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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기획연재① 14개국에서 참가한 노동절 온라인 집회 | “병든 사회를 치료할 해결책이 노동자계급에게 있음을 최전선의 노동자들이 보여준다” - 미국 뉴욕 사회주의자 간호사 트레이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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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양동민 조회 34,062회 2020-05-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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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올해 노동절, 세계 여러 나라 발언자들이 참여한 온라인 집회가 열렸다. ‘트로츠키주의 분파’(Trotskyist Fraction, FT)에서 주최한 이 온라인 집회에서는 6개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14개 나라 사회주의 조직의 리더들이 저마다의 상황과 과제에 대해 연설했다. 행사 당일 7,000여 명이 동시에 라이브 방송을 시청했다고 한다. 내용은 다양했지만, 지금의 위기를 낳은 건 다름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이며, 위기의 대가는 우리가 아니라 자본가들이 지불해야 하고, 노동자계급과 함께 사회주의를 향해 투쟁해 나갈 독립적이고 국제적인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들의 연설은 세계 노동자계급의 상황과 국제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 번째 순서로 미국 뉴욕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투쟁하는 사회주의자 트레이 (Tre Kwon)의 발언을 소개한다.

미국에 이어 멕시코, 볼리비아,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프랑스, 베네수엘라, 스페인, 페루, 브라질, 독일, 코스타리카, 우루과이, 칠레 참가자들의 발언을 소개할 예정이다.

미국 병원 노동자들의 처지와 투쟁에 대해선 다음 영상을 참조할 수 있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요” - 미국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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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마운트사이나이 병원 앞 집회 현장에 선 트레이 권

 

 

제 이름은 트레이입니다. 전 뉴욕시 코로나 전선에서 일하는 사회주의자 간호사입니다. 4개월 전 저는 제 딸 마이아를 낳았습니다. 사람들은 엄마가 되면, 자기 엄마의 생을 돌아보게 된다고 합니다. 미 제국주의는 저와 제 어머니의 삶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미 제국주의는 제가 여기에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어머니는 5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전쟁 때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한국은 NATO가 처음으로 자신의 국제적 힘과 전략을 발전시킨 전쟁터였습니다. 그녀의 젊은 시절은 군사독재로 얼룩졌습니다. 통행금지가 있고, 남자와는 손을 잡는 것도 안 되고, 생일에만 붉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들이었습니다. 그녀는 23살에 뉴욕으로 이주했고, 가정부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제 어머니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합니다. 저처럼,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면서요. 그녀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퇴하거나,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위기는 많은 영역에서 빠르게 재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불황을 겪고 있고,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미 제국주의의 심장인 이곳에서, 노동자계급과 억압받는 민중은 공황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제 어머니는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집과 음식에 지불해야 하는 그 어떤 비용도 줄여주지 않았습니다. 그 꿈은 그녀를 일터에서 보호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 꿈은 미국에서 지금까지 코로나로 죽어나간 70,000명의 목숨을 되살리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제 어머니를 포함한 200만 명의 간호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중 90%는 여성입니다. ‘여성화된 노동은 우리 사회에서 저평가됩니다. 하지만 보건의료체계의 위기를 맞아, 최근 우리는 사회적 재생산 노동이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노동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 여성 노동자는 필수적인 노동자들입니다.

 

(미국에선 사업체들을 필수업종비필수업종을 지정해 필수업종은 계속 가동하고 비필수업종은 폐쇄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필수업종 노동자라고 해서 감염 위험을 막을 수 있는 개인보호장비나 안전조치가 제대로 보장되지도 않았고, 일을 못하게 된 비필수업종 노동자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충분한 보장책이 제공되지도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가 팬데믹을 다루는 재앙적인 방식은 수만 명의 죽음을 낳았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불가피한 치명률을 넘어서 말이죠. 그리고 이제 트럼프는 경제를 재가동하려고 합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인종주의적 트위터 구호는 이주민을 희생양 삼고, 국경을 폐쇄하고, 최근 늘어나는 반중국인 정서를 부추기기 위해 꾸며대는 수단입니다. 그리고 민주당도 중국과의 적대감을 키우는 데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공화당, 민주당 모두 동의합니다. 제국주의적 억압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말이죠. 그들은 남미에서 군사작전을 늘리고 있고, 이란을 향한 경제제재를 지속하고 있고, 쿠바에 대한 살인적인 봉쇄 조치와 함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의료장비 공급을 막고 있습니다. 이게 모두 오늘날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우리 의료 노동자들은 되풀이해서 바이러스에 맞서는 전사들이란 얘길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진짜 전쟁은 자본가와 노동자계급 사이의 전쟁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편에 서 있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은 위기 앞에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미 2,600만 명이 실업자가 됐습니다. 사람들은 먹을 걸 찾아 푸드뱅크 앞에 긴 줄을 섰습니다. 그리고 오하이오 감옥에선 1,800명이 코로나에 감염됐습니다. 그곳에 갇힌 사람들의 73%입니다. 이주민 강제 수용소에서는 멕시코와 중미의 아이들이 코로나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뉴욕에선, 유색인종이 사망자의 다수를 차지합니다. 차별적인 의료체계와 구조적인 인종차별의 희생자들입니다. 유색인종은 불안정 노동자 중에서도 다수를 차지합니다. 저축해놓은 돈이 충분치 않고, 팬데믹 기간 동안 원격작업을 하며 집에 머무를 수 없는 사람들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 위기 속에 희생당하고 있진 않습니다. 아마존이나 월마트 같은 기업들은 엄청나게 이윤을 늘리고 있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하찮은 일로 옥신각신하지만, 두 당 모두 기업의 이익만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노동자계급과 중간계급이 아니라요. 3월에, 그들은 2조 달러(2,400조 원)의 기업 구제금융 지원책을 통과시켰습니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금액입니다. 놀랍지 않게도, 평범한 사람들의 빚, 소득 상실, 병원비, 굶주림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금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런 상황이 경제를 재가동하고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시위를 촉진하는 겁니다.

 

그러나 우린 가만히 앉아 당하고 있지 않을 겁니다. 아마존, 인스타카트, 보건의료, 운송 노동자들은 파업하고, 작업을 중단하고, 농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아직은 작은 규모일지라도, 우리는 자본주의적 생산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기반한 우리의 사회적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욕 병원 노동자들은 보호장비와 안전한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노동자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기업의 검열에 저항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수동성에 저항하고 있고, 정부의 비방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국의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개인보호장비와 유급병가를 요구하면서 말이죠. 우리는 이를 정치적 논쟁의 중심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보건의료와 그 연관산업을 노동자 통제 아래 국유화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최전선의 노동자들은 노동자계급이야말로 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힘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우리는 이 투쟁들을 레프트보이스(Left Voice)를 통해 조명하고 있습니다. FT의 국제 미디어 네트워크의 영어판 매체로서 말이죠.

 

제 세대, 제 아래 세대의 사람들은 세계 자본주의의 쇠퇴와 함께 음울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주민 가족들의 아메리칸 드림, 부모 세대보다 더 잘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버니 샌더스는 이 정치체제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의 캠페인은 분명히 더 인간적인 사회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을 반영하고, 또 이를 추동했습니다. 전 국민 공공의료보험(Medicare for All) 같은 진보적인, 노동자의 요구를 내걸고 말이죠. 하지만 버니 샌더스는 시작부터 그의 운명을 민주당과 함께 묶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샌더스를 멈춰 세웠을 때, 샌더스는 자신에 대한 지지를 조 바이든 뒤로 내던져버렸습니다. 급진적인 정치가 가장 필요한 바로 이 순간에 말입니다. 심지어, 샌더스는 2조 달러의 기업 구제금융 지원에도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11월에 트럼프는 조 바이든에 맞서 재선을 치르게 됐습니다. 민주당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대변자로 선택한 바로 그 조 바이든과 말이죠. 이 두 후보와, 두 당은 노동자계급을 위한 진짜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노동자계급은 독립적인 정치적 대표자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독립적인 정당이 필요합니다. 뿌리부터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인 정당 말입니다. 노동자계급과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정당 말입니다.

 

자본가들과 그들의 정부는 우리가 위기의 한가운데서 죽도록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우리의 독립적인 당을 건설하는 것. 레프트보이스(Left Voice)를 통해, 우리는 민주사회주의자(DSA), 그리고 다른 좌파들이 함께 이 과제를 받아안을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리고 이 땅의 노동자들이 느끼는 피폐함, 분노, 환멸을 받아안고서 이를 조직하고, 방향을 제시해, 우리의 사회를 이끌어 나갈 당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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