 한다.

 

체불임금 소송 내용은?

 

식사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았고 주5일 근무도 안 지켜졌다. 그래서 특별근로감독관이 나왔었다. 겨우 4시간 만에 이 회사는 하루 종일 있어 봐야 뻔하다. 더 볼 필요도 없다. 노동자들 주장이 맞다고 했을 정도다. 인천고용노동부에서 체불 맞다고 검찰에 기소했다. 체불은 맞는데 고의성은 없다고 해서 대표 구속은 기각됐다.

 

1심에서도 확정판결 받았다. 조정에서 우리가 60%까지는 양보하겠다고 했는데 자기네는 체불이 아니라 못 준다고 버텼다. 줄 돈 다 주고 휴게시간 다 줬다면서. 판사가 괘씸하니 100% 다 지불하라고 해서 승소했다. 2심 계류 중인데 코로나19로 길어지고 있다.

 

518일 천막철거 당시 심정은?

 

금요일 밤에 천막 쳤는데 토요일, 일요일 쉬지도 않고 와서 계고장 붙이더라. 3차 계고장을 붙이고 한 시쯤 철거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 여섯 명은 나름 대비를 했는데, 열 시 반인가 열한 시쯤 와서 3차 계고장도 안 붙이고 40~50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철거해 버렸다. 마침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 되는 날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폭력은 여전하구나’, 정말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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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공공운수노조


 

정부가 수조 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노동자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가 수조 원을 쏟아 부어 원청사에 주는데, 하청업체는 별 와 닿는 게 없다. 오히려 무기한 무급휴직이나 정리해고 칼날 휘두르지. 원청이 하청에게 지원책을 내려보내 노동자들 살려라 하는 것도 전혀 없다. 아시아나KO 대표가, 자기가 사표 던질 각오하고 유급휴직 실시하려 했는데 원청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원청사들이 막고 있다.

 

샤프(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조업사)는 순환근무식으로 해고는 안 하고 있지만 고통분담을 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승무원, 정비사, 조종사 빼고는 다 외주화돼 있다. 원청에서 인건비 주고 업무지시 하니까 하청업체는 원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고용위기를 피부로 많이 느끼겠다

 

무급휴직 한두 달 지나면 생활이 어렵다. 차라리 해고시켜서 실업급여 타서 생활하게 해 줘야 한다. 코로나19가 다음 달 종식되면 모르지만 최소 5~6개월 갈 텐데 어떻게 버티겠나. 무급휴직이 길어질수록 노동자들은 고통받는다. 최저임금으로 한 달 계획을 짜고 살아 왔는데 갑자기 급여가 없어지니까


패스트트랙으로 50만 원씩 신청했다고 하니 없는 것보다야 도움은 되겠지만 평소의 공과금, 대출금, 생활비 감당하기 힘들다. 첫 달은 어찌어찌 버티겠지만. 최저임금 받아서 돈을 저축하고 쌓아놓은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다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데.

 

무급휴직 선택한 조합원들도 투쟁에 동참하는가?

 

511일 해고되기 전부터 우리가 싸우니까,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동조하면 법적 조치당할 수 있다고 회사가 공지를 붙이고 이간질한다. ‘해고자들은 더 이상 회사 직원이 아니다, 이젠 회사가 이 사람들을 고발할 거다그러기도 한다. 무급휴직자들은 기다리면 회사가 불러서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찍히면 안 된다는 걱정도 있을 거다. 그래도 응원의 마음은 많이 보내준다.

 

6, 소수의 싸움이지만 노동자를 살리기 위한 싸움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국민세금을 쏟아 붓지만 실제 노동자 살리는 데는 거의 쓰지 않는다. 최소한 정부가 지원한 기업은 고용을 유지하고 보장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각오를 듣고 싶다

 

정부나 노동부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고당한 사람, 무급휴직자들에게 돈 내려 보내는 것도 좋지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해고를 금지하는 걸 우선해야 한다. 다 죽여 놓고 돈 풀어놓으면 죽은 사람이 돈 받을 수 있나?

 

왜 우리가 해고 대상인지 기준과 평가 보여 달라고 하니 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 이번 기회에 민주노조를 없애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다. 회사에서 2차 해고 단행하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싸우니까 못하고 있다. 우리 자신도 문제지만 다른 노동자들이 해고되지 않도록 막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

 

해고 노동자들이 나이가 많다. 나도 내년에 정년이다. 회사는 너희가 뭘 하겠냐생각하는 듯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무급휴직 동의 안 한다고 해고된 건데, 정년이 한 달이 남았든 하루가 남았든 부당한 해고에 대해서는 우리가 앞장서서 싸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은 다단계 하청구조가 아주 복잡한, 그야말로 비정규직 백화점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비정규직 누구라도 함부로 악덕업주들이 정리해고의 칼날을 못 휘두르게 우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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