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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를 구걸하는 동안, 자본과 문재인 정부는 현장을 유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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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조회 4,886회 2018-04-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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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에 응답하는 방식(사진_참세상)

 

4 3일 노사정대표자회의 2차 회의가 열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위원장, 경총과 대한상의 회장, 노동부장관과 노사정위원장 6명이 만났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세우기로 의견 접근하고, 4월 안에 3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현대중공업은 근속 10년 이상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실시를 전격 발표했다. 관리자들이 현장에 흘린 바에 따르면, 사측의 목표 인원은 사무직 400, 생산직 2,000명이다. 이미 2016~17년 박근혜 정부 아래서 3만여 명의 정규직, 비정규직을 길거리로 내몰았던 현대중공업이 문재인 정부 들어 1년간 숨을 고르다가 또 다시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1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는 원가혁신, 기술혁신, 시스템혁신 등 3대 혁신을 통한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확정 발표했다. 여기서 특히 원가혁신의 핵심은 인력을 줄이고, 용접 도장 전문기업을 만들고, 자동화 설비로 바꾼다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조선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수가 20 8천 명에서 13 3천 명으로 7 5천 명이나 줄었는데, 일자리를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외주화로 비정규직 비율을 더 높이겠다고 한다. 보라, 이것이일자리 대통령문재인 정부의 참모습이다!


노동존중사회팻말 들고 노동자 공격하는 정부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존중사회라고 말만 번지레하게 앞세울 뿐, 문재인 정부는 철저히 자본의 논리 위에 서서 노동자의 고용과 권리를 공격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들을 추려보자.


▲ 이미 3 8일 정부는 노동자의 일할 권리는 거들떠 보지도 않으며 성동조선해양을 법정관리로 몰아넣고, STX조선에겐 생산직 75%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 수만 명의 일자리가 달려 있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추진에 대해서도 GM과 밀실협상에 몰두할 뿐 공장을 지켜낼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3 30일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 법정관리와 혹독한 구조조정을 협박하며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스스로 임금과 단체협약을 후퇴시키는 매각계약에 찬성하도록 강요했다. 그보다 앞서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중국 더블스타와 매각계약의 선행조건으로파업금지를 포함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 28일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서서 휴일중복할증 금지, 노동시간 단축 단계적 시행 등 근로기준법을 개악 통과시킨 데 이어, 4월 임시국회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하려 한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은 기껏해야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로 비정규직의 형태만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SK브로드밴드, 파리바게트 같은 민간부문에서도 자회사 방식이 진짜 정규직화를 가로막는 기만책으로 활용되게 했다.


▲ 불법파견까지 확인된 한국GM 부평, 창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백 명이나 쫓겨났다. 하지만 노동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그리고 4 6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불법파견 책임자 정몽구를 구속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주장하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구청이 동원한 용역과 이를 비호하는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당했다.

 

정부의 공격 앞에 손발을 묶는 사람들


그런데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반노동자적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는 동안, 민주노총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자, 자동차 조선 보건의료 건설 공공 민간서비스 부문에서 업종별 노사정협의체를 만들자, 제조업 구조조정 대책을 세울 노정교섭을 하자 등등, 온갖 형태의 노사정 대화에 관한 백화점식 제안이 민주노총을 휩쓸고 있다. 


반면 대중적 투쟁동력을 조직하려는 노력에는 거의 힘을 싣지 않고 있다.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 아래서보여주기식 시늉 투쟁이 아닌 진짜 투쟁이 굳이 필요하겠냐는 생각이 민주노총 지도자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노동자대중의 투쟁동력도 없이 자본가들에게 온갖 형태의 교섭과 대화를 제안하고 매달리는 것, 바로 이게 구걸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자본가들과 그들을 대표하는 문재인 정부는 긴장이 풀린 민주노총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비수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대화할 게 없는 노사정 대화


그런데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그토록 매달리고 있는 노사정 대화가 결국 열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구조조정이 중단될까? 아니다. 구조조정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이미 명확하게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와 자본은 한 목소리로 노동자에게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과 청년에게라도 좋은 일이 일어날까? 민주노총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임하는 중요한 이유로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감을 들었다. 얼핏 비슷한 얘기를 자본과 문재인 정부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는 비정규직, 청년, 여성을 대표하는 주체도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주체와 함께)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치 않다. 여기서도 관점과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열악한 처지는 무엇 때문인가? 자본은 대기업 정규직의 고임금과 철밥통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동자는 재벌 대자본의 초과착취 때문이라고 한다.


진단이 다른 만큼 해법도 전혀 다르다. 자본은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하는 만큼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비정규직의 고용을 안정시키려면 정규직의 고용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거대한 사회적 부를 움켜쥔 재벌 대자본의 이윤보따리를 풀어헤치지 않고서 비정규직 삶의 실질적 개선이 과연 가능한가? 노동자가 이것을 수용할 수 있는가?


환상의 결과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노동자의 강력한 투쟁력에 기초한 담판 자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벌어질 일은 둘 중 하나다.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거나, 아니면 아무 것도 정리되지 않거나노사정위원회부터 노사정대표자회의까지 과거 20년의 숱한 경험이 이것을 충분히 입증한다. 민주노총의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왜 다시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매달리는가?


문재인 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분명히 묻는다. 정말 다른가? 지금 이렇게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자적 실체가 분명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도 여전히 환상에 빠져 접근할 것인가?


1998년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IMF 외환위기 한복판에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다가 결국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도입을 합의해 주었다. 그런 역사적 과오, 아니 역사적 범죄를 저지르게 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김대중 정부에 대한 환상이었다. ,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상에 계속 빠져 있을 것인가!


민주노총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방식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중소영세 노동자의 문제를 함께 책임지겠다는 것은 마땅히 그래야 하고,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노사정 사회적 대화라는 잘못된 방식으로는 전체 노동자 권리의 하락이라는 전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민주노총이 갈 길은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소영세 노동자가 노동자계급의 이름으로 강고하게 단결투쟁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벌 대기업의 초과착취를 중단시키고 그들이 쌓아놓은 사내유보금 수백 조를 비정규직, 중소영세 노동자를 비롯한 전체 사회를 위해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 진정한 출발점을 열기 위해 조직역량을 총동원해 광범한 미조직 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해내는 것이다.


구조조정에 맞선 진정한 해결책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자계급의 강고한 단결투쟁으로 자본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삶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사회 전체가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봄이 왔지만, 노동자의 봄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는 한, 노동자의 겨울은 끝나지 않는다. 노동자 스스로의 강고한 단결투쟁으로 진정한 노동자의 봄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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