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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에 노동자를 태워 어디로 가려 하는가? - “정부·기업 한배 탔다…사회적 대타협 기회” 강조하는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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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123회 2020-05-2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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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의 동반자인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대타협을 운운하며 노동자의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21일 항공, 자동차 등 9개 기간산업 경영진을 만나 정부와 기업이 한배를 탔으며 지금의 위기는 고통분담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룰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문재인은 기업이 정부의 40조 원 규모 기간산업안정자금을 지원받으려면 6개월간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거론하면서 이를 충족하려면 작게는 기업 내 노사합의, 크게는 노동계·경영계·정부·시민사회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0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하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참여한 코로나19 위기극복 노사정 대화가 시작됐는데, 그다음 날의 얘기라 더 의미심장하다.

 

90% 이상 고용 유지? 그럼 10%?

 

정부는 기금 지원조건으로 지원기업 근로자수의 최소 90% 이상을 기금지원 개시일로부터 6개월간 유지하는 일자리 지키기 조건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반드시 90%도 아니다. 불가피하게 90%보다 낮게 설정해야 할 경우, 관계부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조정하겠다는 조건이 또 있다. 사내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도 제외될 것이다.

 

정부는 금융, 경제 또는 산업에 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위원으로 기금운용심의회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위원 구성을 보자. 국회 소관 상임위 추천 2, 기재부 장관·고용부 장관·금융위원장·대한상의 회장 추천 각 1, 산업은행 회장이 지명하는 산업은행 임직원 1명이다. 노동자, 민중의 개입과 통제 자체가 차단돼 있어 기업만 배불리는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설사 90% 고용 유지가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10%는 제외된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대상은 항공업, 해운업, 국민경제, 고용안정 및 국가안보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예상되는 업종 등으로 정했다. 따라서 쌍용차를 비롯한 자동차기업도 포함된다. 또한 총차입금 5,000억 원 이상, 노동자 수 300인 이상 기업이어야 한다. 그런데 300인의 10%30명은 적은 숫자인가?

 

지원조건에는 고용안정·상생협력노력도 있다. 기업은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의 노력사항을 산업은행에 제출(고용노동부와 공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영상 해고 자제, 전환배치, 근로시간 조정, 복리후생비 감축 등.

 

정부나 자본가 입장에선 또 다른 해고나 마찬가지인 희망퇴직, 무급휴직도 해고 회피 노력에 들어가는 만큼 경영상 해고 자제 노력은 엿장수 마음대로와 비슷하다. 나머지는 다 노동자의 살을 깎는 조치들이다. 자본가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선 노동자의 온갖 양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6개월이 지나면

 

문재인은 대타협이 이뤄지면 (6개월이 지난 뒤에도) 기업이 어려움을 극복할 때까지 정부가 기업을 돕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관되게 기업을 돕겠다는 선언이다. 그 누구도 지금의 위기가 6개월 안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때의 지원조건은 어떻게 될까?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90% 이상 고용 유지같은 조건 때문에 위기극복이 어렵다고 불만을 늘어놓을 것이며, 이미 기업과 한배를 탄 문재인 정부는 자본가들과 나란히 서서 노동자에게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당장 급한 불은 꺼야 하지 않는가?” 여러 대공장, 대기업 노조관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니 노동자들도 다른 대안을 꿈꾸지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다가올 수밖에 없는 미래를 봐야 한다.

 

자본가들은 국민혈세로 급한 불을 끌 수도 있다. 그런데 노동자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의 노동자가 해고를 당해야 하며, 임금동결, 노동시간 유연화, 복지축소로 뼈저린 고통을 겪어야 한다. 6개월 후 노동자는 훨씬 수세적인 처지에 몰린다. 일부의 해고를 용인하거나 방치한다면, 임금동결과 노동유연화, 복지축소를 받아들인다면 노동자들은 갈가리 찢길 수밖에 없고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계급적, 장기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기금 지원조건으로 요구되는 노동자의 양보, 사회적 대타협으로 포장된 양보를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의 생존은 6개월로 끝날 수 없고, 그 생존은 양보가 아니라 투쟁에 의해서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

 

정부는 두산중공업에 1조 원의 긴급자급을 투입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두 차례의 명예퇴직을 실시해 약 800명을 쫓아냈다. 그리고 21일부터 생산직 조합원 246, 사무직 111명을 대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은 공기업화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아직 노동자의 힘과 목소리는 작다. 하지만 이런 대안을 밀고 가야만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다.

 

왜 국민혈세가 투입된 기업이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하고 임금을 동결하고 복지를 축소하게 놔두는가? 최소한 국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아야만 파산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은 국유화하고, 이들 기업에서 임금삭감, 해고, 노동조건 악화 등을 금지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통제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것은 국가의 재정지원이 단지 자본가 살리기로 귀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기본 요구다. 그밖에 재정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100% 해고 금지 등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게 해야 한다.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회계장부를 완전 공개해야 한다.

 

물론 이 길은 노동자의 거대한 투쟁이 없으면 불가능한 길이다. 하지만 시급해지고 있는 길이다. 따라서 반드시 개척해야 한다.

 

난파선 함께 타기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 새로운 배를!

 

자본가들이 주인인 자본주의라는 배는 거대한 사회적 재난 앞에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한배를 타고 있다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문재인이 한배를 타고 있음을 힘껏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자까지 한배에 태우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도 한배에 타라!

 

이 배에 탔을 때 노동자는 무엇을 맞이할까? 기울어져가는 저들의 배에서 노동자는 실컷 얻어맞고 돈을 빼앗기며 산재로 죽어나가야 하는 신세로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얘기한 두산중공업 경영진은 10년간 누적적자가 12,500억 원이라고 하면서도 6,000억 원 넘게 배당했고, 성과급까지 가져갔다. 노동자는 계속되는 구조조정으로 20138,400여 명이었던 직원 수가 지난해 6,700여 명까지 줄어들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성과급 반납, 일시금 반납, 2020년 임단협 동결, 복지축소를 받아들였지만 마힌드라 자본은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난파선에 노동자를 태워 그들이 가려는 곳은 결국 자본가 살리기라는 항구다. 그곳에 가기 전에 수많은 노동자의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

 

노동자운동을 포섭하려는 거대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맞서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조직적 독립성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수천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드시 지켜내고 노동자 살리기라는 대안을 하나씩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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