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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으로 교섭을 생중계한다고?” - 민주노조운동이 부활시켜야 할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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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463회 2020-05-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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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교섭, 밀실교섭이 판치는 시대에 인스타그램으로 교섭 과정을 생중계한 사례가 나타났다.

 

 

승리한 싸움엔 특별함이 있다. 최근 성공회대 청소 노동자와 학생들은 9주간의 투쟁으로 해고자 원직복직을 쟁취했다. 막말을 일삼고 노조탄압을 저지른 소장을 교체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말부터 노동자와 학생들은 매일 두 번 집회를 열었고 총장실 항의방문, 용역업체인 푸른환경코리아 본사 집회 등 수많은 투쟁을 했다. 끈질긴 투쟁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스쳐 지나듯 본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423일 막판 교섭 때였다. 성공회대 미화방호분회 조합원들, 정규직노조 위원장, 원청인 성공회대 총무과 관계자, 연대하고 있던 성공회대 노동자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가시와 인권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다 있었다. 학생들은 인스타그램으로 교섭을 생중계했다.

 

보기 힘든 모습

 

근래 민주노조운동에서는 생중계는커녕 밀실교섭, 비밀교섭이 판 치고 교섭 결과는 단 몇 줄로만 정리돼 조합원들에게 공개되는 경우가 흔하다. 노동조합 관료들은 사측의 비공개 교섭 요구를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몇 년 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쟁 때 금속노조 관료들과 지회 관료는 정보경찰과의 핫라인도 교섭전술로 포장하면서 블라인드 교섭(밀실 비공개교섭)을 진행했다.

 

제대로 된 지도부라면 조합원들에게 모든교섭 과정과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진정한 노동자 민주주의는 단지 교섭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가 투쟁과 교섭의 전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조합원들은 자본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비판하면서, 민주노조의 진정한 주인공이 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

 

학생들은 평소 집회와 투쟁도 인스타그램으로 생중계했다. 몇 명이 보든 조합원들, 학생들, 연대하는 사람들이 투쟁의 전체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투쟁을 계속 알리고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나아가 학생들은 교섭도 생중계했다. 많은 학생과 연대 동지들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교섭 위원들의 언행을 다 알리는 게 노동자와 학생들의 힘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사측 관리자들은 계속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개의치 않았고 마치 너무나 당연한 일을 하듯, 생중계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라는 듯 교섭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중계했다.

 

노동자 민주주의를 부활시키자

 

민주노조운동에서도 노동자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던 때가 있었다. 1980년대 말만 해도 비공개 교섭은 상상할 수 없었고,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조합원들은 용납하지 않았다. 비공개교섭을 했던 지도부를 갈아치웠다. 자주적으로 교섭위원을 선출했고, 교섭위원들은 조합원의 통제에 따라야 했으며, 조합원은 교섭에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었다. 교섭 내용은 조합원에게 바로 낱낱이 보고됐다. 전체 조합원이 모이는 총회에서 교섭과 투쟁의 방향을 결정했다.

 

비민주적인 교섭, 형식적인 보고, 총회 민주주의를 뭉개고 노조 지도부만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관습은 극복 불가능한 어떤 통곡의 벽이 아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되살리려는 노동자들이 노조관료에 맞선 투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다수 대중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노동자를 행동하는 주체로 우뚝 세워내야 한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노동자의 대의와 양심을 지키고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려는 동지들부터 실천해야 한다. 단호하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서부터, 아래로부터의 집단적 힘을 신뢰하고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인스타그램 교섭 생중계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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