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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결과 예상되는 노사정 대화, 지켜만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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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4,886회 2020-05-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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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금지를 수용할 생각이 없는 자본가들에게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할 방법은?

 

 

주사위는 던져졌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민주노총이 제안한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20일 시작된다.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민주노총, 한국노총, 경총, 대한상공회의소 등 노사정 관계자들은 13일 사회적 대화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민주노총은 실무협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재난극복을 위해 노사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 속에서 노사정 대화는 시작된다.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을 통과시켰던 1998년 노사정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경사노위를 비롯해 노사정 대화기구는 노동자들에게 아주 작은 떡고물을 던지며 자본가들의 숙원 사항을 처리해주는 통로였는데, 이번엔 노사정 대화기구를 비판하는 노동자들의 힘이 너무 약해 별다른 브레이크도 없이 출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지를 보여주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아직 논의 의제가 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민주노총은 모든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방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제기했고 자본가들은 고용과 노동시간 유연화를 제기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사정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노사정 비상협의는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어떤 자세로 임할지가 중요하다지금 시기에 기업의 이익을 확장하려 하는 것은 국민정서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자본가들은 확고하다

 

정부와 자본가들의 자세는 확고하다. 이미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떠들었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최근 환노위에서 통과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서 270만 명이 넘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제외했다. 5만여 명의 예술인만 포함시켰는데, 이것도 예술인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특례법안이다. 예술인들은 고용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특례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에 고용보험의 보편적 확대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고 비판했다.

 

예술인들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단 한 번도 이런 안을 언급한 적이 없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문화예술노동연대는 특례법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노사정 대화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가 논의될 수 있는데 이번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보면 정부와 민주당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4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을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에서도 고용유지와 해고금지라는 부가조건이 완전히 빠졌다. 당초 개정원안은 기간산업안정기금운용심의회에서 정하는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이를 위하여 근로자와 경영자가 노력하여야 할 사항을 정할 것이었지만 통과된 안은 일정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하여 근로자와 경영자가 함께 노력할 것이다. 있으나마나 한 노력이란 단어로 국민혈세를 지원받은 자본가들의 부담을 완전히 덜어주었다. 그뿐이 아니다. 해당 기업은 공시의무를 비롯해 이사회 운영이나 경영평가 등의 어떤 의무도 질 필요가 없다.

 

경총은 323경제활력 제고와 고용,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발표했다. 법인세·상속세 인하, 사용자 처벌 금지, 정리해고 요건 완화, 각종 규제 완화, 노동개악 등 40개의 입법요구를 담고 있다. 전경련도 15대 분야 54개 과제를 발표했다.

 

경총이 223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업 인식 및 현황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유연근무제 개선을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노동관련 법제도 개선 과제라고 답변(37.8%)했다. 그 외에는 해고 요건 개선(18.9%),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14.9%), 기간제·파견 등 규제 개선(9.0%)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자본가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자본가들이 해고 금지를 받아들인다?

 

3월 통계청 고용지표에 따르면 구직급여 수급자는 608,000, 총 지급액은 8,982억 원이다. 1995년 고용보험 제도 도입 이후 최대다. 일시휴직자도 1607,000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3년 이래 최대 규모다. 그만큼 많은 자본가가 해고, 희망퇴직, 무급휴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다.

 

5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일일통계에 따르면 129일부터 429일까지 코로나19 때문에 휴업에 들어가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은 총 653건으로 집계됐다. 휴업 사업장 규모별로는 10인 미만이 46,530건으로 77.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10~30인 미만 사업장은 9,805(16.3%), 30~100인 미만 사업장은 2,854(4.7%), 100~300인 미만 사업장은 663(1.1%) 순이었다. 300인 이상 기업은 201(0.3%)이다. 결국 고용유지지원금이 없다면, 고용유지지원금이 끝나는 6월 이후에는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해고가 대폭 늘어날 것이다.

 

저성과자 해고, 정리해고 요건 완화,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자본가들이 실질적인 해고금지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지만 설사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노동자에게 가혹한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정부 역시 노동자의 임금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정부가 422일 발표한 코로나19 위기대응 고용안정 특별대책에는 노사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한 정부 지원사업이 포함됐다. 고용유지협약 사업장 인건비 지원사업이다. 관련 예산은 500억 원이다. 고용유지협약의 주된 내용은 노동자가 임금 감소를 받아들이는 대신 사업주는 고용안정을 보장한다는 것인데, 정부가 고용유지협약을 맺은 사업장에 임금감소분의 일정 비율을 6개월 동안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 정부가 쓸 수 있는 대표적 카드가 이 예산을 늘리며 노사 고통분담을 계속 제안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노동자의 고통 전담이다. 자본가들이 손해보는 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국민혈세를 끌어다 쓰고 있지만 노동자를 살리려고 적극 나서지는 않는다. 항공산업을 보라. 정부가 항공산업에 수많은 돈을 퍼붓고 있지만 항공사들은 노동자를 가차 없이 자르고 있다. 정리해고와 무급휴직이 항공산업을 휩쓸고 있다.

 

이윤율이 추락하고,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있는데 자본가들이 양보할 여력과 의지가 있겠는가? 결국 해고금지에 대한 자본가의 입장은 노력한다는 선언 이상이 될 수 없다.

 

자본가들과 정부의 진짜 노림수 - 탄력근로제 확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노동법 개악

 

514일 손경식 경총 회장은 노사정 협력의 필요성을 얘기하며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등 유연 근로시간제도 확대를 강조했다.

 

탄력근로제 등 여야 합의 민생법안 이번 국회 넘기지 마라”(55일자 <동아일보>)

다만 난관은 여전히 많다. 대표적인 게 탄력근로제확대 여부다.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마련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등 돌린 노·갈등 봉합수순에도탄력근로제지뢰밭 여전, 56일자 <국민일보>)

재택근무 확산 따른 탄력근로 확대서둘러야”(513일자 <서울경제>)

“‘코로나 뉴딜성공하려면 주52시간 획일 규제부터 풀어야”(515일자 <한국경제>)

 

정부와 자본가들의 진짜 노림수가 보인다. 물론 그들은 임금동결, 임금삭감도 노린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430일 열린 KBS창원 특집토론에서 최근 독일 금속산업 노사의 위기협약 체결을 언급했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양보하는 대신 고용보장을 선택한 사례라며 현대자동차지부도 이런 걸 고민한다고 소개했다.

 

노조가 없기 때문에 저항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임금동결을 받아들이는 노동자들이 있고, 어용노조가 밀어붙여 임금동결을 받아들이는 노동자들도 있다. 울며 격자 먹기다. 노동자의 생활수준은 비참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특히 더 이상 졸라맬 허리도 없는 수많은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일부 대공장 노조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조건과 노동조건을 방어하기 위해 임금 양보를 고민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는 전체 노동자의 양보를 압박할 게 분명하고, 전체 노동자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다. 계급적 책임감을 가지고 노동자의 양보가 아니라 자본가의 양보, 자본가 살리기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를 위해 싸울 수 있는 노동자들이 있어야만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을 살리기 위해 투입하고 있는 천문학적인 돈에 비하면 노동자의 임금동결, 임금삭감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제한적이고, 모든 사업장에 강제적으로 적용할 수도 없고 선언과 권고 이상이 될 수 없겠지만, 노동자를 옭아매는 효과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저들은 노사정 대화를 지렛대로 삼아 노동자에게 총체적 양보를 강요할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미 저들의 주문대로 움직이려 한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와 함께 필요하다면 보험료 인상 같은 구체적 실현 방안을 함께 논의할 용의도 있음을 밝혔다. 전 국민 고용보험 얘기가 나오자 노동자의 보험료 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도 실업에 대한 책임이 없는 노동자가 고용보험료의 절반을 내고 있는데, 실업을 발생시키는 자본가들에게 고용보험 재원을 부담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노동자의 보험료 인상을 얘기하고 있다. 지금도 가난한 수많은 노동자는 보험료가 부담인데 여기서 더 올리겠다고? 누구 마음대로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진짜 대안세력이 되려면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뭔가 주고받으려는 뜻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다.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참여한다. 노사정 대화 밖에서는 투쟁을 만들고, 안에서는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기구의 구성을 보라. 노동계 2(민주노총, 한국노총), 재계 2(경총, 대한상공회의소), 정부 2(노동부, 기재부)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구성 자체에서 노동자대표는 소수이며, 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를 등에 업은 자본가들의 힘이 훨씬 셀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노동자와 공존할 의사가 없고, 양보할 생각도 없으며, 노동자를 억누르려는 이들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어떻게 노동자의 생존권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결코 노동자가 원하는 숫자는 나올 수 없는 주사위다.

 

참혹한 결과가 예상되는 노사정 대화기구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노동자 살리기 위한 투쟁전선을 만들어내자. 민주노총 지도부의 배신적 타협 행보를 저지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아래로부터 힘을 모아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해고 금지와 총고용 보장은 결코 노사정 대화에서 쟁취될 수 없다. 실제로 해고를 밀어붙이고 임금을 삭감하며 노동자를 공격하는 자본가들은 노사정 대화기구 바깥에 있다. 정부는 아주 사소한 떡고물, 말뿐인 떡고물을 던져주고 노동자에게 거대한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

 

노동자운동이 사회적 재난 앞에서 대안세력이 되는 길은 지금도 하루하루 생존하기에도 벅찬 수많은 노동자와 가난한 민중의 권리를 양보하는 데 있지 않다. 힘들더라도 노동자의 권리방어를 위한 투쟁을 만들어나가자. 나아가 재벌의 곳간을 털어 재난극복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조달하자. 국가재정을 지원받는 기업의 국유화와 해당 기업에 노동자통제 도입으로 나아가자. 노동자계급의 단결로 다른 세계를 향한 투쟁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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