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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주의냐 사회주의냐 – 코로나19가 다시 불러온 사활적인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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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518회 20-03-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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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텅 빈 거리. 자본주의 문명 앞에 사활적인 물음이 던져졌다.

 

 

야만주의로의 후퇴냐, 사회주의로의 전진이냐?” 100여 년 전 로자 룩셈부르크가 던진 화두였다. 이 화두가 등장한 배경은 세계사적인 분기점과 관련돼 있다.

 

낡은 사회체제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거대한 문제들에 사회가 봉착하면, 사회는 비상한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이 거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혁명적 체제를 건설해 전진하든, 그렇게 하지 못한 결과 야만주의로 퇴보하든 양자택일의 결정적인 분기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인류는 그 결정적인 분기점에서 새로운 체제를 세워냄으로써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고, 진보할 수 있었다. 대략 큰 맥락에서는 그랬지만, 모든 사회체제가 그런 진보를 달성했던 건 아니다. 반대로 필사적인 도약에 실패함으로써 퇴보하고, 심지어는 몰락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고대 로마제국의 몰락이 그 단적인 사례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이 화두를 던졌던 20세기 초반도 인류 역사상 결정적 분기점이었다. 이윤율 저하 타개책으로 식민지 강점에 나섰던 제국주의 강대국들 사이의 전쟁이 1차 세계대전으로 폭발했다. 뒤이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전반적인 위기가 대공황으로 폭발했다. 전쟁, 실업, 가난 등 자본주의의 온갖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이 결정적인 국면에서 로자 룩셈부르크는 인류가 진보하려면 사회주의로 전진해야만 한다는 점, 그렇지 못하면 야만주의로 퇴보할 거라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냈던 것이다.

 

세계는 사회주의로 전진하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야만주의로 완전히 굴러 떨어지지도 않았다. 자본주의 체제는 아직 역사적 수명이 조금은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과거의 전성기로 돌아갈 순 없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활력이란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비할 때 아주 제한된 수준에서만 작동했고, 잠시 억제했던 야만성은 수많은 전쟁과 테러로 수시로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거듭 대공황의 위험과 마주쳤다. 그때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거품, 양적 완화, 국가재정 투입, IMF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긴급 자금투입 등으로 그 위험을 가까스로 모면해왔다. 그러나 그런 고비를 한 번 넘길 때마다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수단은 고갈돼왔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사태를 만났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는 전면화하고 있다.

 

질병의 확산, 경제위기의 거대한 그림자가 세계를 덮치고 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문제들 하나하나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에서 튀어나와, 100여 년 전의 화두가 이 시대를 얼마나 정확히 정의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오늘날의 상황: 코로나19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자들은 몇 년 전부터 인류를 위협할 질병 X’에 대해 경고해왔다. 그들은 인류가 만난 적 없는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질병 X’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위험이 될 거라고 예측했다. 바로 그 질병 X’가 오늘날 코로나19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질병 X는 인류가 후퇴한 결과가 아니라 진보한 결과다. 과거에는 인간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했던 새로운 지역으로 개발이 확산되면서 미지의 야생동물과의 접촉 기회, 동시에 이제껏 인류가 접촉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이 바이러스는 인류가 아직 면역력을 갖지 못한 것이므로 치명적인 위험을 잉태할 수 있다.

 

세계 무역과 교류의 확대는 이런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더욱 높인다. 흑사병이 인류를 위협했던 것도 실크로드를 따라 무역이 확대돼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결과였다. 오늘날 세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위험은 천 배, 만 배 높아진다.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한 것도 세계화의 발전과 연결돼있다. 과거에는 정글에서 살아가는 극소수 사람만 위협했던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이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거대한 망을 따라 전 세계로 퍼지게 된다.

 

그렇다면 개발과 세계화의 발전은 코로나19 같은 문제로부터 인류가 벗어날 수 없음을 뜻하는가? 그렇지 않다. 지금 같은 야만주의적 방식 말고, 다른 길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선 생태계를 파괴하고 야생동물과의 위험한 접촉을 확대하는 자본주의적 개발을 없애면 된다. 야생지대를 무분별하게 개간하고 야생동물을 포획해 시장에 내놓는 가난한 지역에 대한 세계적 지원을 통해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면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무차별적인 개발정책을 고수하고, 가난하고 후진적인 지역을 황폐화시키며 시장의 마수에 편입시킴으로써 위험을 키운다.

 

위험의 세계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화는 기술과 문명, 생산능력 발전의 성과를 세계 구석구석으로 확산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화는 위험 또한 세계적으로 증폭하고 확산한다. 경제위기만이 아니라 치명적인 바이러스까지 말이다.

 

그러므로 모든 위험 요소는 이제 세계적인 유기적 협력을 통해서만 차단할 수 있다. 코로나19도 세계적인 협력과 상호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훨씬 수월하게 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모습은 어떤가? 이윤율이 저하하면 할수록, 자본가들의 탐욕을 채워주기 위해 자본주의 국가 간 경쟁과 대립은 커져간다. 세계적 협력이 갈수록 중요해지지만, 미중 분쟁, 석유패권을 둘러싼 전쟁 등 세계는 갈수록 분열하고 대립의 수위는 높아진다. 코로나19보다 더욱 치명적인 무기를 모든 자본주의 나라가 대량으로 만들고 있다. 금융자본의 세계적 투자를 위한 네트워크는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코로나19 같은 세계적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세계협력의 네트워크는 거의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의료 전문가들의 질병 X’에 대한 경고장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에 대한 어떠한 대응조치에도 착수하지 않았다.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천문학적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데 몰두하고, 그 이외의 어떠한 재정투입도 최소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임박한 위험에 대비하는 의료재정 투입은 자본가국가들에게는 금기사항이었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백신 제작과 의료연구에 투입하는 정부 재정은 모든 나라에서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투입하는 천문학적 재정의 불과 몇 백분의 일만 투입했더라도 위험의 크기는 대폭 줄어들고, 원천봉쇄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의 상황: 자본주의 의료체제

 

자본주의 의료체제도 재난을 몇 십 배 증폭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정부는 제대로 된 검사조차 할 수 없는 빈약한 의료체계를 낮은 확진자 수로 감추면서 뻔뻔스럽게 버텨왔다. 도저히 그럴 수 없게 되자 미국 정부는 비상조치를 선포하고 있지만, 기본 수단인 검사키트마저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의료민영화의 결과 개인이 감당해야 할 검사와 치료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해, 가난한 사람들은 확진자로 판명돼 수천만 원의 빚을 지느니 차라리 목숨을 담보로 혼자 바이러스와 씨름하는 편을 택하고 있다. 이게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이고, 국민의 생명보호를 국가의 절대적 사명으로 삼고 있다는 미국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국민의 의료복지를 팽개치고 오직 의료산업 자본가들의 이익을 챙기는 데 몰두하는 자본가국가의 범죄들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치명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공공의료체계가 심각하게 후퇴해왔다. 500개 이상의 공공병원이 문을 닫았다. 공공의료비 지출액도 계속 큰 폭으로 줄어왔다. 그것의 치명적인 결과가 무엇인지는 이제 지구상 모든 이가 알고 있다.

 

가장 모범적으로 대응한다고 하는 한국 정부의 상황도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치료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음압병상이 너무나 부족해 살릴 수 있는 환자들도 죽어가고 있다. 그나마 국가지정 공공병원에나 음압병상이 있을 뿐, 사립병원에는 가뭄에 콩 날 정도만 있을 뿐이다. 노인요양병원, 장애인요양병원 등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대규모 감염자,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빈약하기 짝이 없이 방치된 이 시설들은 전적으로 공공서비스의 취약함 때문이다.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립병원들은 어떤가? 병원 수익률을 낮출까봐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을 진단하고 돌보기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그 시설들을 재난 극복을 위해 투입하는 긴급조치마저도 문재인 정부는 시도하지 않고 있다. 마스크 생산 자본가들도 마찬가지다. 폭증하는 주문과 높은 마스크 가격에 떼돈을 벌면서도 더 높은 비용을 사회에 청구하려 하고, 일부 자본가는 암시장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짓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다음의 진실을 거역할 수 없는 막강한 힘으로 인류에게 보여준다. “코로나19 사태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다. 그것은 예측불가능한 우연적 재난이 아니라, 예측되었던 필연적 재난이었다. 이 재난은 자본주의의 탐욕적인 개발에 파괴되어온 자연의 처절한 복수다.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한 세계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무한대의 경쟁논리,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자본가국가, 약소국에 대한 수탈 등으로 점철된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자연의 복수는 거듭해서 더욱 큰 규모로 인류를 덮치지 않겠는가? 인류의 공존과 생태계 보호, 세계 노동자의 국제주의적 단결, 노동자정부와 노동자조직들에 의한 사회적 통제, 의료의 사회화 등 사회주의적 조치를 통하지 않고서 어떻게 이 야만주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는가?”

 

오늘날의 상황: 세계경제

 

코로나19는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세계 주요 나라들의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있다. 채권시장마저 폭락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해서도 훨씬 빠르고 전면적인 폭락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한계상태로 내몰리고 줄도산이 현실화할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상장하지도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대공황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가 더욱 치명적인 것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는 유동성 부족의 측면이 더 두드러졌다면, 2020년 위기는 실물경제, 즉 생산에서의 전면적인 위기가 더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상당히 현상적인 접근이기는 하다. 2008년 금융위기도 그 뿌리를 살펴보면 생산에서 누적된 이윤율 저하가 근본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윤율 저하를 만회하기 위한 투기행렬, 이것이 야기하는 거대한 금융거품, 부동산거품이 금융위기를 잉태했다.

 

그에 비해 2020년 위기는 실물 생산분야의 이윤율이 2008년 당시보다 더욱 심각하게 하락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에 미국, 유럽 등에서 언제든 파산으로 내몰릴 수 있는 한계기업들의 비율이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었고, 한국도 금융이자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의 비중이 이미 35%에 달했다.

 

이처럼 세계 자본주의의 기저질환은 이미 치명적인 수준으로 진행된 상태였다. 코로나19가 트리거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는 생산과 소비 전반에 직격탄을 날렸다. 생산부문 전체가 충격파에 휩싸였다. 세계 자본주의의 기저질환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나 공황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 자본주의의 기저질환(이 기저질환은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를 바탕에 깔고 있다)이 대공황으로 이어질 위험을 차단하는 보루들이 훨씬 취약해진 상태다. 이미 제로금리 근처에 도달한 금리 때문에 저금리 정책은 약발을 잃은 지 오래다. 양적완화로 돈을 찍어 푸는 것은 이미 너무 많은 돈이 시장에 풀려 있는 상태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등이 커져있다. 게다가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서 양적완화 정책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대규모 양적완화는 위기를 다른 모든 나라로 전가하는 조치인데, 만약 이 정책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마저 흔들린다면 세계경제는 더욱 혼란에 빠져들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다른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상황을 그냥 방치하면 대공황의 늪으로 빨려드는 걸 피할 수 없다. 이미 한계 상태인 기업들의 비율이 대단히 높아진 상태에서 코로나193~4개월간 충격파를 받는다면, 줄도산이 현실화하는 건 기정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없기에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남아 있는 정책을 총동원해서 자본주의 구출하기에 돌입하고 있다.

 

자본주의 일병 구하기 작전

 

2008년에 세계 자본주의가 직면했던 위기에 비해 2020년에 직면한 위기가 얼마나 더 치명적인지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대응양상에서 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금리를 0~0.25퍼센트 수준으로 즉각 인하했고, 7,000억 달러의 양적완화(달러 찍어내기)를 선언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 GDP5%에 달하는 12,0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322, 미국 정부는 베팅 액수를 약 두 배 높여, 미국 GDP10% 수준인 2조 달러 이상으로 재정 지원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자본주의 일병 구하기 정책에 세계 주요 자본주의 나라들이 동참하고 있다. 독일도 GDP10% 이상 투입을 발표했다. 영국은 15%, 스페인은 20% 수준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한국도 60조 원이 넘는 정부 재정 투입을 선언했고, 곧 그 이상의 추가 재정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위기진압 작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이 갖고 있는 거대한 힘과 위기진압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힘이 소진하고, 위기진압 능력이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왜 미국은 불과 일주일 사이에 베팅액을 두 배로 올려야 했을까? 그 이유를 분석해본다면, 진실이 대낮처럼 밝게 모습을 드러낸다.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는 한마디로 돈 풀기 정책이다. 시중에 저금리로 돈을 왕창 풀 테니 그걸 가지고 기업들이 투자와 사업을 확대하거나, 밀린 빚을 갚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전에도 수많은 기업이 사업을 해도 제대로 이윤이 안 나와 이자를 갚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자본주의 8개국의 기업부채 총액의 40%가 지급불능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을 2019년에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이렇게 조금만 수익성(이윤율)이 악화해도 파산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쫙 깔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덮쳤다. 과거보다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 상태에서, 한계에 도달한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에 나설 수 있겠는가? 이미 이윤율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져 돈을 빌려 투자해도 이자 갚기도 벅찬 수많은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시장에서 돈을 더 빌려 투자하는 건 기름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많은 투자자가 이번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의심하는 결정적 이유다. 그 의심은 미국의 1차 경기부양책이 발표되자 오히려 미국 주식이 7% 가까이 대폭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이 일정하게 반등한 것은 1차 경기부양책의 두 배에 이르는 2차 경기부양책이 발표된 뒤였다. 2차 경기부양책의 핵심은 임박한 파산행렬을 유예하기 위해서 이자를 갚을 수 없어 파산할 위험에 직면한 한계기업들에게 대규모로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었다. 매출이 안 나오니 신용도가 떨어지고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안 되니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기업들에게 긴급 공적자금을 투입해 목숨을 부지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2~3년간 채권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지탱하던 금융자본을 구제하는 조치기도 했다. 이윤율이 하락해 이익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도 빠듯한 한계기업들은 기업 운영자금과 투자자금의 대부분을 회사채 채권시장에서 조달했다. 이것은 채권가치를 높였다. 높아지는 채권 이자율은 돈을 빌려주는 금융 자본가들과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축복이었다. 반면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은 더욱 한계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런 채권시장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 매출이 급락한 한계기업들이 줄도산하면, 수많은 채권이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충격보다 훨씬 큰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미국의 2차 경기부양책은 한계기업들의 파산을 유예함으로써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한 수많은 채권의 생명을 연장시켰고, 생산부문 위기가 금융위기로 급속히 확산하는 것을 일단 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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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구출작전,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과연 구할 수 있을까?

 

자본가정부들이 온 힘을 다해 나서고 있는 자본주의 일병 구하기 작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건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서 이미 수많은 자본주의 경제학자들, 금융 자본가들이 그 정도로도 안 된다. 이번 위기는 차원이 다르다. GDP30% 이상을 구제금융으로 투입하기를 망설여선 안 된다. 양적완화도 돈을 찍어내는 윤전기가 버틸 수 있는 한 최대치로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주식, 채권시장은 3, 4차 경기부양책을 고대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대규모 폭락 상태에서 말이다.

 

이렇게 쏟아 부어도 자본주의 구출작전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근본 이유는 간명하다. 천문학적 구제금융 덕분에 회사 앞에 쌓인, 만기일이 도래한 은행이자 청구서와 채권 청구서에 지불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더욱 늘어난 빚은 이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윤율의 획기적 개선 없이는 그것을 해결할 길은 없다.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가 절대 극복할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약점이 바로 이윤율 저하 경향이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이윤율은 이미 너무 낮은 수준에 도달해 버렸다. 이렇게 낮은 이윤율은 작은 이자마저도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게 해 수많은 기업들을 한계 상태로 내몬다. 단 몇 개월동안 세계적인 규모의 불황이 작동하더라도, 즉각 세계대공황의 망령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계 자본주의의 기저질환이 너무 심각해져버린 것이다.

 

통화스와프 정책도 마찬가지다. 달러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예견되는 거대한 경제위기 앞에서 다른 화폐들은 달러보다 더 큰 가치절하 위기로 빨려들고 있다. 미국은 유럽 국가, 캐나다, 한국, 일본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그것을 저지하려 애쓰고 있다. 세계경제가 하나로 연결된 상황에서는 주요한 자본주의 나라 하나만 파산해도 그 여파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퍼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체결되면서 주식, 금융시장이 잠시 안정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불안정성은 결코 근본적으로 제거되지 않고 있다. 한국만 해도 4,000억 달러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600억 달러 정도의 통화스와프는 결정적 해법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세계 최대 무역적자국인 미국이 통화스와프 정책을 확대하려면 결정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바로 양적완화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 내수경제를 살리는 데도 천문학적 양적완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의 화폐가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추가로 천문학적 양적완화를 한다면, 장기적으로 그 결과는 무엇일까? 기축통화인 달러마저 안정성이 흔들리고, 그 결과 세계무역과 금융 전반이 붕괴하는 초유의 위기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에 달러와 다른 화폐의 통화스와프 정책은 무한대로 확대할 수 없고, 조만간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게다가 세계 자본가계급 사이의 단결이 그리 쉬운 게 아니다. 특히 손실의 분배가 문제가 되는 순간 그들의 대립은 격화하기 십상이다.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석유를 둘러싼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의 대립은 그칠 줄 모른다. 미국 셰일가스산업을 약화시키기 위해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은 원유가격 폭락을 때때로 조장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 사이의 석유 패권전쟁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에 따라 세계경제는 수시로 석유파동과 만나게 되며, 미국 산업의 10%를 점하는 셰일가스산업도 수시로 비틀거린다. 이렇게 분열, 대립하는 세계 자본가계급이 세계경제위기를 타개할 단결된 힘을 온전하게 발휘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자본주의 일병 구하기 작전의 성패를 당장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실패해서 이번 코로나19 비상사태가 세계 규모의 전면적인 대공황의 서막을 열게 될지, 아니면 단기적으로는 자본가정부들의 전면 개입이 성공해 대공황을 막아내고 자본주의 회생의 막간극을 연출할지 나는 예측할 수는 없다. 그것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2008년 위기보다 이번 위기 강도가 훨씬 더 크다. 이를 진압하는 건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일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속 창궐하고 있다. 최소한 몇 개월 이상 이 바이러스는 기저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강타할 것이다. 그 결과 전면적이고 장기적인 대공황, 1910~1945년까지 세계 자본주의를 뒤흔든 전반적 위기를 잇는 2차 위기로까지 당장 나아가지 않더라도, 최소 1년여는 준공황 상태로 내몰릴 것이다. 그것만큼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이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쏟아 붓는 모든 실탄은 이 체제의 기저질환을 더 심각한 상태로 내몰 것이다. 이미 실탄의 대부분을 소진해서, 위기를 잠시라도 진압할 수단이 그들의 손에 더 적게만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의 도래는 바로 그만큼 더 확실해질 것이다.”

   

이 모든 고통은 누구에게?

 

자본주의 체제가 야만주의로 퇴행하고 있다는 가장 결정적 증거는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갖가지 모순에 휩싸여 야만주의로 퇴행하고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퇴행의 오물은 노동자계급과 가난한 민중에게 전가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국면에서 이미 그것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코로나19 재난 앞에서 이 재난을 막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주인공은 바로 노동자계급이다. 이들은 간호와 치료, 방역에 나서고 있고, 환자와 의료진을 이송하며, 생필품을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은 충분한 보상은 고사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보호장치조차 충분히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가난한 노동자와 민중은 밀집된 위험장소에서, 요양병원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재정은, 약간의 재난기금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몰락하는 자본가들을 구제하는 데 여전히 집중되고 있다. 사회적 자원은 여전히 자본가정부와 자본가들 수중에 집중돼 있고 그들의 통제를 받고 있다. 이 재난을 불러온 자본가들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살아가며, 가장 훌륭한 시설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갖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분명한 야만주의의 모습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이 야만주의는 앞으로 더 많은 고통을 노동자, 민중에게 선사할 것이다. 갈수록 격화하는 경제위기 앞에서 대량해고, 구조조정의 망령이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덮칠 것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실업자 수가 200만을 넘어 2주 전의 약 10배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에 695천 건,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65만 건이었다. 이것을 단번에 뛰어넘은 것이다.

 

또한 자본가 살리기에 쏟아 부은 결과 정부 재정이 고갈되면 될수록, 자본가국가는 공공의료시설과 공공사회서비스를 감축하는 공격에 나설 것이다. 즉 재정적자로 위기에 빨려드는 자본가국가를 노동자의 피와 땀을 갈아넣어 구원하기 위해 발악할 것이다. 코로나19 같은 신종 바이러스는 자본주의의 탐욕이 생태계를 유린하고 가난한 지역의 민중을 위협하면 할수록, 더 강력한 힘으로 더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낮아지는 이윤율을 석유패권과 식민지강탈을 통해 회복하려는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세계를 분열시키고, 전쟁의 공포와 죽음 속으로 노동자, 민중을 내몰 것이다.

 

이 야만주의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다른 길이 없다.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혁명적으로 진군해야 한다. 바로 사회주의를 향해서 말이다. 이윤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번영과 생존, 안전의 원리가 세계를 지배하게 해야 한다. 그 원리를 더욱 확대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지구의 운영원리가 되게 해야 한다.

 

그것은 이윤을 따라 움직이는 자본주의 체제를 인류와 자연 공동체 전체를 위해 움직이는 새로운 공동체 체제로 바꿔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기계, 기술, 토지, 작업장, 의료장비 등 모든 사회적 자원을 사회화해서 전체 사회구성원의 공동 통제 하에 놓아야 한다. 세계적 대립과 분열이 아니라 노동자 국제주의의 깃발 아래 하나의 공동체로 단결해야 한다. 무정부적 시장경제 체제를 계획적인 공동경제 체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바로 사회주의다.

 

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사회가 야만주의로 퇴화함으로써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 사회주의는 야만주의로 퇴화하는 사회가 잉태하는 온갖 재난에 맞서 신성한 노동으로 분투하고 있으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 사회주의는 모든 사회적 힘이 자라나는 생산현장에서 생산을 계획적으로 조직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 사회주의는 세계 모든 곳에서 하나의 깃발 아래 행군하고, 하나로 단결할 수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 사회주의는 국가를 전체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 기구들이 통제하고 직접 운영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고, 그 가운데 세계 노동자 생산위원회의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연합기구로 국가와 국제관계를 대체해 나가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바로 세계 노동자계급이다.

 

재난극복의 방향이 사회주의라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노동자계급 속에 내재해 있다. 이 노동자계급이 투쟁을 통해 그 잠재력을 키워나가고, 자신의 위력적인 자주적 조직들을 강화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새 사회의 요새들을 건설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 노동자계급이 그런 계급투쟁을 통해 사회주의로 똑바로 진격할 수 있게, 그 힘을 모으고 정력적으로 방향을 안내해야 한다. 노동자 투사들과 사회주의자들의 혁명적 분투와 굳건한 협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는 그것의 사활적인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주의는 인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그리고 100여 년 전 위대한 혁명가가 던진, 이 시대를 관통하는 사활적인 화두를 우리에게 다시 던지고 있다. “야만주의로 퇴보할 것인가, 사회주의로 전진할 것인가?”

 

재난 상황에서 해고금지법 제정, 휴업 중인 모든 노동자에게 재난휴업수당을 국가가 선지급, 재난극복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재벌들의 곳간을 털어 조달하는 특별법 제정, 재난극복 시점까지 건물 무상임대법 제정, 모든 가맹비, 로열티 한시적 금지법 제정, 재난지역에서 재난기본소득 보장, 마스크산업처럼 재난극복에 필수적인 산업들에서 재난기간 정부통제 도입 및 노동자 생산·유통 통제위원회 건설 등은 당면한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긴박한 기본 조치들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재난에 맞서 노동자의 자주적 통제위원회들을 발전시키고 정부 재정을 비롯한 사회적 자원을 노동자, 민중 구하기에 투입하도록 싸우는 것, 해고와 임금삭감, 비정규직화, 구조조정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싸우는 것은 사회주의로 전진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위대한 잠재력을 일깨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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