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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 어설픈 미봉책이 또다시 불러온 2,400여 명 정리해고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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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현대중공업 노동자 조회 5,851회 2018-04-1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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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연합뉴스


한때 조선산업에선 약 20만 명의 노동자들이 배를 만들고 있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조선산업과 해운업의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자본은 과잉설비 청산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은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2015~17년에 약 7만여 노동자들이 자본의 위기극복을 위한 희생양이 됐다.


같은 시기 현대중공업에서도 정규직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으로, 비정규직은 임금삭감, 무급휴직, 업체폐업 등으로 조선소를 떠났다. 그 인원이 무려 3만여 명에 달했다.


노동자 단결투쟁이라는 대안을 움켜쥐지 못한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은 그야말로 공포였다. 혹독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휘몰아친 후,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이젠 별일 없을 거야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자본은 노동자들의 실낱같은 기대감을 가혹하게 짓뭉개버렸다.

 

또다시 휘몰아친다

 

330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현대중공업지주 주식회사를 출범했다.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 왔던 권오갑 부회장이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권오갑은 주주와 시장의 기대 속에 사업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각 회사가 사업의 역량과 가치를 극대화한 결과 새롭게 도약의 토대를 다졌다며 노동자들을 위기 극복의 희생양 삼아 내쫓은 것을 자화자찬했다. 또한 현대중공업지주 주식회사를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기업”, “국민에게 존경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게 하겠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그게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데는 며칠도 걸리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자본은 주주총회를 기념하듯, 43일 또다시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들었다. 자본은 조기정년선택제와 희망퇴직으로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며 피에 굶주린 야수처럼 2,400여 노동자들을 감원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노동조합의 근간을 흔든다

 

이번 인력구조조정은 현대중공업만이 아니라 지난해 분할한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까지 대상으로 한다. 과거에는 정년퇴직이 임박한 근속년수가 많은 사무기술직과 생산관리직이 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사무기술직과 생산직 10년 이상 근속노동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을 정리하고 그 빈자리에 일부 비정규직을 채용해 임금비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의 주력인 노동자들을 정리하겠다는 자본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공격이다.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주력은 아직도 집행권을 좌지우지하는 고참세대와 지난 투쟁에서 새롭게 등장한 30~40대 신참세대다. 특히 30~40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뒷받침하는 중추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인력구조조정의 칼날은 노동조합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갈 30~40대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을 정확히 겨냥한다. 30~40대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조선소를 떠난다면, 현대중공업지부는 척추가 부러져 무력화되는 건 자명하다. 이번 2,400명 인력구조조정을 저지하는 것은 현대중공업지부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조합원들이 답을 말해준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자본의 인력구조조정에 즉각 대응했다. 43일 지부는 자본의 인력구조조정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곧바로 노동조합 앞에서 확대간부 항의집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임원들은 삭발했고 지부장은 단식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지부는 상집간부를 중심으로 출퇴근 선전전에 나섰고, 4월 셋째 주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물량이 바닥나 교육, 휴직, 전환배치가 예상돼 가장 위기의식이 높은 해양사업부는 자체 집회를 열고 선전전을 진행했다. 45일에는 분과장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를 마친 분과장들은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지부장 단식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장 활동가와 조합원들은 노조 지도부가 즉각 집회를 열고 삭발하자 투쟁의지가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지부장이 단식하며 천막에 머물고 있는 것에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조합원들은 얘기한다. “집행간부 중심의 선전전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선전전에 대의원, 소위원, 현장 활동가들이 참여해야 조합원들이 관심을 가질 거다”, “대중집회를 열고 현장으로 파고들어야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끌어낼 수 있다.”


그렇다! 조합원들의 말에 답이 있다. 이미 현장 활동가와 조합원들은 노조 집행부가 어떻게 해야 지지를 보내고 어떻게 투쟁해야 자본의 구조조정을 저지할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희망퇴직을 가장한 2,400명 정리해고를 저지하겠다는 노조 집행부의 단호한 결단이며, 전체 조합원의 투쟁의지를 모아낼 수 있는 구체적인 투쟁계획이다.

 

뼈저리게 되돌아보며 앞으로 한 걸음

 

더 이상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을 가장한 정리해고로 자본의 위기전가 희생양이 될 수 없다. 당혹스러워 하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추스르고 투쟁의지를 다시 곧추세우는 데 길이 있다.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게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분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 버티려는 조합원과 떠나려는 조합원의 분열이다.


5분과 대의원들은 노동자의 분열을 저지하고 단결과 연대로 투쟁해야만 희망퇴직을 가장한 정리해고를 막을 수 있다며, 비조합원 희망퇴직을 함께 막아내기로 하면서 자본에 맞서는 길을 스스로 찾고 있다. 2분과 대의원들은 집행간부 선전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런 흐름들이 전체 현장으로 확산돼야 한다.


아래로부터 자본의 공격에 저항하는 흐름을 만들고 전체 노동자가 총단결투쟁하는 것 말고 자본의 인력구조조정 칼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


그리고 반드시 되돌아봐야 할 게 있다. 현대중공업 자본은 노조가 ’16~’17 임단협에서 월할 상여금 등 자본의 핵심요구를 수용했는데도 결국 조합원 주력을 향해 희망퇴직(정리해고) 공격에 나섰다. 야수 같은 자본의 공격을 어설픈 미봉책으로 막아보려 했다가 결국 내줄 거 다 내주고 또 두들겨 맞게 됐음을 뼈저리게 돌아봐야 한다. 이제라도 현대중공업 자본의 악랄한 공세를 멈춰 세우려면, 노조와 현장이 어떤 기세로 임해야 할 것인지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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