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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책 | ‘사회적 거리두기’도, ‘자본가정부의 통제’도 아닌 ‘노동자에 의한 사회적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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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5,361회 20-03-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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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수준의 정부 개입으로는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사회적 재난과 같은 중요한 사회적 문제 앞에서 그 해법이 무엇인지 정면으로 묻고 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의 하나는 마스크 배급 문제다. 마스크 배급 문제는 중차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노동자에 의한 산업통제의 중요성을 생생히 보여준다.

 

마스크 배급제

 

정부는 그동안 마스크 생산과 판매를 기업들 마음대로 하도록 방치해왔다. 마스크 부족은 심화됐고, 마스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마스크 생산 자본가들과 유통 자본가들은 이런 상황을 악용하며, 과거에 비해 몇 배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마스크를 팔면서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사회적 재난이 그들에게는 막대한 초과이윤을 거두는 축복이었다.

 

마스크 공급이 가장 필요한 분야에서도 마스크 부족이 잇따랐다. 간병인 노조인 희망간병분회 문명순 서울대병원지부 사무장은 코로나19 전에는 마스크를 주던 병원이 마스크가 의료진에게도 부족하니 사서 쓰라고 한다고 폭로했다. 24시간 환자 옆에서 도와야 하는 위험한 일을 하는 간병인들이 헤어드라이기로 마스크를 말려 쓰면서 3일 동안 1개를 쓰는 일까지 일어났다. 코로나 비상사태가 진행되는 대구경북지역 공급도 턱없이 부족해졌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높아지자, 정부는 뒤늦게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생산물량의 80%를 공적 마스크로 납품하게 했다. 또한 공적 마스크 구매 5부제를 도입해, 1인당 마스크 구매를 일주일에 2개로 제한했다. 매입 가격도 6일에는 개당 900원에서 1,000원으로 100원 올리고, 다시 8일 주말 생산분과 하루 평균 생산량 이상 초과 생산분에 대해 1,050원으로 50원을 올렸다. 그래서 공적 마스크는 1,500원 정도로 사람들에게 공급되게 됐다. 대구경북지역 등 초위험지역 주민들과 의료진, 일선에서 발로 뛰는 공무원들에게 그나마 마스크 공급이 확대됐다.

 

사회적 통제

 

코로나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부의 개입과 통제가 없었다면, 상황은 끔찍했을 것이다. 마스크 생산 자본가들과 유통 자본가들은 이런 상황을 즐기면서, 마스크의 사회적 유통을 이윤논리에 따라 통제하고 지배했을 것이다. 마스크는 비싼 가격을 지불할 능력을 가진 부자들에게 먼저 흘러들어갔을 것이고, 서민들이 마스크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며, 마스크를 구하는 것마저도 행운이 됐을 것이다. 주로 하루 내내 마스크를 찾아 돌아다니고, 줄을 설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행운(?)을 누렸을 것이다.

 

이렇게 마스크는 가진 자들과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 분배되는 반면, 노동자들은 마스크 분배에서 가장 소외됐을 것이다. 특히 가장 위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 즉 가장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분배받아야 할 사람들이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했을 것이다. 마스크 총생산량이 필요량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재난 장기화는 결국 마스크 매점매석을 통한 마스크 산업, 유통 자본가들의 폭리, 마스크 분배에서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로 확연한 이원화, 그에 따라 사회적 재난에 노동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됐을 것이다.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분배받지 못함으로써 재난은 더욱 확대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정의롭지 못했을 것이며, 자본주의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을 것이다.

 

그나마 국민적 불만에 봉착해, 정부는 일주일에 두 장이라도 공적 배급을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이것은 이 자본가정부조차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드러냈다. “사회적 재난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자본가들의 이윤욕과 자본주의 시장제도의 자율성에 재갈을 물리는 사회적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어찌 코로나19에만 해당할 것인가? 비정규직과 실업을 없애고,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똑같은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가?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목숨 걸고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환자를 간병하고 간호, 치료하는 병원 노동자들이 없다면, 감염경로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긴급한 조치를 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이 없다면 이 재난은 얼마나 확대됐을 것인가? 식료품과 생필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재난은 얼마나 커졌을 것인가? 이들은 숨결이 교차하는 만원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며, 동료들과 어깨를 맞대고 일한다. 감염자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택배 노동자들은 수많은 가정에 생필품을 배달한다.

 

반면 가진 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만원 지하철 버스를 타지 않고, 공기여과기가 잘 구비돼 있는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 그들은 마스크 걱정을 하지 않으며, 위험천만한 밀집장소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이것을 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부른다.

 

만일 노동자들이 자본가들, 부자들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면 그 결과는? 코로나19 재난은 이 사회를 완전히 지옥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간호사들과 간병인들이, 택배 노동자들이, 생필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버스와 지하철 노동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란 이름으로 집에 있었다면 세상은 아비규환이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다른 모든 재난 상황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며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거나 심지어는 재난을 이익창출의 도구로 즐기지 않았다. 반대로 노동자들은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누군가 꼭 있어야 하고,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실천했다.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이 노동자들은 뜨거운 찬사와 사회적 존경을 받아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사회를 재난으로부터 구원하는 유일한 영웅들이다. 이 영웅들이 덜 위험하고, 더 효과적이고 전면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재난을 극복할 수 있게 이 사회는 뒷받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사회적 결합으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갖고 있고, 신성한 노동으로 그것을 매일 입증하고 있는 이 노동자 영웅들을 도와야 한다.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은 바로 이 노동자들의 사회적 결합에 있다. 노동자들이 사회에 대한 통제력, 재난 상황에 대한 사회적 통제력을 움켜쥐게 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그럴 유일한 권리와 함께, 그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능력을 전면적으로 해방시키는 것, 바로 그것이 재난에 대한 해법이다.

 

노동자에 의한 사회적 통제

 

마스크 생산 국가통제, 마스크 배급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코로나19 등 사회적 재난에 맞서기 위해 사회적 통제를 도입할 필요성에 대한 자본주의 체제의 수줍은 고백이다. 그러나 이런 수줍은 고백으로는 사회적 통제를 전면적으로 실현할 수 없다.

 

여전히 사회적 가용자원이 재난 극복을 위해 전면적으로 투입되지 않고 있다. 민간병원들에서 아직 여유가 있는 의료인력들이 재난 현장에 파견되지 못하고 있다. 민간병원 자본가에게 그것은 이윤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험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수많은 의료 노동자들과 공무원들이 과로와 피로로 신음하고 있다. 마스크 필터 등을 시급히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계와 원료들이 사회적으로 징발되지 않고 있다. 자본가들은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회적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자신의 숭고한 노동을 발휘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그 능력을 사용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수줍은 사회적 통제 시도마저도 자본가들은 반항하고 있다. 마스크 산업 자본가들은 재난에 편승한 막대한 이윤을 거둘 기회를 앗아간다고 정부에 항의한다. 떼돈을 벌 수 있는데, 정부가 지정한 가격은 너무 낮다며 공장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잔업 특근 수당을 지급하면 이익이 줄어든다고, 평일에만 가동하면서 반항하고 있다. 비밀리에 생산해서 암시장에 비싸게 내다팔기도 하고 있다. 합법적으로 보장된 20%의 마스크 판매는 여전히 비싼 마스크 값을 불러오고 있다. 수많은 거리에서, 수많은 인터넷 거래망에서 물 밑으로 빼돌리고, 그동안 매점 매석해온 마스크들이 버젓이 4,000원이 넘는 가격으로 유통, 판매되고 있다. 정부는 이걸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

 

5부제로 배급되는 마스크는 필요량의 절반도 안 된다. 하지만 그 절반의 물량은 약국에 줄을 설 수 있는 사람들, 즉 일터로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간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사람들, 따라서 가장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분배받아야 하는 노동자들은 배제된다. 노동자들이 밀집한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마스크 하나 지급받지 못하면서 계속 일하고 있다.

 

재난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미 생산된 마스크를 가장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수줍은 사회적 통제를 넘어서서 진정으로 철저하고 전면적인 사회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에 의한 사회적 통제만이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이것은 정말이지 즉각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자본가정부는 이런 결정적인 사회적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 전혀 없다. 노동자에 의한 산업통제가 자본가정부의 통제력과 자본가들의 이윤을 결정적으로 침식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 두려움은 이 정부가 비상한 사회적 재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결정적인 사회적 수단, 즉 노동자에 의한 산업통제로 노동자의 재난 극복 능력을 전면적으로 동원하는 것을 차단한다. 그러므로 노동자운동은 스스로 자신이 가진 힘을 동원하는 재난 극복 전망을 모색해야 한다.

 

마스크 공장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든, 마스크 현장통제위원회든 노동자의 자주적 기구를 운영해서, 마스크 생산을 통제한다면 이 비상한 시국에 마스크 공장이 주말에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암시장으로 마스크가 흘러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현장에서 코로나19 대응 노동자 보건위원회를 건설해, 가령 노동조합이 있다면 산안위원회를 활용해,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현장의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는 노동자 위험통제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서 마스크 보급을 비롯해 현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긴급하고도 필수적인 조치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의 모든 노동자를 하나로 결집하는, 병원 노동자들, 공무원 노동자들의 자주적 재난통제위원회가 만들어져 위험한 노동을 없애는 긴급한 조치를 수행하고, 마스크를 배분하며, 지친 인력을 대체하는 충분한 인력을 모집할 적절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재난대처 노동자 통제위원회는 정부에게 그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지원을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는 데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노동자통제를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난대처 노동자 통제위원회들의 활약이야말로, 자본가정부의 수줍은 사회적 통제를 넘어서서 완전하고 전면적인 사회적 통제를 즉각 가능케 하는 재난 극복의 위력적인 수단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권의 안위나 자본가들을 위한 이윤보장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을 극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재난을 극복해야만 노동자들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에 맞선 인류의 대안

 

그 결과 다음이 분명해질 것이다. 코로나19만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은 이미 도처에서 작동하고 있다. 게다가 이 재난은 갈수록 더욱 격화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체제는 이 재난에서 도망칠 수 없음이 계속 더 분명해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의 공포, 비정규직의 굴레라는 재난에 신음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불평등의 재난에 신음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재난들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사회적 통제가 절실하다. 모든 산업과 지역, 현장에서 들불처럼 만들어지는 노동자 통제기구에 의해 작동하는 사회적 통제! 우리는 그것을 노동자권력이라 부르고, 이 노동자권력은 사회주의를 향해 진격할 것이다. 모든 작업장과 기계, 토지를 노동자권력 수중으로 이양해, 모든 생산수단을 노동자계급이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제대로, 영구적으로 행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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