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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시혜와 동정은 연대가 아니다” - 새롭게 노학연대의 길을 뚫어가는 성공회대 학생들의 모임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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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이용덕 조회 7,267회 2020-05-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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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가시대표 강건 동지

 

 

편집자 주     지난 423일 성공회대 대학노조 미화방호분회는 해고자 원직복직막말 퍼붓고 노조탄압 저지른 용역업체 소장 퇴출을 위한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을 쟁취했다. 9주 동안의 끈질긴 투쟁으로 일궈낸 소중한 승리다. 이 투쟁의 현장에는 성공회대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가시동지들이 항상 있었다. 이 모임 대표 강건 동지를 만나 청소 노동자 투쟁과 노동자 학생 연대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423일 합의서를 작성했다. 작지만 정말 소중한 승리다. 먼저 소감을 듣고 싶다.

 

함께 잘 싸워준 조합원 동지들과 학생 동지들,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동지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노학연대 활동 3년 만에, 3번째 싸움 만에 승리할 수 있게 돼 조합원들도, 학생들도 정말 기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참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쏟아부었던 노력이 결코 헛된 게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어서 참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노동자와 함께 싸워 승리할 수 있다는 소중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고맙다.

 

41일엔 11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연대집회를 열었다. 개강이 연기됐는데도 정말 많이 모였다.

 

이창도 조합원이 해고되기 일주일 전인 224일부터 투쟁이 시작됐다. 9주차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매일 집회를 했다. 110여 명은 그동안 투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많이 알리려고 노력했다. 그날은 학교 안의 활동가들이 많이 달라붙었다.

 

특별히 중요했던 계기는 330일 총장 면담투쟁이었다. 총장이 출근했는데 퇴근하는 차를 막고 원청인 성공회대의 사과를 요구했다. 차를 세 시간이나 막은 유례가 없는 투쟁이었다. 그날 노동자들이 보여준 용기 있는 모습 덕분에 학생들이 많이 움직인 것 같다.

 

총장은 차 안에만 있으면서 노동자와 학생의 면담 요구를 거부하고 무시했다. 결국 구급차를 불러 그걸 타고 나갔는데 노동자, 학생들이 학교에 물리적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며 법적으로든 뭐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협박했다. 정말 무책임한 모습만 보였다. 그날 투쟁 과정에서 조합원 두 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 이창도 조합원은 총장 차를 강제로 닫으려 하는 학생복지처장의 완력 행사에 밀려서 허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갔고 다른 조합원은 총장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혈압이 너무 올라 병원에 실려 갔다.

 

성공회대 미화방호분회는 2017년에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그동안 굴곡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2017년 노조 건설 과정에서 큰 투쟁은 없었고, 그다음 해 재계약 시즌에 문제가 생겼다. 정년인 60세를 넘긴 노동자도 계속 일하는 게 관례였는데, (청소용역업체) 푸른환경코리아는 정년이 초과한 조합원을 해고하려 했다. 과업지시서를 찾아봤더니 원청인 성공회대가 직접 인원감축을 지시했다. 당시 선전전, 집회 정도만을 진행했다. 투쟁 시작한 지 1주인가 2주 만에 해고를 철회했다.

 

승리라 생각하고 교섭을 시작했는데 4월 초에 형편없는 단체협약 안이 나왔다. 구조조정도 시작됐는데 방호 노동자의 근무조건을 63교대에서 42교대로 바꾸는 것이었다. 막지 못했다. 방호 노동자 6명 중 반장은 주간 직책으로 가고, 다른 한 명은 외곽 미화원으로 전환됐다. 4명이 남았는데 한 명은 노동강도가 세져 일을 못하겠다며 퇴직했다.

 

2018년 투쟁을 한 뒤 노조 힘이 많이 약해졌다. 원래 100% 조직돼 있었는데 6명이 빠져나가고 그다음에도 더 나가고 노조가 뒤숭숭해졌다. 이번에도 문제가 된 소장이 당시 분회장과 조합원을 이간질시키는 일이 있었다. 이간질하는 문자 메시지를 들켜 부당노동행위 처벌투쟁을 시작했다.

 

대학노조는 교섭을 하지 않았고 1~2월 두 달 정도 투쟁하다가 징계위원회가 열렸는데 방호분회장을 징계한 사유는 폭력, 회사 명예훼손, 현수막 게시 등이었다. 징계를 막지 못하면서 투쟁 동력이나 명분이 약해졌고, 현수막 투쟁을 많이 했는데 조합원은 처벌하지 않는 조건으로 현수막을 내리면서 굴욕적으로 합의했다. 분회장은 희망이 없다며 사퇴를 하고 퇴사해버렸다.

 

그때부터 올해는 단체협약을 제대로 체결해보자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창도 조합원 해고 사태가 터졌다. 이 해고마저 못 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해고자 원직복직과 악질소장 교체투쟁에 돌입했다.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라는 성공회대는 용역업체 푸른환경코리아의 노동자해고와 노조탄압을 철저히 방관하다가 투쟁의 힘에 밀려 노동자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대학이 내세우는 가치와 현실은 많이 달라 보인다.

 

그런 슬로건은 홍보용으로 전락했다. 구조조정, 학과통폐합 등 대학의 기업화, 시장화가 맹렬히 추진되고 있다. 제가 2017년 입학하기 전에 그나마 지키고 있던 성적 절대평가제도를 상대평가제도로 바꿨다. 그리고 학생들이 반대했던 분할 수업도 강행했다. 3시간짜리 수업을 화요일에 한 번, 목요일에 한 번 하는 식이다. 2018년에는 학생들이 반대한 학과통폐합도 강행했다.

 

2019년엔 교육권투쟁이 있었다. 강사법 개정에 따라 강사를 많이 해고했다. 강사 수가 많이 줄어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항의행동이 있었다. 흐지부지됐다.

 

들리는 바로는 이사장들도 인권과 평화라는 색채를 굉장히 싫어한다고 한다. 그런 색채가 구조조정과 학과통폐합의 걸림돌이라 보기 때문에. 총장도 교육부의 평가를 잘 받으려면 대학의 기업화를 빠르게 추진해야 하는데 학생들은 왜 시장 논리나 학교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인권과 평화만을 생각하느냐는 입장이라고 한다.

 

청소 노동자의 열악함에 초점을 맞추는 연대는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연대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청소 노동자와 학생의 주체적인 성장과 발전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듣고 싶다.

 

어머니, 여사님 이런 호칭을 쓰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불쌍한 노동자배운 학생이 돕는 게 연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씀하신 대로 노동자를 약자로만 보면 노동자가 주체적인 투쟁, 집단적 투쟁으로 스스로 싸워나가는 걸 가로막을 수 있다.

 

노동자가 스스로를 도움받아야 하는 존재, 약한 존재로 인식하면 투쟁은 뻗어나갈 수 없다. 그 점을 주의하면서 노동자와 학생 모두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당당한 주인공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노동자 학생 연대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은 결코 대리자가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노동자운동과 학생운동의 연결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노동자운동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노학연대가 시들해진 이유 중 하나가 선배 활동가와 학생 활동가들의 연결이 많이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노학연대를 하려면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부분이 많다. 노동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 등이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운동이 되지 않아야 한다. 결국 문제의 뿌리에는 자본주의가 있다. 국가권력과 투쟁해야만 이 운동이 전진할 수 있다.

 

노동자운동의 경향을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노동자운동 활동가들이 열린 태도로 젊은이들의 운동을 바라봐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저도 분리주의 페미니즘을 반대하지만 어쨌든 지금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페미니즘 운동을 너무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물론 젊은 세대 중에서도 노동자운동을 정규직 남성의 기득권 지키기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통을 해야 하고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노동자운동이 먼저 젊은 층, 학생들의 운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청소 노동자들을 매일 만나고 현실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위적인 연대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관념적으로 연대하지 않기 위해 조합원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구체적인 해법을 찾으려고 항상 토론한다. 책에서 배웠던 노동자와 현실의 노동자는 다르다. 노동자는 학생과 다르게 생존의 문제를 걸고 싸워야 한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걸 각오하고 싸운다는 게 쉽지 않다.

 

당장 노동자가 처해 있는 조건이나 현실을 모르면 단순히 외부에서 자신의 원칙을 알리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맞지 않다고 실망하기 쉬운 것 같다. 이상은 이랬는데 현실은 이래 하면서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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