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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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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5,061회 2020-05-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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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판 뉴딜추진을 선포한 문재인 대통령

 


대담하고 창의적인 기획?

 

5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선포했다. 코로나 위기가 코로나 경제위기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특히 일자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긴급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전례 없는 위기라고 말하는 지금, 한국판 뉴딜이 문재인 정부의 말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기획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라는 세 영역으로 추진된다. 데이터, 5G, 인공지능, 원격교육, 비대면의료, 사회기반시설, 스마트물류 등의 키워드가 등장한다.

 

한 사례로서, 스마트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에 앞장서는 창원시는 2021년 신규사업으로 스마트물류센터, 제조장비 유지보수 글로벌센터 구축, 글로벌 선도 제조 인공지능센터, 산업단지 스마트물류 자율교통시스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이 자체로만 보면 코로나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뭔가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다음의 항목들을 읽어보자. “초연결 지능화(5G 상용화 추진, 지능화 확산, 빅데이터 활용도 제고 등),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 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자율주행차.”

 

한국판 뉴딜에서 다루는 항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 내용은 이미 20171227일에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8대 핵심 선도사업이다. ‘초연결 지능화2018813일 제5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플랫폼 경제 전략투자분야(데이터, 인공지능 경제)로 확대됐고, ‘바이오헬스가 선도사업으로 들어왔다. 바이오헬스 사업은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포함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됐다.

 

더군다나 정부는 경제체질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이해관계와 패러다임에 따라 운영되는 규제라면서 규제혁파에 가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발언). 이런 규제완화 약속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본가들을 기쁘게 해줄 것이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새로운 것은 없다. 단지 코로나 경제위기 대응이란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고 그간의 규제를 걷어내며, 더 많은 산업 영역을 자본가들의 사냥터로 만들어주기 위한 애초의 계획을 그대로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일자리라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데이터 수집과 가공 과정에 수많은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작업이 아닌 훈련이 필요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특히 청년들한테 일자리 기회가 생긴다고 말한다(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발언).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전부라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란 전망이 논란거리가 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스마트 운운하며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정 기간 어느 정도 규모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완성되는 스마트한 체제는 기존의 일자리를 대거 없애버리는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억측이 아니라는 점은 지난해 톨게이트 노동자의 투쟁을 대하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서 이미 입증됐다. 정부는 이후 스마트톨링이 도입되면 기존의 톨게이트 수납업무는 어차피 없어질 업무에 불과하다며 노동자의 직접고용 요구를 끝까지 거부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에 따라 도로공사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할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해고자로 만들어버린 도로공사 사장은 버젓이 여당 후보로 총선에까지 나갔다.

 

넌더리가 나는 노동존중구호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에게도 노동자란 필요하면 갖다 쓰고 필요 없으면 내다 버리는 일회용품에 불과했다. 이미 확인된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 따르자면,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잠시 인력을 끌어모아 업무를 진행하고, 이를 이용해 정부가 실업난 해소를 위해 뭔가 해내고 있다고 포장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더 이상 필요 없어지면 그 어느 때보다 냉담한 태도로 노동자를 걷어찰 것이다.

 

한국판 뉴딜의 필수조건

 

가장 가증스러운 것은 바로 그런 과정에 노동자들을 병풍처럼 둘러 세워놓는다는 것이다. 집권 직후 인천공항에 달려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는 과정이 그랬다. 그 뒤로 문재인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조직 노동자들을 사회적 합의주의로, 즉 계급 협조주의 기구로 끌어들이려 애썼다.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되살리는 데에서 노동자가 반항하지 않고 고분고분 협조하는 게 저들에게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사노위가 만들어졌다. 민주노총은 홍역을 치렀다. 그 이후에도 정부는 노동자운동 내의 협조주의 세력을 끊임없이 청와대로 부르고, 자본주의 구출작전에 참여할 것을 종용했다.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과정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표현대로 한국판 뉴딜은 국가 프로젝트다. 자본주의 위기탈출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다. 그것은 자본가들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뽑아낼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후원 프로젝트이며, 바로 그런 자본가 살리기를 위해 노동자가 희생을 감내하도록 현혹하는 기만 프로젝트다.

 

한 가지만 기억하자.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결코 대공황을 해결하지 못했다. 대공황의 근원인 자본주의라는 뿌리를 절대 건드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2차 세계대전으로 도시와 산업시설을 대거 파괴함으로써, 수천만 인명을 살상함으로써 자본투자를 재개하고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위기 해결을 위한 자본주의적 방식이란 항상 그렇게 노동자의 생명과 생존권을 담보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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