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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평등 마스크’ 배부하는 성서공단노조가 말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난 이주 노동자 현실과 투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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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성서공단노동조합 상담소장 조회 342회 2020-03-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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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주 노동자들과 평등과 노동조합 단결의 정신을 나눈 성서공단노조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난 인종 차별, 이주 노동자 차별의 실상

 

코로나19 소식은 극심한 공포감과 인종차별이란 문제를 안고 다가왔다. 국내에 있는 한국인들은 뉴스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긴급재난문자를 받으며 심지어 지자체에서 보내는 확진자 동선까지 알게 된다. 이에 비해 이주 노동자, 이주민의 대부분은 정보에서 배제돼 있다. 방송에선 아주 부분적으로 번역된 영어, 중국어 정보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정보를 알려주는 한국 주재 각국 대사관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니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예방과 방역수칙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어디서 이주 노동자가 몇 명이 죽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식의 가짜 괴담 뉴스가 끊임없이 이주 노동자를 괴롭히고 있다. 회사의 안전조치는 출근 시 열만 재는 것이 전부이며, 기숙사와 정문에 CCTV를 설치해 회사 밖 출입을 통제하는 의료진 없는 코호트 격리를 하기도 한다.

 

또한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으니, 회사의 작업용 방진 마스크를 빨아서 며칠씩 쓰기도 하고, 겨울에 사용했던 마스크를 끄집어내어 쓰고 있는데, 그것도 불안하니 면 마스크를 두 겹 세 겹 쓰기도 한다. 불안감이 커서 손에 비닐과 라텍스 장갑을 겹겹이 끼고 다니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주 노동자 대부분이 기숙사 작은 방에 여러 명이 모여 집단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기숙사 주거환경이 열악해 위생에 취약하다. 설사 원룸에 있더라도 방값을 아끼기 위해 한 원룸에 여러 명이 거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집단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도 코로나19가 의심되면 출입국에 연계되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출입국 방침을 발표했으나,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가운데 몸에 증상을 느껴도 강제출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숨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현장은 어떤가? 코로나19로 조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 1순위 해고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이며, 등록 미등록 가릴 것 없이 휴업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코로나 집단감염 지역에서 회사를 옮기고 싶어도 등록 이주 노동자들은 사업주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은 해고 상태와 코로나19 공포를 견디지 못해 귀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갑자기 귀국해야 하기 때문에 체불임금, 퇴직금 문제가 고스란히 남는다.

 

코로나19는 재앙이다. 그 재앙은 불평등한 노동조건에 처한 이주 노동자에게 더욱 집중되지만, 사회적으로 은폐돼 있다.

 

마스크 불평등: 이주 노동자 불평등의 상징적 사례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의 비자 유무, 국적, 인종을 가려서 감염시키지 않는다. 그런데 이주 노동자들은 예방의 가장 기초적 조건의 하나라는 마스크 착용에서부터 차별을 받는다.

 

정부의 공적 마스크는 이주 노동자와 전혀 무관한 마스크 5부제다. 건강보험 가입자에 한해 보급되기 때문에 건강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미등록 이주 노동자와 농어촌 이주 노동자들은 원천적으로 구입이 봉쇄돼 있다. 설령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다 치더라도 낮에 약국에서 줄을 설 수 있는 이주 노동자가 몇이나 될 것이며, 일요일에 문을 여는 약국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공적 마스크제가 도입되기 전부터 전국의 이주운동 진영에서는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며 항의를 했으나, 정부는 한국 국적을 가진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마스크 정책을 강행했다.

 

평등 마스크무료배부운동

 

성서공단노조는 마스크 공급에서 드러나는 불평등한 현실을 폭로하기 위해 이름을 평등 마스크로 정하고 마스크 무료배부운동을 시작했다. 특정 지역에서만의 마스크 배부에 그치지 않기 위해 언론을 통한 사회 여론화도 적극 시도했다. 한편으로 코로나19에 맞선 긴급 구호활동으로 평등 마스크를 배부했고, 다른 한편으로 정부의 불평등한 방역대책을 바꿔내기 위한 여론화 작업을 진행했다.

 

성서공단에서 평등 마스크를 배부하기 위해 먼저 성서공단 곳곳에 11개 언어로 된 현수막 30장을 게시했으며, SNS용 다국어 웹포스터를 제작했고, 다국어 컬러 선전물 10,000장을 만들어 홍보했다. 우선 3월 한 달 동안 일요일인 315, 322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성서공단노조 옆 공단 대로변에서 마스크를 배부했다.

 

이 행사에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줄을 서서 열도 재고, 1주일치 마스크 몇 장과 손 소독제를 받았다. 여기서는 비자도 여권 확인도 필요 없고, 대리구매도 가능하다. 일요일에도 일을 해서 참석하지 못 한 공장 동료, 기숙사, 원룸 동료들 것까지 배부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리가 멀어 이동이 쉽지 않은 칠곡, 고령, 성주의 이주 노동자들에게 직접 기숙사로 가서 전하기도 하고, 주소를 보내주면 택배발송도 동시에 진행했다.

 

321일에는 성서공단노조 조합원 월례모임을 이주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와룡시장에서 진행했는데, 선전전과 함께 마스크를 배부했다. 2주간 배부한 마스크는 5천매가 넘는다.

 

마스크만 자선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평등을 위한 메시지를 담아 나누었으며, 이주 노동자 단결을 위한 투쟁기관인 노동조합 가입 홍보물도 함께 나누었다.

 

인종 차별, 이주 노동자 차별로 모든 사람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집단적 재앙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단지 마스크가 아니라 마스크의 불평등이며, 이주 노동자의 불평등한 현실이다. 그것은 코로나19만이 아니라 다른 이름의 바이러스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현실의 불평등이 바뀌지 않으면 또다시 반복되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나타난 차별을 깨고 평등을 쟁취하기 위한 과제로 몇 가지를 제기하면, 먼저 현재 고용허가제 MOU 체결 국가가 16개 국가인데, 16개국 노동자를 초청한 한국 정부는 최소한 각 나라 언어로 된 코로나19 관련 정보와 노동자 권리를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 또한, 이주 노동자에겐 허울뿐인 현행 공적 마스크 제도를 시급히 보완해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를 위해 당장 미등록 이주 노동자 등 건강보험 미가입자에 대해 마스크 보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사업주 대리수령이든, 사업장에 직접 배부든, 지자체와 노동부가 즉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시해야 한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 이주민에 대한 건강보험 가입자격을 확대해야 하며, 이와 함께 비자가 있어도 6개월 지나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 등록체류자이더라도 건강보험 미가입이 다수인 농어촌 이주 노동자 현실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엄청난 족쇄로 등장했다. 사업장 선택과 이동의 자유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불안해서 사업장을 떠나려 해도, 귀국했다 다시 돌아오려 해도 움직일 수가 없다. 사장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해고되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 휴업수당조차 지급되지 않는 이주 노동자의 현실은 5인 미만 사업장 등 열악한 모든 노동자 현실과 동일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부분 미적용이라는 악법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논의되고 있는 명칭이 어떠하든 긴급재난생계비 지급에 이주 노동자, 미등록 이주 노동자도 배제돼선 안 된다. 이주 노동자도 코로나19 사태로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단지 한국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돼선 안 된다.

 

누군가의 배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당장의 이익이 달콤해 보일지라도 미래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배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차별과 경쟁의 결과는 모두에게 더 큰 재앙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모두가 무덤 속에 갇힐 수 있다.

 

이주 노동자 차별에 맞서는 투쟁을 전체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이주 노동자 산재발생률이 정주 노동자에 비해 6배나 높다고 한다. 아직도 회사를 옮기는 데 사장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고용허가제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코로나 재앙이 팬데믹으로 확산돼도 이주 노동자에겐 예방수칙조차 전달하지 않는 현실.

 

자본은 착취를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차별을 재생산하며 조장한다. 이주 노동자 차별을 용인하는 일은 자본의 착취음모에 정주 노동자가 동원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가 이주 노동자 앞에서는 멈춰 있다.

 

한국 노동운동에서 비정규직운동조차 이주 노동자를 포함하고 있는가? 정규직,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라는 노동자계급 분할에 맞선 노동운동의 전략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이주 노동자를 투명인간으로 두고서는 변혁운동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착취의 피라미드 가장 아래에서 신음하는 이주 노동자들과 분노의 동맹을 만들고 자본주의 철폐투쟁에 함께 나서기 위해,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는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더욱 힘차게 외쳐야 할 구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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