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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위원장이 지금 만나야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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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563회 2020-03-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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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사진_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민주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3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김명환 위원장은 원탁회의에서 1인당 100만 원 재난생계소득 지급, 유급 질병휴가·가족돌봄휴가·재난휴업수당의 제도화, 전태일2법 등 코로나5도입, 긴급복지지원제도 요건 완화, 분야별 촘촘한 피해 대책, 이런 대책을 거부하는 반사회 기업에 강력한 특별근로감독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원탁회의 종료 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환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비공개 오찬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김명환 위원장은 기존의 경사노위 대신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상경제회의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경제위기 대응 테이블로, 사실상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석하는 것과 질적인 차이가 없다.

 

자본주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할 것이 뻔한 문재인 정부

 

블름버그기사에 따르면, 세계증시는 312일 기준으로 지난 120일 고점에 비해 18.7% 하락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52일만에 19천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이다. 코로나19로 격발된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의 폭과 깊이로 진행될지 지금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본가들의 위기의식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고용감소 속도가 1920년대 후반 대공황에 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세계 각국의 자본가정부, 지배계급 조직들이 즉각 자본주의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등판했다.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제로금리를 단행하고 7,000억 달러의 양적완화를 결정했으며, 이어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헬리콥터 머니로 미국인 1인당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지난 171,030조 원 규모의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에 나섰다.

 

향후 코로나발 공황의 진폭이 어떠하든지 간에, 절대 변하지 않을 사실이 있다. 자본가들과 자본가정부는 고장난 자본주의를 고치기 위해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리라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고용노동부가 제일 먼저 서둘렀던 것은 재난을 핑계 삼아 주12시간 연장노동 한도를 무력화하는 특별연장근로제도를 확대 시행한 것이다. 반면 기업의 불법 무급휴직, 부당해고 등이 속출하는 상황에 대해선 기껏해야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겠다는 뻔한 소리만 늘어놓을 뿐 아무런 실질적 대책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친자본 행태는 향후 닥쳐올 경제위기 내내 한층 강화돼 노골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한국도 벌써부터 구조조정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노동조합이 없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는 더욱 처참하다. 업체 폐업과 각종 해고가 일상화되면서, 이들은 말 그대로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본가정부는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 이 말은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노동자 얼마 죽어나가는 건 불가피하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크고 작은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의 진폭이 클수록 노동자투쟁도 한층 격렬하게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바로 이 위험을 최소화하고 자본주의 질서를 철벽처럼 방어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을 들러리로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IMF 경제위기 당시 민주노총을 노사정위에 끌어들여 정리해고제도를 합법화한 것처럼 말이다.

 

노동자의 힘은 협상 능력이 아니라 대중의 폭넓은 단결에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이토록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경제비상회의에 참석하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참석하지 않으면 정부와 자본은 더욱더 노동자들을 배제할 것이다.”

 

물론 재난기본소득 지급,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5인 미만 사업장 휴업수당 지급), 반사회기업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 민주노총의 주요 요구는 분명히 정당하다. 그러나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이 요구는 절대 협상장에서 보여주는 정교한 논리로 관철되는 게 아니다. 노사정위에서 수없이 경험한 일이다. 노사정이 참가하는 논의 구조에서 민주노총은 어차피 소수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들러리가 될 뿐, 주요 결정은 반드시 자본의 이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적대하는 계급 간 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힘은 이들이 사회의 압도적 다수라는 점에 있다. 노동자들이 계급의식 아래 전 계급적 단결을 성취하는 순간, 자본가들은 고양이 앞의 쥐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은 한줌도 안 되는 자본가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만든 위기가 아니라 너희가 싸지른 똥이다! 한편에서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으로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데, 왜 우리는 일이 없다고 해고돼야 하나? 그동안 막대하게 축적해 둔 너희 이윤을 헐어라.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늘려라!” 단결한 노동자들은 자본가들 없이도 이 사회를 운영할 거대한 잠재력이 있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의 전 계급적 단결은 어느 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각개분산 돼 자본가들에게 격파당하고,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기가 더 쉽다. 그러나 향후 닥쳐올 경제위기의 순간에, 자본가들이 노동자에게 심어둔 자본가 의식에는 균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로 이 때, 조직 노동의 구심으로서 민주노총은 전 계급적 단결을 확장시켜 나가야 할 역사적 책무를 부여받게 된다.

 

미조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앞장서 방어해야 한다

 

닥쳐올 경제위기는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한마디로 우연적인 위기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이윤율이 저하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투입을 지속해오던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촉발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고장난 자본주의를 고치기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단호히 선언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자본의 공격에 맞서 단호한 투쟁을 건설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결론이 빤한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특히 자본의 공격은 노동조합이 없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겨냥해 먼저 시작될 것이다. 반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다소나마 자본의 공격이 유예될지 모른다. 만약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 노동자들이 협소한 조합주의적 시야에 갇혀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공격을 방관한다면, 이들 역시 나중에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처지에 몰려 자본에 많은 것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조직 노동의 구심으로서, 선제적으로 모든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1인 이상을 고용한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확대하고, 구조조정 대신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탈리아처럼 사회적 재난 시기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모든 종류의 해고를 금지하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있지도 않은 자본가정부의 가식적인 선의에 기댈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을 건설해 단결을 확대해 나갈 때만 생존권을 지킬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가 만나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문재인 대통령? 아니다. 구조조정, 임금 삭감 등 자본의 각종 공격에 몰려 있는 현장 노동자들, 그리고 자본의 공격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바로 이들을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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