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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고,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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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639회 2020-04-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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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8 국제 여성 노동자의 날, 칠레 산티아고에서 벌어진 거대한 시위 세상을 바꾸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전환점을 만들자

 

여성과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n번방 사건은 이 사회에 널리 퍼진 온라인 성착취 네트워크의 실상을 드러냈다. 조주빈을 비롯한 운영진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빌미로 성착취 영상을 제작해 적극적으로 퍼뜨렸다. 후원자들은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의 특성과 의도를 알면서 돈을 내고 운영진이 제작한 영상을 시청했고, 추가로 성착취 영상물 제작을 요구했다.

 

그들은 공유되는 영상이 협박과 불법촬영으로 만들어진 영상임을 알면서도 더 많은 영상, 더 새로운 영상을 원했다. 홍보를 위해 운영한 무료 맛보기방을 이용한 이용자도 있다. 유료회원인 후원자는 조주빈을 비롯한 운영진의 제작 행위를 지지하며 상당한 돈을 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명백한 공범자들이다. 무료이용자라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소지죄로 처벌해야 한다.

 

강력한 처벌과 전면적인 신상공개로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지적하듯 그동안 검찰과 법원이 수많은 가해자, 범죄자에게 무한대의 관용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런 성착취 범죄행위가 더 널리 퍼질 수 있었다.

 

7가지 요구

 

이 사건이 불거진 뒤 20203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 일부 개정됐다.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은 특정 인물의 신체 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 등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하는 등 소위 딥페이크를 제작, 반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동시에 영리를 목적으로 반포하는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성폭력처벌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영상물 등의 편집, 합성, 가공, 유포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독버섯처럼 퍼져 있고 지금도 퍼지고 있는 디지털 기반 성착취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 그래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7가지 요구를 제안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요구를 알아야 한다. (이 요구와 해설은 2020311일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문을 참고했다.)

 

성적 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 범죄자들은 성적 이미지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피해자를 조종했다. 그런데 이런 협박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 규정이 없다. 더군다나 경찰이나 검찰은 유포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수사한다. 이 현실을 방치하면 온라인 성착취를 억제하기 어렵다. 피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유포 협박이기 때문이다.

 

성적 이미지를 텔레그램방 등 온라인에 전시하거나 공유하는 경우 집단 성폭력등의 개념을 도입해 가중처벌해야 한다: 디지털 기반 성착취는 영상물을 직접 제작, 유포하는 1차 가해자 외에도 함께 관람하고 배포하는 2차 가해자들 때문에 피해가 마구잡이로 확산된다.

 

불법촬영물 소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동의 없이 유포된 성적 촬영물의 소비 및 소지를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성착취 시스템은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불법촬영물의 광범위한 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소비 및 소지도 함께 처벌돼야 한다.

 

불법 촬영물 삭제에 불응했을 때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현행법상 가해자는 수사를 받고 있더라도 성착취 촬영물을 삭제할 의무가 없다.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경찰에 신고해도, 경찰은 삭제를 강제할 수 없고 권고만 할 수 있다.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의무가 반드시 명시돼야 하며,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처벌돼야 한다: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성착취 촬영물을 발견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하며 발견하면 즉시 삭제해야 한다.

 

소라넷과 각종 웹하드 카르텔, 성매매 알선 사이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일부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단순히 온라인 공간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범죄행위가 일어나게끔 권장한다. 또한 여러 포털사이트에서는 피해자 이름이나 영상 등을 특정하는 검색어나 설명, 소개 등 텍스트가 이미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여전히 삭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례들에 대한 규제와 처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성폭력 범죄의 구성요건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에서 타인의 의사에 반해 타인의 신체를 성적으로 침해하는모든 행위로 확대해야 한다: 현행 성폭력 범죄의 구성은 영상물 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 합성 또는 가공한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는 모든 행위가 아니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축소하고 있다. 성적 욕망과 수치심의 해석이 다양할 수 있고, 특히 가해자의 편에 선 해석이 난무할 수 있다. 일상 사진에 성적 대상화가 나타나거나 성기가 보이지 않는 화장실 몰카 같은 촬영물은 현행법상으로 처벌하기 어려워진다.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개념 규정과 형법상 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 현행법상 아동, 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범죄는 아동, 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 제작이나 아동, 청소년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로 법 적용을 시도할 수 있으나, 온라인 그루밍 자체에 대한 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 즉 온라인으로 아동, 청소년에게 성적 의도가 담긴 대화를 요구하는 행위, 나체 사진을 전송하라고 요구하는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어마어마한 성착취산업

 

이런 요구를 반드시 쟁취해야만 디지털 성착취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처벌만으로 성폭력, 성착취를 끝낼 순 없다. 한국보다 몇 배 강한 처벌을 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73초마다 성범죄가 일어난다. 디지털 성폭력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성착취산업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확장했다.

 

미국 암시장 전문 조사기관 하보스코프닷컴(www.havoscope.com)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20억 달러(148,000억 원)로 세계 6위다. 1~5위는 중국, 스페인, 일본, 독일, 미국 순. 스페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보다 인구가 훨씬 많다. 같은 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조직범죄단체의 불법적 지하경제 운영실태와 정책대안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시장 규모는 30조 원에서 37조 원에 이른다.”(“커피산업 4배 넘는 성착취산업, 실태조사는 없다”, <경향신문>, 202045)

 

성착취산업은 포르노, 성매매, 불법촬영, 비아그라 같은 약물, 마약, 도박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발전하고 있다. 포르노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파괴하는 행태를 미화하고, 여성의 존엄을 짓밟는다. 그런데 포르노산업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n번방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서는 훨씬 더 하드코어화된 여성에 대한 성폭력 영상이 번지고 있다. 이런 산업이 존재하는 한 여성에 대한 성착취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썩어빠진 자본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의 성을 사고파는 성노예제도’, 여성에 대한 잔인한 폭력인 성착취제도를 유지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 자본주의 영화 및 문화산업, 광고산업은 매일 여성을 남성의 눈요깃감으로 상품화시킨다. 자본가들은 자본주의의 착취와 억압, 부조리와 부패에 분노하는 수많은 노동자, 민중을 스포츠, 스크린(영화), 섹스를 통해 우민화하고, 순하게 길들이는 커다란 정치적 이득도 얻고 있다.

 

정부와 자본가들은 이 산업을 근본적으로 손 볼 생각이 없다. 자본주의 문화산업의 숱한 성 상품화는 합법이며, 숱한 음란물 사이트도 활개치고 있다. 성매매 업소, 성매매 의심업소, 변종업소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근본 변혁

 

나아가 수많은 여성의 경제적, 정치적 지위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자본가들은 여성이 더 적은 임금으로 일하게 만들려 한다. 2017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여성의 월 급여액은 남성 월 급여액의 64.7%에 불과하다. 수많은 여성과 청소년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성매매에 내몰리고 있다.

 

자본주의는 어디서나 출산과 육아, 가사의 부담을 여성이 짊어지도록 강요한다. 이것이 경제적, 법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성적 불평등의 기초가 되고 있다. 형식적인 법적 평등이 명문화된 나라들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일터에서의 노동과 가사노동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런 이중의 고역으로 인해 여성은 대부분 정치, 사회생활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여성을 겨냥한 성범죄의 뿌리를 뽑으려면 이처럼 여성들이 겪는 정치, 사회적 불평등을 걷어내야 한다.

 

여성이 사회생활, 특히 정치활동에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무상보육,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도입돼야 한다. 모든 여성은 연령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피임과 낙태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 여성은 국가와 법원의 허락 없이도 자신의 뜻에 따라 언제든지 이혼할 수 있는 권리를 무조건 보장받아야 한다. 모든 여성이 일자리를 보장받고, 식량, 주택, 의료, 교육이 충분히 제공되며, 우수한 질의 육아시설, 식당, 세탁시설이 사회적으로 널리 보급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에서 뒤집어쓴 이중 삼중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성차별, 성폭력, 여성 억압, 착취에 맞서 남성 노동자들과 어깨 걸고 싸울 수 있는 대중적인 노동자계급 여성운동이 등장해야만 한다. 이 여성운동은 모든 성착취, 성폭력산업을 폐지하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강력한 처벌을 넘어 여성에 대한 잔인한 성착취, 성폭력을 폐지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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