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회

n번방 사건: 고통을 뚫고 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해 민주노조가 할 일이 있다

페이지 정보

배예주 조회 297회 2020-03-25 20:24

첨부파일

본문

 

수많은 제2, 3n번방이 있다는 걸 고려할 때 범죄자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n번방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는 자체가 고통스럽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 자녀를 둔 부모 노동자들은 얼마나 큰 불안과 분노를 느끼겠는가. 성착취 영상을 만들고 퍼뜨린 소위 n번방 회원이 무려 26만 명, 밝혀진 피해자만 74명이지만 수많은 제2, 3n번방이 있다는 걸 고려할 때 범죄자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범죄에 분노한 사람들은 연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SNS에 해시태그를 달며 강력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 n번방에 가담한 모든 사람에 대한 전면적인 신상공개와 가장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잔인한 범죄를 또다시 어설프게 처리한다면 범죄자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또 다른 추가범죄를 기획하고 저지를 것이다.

 

범죄에 길을 터준 국가기구들

 

작년 3월 사법부는 아동 성착취 영상을 46차례 판매한 28세 남성에게 실형을 내리지 않았다. “반성하고 있으며 범죄 전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국제공조 수사까지 벌인 디지털 아동 성착취 사건도 있었다.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의 하나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해온 23세 남성 손모씨가 붙잡혔는데, 사법부는 작년 10월 그에게 고작 16개월을 선고했다. “피고의 나이가 어리고 반성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n번방 범죄가 알려진 후 가해자인 미성년자 남성이 자수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는데, 경찰은 미래가 아깝고 걸리지 않을 것이니 자수하지 마라며 돌려보냈다. 319, 경찰은 n번방의 하나인 박사방운영진 조주빈(24세 남성)을 구속했다. 그런데 작년 10월 음란사이트 운영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이번 n번방 2번째 운영자로 혐의가 추가된 38세 남성 전모씨에게 검찰은 3191심에서 징역 36개월을 구형했다. 대중적 공분이 일자 사법부는 부랴부랴 선고를 미뤘다.

 

문재인 정부는 323‘n번방 운영자뿐 아니라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등에 관한 제대로 된 법과 제도가 없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전 범죄의 경우,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에 그친다. 성착취 범죄를 상품으로 돈을 버는 자들이 정부의 이러한 무대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공범자들의 체제

 

국내 디지털 성범죄 수익 규모는 연간 수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출판물에서 비디오테이프로, CD에서 웹하드로,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며 천문학적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의 탈을 뒤집어쓰기에 이르렀다. 2018년 문을 연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센터도 1년 만에 불법촬영물 삭제 건이 두 배나 늘었다고 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의 영상이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이 처참한 상황에서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2000년 초부터 2016년까지 아동을 포함한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한 소라넷 범죄 주범에게 징역 4년이 아니라 가혹한 처벌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2018년 양진호 성착취 영상 웹하드산업 범죄가 드러났을 때도 2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산업에 대해 특별수사 촉구 국민청원을 했다. 그때 제대로 대책을 세우고 집행했다면? 버닝썬 사태도 그렇게 지나갔다. 지난해 아동 성착취 범죄 때라도 정부가 나서고, 검찰이 조국 수사역량의 10분의 1만이라도 투입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n번방 사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거세지니 그제서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양형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상반기에는 양형기준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324일에야 국제형사 사업공조와 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도 각 정당별로 대책마련 논의를 시작했다. 마치 전에는 아무 일 없다가 새로운 범죄가 생겨난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여성들이 겪은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쌓여있다. 이쯤 되면 범죄를 뒷받침해주는 법과 제도, 정부기관이 공범이다.

 

누가 수사와 처벌의 권한을 가져야 하는가

 

n번방을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각종 법안 제정과 집행에서부터 여성의 직접참여와 권한이 필요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시민의견을 수렴한다는 창구에 의견을 내는 것으로 디지털 성착취의 뿌리를 잘라내고 일벌백계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백 번 청원하는 것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막을 수 있겠는가. 가장 정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성들로 구성된 성폭력과 성착취 특별대책기구가 직접적 힘을 행사해야 한다.

 

3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여성검사와 여성경찰 80%가 참여하는 특별조사팀을 구성해달라는 내용이 올라왔는데, 단 하루 만에 청원자가 약 15만 명이다. “사건의 해결을 여성의 손으로 시작해 여성의 손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해달라고 설명했다. 정당한 요구다. 그런데 여성검사와 여성경찰 역시 검찰과 경찰의 일부다. 그들 억압적, 관료적 국가기구로부터 독립적인 여성단체와 여성 노동자기구에서 선출된 대표자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고, 이들이 범죄자들을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내놓은 대안을 그대로 집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가 진정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이렇게 여성들이 직접 나서 수사에 참여하고 양형을 제시하고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여성을 주체로 하되, 젠더 구분 없는 저항의 기구가 사회 곳곳에 파고들어야 한다.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는 여성 주체의 직접적 힘은 이후 가정에서 가사와 육아로, 일터에서 저임금 착취로, 사회 곳곳에서 성차별과 성범죄로 신음하는 구조에 맞서며 진정한 여성해방을 향한 발걸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민주노조가 할 일

 

여성억압의 뿌리인 자본주의 계급착취에 맞서는 것,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성별을 넘어선 노동자의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노동자운동이 추구해야 할 목표다. n번방 사건으로 터져 나온 분노와 더러운 성착취산업을 반드시 제거할 수 있도록, 지금은 민주노조의 성명서 수준을 넘어선 적극적 실천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100만 조직의 가치와 정당성을 그렇게 증명해 나가야 한다.

 

단지 내 주변만 살피면 되는 일이 아니다.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모든 성차별, 성폭력 피해는 여성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약자인 여성 노동자, 더욱더 취약한 이주 여성 노동자, 그리고 노동자의 미래세대에게 가해진다. 너무나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단결투쟁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주노조는 노동자계급의 보호와 단결을 위해서도 여성의 가장 든든한 연대세력, 동맹군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성착취 범죄에 눈감은 정부를 향한 청원에 이 거대한 분노가 제한되지 않도록, 성착취 특별대책기구가 건설되고 사회적 권한을 부여받도록 하는 투쟁에 나서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공범들의 신상공개와 가장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자. 혹여라도 민주노총 조합원이 관련돼 있다면 주저 말고 강력한 규율과 조치를 발동하자.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와 치료를 요구하자. 성착취산업의 수익을 몰수하고 피해자의 재활비용으로 우선 사용하자.

 

썩어빠진 자본주의는 수많은 성산업을 완전히 합법화시키고 있다. 포르노산업이나 영화산업, 광고산업 등에서 우리는 여성을 눈요깃감으로 전락시키는 자본가들의 파렴치한 짓거리를 매일 보고 있다. 자본가들은 성을 상품화하며 여성을 남성의 도구로, 노예로 여기는 수많은 장치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 성산업을 폐지하기 위한 투쟁도 민주노조운동의 주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Total 441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