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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두려움을 느끼는 지배계급 vs 해결책 찾아 발걸음 내딛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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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5,544회 2020-05-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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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이 있고, 지배계급은 두려움을 느낀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베어스턴스의 CEO로서 몰락을 경험한 뒤 지금은 투자회사 구겐하임의 CEO가 된 앨런 슈워츠. 지난해 재계 거물들과의 회합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좌우 양쪽의 상황을 둘러본다면, 실제로 계급전쟁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역사에서 우리가 봐 온 게 있는데, 상위계층이 너무 많은 걸 갖고 있다고 대중이 여길 때, 둘 중 하나의 일이 벌어진다. 법적으로 부를 재분배하거나, 혁명이 일어나거나.”

 

한 달 전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안드레아스 클루스도 비슷한 분위기의 말을 꺼냈다. “코로나19는 어디에서든 기존부터 존재했던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다. 오래지 않아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것이고, 반란과 혁명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가 쓴 글의 제목은 이번 유행병은 사회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다였다.

 

노동자는 싸우기 시작했다

 

1년여 전, 미국 뉴욕 병원 노동자투쟁을 다룬 기사에서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지난해 교사파업이 일회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은 것처럼, 지금 예열되고 있는 병원 노동자들의 투쟁도 일회적인 경험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 병원 노동자들이 지금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전선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병원 종사자들에게 반드시 지급돼야 할 개인보호장비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 “이렇게 죽을 순 없어요미국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 마스크도 부족한 미국 병원 노동자들이 국유화를 요구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이들은 만성적인 인력부족 때문에 과로에 찌들고, 빈번한 안전사고와 병원 내 폭력을 겪고 있었다. 비용절감과 이윤만을 앞세우며 노동자를 갈아 넣는 자본주의 의료체계가 이번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뉴욕의 병원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서라도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었으며, 여러 병원 노동자가 함께 모여 집회하고 행진했다.


이들은 병원뿐만 아니라 아마존 물류창고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51). 아마존은 작업장 안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는데도 안전조치 없이 작업을 강행했다. 안전조치를 요구한 노동자를 해고하기까지 했다. 병원과 아마존은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위험을 강요하는 자본가들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뭉기적거리는 노조관료들을 넘어, 그리고 고리타분한 업종별 경계를 넘어 자연스럽게 연대행동에 나섰다.

 

도처에서 벌어지는 충돌

 

최대 규모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던 이탈리아에서도 일찌감치 노동자들의 투쟁이 일어났다. 아마존, 이케아, 조선소, 자동차공장과 의류공장 등에서 파업이 조직됐는데, 노동자들은 학교와 식당 등 공공장소를 폐쇄하면서도 수많은 노동자가 밀집해 일하는 공장과 작업장은 그대로 가동하는 자본가와 정부에 항의하며, 안전조치가 강구될 때까지 사업장을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파업을 거치며 많은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정부는 두 달간 해고를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내렸다.

 

노동조합과 교섭체계가 완충장치로 작동하면서 일시적인 타협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지만, 계급갈등의 완충장치가 취약한 곳에선 보다 직접적으로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레바논에서는 생활고를 견디기 힘든 대중의 시위가 벌어졌다. 2019년 하반기에도 메신저 사용에 세금을 매기려던 정부의 계획에 항의하며 몇 달간 큰 시위가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위가 잠시 주춤했지만, 승객을 한 명만 태우라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금을 맞은 택시 운전사가 자기 택시에 불을 지르는 모습, 시리아 내전을 피해 레바논에 온 난민이 더 이상 생활고를 버티지 못해 분신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으로 퍼져나갈 정도로 생활 처지가 극심하게 악화됐다. 최근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예금인출 제한 조치가 취해지자 시위 참가자들은 은행에 불을 지르거나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427일 밤에는 시위를 진압하는 군인의 총격에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도 최대의 도시 뭄바이에서도 수만 명의 노동자가 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었는데 정부의 봉쇄령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된 노동자들이 벌인 시위다. 콜롬비아에서도 비슷하게 정부의 봉쇄령과 통금 조치 때문에 일할 수 없게 된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남아공과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통행금지 단속에 나온 경찰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 시민이 속출했다.

 

노란조끼 운동과 공공부문 총파업 등 큰 투쟁의 줄기가 이어졌던 프랑스의 경우 전국에 봉쇄령이 내려지며 정부의 억압이 강화됐지만, 파리 외곽의 가난한 지역들에선 방화와 폭동이 발생하고 있다.

 

아직 투쟁이 전면화하진 않고 있지만

 

여러 나라에서 자본가정부들이 스스로 해고금지나 병원 및 항공사 국유화 같은 조치들을 서둘러 도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스페인에서는 병원을, 이탈리아는 항공사를 국유화했다). 지금 당장엔 노동자계급 다수가 코로나19 위기와 그걸 이용해 지배계급이 가하는 압력에 밀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회 밑바닥에서부터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심상치 않게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 자신이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배계급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선 포퓰리즘 운운하면서도, 여야 가리지 않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냉큼 합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 국민 고용보험도 들먹거린다. 전 세계 자본가계급과 나란히 지금의 위기가 반란과 혁명으로까지이어지는 걸 막기 위한 몸부림이다.

 

거기에 더해 노조관료들을 여전히 파트너로 써먹을 수 있는 곳에선 적당히 떡밥을 던져주면서 또 한 번 사회적 합의주의를 가동하려 할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원포인트 노사정 비상협의시도가 그런 역할을 한다. 노동자들 속에서 새롭게 단결투쟁의 기운이 조직되지 않는 상황에선 당분간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주의 시도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해결책 찾아 발걸음 내딛는 노동자들이 있다

 

물론 우리는 다른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병원 노동자들이 보여주듯이, 투쟁을 주저하는 노조관료들에 구애받지 않고 평조합원의 힘을 모아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에 나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한 번 물꼬가 트이면 산업과 노동조합 구획을 넘어 투쟁하는 노동자의 연대를 조직하려는 시도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런 행동의 중심에는 사회주의 노동자들이 있다. 뉴욕 병원 노동자 시위가 벌어지던 날 어떤 참가자는 이런 발언을 했다. “경영진이 저 꼭대기에 기생충처럼 앉아 돈을 쓸어 담고 있다. 노동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노동자들이 알고 있다. 노동자들, 환자들, 지역사회가 이들 병원과 산업을 자신을 위해 운영할 수 있다.” 이들은 자본주의가 바이러스라고 규탄했고, “살인을 저지르는 자본주의에 맞서 노동자가 일어나야 한다고 외쳤다. 마스크 같은 필수적인 보호장비를 생산하기 위해 관련 산업을 국유화해야 하고, 노동자가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르헨티나에는 이런 주장을 실행에 옮긴 노동자들도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파산한 섬유공장, 타일공장, 인쇄소 등을 점거하고 몰수 국유화를 요구하며 스스로 운영해온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위협이 증대되자 기존 생산설비를 활용하고 개조해 마스크 등을 생산 공급하는 데 뛰어들었다. 미국의 트럼프가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지엠 공장에서 마스크를 생산하게 만든 과정보다 훨씬 신속하게 이런 대응이 이뤄졌다.

 

이런 사례는 이윤보다 인간의 필요를 앞세우는 노동자계급의 정치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는 데서도 훨씬 우월함을 보여준다. 노동자에겐 이런 잠재력이 있다. 재난극복의 열쇠는 다름 아니라 이런 잠재력을 끌어내 혁명적으로 행동하는 노동자에게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해고로, 생존권 위기로 이어지는 국면을 맞이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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