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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장 보전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삭감 없는 주52시간 쟁취투쟁: 현대차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작은 계보를 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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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6,187회 2020-04-1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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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파업에 나선 현대차 울산공장 보전업무 하청(성진, 마스터시스템) 노동자들

 

 

노동절이 코앞이다. 188651, 8시간 노동제 투쟁은 단지 지나간 일인가? 2018년 한국의 연간노동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길었다. 20172,024시간 2위에서 그나마 나아졌지만, OECD 평균보다 한 달 반이나 더 일한다. 그리고 20204, 8시간 2교대 업무를 하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하청업체의 주52시간 노동제 시행을 앞두고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이 있다.

 

현대차 자본이 진두지휘해 온 노동시간 단축투쟁 탄압

 

현대자동차 자본은 2013년 이전 수십 년간 24시간 주야맞교대로 공장을 돌리며 원하청 노동자를 쥐어짰다. 지금도 여전히 정규직 업무를 비정규직에게 떠넘겨 노동자 단결을 해치고 착취도를 높이는 불법파견 범죄까지 자행하면서도 면죄부를 받는다.

 

현대차 자본은 노동시간 단축투쟁에서도 정규직은 물론 하청 비정규직, 부품사 노동자 투쟁을 꺾으려 탄압을 진두지휘했다. 3, ‘고용불안 없고, 노동강도 강화 없고, 임금삭감 없는노동시간 단축투쟁은 탄압의 표적이 됐다.

 

자본은 노조가 정당한 요구를 양보하면 생선성(물량)보전 = 임금보전 원칙을 들이대 자본에 협조적인 노조로 후퇴하게 했고, 당당히 투쟁하는 노조는 유성기업 투쟁처럼 철저한 탄압으로 짓밟았다. 그 역사 위에 현재 현대차는 8+8 주간연속2교대를 시행 중이며, 현대차에 납품하는 부품사들도 대체로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특근을 할 경우 주6일제, 월화수목금금.

 

자본과 정부가 만든 길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주52시간제를 적용한 201871일 이전부터 정부는 임금제도 개악을 진두지휘했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해 상당수 노동자의 임금을 하향시켰다. 작년 11, 정부는 자본의 편을 들어 주40시간 노동이 무색한 주52시간제마저 50~299인 기업에 계도기간을 9개월 이상 부여했다. 특별연장근로제 인가요건에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의 이유까지 추가했다. 자본의 입맛대로 노동시간을 맘껏 연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현대차 자본이 주60시간 특별연장근로제를 신청하겠다며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정규직과 동일업무를 하는 보전 하청 노동자들은 주52시간 시행을 앞두고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업체 바지사장에 맞서 임금삭감 없는 주52시간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벌이고 있다. 1월에는 선전전 수준이었던 투쟁이 교섭과 부분파업을 거쳐 4월에는 보전업무를 담당하는 2개 업체(성진, 마스터시스템) 노동자 전면파업으로 확대됐다.

 

필수업무 보전인데, 외주화와 장시간노동이 필수?

 

보전기술 분야는 플랜트(공장) 내 전체 생산시스템과 설비를 가동 가능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검사, 조정 등의 모든 활동을 하는 분야로, 생산공정을 원활히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직무입니다.”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에서 보전기술을 설명한 문구다.

 

거대 설비시스템에서 차를 만드는 자동차공장이다 보니, 생산설비가 최적의 상태로 가동되게 하는 보전업무는 자본의 말 그대로 필수업무다. 하지만 알다시피 정규직과 하청 비정규직이 구분돼 있다. 현대차는 비용절감과 불법파견 은폐를 위해 20177월에 보전업무를 외주화했다. 1차 하청 노동자들은 다른 업체로 고용 승계됐고, 새로운 하청업체가 외주 하청업체로 업무를 승계 받았다. 1년 후 업체가 다시 변경돼 20187월부터 현재 1, 2, 3공장 보전업무를 하는 마스터시스템4, 5공장 보전업무를 하는 성진소속으로 112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현대차 자본은 외주화를 통해 장시간노동은 당연한 전제로 유지한 채, 일의 총량이 같은데도 더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부려먹으며 이윤보따리를 채우고 있다. 아래 표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보전 하청 노동자들이 1차 업체에서 외주화되면서 노동조건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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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보전 = 임금삭감 = 노동시간 단축, 52시간제?

 

보전노동의 특징은 장시간노동이다. 생산라인이 가동될 때는 생산차질이 없도록 라인설비를 점검하고 문제발생에 대응한다. 라인이 가동되지 않을 때는 설비 전반을 유지, 보수, 관리한다. 주말은 기본이고, 명절휴가와 여름휴가도 반납해야 하는 원하청 보전 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에 시달린다. 특히 하청 노동자들은 한 달에 2일 정도를 쉰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보전 하청 노동자들의 가장 큰 고통과 호소는 불법파견이 아니라 장시간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주말에 쉬고 싶다! 남들처럼 휴가철에 휴가 가고 싶다!

 

하지만 하루 10시간, 한 달에 2번 쉬는 보전 하청 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을 거부할 수 없는 구조다. 외주화 이후 상여금, 성과금, 각종 수당이 없어졌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에 연장수당을 가득 달아야 그나마 3백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52시간 시행을 앞두고 업체 바지사장들이 일은 그대로 똑같이 다 해라. 하지만 시간은 52시간으로 줄이니까 임금은 깐다!’고 선포한 것이다. 게다가 주말(, )업무를 의무로 하겠단다. 현대차 원청을 든든한 빽으로 둔 바지사장들은 지금도 물량보전하고 임금삭감하는 주52시간을 고수하고 있다.

 

보전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

 

보전 하청 노동자들은 임금보전 주52시간제를 걸고 1월부터 선전전을 중심으로 투쟁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상식적이고 최소한의 요구인데도 이를 거부하는 사측의 행태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노동조합 새내기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함께 했다. 업체 사측은 징계, 고소고발 등으로 노조를 탄압했지만 노동자들은 4개월간 교섭도 하고 선전전뿐 아니라 부분파업도 벌이며 대부분 금속노조 조합원이 됐다.

 

조합원들이 직접 교섭도 참관하며 앵무새처럼 떠드는 사측에 분노가 높아졌다. 똑같은 일을 더 적은 시간에! 노동강도는 높이고 임금은 줄이고, 주말 강제노동 의무제를 하려는 처사를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당장 생계 걱정도 던져버리고 전면파업에 나선 것이다. 손 글씨로 쓴 호소문도 공장 곳곳에 부착하고, 70여 명씩 출근선전전도 진행하고 식당선전전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원하청 노동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보전 하청 동지들은 지지에 힘을 얻으며 투쟁결의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자본과 정부, 법을 상대하는 싸움이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보전업체만의 투쟁이 아니라 비정규직지회 전체의 투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지 엄호하고 함께 하는 투쟁으로 단결한다면 승리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작은 계보를 쓰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 몇 명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물량보전 = 임금보전으로 8+8 했으면 보전 쪽 하청도 똑같이 임금보전은 해줘야지!’ 정규직들의 이런 관심과 지지에 보전 하청 노동자들은 기뻐한다.

 

그런데 보전 하청 노동자들은 아직 세계 노동절의 유래도,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의미와 역사도,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요구의 정당성도 배운 적이 없다. ‘3를 걸고 싸운 자동차산업 주간연속2교대 투쟁의 역사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투쟁도 알지 못한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은 보전 하청 노동자 투쟁에 대해 전 공장의 지지가 소홀할까 걱정이 된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고민하자. 우리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지키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투쟁에서 후퇴한 오늘 이 자리에서, 과감히 투쟁을 시작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길을 묻고 있다. 연대하자. 보전 하청 노동자 투쟁과 함께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과제를 계급적 전망으로 풀어가는 계기로 삼자.


무엇보다 현대차 원하청 활동가들의 단결은 보전 하청 투쟁 승리의 열쇠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를 지렛대 삼아 광폭해지는 이윤논리 회오리 앞에 노동자 생존권 사수,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지혜와 실천을 모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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