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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 맞선 대우조선해양 노동자투쟁 전망: 계급단결투쟁으로 진격할 것인가, 조합주의에 갇혀 몰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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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5,292회 20-03-2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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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트리거가 돼 세계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전반적인 구조조정 파고가 몰아칠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가 트리거가 돼 세계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전반적인 구조조정 파고가 몰아칠 것이 분명하다. 다가오는 전면적인 구조조정 공세 앞에 어떻게 전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노동운동에 정면으로 던져지고 있다.

 

이미 오랜 기간 구조조정 피바람을 마주해야 했지만 매각과 같은 더 큰 공격 앞에 서 있는 동지들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앞으로 예고되는 다양한 구조조정 공세에 맞선 투쟁 전망을 여는 데서 모든 동지들에게 소중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위기의 원인

 

대우조선해양 자본은 수년간 수주 부진이 일자리 축소와 구조조정의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런 알리바이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부터 높은 수주실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주량 증대가 이익률 증대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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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척당 매출액 상승이 정체돼 있다. 가령 주력인 LNG선 수주량 증가에 따라 수익개선이 돼야 하나 LNG 화물창 기술로열티 비중이 높고, LNG선 한 척당 수주가격이 거의 제자리라 획기적 개선은 안 되는 상태다. 게다가 프랑스 GTT사의 LNG 화물창인 Mark시리즈가 시장을 독점한 상황에서 선박 건조가격의 5%를 기술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배 한 척당 수주가격의 정체는 선박에 대한 수요의 토대를 구성하는 세계적 경제(무역) 상황이 결코 호전되지 않고,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것과 연결돼 있다. 즉 세계 조선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반적인 과잉자본의 결과물이다. 이런 상황은 이윤율 저하에 따른 세계 자본주의의 필연적 결과이므로 결코 피할 수 없다.

 

과잉생산 위기는 자본의 피라미드 사슬을 따라 아래로 전가된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 등 대자본은 하청기업들로 위기를 떠넘긴다. 이런 위기전가 구조는 세계적으로 더 큰 맥락에서 작동한다. 독점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기술로열티 명목으로 이윤의 상당부분을 빨아들인다. 선박을 발주하는 대규모 상선사들은 저가로 발주해서 비용을 절감하면서 위기를 전가한다.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 구조에 갇혀 있다. 자본주의 경제 쇠퇴, 무역 침체, 생산과 소비 간극 확대, 경쟁의 격화, 과잉생산, 이윤율의 구조적 하락과 상시적인 파산 위협이 오늘날 조선산업 전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선산업 자본 모두에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몸부림을 강요한다. 자본의 먹이사슬 구조 속에서 위기를 밑으로 전가하기, 특히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기가 대우조선해양만이 아니라 현대중공업의 오늘날의 모습이다.

 

지금 산업자원부를 앞세워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도 그 연장선에 있다. 비용절감, 효율성 증대, 노동자 착취 강화, 희생양 찾기가 본질이다.

 

노동자 희생으로 위기 타개하려는 구조조정 공세

 

정부와 대우조선해양이 위기 극복방안으로 수십 년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바로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하기, 즉 노동자의 희생으로 회생을 꾀하기였다. 가령 비용절감 프로젝트가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덕분에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적자상태를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게 됐다.

 

20165월 대우조선해양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따르면 생산능력 30% 축소(14조 원 10조 원)”, 직영인력 “5년간 총 1,200명의 인적 구조조정등 협력사 포함 총인원 3만 명 체계로 인력 효율화가 계획됐다. 그 결과는? 20201월 말 기준 직영인력은 9,074, 하청은 16,598명으로 줄었다. 20156월 말 직영 13,530, 하청 37,628명이었던 총인력 규모와 비교하면 불과 4년 반 사이에 총 25,672명이나 대폭 감원됐다. 사측 자구안이 계획했던 3만 명보다 4천 명 이상 초과 감축했다.

 

정규직도 공격했지만, 하청 인력은 무려 절반 이상을 감축했다. 외주노무비(하청 인건비) 절감계획 실행, 550%의 상여금 삭감 및 기본급화, 토요무급화 추진, 단기계약직(1개월, 3개월, 6개월 등) 증가, 물량팀 증가가 더해졌다.

 

이런 구조조정 공세는 적자상태의 대우조선해양을 흑자상태로 전환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그런데 위기는 왜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는가? 왜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숨을 돌리기는커녕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매각에 집착하고 있는가?

 

더 큰 문제는 몇 년 동안 노동자를 이토록 쥐어짜서 희생시켰지만, 위기를 타개할 장기적 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약간이라도 흑자반전했을 때 빨리 매각해서 정리해야지,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를 더 악독하게 쥐어짜는 혹독한 추가 구조조정 없이는 위기를 조금이라도 완화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매각을 통해 현대중공업 자본의 손으로 이런 추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든, 매각이 불발로 끝나 정부와 산업은행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추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든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노동자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가?

 

예상되는 미래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합병이나 매각을 통해 정부와 산업은행은 폭탄을 빨리 처리하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오직 이윤을 찾아 움직인다. 과잉자본 문제로 골치가 아프고, 세계적 경기 활성화에 따른 해법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합병으로 기술 분야의 중복투자를 차단함으로써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수선 분야의 독점이익을 높일 수 있는 것도 군침이 당길 것이다. 그러나 큰 리스크가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휘감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는 현대중공업이 타개할 길이 없다. 오히려 이 위기는 현대중공업까지 휘감고 있으며, 그에 따라 현대중공업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에서 전개된 것과 기본적으로 대동소이한 상황이 진행돼왔다. 대우조선해양을 덜컥 삼켰다가는 목에 걸려 함께 더 큰 위기로 빨려 들 수 있다.

 

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이윤을 높여 위기 완화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수합병의 길은 없는가? 바로 이것이 현대중공업 자본이 찾고 있는 길이다. 무엇일까? 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한 인수합병이다. 중복 분야를 털어버려 오직 시너지 효과만 살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통합자본의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노동자들은 다 자르겠다는 것이다. 또한 인수합병 조건으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양보(임금삭감, 노동강도 증대, 인력감축 등)를 강제하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노동자의 저항을 진압하는 것이 전제조건이 된다.

 

외부 변수도 기다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그렇지 않아도 격화된 세계적 경쟁에 야기할 결과를 저울질하면서, 외국 자본들은 기업결합 심사에 신중한 태도로 나오고 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도 대단히 불투명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외국 자본들이 승인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조건부 승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승인의 전제조건으로 중복 시설을 정리하도록 강요해, 세계 조선산업의 과잉자본을 조금이라 털어내려 할 것이다.

 

따라서 해외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조건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내걸 것이다. 이에 화답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이런 구조조정 방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인수합병을 포기할 것이라고 협박할 것이다. 만일 수용하지 않아 인수합병이 불발되면 기업청산이든 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든 뒷감당은 노동자들이 해야 한다고 윽박지를 것이다. 자본주의 소유권, 즉 노동자를 쥐어짜서 이윤을 증대시키는 것에만 혈안이 된 자본가의 의지를 존중하고 대변하는 한, 정부가 하려는 인수합병, 매각 그 무엇도 노동자 죽이기 이외의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매각실패 시 대우조선해양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대규모 부채를 처리할 방법이 없고, 경쟁력도 높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더 강력한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다. 특수선사업부문의 물적분할, 간접·지원직 외주화, 직무급제 도입 등이 추진될 것이다. 불발된 매각을 다시 밀어붙이기 위해 물적분할 후 매각, 대량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을 통해 매각하기 좋은 구조로 바꾸어 놓고자 발악할 것이다. 크레인, 지게차 등 중기계 운전, 장비수리, 블록운송, 신호 등 생산지원 1,245명을 외주화하려다 노조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언제든 간접·지원직 외주화를 다시 들고 나올 것이다.

 

저지선은 무엇인가?

 

투쟁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서 기본 전제는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경우와 이뤄지지 않는 경우 모두 구조조정 공격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매각 실패 시에도 정부는 반드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은 국영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사실상 정부가 경영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다. 하지만 그것이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해고와 공격을 막지는 못했다. 준공기업 상태에서 오히려 혹독한 구조조정이 진행돼 왔다. 그 점에서 노동자투쟁, 노동자에 의한 통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의 공기업화나 국유화를 해법으로 제시하는 건 현실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

 

국유화와 사회화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노동자정부의 지배 아래 국유화가 이뤄질 때 사회화가 가능하다. 반대로 자본가정부 하의 국영기업이나 공기업은 사회화와 무관하다. 그것은 단지 자본가계급 전체를 대표해 자본가국가가 노동자를 착취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산업은행 경영 하의 대우조선해양에서 이뤄진 잔인한 구조조정의 역사가 그 점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그 점에서 최근 수년간 산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에 신음해왔던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공기업화, 국유화가 대안이라고 믿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자본가정부(국가)가 통치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무기는 오직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저항의 힘일 뿐임을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핵심 원칙을 비껴선 채 대안을 추구하는 것은 환상을 쫓는 것이자 신기루를 찾는 것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현대중공업 자본가와 투쟁하는 것이든, 자본가국가와 투쟁하는 것이든 단호한 투쟁력 없이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헷갈리게 하는 건 아무리 선한 의도에서 나온 주장일지라도 최악의 결과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매각이든 국유화든 퇴로는 막혀 있다. 쇠퇴하는 세계 자본주의가 퇴로를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남으려면 투쟁으로 대담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본주의(자본가+자본가국가)에 맞서 투쟁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이걸 조합원 대중에게 납득시키지 않고서는 어용 세력과의 전투에서도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어떻게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투쟁력을 끌어올릴 것인가? 그래서 자본가와 그들의 정부에 맞선 전투에서 승리의 길을 열 것인가? 이것에 대해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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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으려면 투쟁으로 대담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본주의에 맞서 투쟁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단사투쟁이 아니라 사회적 전투, 계급투쟁

 

대우조선해양처럼 대기업의 경우, 여기서 전개하는 노동자투쟁은 사회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몰락은 지역 경제와 노동자, 민중의 삶을 뒤흔든다. 대기업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과 비정규직만이 아니라, 연관된 하청 중소기업 노동자들 모두의 삶이 관련돼 있다. 여기에 이들 노동자들이 먹고 마시고 쓰는 돈으로 생계를 영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더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이 사라지면 거제 경제 전체가 쑥대밭이 된다.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래서 정부도 대기업은 쉽게 없앨 수가 없다. 지역 하나를 날려버리게 되고, 정치적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리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해서 단물을 빨아먹는 자들은 재벌들, 즉 대자본가들이다. 그것도 안 되면, 산업은행을 동원해 정부가 직접 관장한다. 그러나 물먹는 하마처럼 정부재정을 계속 빨아들이는 적자 대기업들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재정지출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체 자본가를 위해서 써야 할 돈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들이 아우성을 친다. 세금 문제 때문이다. 현재 세금은 자본가들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이러한 반응에는 공적자금 투입이 사실상 재벌, 자본가 살리기에 불과하다는 분노도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이 사실상 관할하는 적자기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노동자, 민중은 반대하고 있다. 이걸 빌미로 자본가국가는 국민의 혈세를 아낀다면서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전면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처리 문제는 단순히 대우조선해양 자본과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대우조선지회) 사이의 전투가 아니다. 사회적 의제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전체 자본가계급을 대표하는 자본가국가와 대우조선해양과 연결된 모든 원하청 노동자 사이의 전투다. 나아가서 자본가국가와 전체 노동자계급 사이의 사회적 전투.

 

전체 노동자계급 단결로 사회적 역량을 결집하지 못하면 이 사회적 전투에서 대우조선지회는 무참히 깨질 수밖에 없다. 영웅적인 쌍용차 정리해고 분쇄투쟁이 왜 패배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그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어용들이 던지는 질문, “쌍용차 정규직 노조가 저렇게 처절하게 싸웠어도 졌다, 전투적 투쟁은 대안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이 사활적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해야 한다. 도망칠 길은 없다.

 

노동자, 민중의 사회적 역량이 대우조선지회의 투쟁을 지지 엄호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광범위한 노동자, 민중이 노동자 살리기(전체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고용 보장) 위한 공적자금 투입에 찬성하고, 현대중공업 자본을 위한 퍼주기 인수합병이나 무자비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자본가정부가 함부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을 공격할 수 없게 사회적으로 포위해 강력한 저지선을 구축해야 한다.

 

이 계급적 연대로 대우조선지회를 보호하고, 거대한 사회적 에너지(노동자, 민중의 지지와 연대)를 대우조선해양 노동자투쟁 주위로 끌어모아야 한다.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은 영웅적 투쟁이었지만, 그러한 사회적 전투에서 성공하지 못해 좌절해야 했다. 대우조선지회는 그것을 넘어서, 승리로 전진해야 한다. 단호한 계급단결투쟁의 길 말이다.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

 

노동자 죽이기인수합병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 나아가서 노동자 살리기공기업화, 국유화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 총고용 보장을 내건 조선산업 전체 노동자의 단결투쟁을 조직하는 게 사활적인 출발점이다. 이것 없이 정규직만의 생존논리는 결코 사회적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

 

왜인가? 다수 노동자, 민중의 눈에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제껏 가장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려온 노동자들이다. 더 가난하고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 하청기업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고, 정규직의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고용안정 요구에 대해 보통의 노동자, 민중이 지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지지하도록 요구할 명분도 정규직 노조에게는 없다! 이것은 자본가정부가 정규직 노조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강력한 기반이 된다. 이걸 깨는 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사회적 전투에서 대우조선지회가 전진할 수 있는 길은 닫혀 있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에서 다수인 하청 노동자를 조직해 하나의 투쟁대오로 결집시키지 않은 채, 어디에서 위력적인 투쟁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총고용 보장을 내걸고, 사내하청 노동자 및 비조합원 사무직 노동자까지 조직화해서 단결투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선결 과제다. 특히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 노동자와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이들의 고용과 임금을 대우조선지회가 앞장서서 보호하는 게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다. 비정규직의 고용과 임금을 정규직 노조가 나서서 방어해주는 것이 사실 정규직 자신의 고용을 지키는 가장 결정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자각하지 않는다면,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조합원들의 생존권 사수도 불가능하다. 대담한 계급전투를 조직할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에 비해 조선산업은 정규직이 소수이며 직접생산에서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조차 줄어들고 있다. 이는 하청 노동자가 더 이상 고용방패막이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당신이 사장이라면, 피 터지는 비용절감이 필요한 상황에서 누구를 자르겠는가?

 

물론 정규직을 자르기 위해서 비정규직부터 대량해고하는 전 단계를 거치기는 한다.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정규직까지 자른 다음에 결국 다시 늘어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비정규직들이다. 이게 정규직을 대량 해고한 모든 사업장에서 장기적으로 나타난 결과였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량 해고되는 걸 방치하면 결국 정규직까지 잘리고 그 뒤 비정규직이 다시 확대된다. 그 점에서 장기적으로 보자면, 비정규직 해고를 저지하는 단결투쟁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바로 정규직 노동자 자신이다.

 

하청 노동자 생존권을 지켜내겠다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청 노동자들과 단결하는 게 결정적인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 것이다. 그래야 대우조선해양 전체 노동자의 투쟁력을 동원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한 시작으로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를 향한 당장의 모든 공격과 해고 조치에 맞서 대우조선지회가 단호한 연대행동을 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신과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면서, 하나의 투쟁대오,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단결할 수 있는 기초를 창출해야 한다.

 

이것은 인수합병의 직격탄에 맞을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는 사무직 노동자들을 결집하는 결정적 수단도 될 것이다. 총고용 보장을 내걸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자신의 역할로 기꺼이 진심으로 떠안는 정규직 지회를 보며 사무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자신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음을 확신하고 지회에 합류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실천에 옮겨져야만 민주노총 노동자, 나아가서 전체 노동자, 민중에게 대우조선지회의 투쟁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처지에 있는 일부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 민중을 대변하는 투쟁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사회적 전투의 지형, 세력관계를 대우조선지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면서 사회적 결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계급단결투쟁의 기조 하에서 진행하는 구조조정 반대투쟁은 투쟁하려는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을 대우조선해양 투쟁에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투쟁의 성패는 단순히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의 운명과 결합해 있다는 사실이 모든 투사들에게 명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급단결투쟁의 길을 따라 대우조선해양 투쟁이 모든 노동자의 투쟁이 돼 단결투쟁의 범위가 사회적으로 무한히 확장될 때 우리는 승리의 문 앞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노동자 단결투쟁은 자본과 정부의 어떠한 도발에도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총고용 보장을 내건 이런 투쟁 앞에 기가 질린 현대중공업 자본이 인수합병을 거부한다면, 어떤 길이 남아 있는가? 정부가 총고용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전면에 부상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전면적인 사회적 지지와 연대는 승리의 사활적인 조건이다.

 

정부는 폐쇄 조치로 협박할 것이다. 산업은행의 돈줄이 그 무기다. 밑 빠진 독에 국민 혈세를 퍼부을 수 없다는 악선동이 전면화할 것이다. 무엇으로 그것을 맞받아칠 것인가?

 

노동자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재정(공적자금) 투입은 유일하게 정당한 재정 투입이다. 자본가 살리기 공적자금 투입이야말로 배부른 자들에게 퍼주는 것이다.

 

그 재원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자본가들이, 가진 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개별 조선자본은 현재 그럴 생각도 없지만, 그럴 능력도 없다. 제 코가 석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비용을 전체 자본가에게 부감시키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조선산업 노동자 살리기 위한 목적세를 도입하거나 법인세를 인상해 자본가계급이 책임지게 해야 한다. ‘노동자 살리기를 위해서 자본가, 가진 자 부담의 공적자금 투입’, 바로 이것이 우리의 깃발이어야 한다.

 

그것은 유일하고도 정당한 조치다. 책임은 과잉생산, 불황을 만들어온 자본가들의 경쟁체제에 있고, 이 경쟁체제를 지탱하는 자들은 경쟁에 뛰어든 모든 자본가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피땀 흘리고 목숨을 걸면서 조선소를 지탱해온 노동자들의 생존을 지키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착취자들을 수탈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야수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맞서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투쟁방향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투쟁방향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자본가에게 넘어가든, 현재의 준공기업 형태를 유지하든, 심지어는 자본주의적 국유화로 넘어가든, 그 무엇도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에게 근본적인 탈출구가 될 수 없다. 자본주의 하에서는 노동자의 단결투쟁력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는지에 의해서, 즉 힘 대 힘이 붙는 계급투쟁의 논리에 의해서만 노동자 생존권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그런 투쟁을 전개하는 데서 노동자 살리는 국유화를 요구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이윤 확대를 목표로 존재하는 대자본과는 달리, 현재의 자본가국가는 형식적으로는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기구로 위장해있다. 사회구성원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형식과 실제로는 한줌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라는 내용사이의 모순을 파고드는 건 사회적 전투를 조직하는 데서 더 유리할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까지 포함하는 총고용 보장 투쟁을 단호히 전개하는 노동조합이 있는 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할 자본가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결국 현 준공기업 상태로 구조조정을 강화하든, 인수합병 전제조건을 충족해 매각하기 위해서 구조조정을 확대하든, 한 판 승부의 일차적 대상은 산업은행 돈줄을 쥐고 있는 정부일 수밖에 없다. 이 자본가국가와 투쟁해서 승부를 봐야 한다면, 노동자 살리는 진정한 국유화를 내거는 게 불가피하다.

 

다만 여기서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유화 자체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 즉 총고용 보장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계급적 쟁점이 전면에 부각돼야만 공기업화, 국유화 요구는 자본주의 하의 국유화에 대한 헛된 환상이 아니라 노동자 단결투쟁 강화라는 견지에서 활용될 수 있고, 나아가서 진정한 사회화, 즉 노동자권력 하의 국유화를 향하는 반자본주의 투쟁을 전진시키는 가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조합주의를 넘어선 위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어용들은 구조조정에 협력해 정규직의 생존을 꾀하는 노사협조주의가 해법이라고 말한다. 다수 정규직 조합원들은 아직까지는 주로 정규직 조합원의 고용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원하청 공동투쟁을 비껴가면서 정규직 요구만을 결사적으로 대변하는 전투적 조합주의의 길, 즉 전체 노동자, 민중과 함께하는 사회적, 계급적 전투가 아니라 단사에만 갇혀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합주의의 길은 절대 승리할 수 없는 길이다. 그런 길은 노동자(하청 노동자만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까지!)를 절벽으로 떠미는 길이라는 사실이 차고 넘칠 만큼 증명돼왔다.

 

결단이 필요하다! 하청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즉 하청, 정규직, 사무직을 막론하고 대우조선해양의 모든 노동자를 하나로 단결시켜 투쟁전선을 치는 것이야말로, 대우조선해양 정규직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조합원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활동가들이 반드시 해내야 할 위대한 임무다. 그러한 위대한 결단에 모든 하청 활동가, 전국의 모든 깨어있는 노동자 또한 강력한 연대로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동지들을 엄호하자!”는 위대한 결단으로 화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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