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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재인 정부의 “가만히 있으라” -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가 겪는 코로나19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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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834회 2020-03-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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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감염률.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 감염자들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조치는 가만히 있으라

 

 

33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어느 글을 보고 왈칵 눈물이 났다. ‘장애인 거주시설 내 전염병 예방 가이드라인이었다. 국내 질병관리본부나 복지부 것이 아니라, 한국장애포럼의 한 활동가가 홍콩 정부의 문서를 번역한 글이었다.

 

2020130, 장애인언론 <비마이너>동아시아국제연대페이스북 페이지는 중국 정부가 의심 환자가 된 가족과 격리된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한 비보를 전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안타깝게도 사회적 약자가 가장 큰 희생자가 된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게다가 생존을 위협하는 참혹한 실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병원 한 병동의 감염률 99%, 있어서는 안 되는 숫자

 

한국의 노동자, 민중은 이번 코로나19 확산에 믿기 힘든 사실들을 연일 접한다. 청도 대남병원의 폐쇄병동은 입원자 103명 중 102명이 감염됐다고 한다. 99%의 감염률이다. 현재까지 7명이 숨져 사망률은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3.3%보다 높은 5.9%를 기록했다. 최초 사망자의 몸무게는 42kg이었다. 치료를 도우려 서울에서 달려간 의사는 2일 동안 단 1명의 혈압과 체온조차 재지 못한 병원의 실상에 개탄했다.

 

질문을 하나 해보자.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대다수 환자가 감염병에 걸렸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하나?” 누구든 치료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당장 환자를 데려가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대답은 달랐다.

 

이 사회는 애초 복합적이고 세심한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공적이고 종합적인 치료와 생활지원 대신 손쉽고 저렴하고 폭력적인 폐쇄병동 집단격리조치를 취했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집단감염 참사가 생겼고 정부는 이들을 다시 집단격리(코호트격리)’7명이나 죽음에 이르게 했다. 청도 대남병원 입원자들은 여러 가지 질병 중 단지 정신질환에 걸린 장애인이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가만히 있으라

 

224일 칠곡 소재 중증장애인 거주(생활)시설 밀알 사랑의 집에서도 22명의 확진자가 생기자 정부는 이들을 집단격리(코호트격리)’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관련 일일브리핑을 시작하고 보름이 더 지난 26일에야 수어통역을 시작했다. 221일 처음으로 장애인 자가격리자가 나올 경우 격리시설 이동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격리시설로 정해진 게 없고, 24시간 활동지원에 관련한 구체적 지침 내용이 없는 상태다. 24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거주시설 코로나19 대응방안을 집단격리인 코호트격리라고 밝혔다. (“지역사회 접근성이 낮고, 무연고자가 다수인 시설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바 별도의 코호트 격리 방안이 필요”)

 

국립중앙병원이 226일 청도 대남병원 비극의 원인을 열악한 폐쇄 정신병동의 문제라 지적하자, 정부는 그제서야 음압병실도, 치료장비도 없는 집단수용시설에서 위급한 중증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시작했다어떻게 구할 것인가,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나오지 마라는 것은 그 안에서 죽을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뿐만이 아니다. 장애인 중 자가격리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경우 생활지원과 치료가 부실하다. 물품지원이 있으면 자가격리가 가능한 비장애인과 달리 자가격리 장애인에게는 활동지원, 검진, 의료지원 등의 생활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민간에 넘겨온 정부는 현재의 심각단계에서도 이런 방치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다.

 

실제로 대구에서 자가격리된 1급 장애인 김모씨는 구호물품으로 생쌀은 받았지만, 밥을 짓고 선별진료소 이동을 도와줄 활동지원서비스는 받지 못했다. 대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지적장애인은 격리시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병원에 이송되지 못했다. 자가격리 상태가 아닌 경우에도, 사회가 강요한 차별 탓에 장애인은 비싼 마스크를 사기도 쉽지 않고,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 서기도 어렵다.

 

메르스 사태 이후 장애인 차별에 반대하는 단체들을 중심으로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감염병 예방과 관리 매뉴얼을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침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며 2월 중순부터 장애인단체들은 목소리를 더 높여 장애인 지원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대구를 중심으로 직접 장애인 생활지원인력과 안전물품, 대체식량 후원을 구하는 다급한 공고를 올려야만했다. 한국장애포럼은 거주시설에 있는 장애인의 생존을 위해 홍콩 복지부의 매뉴얼을 다급히 번역했다. 심지어 장애인 활동가들이 직접 장애인 확진자의 활동지원에 자원해 자가격리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더 극명히 드러난 장애인 차별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약자

 

정부는 228일부터 38일까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아동, 노인, 노숙인, 쪽방 거주민 등이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 등 14종의 이용시설에 휴관을 통보했다. 거주(생활)시설이 아닌 해당 이용시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 끼니를 해결하고 돌봄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이다. 이미 각 지자체들은 이전부터 무료진료소와 무료급식소 운영을 중단시켰다.

 

정부는 장애인복지관과 주간보호시설에서 무료식당 대체식 제공, 활동지원, 가족과 종사자 돌봄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곳곳에서 도시락 등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게다가 시설 밖 사회적 약자들은 훨씬 많다. 결식아동, 노숙인, 빈곤한 노인은 끼니 해결부터 마스크, 소독용 에탄올, 손 소독제 등을 구하고 의사를 만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의료기관의 폐쇄와 방역조치가 잇따르며 만성질환자가 병원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병원은 기존 등록환자 외 환자들의 이원을 꺼리는 분위기다. 특히 감염자 발생으로 일시 폐쇄된 병원의 내원환자인 경우 다른 병원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 이미 대구에선 그런 사례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거듭된 의료민영화로 의료 공공성이 훼손되고 공공병원조차 줄면서 입원대기 중인 노인들의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

 

질병으로 인한 사태니 정부가 의료영역을 총가동해야 하지만, 정부는 공공병원 등 정부기관 영역 일부를 가동할 뿐이다. 민간병원도 운영비의 80%가 건강보험이나, 사유재산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이 사회가 평소 사회적 약자를 등한시했다 해도 최소한 지금 같은 상황에선 사회적 약자를 먼저 보호해야 하지 않나. 그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국가의 모습이다. ‘개인위생이 먼저가 아니라 장애인, 사회적 약자 우선하는 정부의 역할이 먼저다.

 

바이러스 vs 시스템 - 무엇이 치명적인가?

 

32일 대구의 장애인 거주시설인 성보재활원에서 중증장애인 5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33일 서울 소재 공공병원으로 이송하며 장애인 단체가 다급히 치료기간에 함께 할 활동지원사를 구했고, 결국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자원했다. 같은 날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2개 시민사회 단체가 요청한 집단감염 장애인 거주시설 긴급구제 요청을 거부했다.

 

장애인이라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비장애인이라고 면역력이 다 높지 않은 것처럼. 기저질환이 있다고 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것도 아니다. 장애인의 90%는 후천적 이유로 장애를 얻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차별당해야 하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은 인간사회의 문제다. 이윤인가 생명인가라는 물음 앞에 사회 시스템이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그 기준을 드러내는 문제다. 생산현장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의 비정규직이 먼저 무급휴가해고로 생존을 위협당한다. 사회적 약자들은 그간의 소외와 차별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추가된 채 희생되고 있다. 마스크를 직접 쓰는 것조차 어려운 장애인 앞에 생쌀을 갖다 놓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치는 시스템, 마치 장애인을 바이러스 취급하듯 사회로부터 집단격리하는 구조가 청도 대남병원 참사를 낳았다.

 

99%의 감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노동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장애인과 장애인 차별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동권, 노동권, 자립생활권 쟁취를 위해 싸워 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자본의 논리 앞에 철저히 차별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는 장애인 문제에 자본에 저항하는 노동자운동이 연대해야 한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현장에 상황을 알리고 분노를 표현하며 자신의 투쟁과 연결하는 계기로 삼자. 현 사태 앞에 장애인과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참상을 사회가 해결하라는 목소리를 내자. 치명적 착취사회가 바뀌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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