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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 물량팀 노동자파업으로 원하청 자본의 공격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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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관 조회 233회 20-03-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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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일 펼쳐진 하청다함께오토바이 경적시위

 

 

현대중공업에서 배를 건조하는 물량팀 노동자들이 도크를 비우는 파업을 했다. 현대중공업 건조부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는 약 2,000명이다. 그 중 이번 파업에 나선 물량팀 노동자들이 약 1,000명이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건조부의 취부, 블록용접, 사상 공정을 담당한다.

 

39일 물량팀장 대책회의를 시작으로 15일까지 투쟁이 펼쳐졌다. 배 건조의 핵심을 담당하는 물량팀 노동자 800~1,000명이 파업에 돌입해 출근을 거부하자, 작업공정은 더 이상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없었다. 이전에도 임금체불, 단가문제 등으로 물량팀 노동자들이 산발적인 항의와 작업거부 투쟁을 전개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파업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물량팀: 다단계 하도급 착취제도의 산물

 

건설현장을 비롯해 공장과 사업장에서 다단계 하도급 착취제도가 확산됐다. 마찬가지로 조선소에도 직영 정규직에서 1차 하청, 2~3차 하청에 이르기까지 다단계 하도급이 정착된 지 오래다. 물량이 늘어 공사기간에 맞춰야 하는데 일할 노동자가 부족해진다. 이 때 1차 하청업체가 소규모 작업팀과 단기계약을 맺으면서 물량팀이 하청의 하청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중공업 1차 하청업체들은 보통 공정투입 인원의 50~70%를 물량팀으로 채운다. 1차 하청업체의 물량을 재하도급 받는 물량팀은 조선소 다단계 하도급 착취제도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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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자본은 선박수주가 늘어 물량이 증가하는 호황기에는 단시간 내에 공사기간을 단축해 이윤을 높이는 수단으로, 물량이 줄어드는 불황기에는 손쉽게 인원을 정리해 경제위기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으로 물량팀을 활용한다. 반면 하청 노동자들은 5~20명의 팀을 이뤄 짧은 공사기간만 일해도 1차 하청보다 임금을 더 받을 수 있고, 물량이 없으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기서 취부, 용접, 사상 숙련공들이 물량팀에 편입됐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작업조건이 다른 여러 조선소와 하청업체로 옮겨 다녀야 하는 특성, 짧은 공사기간 내에 엄청난 물량을 처내야하는 고강도 노동, 안전시설과 보호도구의 부재 등으로 생활이 불안정한 것뿐 아니라, 중대재해에도 심하게 노출돼 있다. 2014년 현대중공업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한 10여 명 중 50% 이상이 물량팀 노동자들이다. 지난 222LNG선에서 추락방지 안전시설(안전그물망, 안전벨트 걸이 안전대 등) 없이 일하다 15m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고 김태균 노동자도 사외하청업체 진오기업의 하청인 오성기업 노동자이며 물량팀이었다.

 

조선 자본이 경제위기 책임을 전가하며 이윤축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다단계 하도급 착취제도를 철폐하지 않는 한,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본가들이 생존권을 위협하고 노조할 권리를 탄압하는 한, 자본에 맞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다단계 하도급 양성화 위한 자본의 공격


현대중공업 자본이 1차 하청업체 사장들을 대리자로 내세워 관철하려 한 핵심은 이미 실질적으로 하청의 하청으로 정착된 물량팀을 다단계 하도급의 맨 아래로 양성화하는 거였다. 모든 물량팀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물량팀장의 개인사업자 등록증 및 4대 보험 책임, 물량팀원의 자유로운 업체이동 금지 등이다. 이것은 현대중공업 자본이 책임져야할 임금과 4대 보험을 1차 하청업체에게 떠넘긴 것을, 다시 1차 하청업체가 물량팀장과 팀원에게 떠넘겨 생존권을 위협하는 공격이었다. 게다가 물량팀장과 팀원에 대한 현장통제를 강화하는 내용까지 있다.

 

2281차 협력사협의회 회장(김용석)이 물량팀장(80여 팀장, 1,000여 팀원)과의 간담회를 소집했다. 협력사협의회 회장은 다짜고짜 건조부 협력업체 대표자회의명의로 “202031일부로 시행한다며 아래와 같은 내용을 통보하고 자리를 떴다.

 

물량팀 기준: 시급, 월급을 제외한 모든 임금 형태는 물량으로 간주한다.

모든 물량팀의 팀원 임금을 삭감한다.(일당 5천 원, 노동일수 22일 기준 월 11만 원)

모든 물량팀은 사업자등록증 발급을 원칙으로 한다.(4대 보험 가입불가)

모든 물량팀의 팀장은 필히 현장 상주를 원칙으로 한다.

모든 물량팀은 업체 간 이동을 금지한다.(퇴사 후 6개월 이내)

모든 물량팀은 회사에서 주관하는 안전, 영상, TBM 교육에 100% 동참한다.

모든 물량팀은 회사에서 주관하는 기초질서 지키기에 100% 동참한다.

모든 물량팀은 부서를 통하지 않은 물량 계약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것은 기존의 물량팀 운영내용을 뿌리까지 뒤흔드는 거였고, 모든 노동조건을 더 땅바닥으로 추락시키는 가혹한 공격이다. 또한 물량팀 노동자 생존권을 직접 위협하는 임금삭감까지 포함되면서 모두의 공분을 일으켜 투쟁을 촉발하기에 충분했다.


분노한 물량팀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


228일 협력사협의회 회장과의 간담회 후 물량팀장 40명이 모였다. 처음 물량팀장 모임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다. 언제 도크를 비울 것인지, 어느 정도 투쟁할 것인지,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인지, 자체적으로 싸울 것인지, 누가 앞장서서 투쟁을 이끌 것인지 등 중요한 토론이었다. 이날 물량팀장들은 토론을 통해 명확한 투쟁방향을 결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물량팀장들은 카톡방을 만들어 소통하고, 3월 첫 주에 최대한 많이 모여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이번 자본의 공격이 물량팀장과 팀원 전체를 겨냥하고 있어서 투쟁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임금삭감 저지와 4대 보험 책임회피를 핵심기조로 물량팀장과의 소통방법을 찾고, 취부, 용접, 사상 물량팀장 대표단 구성 등 협력과 연대방안을 모색해 나갔다.

 

39일 물량팀 대책회의에서 건조부 물량팀 요구안을 결정해 1차 하청업체 사장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결정된 요구안은 원상회복 수준을 넘어 일당과 예산을 인상하라는 공세적 성격을 띠었다.

 

건조부 물량팀 요구안


1. 협력사 요구안 제1, 3, 6항 수용불가

2. 직종별 일당 3만 원 인상(취부 200,000, 용접 190,000, 사상 180,000)

3. 취부예산 30%에서 35% 인상, 용접예산 50%에서 55% 인상, 사상예산 20%에서 25% 인상

4. 법정 가급수당(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지급

5. 4개 항목 사항으로 협력사 대표 교섭

  

같은 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긴급점검회의를 열어 하청다함께오토바이 경적시위, 작업을 거부한 물량팀장과 팀원과의 간담회, 12일 정문 출근집회 등을 결정하고 물량팀 노동자 파업에 적극 함께하기로 했다.

 

310일 오토바이 경적시위가 있었다. 조선소를 순회하는 경적시위에 물량팀 노동자를 비롯해 약 3~400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참가했고 작업거부를 시작했다. 11일에는 물량팀 노동자들이 파업해 도크가 비워졌다. 이날 800~1,000명의 물량팀 노동자가 파업에 참가했다. 그 숫자를 볼 때 물량팀 노동자들의 분노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12일은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출근 집회를 열었다. 물량팀 노동자, 사내하청지회 간부와 조합원, 현대중공업지부 활동가, 지역 활동가 등 100여 명이 참가해 현대중공업 자본을 규탄했다.

 

현대중공업과 1차 하청업체 자본의 분열책

 

이틀간 산발적 작업거부와 파업이 진행되고 313일 물량팀장들이 모였다. 1도크와 2도크를 중심으로 30여 명이 참석했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거나 이탈로 추정됐다. 3도크는 90%가 이탈하고 10%가 버티고 있었고, 8도크와 9도크는 50% 이탈로 확인됐다. 투쟁대오의 이탈이 발생하면서 물량팀장들 사이에서 계속 작업거부하고 싸우자는 의견과 현장에 복귀하자는 의견이 갈라졌다.

 

물량팀 노동자들의 파업이 짧은 시간 내에 흔들린 것은 현대중공업 자본과 1차 하청업체 사장들의 분열책 때문이었다. 자본가들은 소극적인 물량팀장에게 원상회복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이런 이간질이 먹히면서 투쟁의 흐름은 꺾이기 시작했다. 사내하청지회 간부들은 이후 방향과 행동에 관한 의견을 제안하기 위해 물량팀장 모임 결합을 시도했지만, 이미 역류를 타기 시작한 투쟁의 흐름을 되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투쟁 흐름이 꺾이는 것을 되돌릴 수단과 개입이 없는 조건에서 물량팀장들은 315일 모임을 열어 이후 투쟁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모임에서 건조부 1차 하청업체 사장들이 임금과 단가 삭감, 4대 보험 미가입 조치와 개인사업자등록 강요 철회를 확인하고, ‘임금인상 요구안 쟁취를 위해 계속 투쟁하기로 한 후 316일 잠정 현장복귀를 결정했다.

 

하청업체 사장들이 문서로 합의한 게 아니라 구두로 약속한 거여서 문제 재발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러나 316일 현대중공업지부 중앙대책위원회에서 물량팀 집단작업거부 관련(2개 업체 제외하고 대부분 요구사항 관철한 것으로 확인됨)”이라고 보고된 것을 보면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량팀장과 연관된 요구는 수용됐지만 팀원의 임금인상 요구안은 전혀 해결되지 않아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물량팀 노동자 파업이 남긴 것들

 

이와 비슷한 공격은 20194월 초에도 추진된 적이 있다. 당시 사내하청지회가 하청다함께로 모인 노동자들과 함께 1차 하청업체 임금체불에 맞서 투쟁하며 노조가입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또한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저지를 위해 현대중공업지부도 투쟁하고 있었다. 이렇게 현장이 술렁이는 상황에서 자본은 물량팀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함부로 감행할 수 없었다.

 

올해는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 노동자투쟁이 소강상태지만, 물량팀 노동자들 스스로가 파업에 돌입했고 이 투쟁이 어디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자본과 1차 하청업체 사장들이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두 경우에서 동일하게 확인되는 게 있다. 자본가들은 좌충우돌하는 태도다. 자본가들은 부당한 공격을 받은 노동자들이 그냥 순응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많은 걸 빼앗으려고 발악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이 파업이 원하청 노동자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면 공격의 칼을 다시 거두어 들인다는 사실이다.

 

이번 파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내하청지회와 물량팀 노동자의 협력과 연대가 한걸음 전진한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사내하청지회를 멀리해 왔던 물량팀 노동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소중한 계기다. 물량팀장 모임에서도 노조가입을 논의할 정도로 물량팀 노동자들이 사내하청지회로 차츰 다가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자본과 1차 하청업체 사장들의 분열책동을 분쇄하고 조직적이고 대중적인 투쟁을 펼치기 위해서도 모든 하청 노동자들의 사내하청지회 가입은 기필코 이뤄내야 할 과제다.

 

다음 발걸음은?

 

현대중공업 자본과 1차 하청업체 사장들은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다시 공격의 칼을 뽑아들 것이다. 또한 이번 파업에서 물량팀 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는 쟁취되지 않았다. 임금체불 근절, 업체폐업 저지, 임금인상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생존권이 걸린 절절한 요구다.

 

이번 파업을 통해 모두가 단결해 투쟁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게 확대됐다. 모든 하청 노동자들이 사내하청지회로 단결해 강력하게 투쟁한다는 요구도 쟁취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점에서 물량팀 노동자파업이 처음이라 하더라도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물량팀 노동자 1,000여 명이 투쟁하는 과정에서 요구안, 투쟁전술, 작업거부, 현장복귀 등 모든 게 소수의 물량팀장 모임에서 결정됐다.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파업은 투쟁에 참여하는 모든 노동자가 스스로 결정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일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이 쳐놓은 분열책동을 분쇄하고 단결투쟁력을 최고로 끌어올려 강고한 파업대오를 형성할 수 있다. 모든 물량팀 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여 집회를 열고 투쟁방향과 다양한 전술을 민주적 토론을 거쳐 결정했다면 어땠을까. 십중팔구 도크를 비우고 퇴근하거나 출근하지 않는 소극적 전술에 갇히지 않고 더 강력한 투쟁전술로 요구를 쟁취해 나갔을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한마음회관 점거파업 직전, 2019513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날은 대우조선해양자본이 원하청 성과금을 차별지급하는 데 항의해 2,000여 하청 노동자가 사내광장에 모여 집회한 날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해양 정규직지회, 조선하청지회가 힘을 합쳐 집회를 열고 야드를 행진한 후 사장실로 들이닥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본관 건물로 쳐들어간 하청 노동자들은 다음날까지 성과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2차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고, 그대로 행동해 요구를 쟁취했다.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도 대우조선해양처럼 못할 이유가 없다.

 

끝으로 이번 파업에서 물량팀 노동자들이 사내하청지회와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사내하청지회는 더 조직적이고 대중적인 투쟁전술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함께 만들어 갔다면 어땠을까. 처음에는 파업대오에 일정한 논쟁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파업에 나선 물량팀 노동자들에게 투쟁에 필요한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하나 되면 될수록, 그래서 모든 노동자가 단결투쟁으로 집단적 힘을 느낄 때 더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하려는 의지도 강해질 것이다. 다음 발걸음에서는 보다 민주적이고 보다 조직적이고 보다 대중적인 투쟁의 길로 전진하기 위해 모두가 분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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