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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소송취하? - 코로나19 핑계로 경제위기 책임 전가하려는 자본에게 길을 터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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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현대중공업 노동자 조회 5,108회 2020-04-1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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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9일 오토바이 경적시위(사진_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 2019년 임금과 단체협약이 해를 넘기고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어, 2020년 교섭은 4월을 넘기며 뒤로 밀리고 있다. 지난해 강렬한 파업으로 뜨거운 여름을 보냈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진퇴양난의 형국에 처한 이유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본다면 작년 5월 말 한마음회관 점거부터 7월까지 이어진 파업에 대한 현안문제(해고, 고소고발, 손해배상 등)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원인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핵심원인을 잡지 못하는 일면적 진단일 수 있다. 

 

각각의 진단은 다를지 모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게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개된 과정을 ‘모든 것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힘의 관계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그 핵심원인이 분명해진다. 지금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처한 답보상태를 타개할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진퇴양난을 만들었는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해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분쇄하기 위해, 매우 역동적이고 치열한 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은 현대중공업 민주노조의 역사를 다시 쓰는 중요한 투쟁이었다. 한국 빅2(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조선 대자본의 합병과 구조재편, 수만 명의 조선 노동자 생존권과 고용문제가 걸린 파업은 곧바로 전국적 사안으로 부상했다. 민주노조 건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파업, 가장 긴 시간 파업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5년 동안의 구조조정 흐름에 빗장을 걸고 민주노조의 투쟁력과 조직력을 재건해냈다.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분쇄하지 못해 울화통이 터졌고, 임금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지난해 파업의 힘으로 조직을 재정비해 투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다르게 전개됐다. 임원 선거에서 전투적 대안세력의 부재와 투쟁공백, 새 집행부 등장 이후에도 계속된 투쟁 실종, 대의원 선거구 재편을 둘러싼 분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집단행동의 소극성 등. 

 

다양한 문제가 얽힌 6~7개월은 한마음회관 점거와 강력한 현장파업으로 일궈낸 소중한 성과(투쟁력과 조직력, 투쟁의지)를 초가 녹아내리듯 소진시키는 과정이었다. 그것은 3월 20일 2시간 파업 보고대회에 참가한 숫자(700여 명)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3월 27일 현대중공업지부가 쟁의대책위 소식지 <결사항전>을 통해 “노동조합 ‘특별제안’에 회사의 결단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특별제안’을 통해 드러난 힘의 관계

 

현대중공업 지부장은 자본에게 특별제안을 던졌다. 그것은 4가지다. △ 하청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게 특별금 제시 △ 노조에서 요구하는 현안문제 적극 수용 △ 존속(한국조선해양) 회사의 재무제표 연결한 성과금 산출기준 마련 △ 임금성 관련 기타 요구사항 단체교섭에서 해결이었다. 자본이 이것을 받아들이면 법인분할 취소소송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자본은 3월 30일 <인사저널>을 통해 ‘특별제안’은 ‘무리한 요구로 명분 쌓기, 법적 판단이 나온 사안을 선심 쓰듯 법적조치 철회’한다며 단칼에 거부했다. 다음날 지부는 다시 ‘특별제안’을 제시했으나, 자본은 “코로나19발 전 세계 경제위기, ‘비상상황’이다!”며 위기위식을 부추기고, “보여주기 식 제안”이라며 지부를 조롱하고, ‘임금협상과 현안문제를 분리하고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기존입장을 밀어붙이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막다른 길목으로 몰아세웠다.

 

지부는 4월 6일 지부장과 사장이 참석하는 노사대표 생방송 교섭을 제안했지만 사측은 거절하며 지부를 걷어찼다. 자본은 지부의 허점을 파고들며 지도부와 조합원 사이를 이간질한다면 충분히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 노동자들이 먼저 굽히고 들어오면서 양보하는 것을 보며 그것에 만족하는 자본은 없다. 지부가 자본에게 던지는 양보교섭은 결코 지금의 답보상태를 타개하는 출구일 수 없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 미래의 이익까지 잃는 더 큰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법인분할 소송취하 ‘특별제안’ 철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분쇄파업의 정당성 사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해 한마음회관 점거와 현장파업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승리를 위해 주주총회장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연대정신을 잊을 수가 없다.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노동자들은 파업의 열기를 뿜어냈고, 주주총회 날치기에 분노하며 주총장 점거투쟁의 열기를 6월 초 파업으로 물류를 멈추고 골리앗 크레인을 세웠다. 또한 현장파업과 결합시켜 현장 곳곳을 누비며 하청 노동자 조직화에 나섰다.  

 

이렇게 투쟁의지를 쏟아 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5년의 구조조정에 대한 분노와 법인분할 및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몰고 올 또 다른 구조조정을 저지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인분할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게 무슨 말인가. 이는 현대중공업 노동자투쟁의 좌표를 잃는 것이며, 조합원들의 자존심과 투쟁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패착이다. 투쟁의 정당성을 잃은 노동자들은 단결의 힘을 잃고 파업투쟁의 힘과 다양한 투쟁 방법도 보여주지 못한다. 법인분할 소송취하를 철회하고 투쟁의 정당성을 굳게 지켜야만,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2020년 임금투쟁, 기업결합심사 결과에 따른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힘차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지부의 법인분할 소송취하는 조선 노동자들의 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법인분할 소송취하는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에게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고용을 유린하도록 칼자루를 쥐어주는 행위다. 국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조건부 승인만 떨어져 다시 구조조정이 휘몰아칠 것인데, 과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연대가 가능하겠는가. 연대가 사라진 그 자리에는 각자도생을 위한 조합주의 아우성만 울려 퍼질 것이다. 

 

기업결합심사 조건부 승인은 더 큰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조선업 위기가 더해져 구조조정의 범위와 강도는 몇 배 확대 강화될 게 불 보듯 빤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투쟁에 나설 것인데, 그때 자본과 산업은행은 이렇게 외칠 것이다. 

 

“지부가 소송을 취하하고 한국조선해양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동의했지 않느냐. 소송 취하는 한국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에 따른 구조조정을 인정한 게 아니냐. 그러니 노사 합의에 따라 찍소리 하지 말고 구조조정의 칼날을 받으라.” 

 

법인분할 소송취하로 정당성을 잃은 노동자들에게 닥칠 암울한 미래다. 우리는 과연 투쟁할 수 있겠는가. 투쟁의 정당성을 상실한 조건에서 구조조정 분쇄투쟁은 힘을 잃을 것이며,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실종된 투쟁은 또 다시 정당성과 자신감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런 참담한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현대중공업지부가 법인분할 소송취하를 철회하고 임금과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투쟁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현안문제와 소송취하를 맞바꾸는 게 민주노조의 정신일 수 없다

 

법인분할 분쇄투쟁 과정에서 4명의 소중한 동지가 해고됐다. 또한 1,215명이 징계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파업투쟁에 헌신한 대가로 탄압받은 동지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투쟁과정에서 발생한 해고와 징계를 기필코 철회시키고 당당하게 복직해야 한다. 

 

자본은 해고와 징계당한 동지들을 원상회복시키지 않을 것이다. 가족생계를 압박해 스스로 굴종하게 만들어 노동자의 투쟁정신을 지워버리려고 발악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탄압받은 동지들을 외면하게 만들고, 해고된 동지들은 선별 복직시키고, 복직한 동지들에게는 굴욕적인 재발방지 약속을 강요할 것이다. 이것은 자본이 지금까지 투쟁한 투사들에게 적용한 야만적 행위였다. 

 

이런 자본에게 법인분할 소송취하와 해고자 복직을 맞바꾸는 것은 민주노조의 정신이 아니다. 법인분할 소송취하는 더 큰 구조조정으로 더 많은 노동자를 희생시킬 수 있는 적신호라는 점에서 민주노조가 갈 길이 아니다. 자본이 해고 동지들을 막다른 길목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걸 지켜보며 참담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지만, 투쟁의 힘으로 해고 동지들을 원직복직시키는 길로 당당히 나아가자. 이것이 해고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하고 명예를 지켜주는 것이며 민주노조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민주노조의 정신과 원칙을 부여잡자

민주노조가 살아 있어야 조합원의 생존권과 고용을 사수할 수 있다

 

2019년 임금과 단체협약이 해를 넘기고 2020년 투쟁을 기약하지 못하면서 조합원의 가정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자본의 공세는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이는 또 다시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삶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인식하든 외면하든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을 피한다고 그 재앙이 비껴가지 않는다. 

 

당장의 어려움을 피하려고 법인분할 소송을 취하해 우리 발밑에 지뢰를 설치할 수는 없다. 그 지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2020년 임금 삭감과 동결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2020년 임금 삭감과 동결은 또 다른 지뢰를 안고 가는 것이며, 그것은 7월 기업결합심사 결과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공격으로 폭발할 것이다.   

 

이처럼 자본의 예상되는 공격 앞에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생존권과 고용을 지키는 길은 민주노조의 투쟁정신을 견결히 사수하고 조선 노동자의 하나된 단결투쟁을 조직하는 것뿐이다. 조선 노동자의 생존권과 총고용 요구를 내걸고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 단결투쟁,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하나된 단결투쟁을 조직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법인분할 분쇄를 위해 한마음회관 점거와 파업에 참가한 수천 노동자의 힘을 다시 모으자! 생계의 고통을 이겨내며 땀내 나는 몸뚱이를 서로 부둥켜안았던 동지들의 투쟁의지를 다시 모으자!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과의 더 강고한 공동의 요구를 조직하자! 이것이 다가오는 자본의 거대한 공세에 맞서 모두의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악랄한 자본주의 바이러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도 다시 싸울 수 있다

 

이미 자본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를 부각시키며 거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은 먼저 <인사저널>, <현중가족뉴스>, <현대중공업가족> 등 현대중공업지부 선전물의 몇 배가 넘는 유인물을 뿌리며 경제위기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고 있다.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 … 조선·해운 직격탄!”, “‘코로나19발 위기’에 사업목표 달성 비상등”, “세계경제 치명적 … 기업마다 생존 안간힘”, “신종 코로나 확산일로, 조선·해운업 경기침체 심각” 등등 온갖 도표와 수치를 통해 노동자의 의식을 장악해 들어오고 있다.

 

그다음은 무엇일까? 경제위기와 회사위기를 선포하는 ‘비상경영 체제’의 등장이다. 그다음은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고통분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마지막은 대규모 구조조정 공격이다. 우리가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으려고 옴짝달싹 못하는 동안 자본은 치밀한 자신의 계획을 추진해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처럼 침묵하고 있는 건 아니다.

 

3월 25일 전남 광양항에서 화물연대 전남지부 컨테이너지회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파업한 화물 노동자들은 컨테이너 물류창고 출구를 봉쇄하고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른 운임 50% 인상을 요구했다. 4월 1일에는 연대파업에 나선 화물연대 전남지부 600여 명이 항만봉쇄투쟁에 함께했다. 이 투쟁 이후 4월 6일 울산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가 승리했다. 

 

4월 7일에는 비정규직 노동조합 연대체인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모여 증언대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곳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와 자본가들에게 공항, 호텔, 대리운전, 콜센터, 이주 노동자 등 코로나19 사태를 핑계 삼아 해고, 무급휴직, 과로사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생명보존을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 모든 해고 금지 △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휴업수당, 실업수당 지급 △ 이주 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동일 지원 △ 노조할 권리를 모든 노동자에게 △ 4대 보험 적용을 모든 노동자에게 △ 아프면 쉴 수 있게 상병수당 보장 △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1,000조 원 환수 등이 그 요구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4월 25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행진할 것을 결의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 코로나19로 재난에 휩싸인 세계 노동자들이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고 과감한 파업과 시위에 나서고 있다. 미국 병원 노동자들의 시위에서는 ‘병원 국유화’ 요구까지 등장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은 코로나19 감염예방과 생존권 요구를 넘어 인류를 사회적 재앙으로 내몰고 있는 자본주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외치고 있다. 

 

우리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도 경제위기 책임을 전가하려는 문재인 정부와 자본에 맞서 투쟁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시 움츠러든 몸을 일으켜 세워 당당히 투쟁해 임금과 단체협약을 쟁취하자! 그 힘으로 2020년 투쟁을 승리로 이끌며 다가오는 구조조정에 맞설 수 있는 더 큰 조직력과 투쟁력을 세워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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