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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직접 쓴 <우리가 옳다!> 서평 - 톨게이트 투쟁의 내면을 보여주고 노동자의 성장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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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문한수톨게이트 노동자 조회 5,870회 2020-05-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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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투쟁의 내면을 보여주는 <우리가 옳다!>

김정인 공공연대노조 영업소지회 조합원

 

내 삶을 돌아보면 잘되는 일도 없었고, 잘하는 일도 없었던 것 같다. 단지 현실에 만족하면서 벽에 부딪히면 그것을 내 탓으로 돌리려 했던 자존감 약한 사람이었다. 내 삶에 안주하며 밥은 굶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했고, 저축은 못해도 무언가 나눌 수 있는 나의 삶에 만족했다.

 

노조가 무엇인지, 노동운동이 무엇인지 모르고 출발했다. 투쟁의 첫걸음을 떼면서도 그냥 쫓아만 가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청와대 앞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하고 나서야 투쟁이 나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투쟁의 현실에선 자본가들도 있었고, 권력자들도 등장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루하루 내 삶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내게는 충격이었다. 내가 최하위 밑바닥 노동자라는 것을 말해 주는 현실이 충격이었다. “비정규직 철폐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구호도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금도 착실히 냈고, 법을 어기면 벌금도 즉각 냈고, 누군가가 넘어지면 괜찮냐고 물어도 보고, 맛있는 건 이웃들과 나누고 등등 이렇게 살면 인간답게 살고 있는 거 아닌가? 얼마나 많이 빼앗기고 억눌려 왔는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본질부터 알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였던 내게 투쟁의 의미는 남달랐다. 투쟁이 훑고 지나간 삶은 산에 길이 생긴 듯 뭔가 확 뚫린 기분이다.

 

<우리가 옳다!>를 읽고 우리가 어떤 투쟁을 했는지 알 것 같다. 가끔 내게 질문하던 사람들에게 얘기해 줄 수 있는 답도 있었고, 같이 했던 동지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 같다.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실수와 오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연대의 중요성

 

이 책은 연대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연대라는 단어조차 어색했던 우리가 얼마나 연대를 갈구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연대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저희 힘이 다 되는 그 순간 저희는 완강히 버티다 버틸 힘이 없을 때 저희는 밖으로 끌려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그 힘 잃지 않고 다시 모여 투쟁할 수 있게 모든 동지들, 저희에게 힘을 주시고 연대해 주십시오.”

 

박순향 부지부장이 이렇게 호소했다. 민주연합노조 호남본부 전주시지부 연대파업 호소문도 책에서 볼 수 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KEC지회, 소성리 주민들의 연대, 수많은 민주노총 조합원의 연대, 시민단체들의 연대 등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우리 투쟁을 지지했는지 알 수 있다.

 

투쟁의 내면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우리의 투쟁이 어떻게 우리만의 투쟁을 넘어 전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려 했는지 다루고 있다. 모든 노동자가 읽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톨게이트 투쟁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투쟁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말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노총의 현주소와 민주노총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의 일들이 생각났고, 그렇게 열심히 싸웠는데 하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지만 그걸 뛰어넘어 자부심이 생겼다. 고맙다. 힘든 걸 해내면서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우리가 옳다!>는 노동자의 성장기록물

문한수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성주지회장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꿈을 가지고 살려고 하고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꿈을 포기하지 말고 살라고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난이 와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세상은 꿈조차 사치에 불과할 만큼 살기가 팍팍하다. 특히 임금 노동자의 삶은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더더욱 어렵기만 하고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거라는 점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불안감 속에서 비정규직으로 살아오면서 어떻게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사실 이 사회에서 도망갈 궁리만 하고 살았다. 하지만 우리의 투쟁 속에서 나는 세상의 주인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또 수많은 내가 있다는 것을 보았다.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긴 채 또는 빼앗기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착취당해야 했던 노동자들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우치고 세상과 맞서는 순간, 우리가 얼마나 당당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노동자를 차별하며 자신의 이익만 챙기기 위해 거짓과 폭력을 일삼는 인간들, 동조하는 썩어빠진 언론들을 봤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도 겪었다. 하지만 그런 기울어진 세상 속에서도 두 손을 부여잡고 7개월 동안 함께 싸워 준 동지들의 기록이 책으로 나왔을 때, 한편으로는 잊히지 않게 해 줘 감사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감사한 이유는 그 긴 시간을 연대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고, 노동자가 단결할 때 승리도 같이 온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이유는 수많은 연대의 힘이 있었지만 완전한 승리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도로공사의 자회사를 무너뜨리고 완전한 승리를 위한 투쟁을 다시 시작하기에 지나온 투쟁의 평가도 조금은 뒤로 미루고 싶다. 톨게이트 투쟁을 위해 함께 해준 전국의 수많은 동지를 위해 우리는 다시 싸울 것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거듭나는 과정

 

<우리가 옳다!>는 성장기록물이다. 억압받고 착취당한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새터민 노동자들이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을 찾기 위해 투쟁했다.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당당한 노동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상에 어떻게 맞서면서 변모해가는지 보여준다. 나도 같은 톨게이트 노동자로서 변화해가는 동지들을 보면서 몇 번이나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이런 동지들이라면 내 한 몸 부서져서라도 같이 갈 수 있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다만 나의 자질이 부족했을 뿐.

 

이 책으로 또다시 시작될 투쟁의 길 앞에서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게 됐다. 지나온 투쟁의 길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톨게이트 동지들은 불합리한 세상을 뒤집기 위한 싸움에 항상 수많은 동지가 함께 할 거라 믿고 있다. 그 기나긴 투쟁 속에서 노동자가 뭉쳐야 세상이 바뀌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투쟁 기간 내내 함께 해주고 우리의 시간을 책으로 만들어 알려준 이용덕 동지에게 감사드린다.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하게 해줬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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