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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고용보험, 문재인 정부의 갈지자 행보가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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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296회 2020-05-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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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건강보험처럼 전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라고 밝힌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그러나 이어지는 그들의 행보는

 

 

전국민 고용보험?

 

51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 의해 전국민 고용보험논의가 촉발됐다. 강기정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현재 고용보험 대상이 1,300만 명인데 나머지 약 1,500만 명에 이르는 사각지대를 잡아내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라며, “전국민 건강보험처럼 전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라고 밝혔다.

 

고용보험은 주되게는 노동자가 실업에 맞닥뜨렸을 때 실업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운영되는 공적보험제도다. 20203월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취업자 수는 약 2,800만 명인데, 이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0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한다며 10조 원 가량의 고용안정특별대책을 내놓았는데(물론 자본가들에게 지원하겠다는 240조 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절반 넘는 취업자에게는 이것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전국민 고용보험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는 노동법에 따른 노동자다(이마저도 고용보험 납부 의무를 회피하는 사업주들 탓에 임금 노동자의 70% 정도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 이들 임금 노동자의 경우 월 급여액의 1.6%를 고용보험료로 납부하는데, 그 절반인 0.8%를 노동자가, 나머지 0.8%를 사업주가 부담한다. 반면 법상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예술인 노동자 등은 아예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70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들도 아무런 실업대책 없이 경제위기 앞에 노출돼 있다.

 

사실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이들이 평소 이야기하던 소위 유연안정성을 확충하자는 데 있다. ‘유연안정성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유로운 해고 + 실업자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이다. 이들 나라에선 해고가 자유로운 대신, 실업 시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의 순소득대체율이 70~90% 수준이다.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자본가들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격렬한 사회적 대립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카드를 내민 것이다.

 

미적거리는 문재인 정부

 

물론 고용보험 확대와 제도 내실화는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이기도 하다. 경제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들 역시 실업 상황에서 실업급여를 수급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이들을 비롯해 자영업자들까지 고용보험제도로 포괄하자면 전면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실시를 위해 사업장 단위로 고용보험료를 부과하던 방식을 벗어나 취업자 개인의 소득에 따라 고용보험료를 징수하는 방식을 검토했다고 한다. 노동자의 근로소득,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에 각각 보험료율을 적용해 준조세 형식으로 국세청이 통합 징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전국민 고용보험 애드벌룬이 띄워진 지 단 일주일 만에, 당정에서는 전국민 고용보험 시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8일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신규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들, 특히 자영업자들이 보험료 납부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그 이유로 밝혔다.

 

결국은 돈 문제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운영하려면 상당한 재정이 필요하다. 2019년 한 해 고용보험기금은 2877억 원의 적자가 나서 20203월 현재 72,458억 원이 남아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책으로 고용보험기금에 34,0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이걸로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운용하기엔 턱도 없다. 특히 고용보험 신규가입 대상자가 된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면 이들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껏 전국민 고용보험, 사회안전망 확충을 이야기하더니 재원 문제 앞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자본가들에게는 240조 원의 천문학적인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말이다.

 

고용보험, 누가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가?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실업급여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자발적 이직이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유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법에 따라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한 경우는 비자발적 이직, 그러니까 회사가 노동자를 퇴출시키는 경우로 제한된다. 그나마도 노동자가 자신의 중대한 귀책사유, 예컨대 횡령 등의 범죄행위로 해고되는 경우에는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행 보험료 납부제도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노동자가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는데, 왜 노동자가 고용보험료의 절반을 내야 할까? 실업을 발생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본가들이다. 그것이 개별적 해고든, 집단적 정리해고든 간에 말이다. 노동자가 자기 잘못 없이 실업자가 되는 거라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부조는 실업을 발생시킨 자본가들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닌가? 다시 말해 고용보험료는 자본가들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게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이런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것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운용하자면 무엇보다도 노무 수령으로 이윤을 얻는 자본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고용보험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도 외면하려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의 취업과 실업을 결정하는 자본가의 권한은 고스란히 존중하면서도, 이들에게 실업을 책임지기 위한 재원 부담은 요구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기업 지원 예산에서 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지원 조건으로 하라는 민주노총의 요구는 간단히 무시된 것과 똑같이 말이다.

 

좀 더 근원적인 질문

 

그런데 경제활동에서 실업의 발생은 불가피한 것일까?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분명히 그렇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근대산업의 모든 운동형태는 노동인구의 일부를 끊임없이 실업자 또는 반실업자로 전환시키는 것에 의거하고 있다고 썼다. 자본가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동생산성과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이에 따라 생산부문마다 노동자의 흡수나 축출이 주기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호황, 활황, 공황, 침체가 반복되는 자본주의의 주기적 산업순환도 실업의 발생 요인이다.

 

자본가들은 이렇게 발생한 실업자들을 특정 생산부문에 호황이 왔을 때 이윤 증식을 위해 추가로 투입하기 위한 노동력으로 활용한다. 다른 생산부문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필요한 생산부문에 신속하게 추가 노동력을 투입하자면, 전체 노동자계급의 일부는 반드시 실업자로 존재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마르크스는 실업자들을 산업예비군이라고 불렀다.

 

실업자,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거꾸로 취업 노동자들을 자본의 명령에 복종하게 만든다. 내 일자리를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감이 취업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상대적 과잉인구 또는 산업예비군을 언제나 축적의 규모 및 활력에 알맞도록 유지한다는 법칙은 헤파이스토스의 쐐기가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에 결박시킨 것보다도 더 단단하게 노동자를 자본에 결박시킨다고 표현했다.

 

이는 이윤이 목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는 인간이 아니라 단지 이윤 생산을 위한 도구로 취급된다는 것을 뜻한다. 2019년 톨게이트 노동자의 투쟁을 두고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어차피 없어질 직업이니 해고를 감내하라고 지껄였던 것처럼 말이다. 어떤 종류의 해고라도 노동자 생존권이 무참히 짓밟힌다는 점은 이들에게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반면 노동자가 생산과 분배를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노동해방 사회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노동해방 사회에서도 기술의 발전, 사회적 필요의 변동에 따라 각 생산부문에 투입된 노동인구를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 지금과 같은 전염병 확산 사태가 벌어진다면, 당연히 노동해방 사회에서도 보건의료 부문에 투입되는 인력과 자원을 시급히 몇 배로 늘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해방 사회에서는 결코 자본주의처럼 노동자 일부의 생존권을 처참하게 짓밟는 강제적 구조조정 폭거는 일어나지 않는다. 노동해방 사회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필요, 그리고 이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과 자원이 얼마인지가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 때문에 전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당사자들이 동의하는 노동인구 재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이윤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한 생산이라는 노동해방 사회의 우월성이 유감없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자본가들이 발생시킨 실업, 그들이 책임 져야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긴 경제공황이 전면화할수록 생존의 벼랑에 떠밀리는 노동자가 대규모로 발생할 것이다. 특수고용, 예술인, 플랫폼 노동자 등 기존 고용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가 겪게 될 고통은 더하다.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계수단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고용보험의 즉각적인 확충과 제도 내실화가 시급하다. 고용보험 가입 의무를 회피하며 불법을 저지르는 자본가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노동의 의지가 있다면 누구라도 제한 없이 충분한 실업부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계급투쟁의 관점을 견지하고 노동자 단결의 계기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고용보험제도가 본질적으로는 자본의 구조조정 권력을 인정하는 사후 대책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노동자들이 자기 계급의 요구를 내걸고 단호히 투쟁해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쟁취한다면 이는 노동자의 더 큰 전진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정권의 시간표에 끌려 다니지 말고, 민주노조에서 실업의 의미와 고용보험제도의 확충 필요성에 대해 토론을 시작하자. 문재인 정부가 결코 노동존중 정부가 아니라는 점을, 이들이 전국민 고용보험을 꺼내든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함께 따져보자.

 

이를 통해 재원 부담을 핑계로 전국민 고용보험을 꺼내놓고도 미적거리는 자본가정부에게 단호히 요구하자. “자본주의의 대규모 실업에 노동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노동자의 생살여탈권은 너희 자본이 가지고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면 너희가 우리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노동자의 노동으로 이윤을 얻는 자본가들이 고용보험료 전액, 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게 만들어야 한다. 법인세를 부과하듯이, 자본의 이윤에 따라 고용보험료를 부과하자.

 

그리고 자본과 자본가정부가 이를 거부한다면 그들에게 더욱 단호히 요구하자. “그렇다면 너희가 노동자의 취업과 실업에 관한 일체의 권력을 가질 자격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감당도 못할 그 권력을 당장 노동자들에게 넘겨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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