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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마스크대란이 보여준 것: 이윤생산체제로는 재난 극복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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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904회 2020-02-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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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자유시장경제의 결말

 

 

8배 오른 가격으로도 구입할 수 없는 마스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서, 마스크 착용은 자신의 감염 예방은 물론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의무처럼 자리 잡았다. 영유아들이 이용하는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마저 마스크 미착용자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부착해 놓았을 정도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용 KF94 등급 마스크 가격은 최대 8배 넘게 폭등했다. 평소 500~800원대에 판매되던 마스크가 227일 현재 4,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4인 가족이면 마스크 구입비용으로 한 달에 35만 원(22×4,000×4)가량 지출해야 할 형편이다.

 

문제는 이 가격으로도 마스크를 제때 구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마스크 품절 대란 등을 취재한 기사가 연일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뒤늦게 우체국, 농협 등 공적 판매처에 마스크 생산물량의 50%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우체국 판매는 3월 초에나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마스크 가격폭등, 연이은 품절사태, 정부의 설익은 마스크 공급계획으로 다수 시민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사회적 필요에 따라 생산이 이루어지는 사회였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생산수단을 사회적으로 소유하고 자주적인 노동자권력으로 전체 생산과 분배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노동해방 사회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노동해방 사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 같은 사회적 재난이 닥쳤다고 생각해 보자.

 

우선 노동자권력은 재난에 대비해 사전에 비축해 둔 예비자원으로 확진자, 격리자 등에게 완전한 경제적 부조를 제공할 것이다. 그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방역망을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산 차질을 일으키면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자본주의 기업(동원홈푸드 사례)과는 정반대로, 꼭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면 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될 때까지 노동자 모두가 더 많은 휴식을 갖도록 조치할 것이다.

 

또 마스크 등 각종 방역물자의 급증하는 사회적 수요에 맞춰, 사회의 예비자원을 총동원해 해당 물품의 생산 규모를 대폭 늘릴 것이다. 이는 지금 이뤄지는 것처럼 해당 부문 노동자들을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혹사시키는 방식이 아니다. 노동해방 사회에서는 방역물자에 비해 필요성이 시급하지 않은 생산부문 노동자들이 당분간 방역물자 생산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각급 공무원들이 평소 자기 업무를 떠나 방역업무에 전념하는 것처럼 말이다. (노동해방 사회에서는 사회 각 분야의 생산이 개별적인 사적 자본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물론 노동자대중 속에서 재난극복에 종사하려는 지원자가 속출할 것이며, 이 지원자들은 방역물자 생산, 보건의료 활동 등에 대대적으로 투입될 것이다.

 

한편 마스크 등 방역물자는 모든 인민에게 무상으로 공급된다.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자신과 공동체 모두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사회적 생산을 통제하는 노동자위원회는 방역물자의 사회적 수요에 맞춰 생산계획을 면밀히 조절할 것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처럼 마스크 품절대란이 벌어지는 일은 드물다. 설령 사회적 수요에 생산량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노동해방 사회에서는 기저질환자, 장애인, 영유아 등 방역물자를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계층에게 우선 이를 지급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각자도생의 마스크 쟁탈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재난, 누군가에게는 돈벌이 기회

 

자본주의 사회는 전혀 다르다. 자본주의는 사회적 필요에 따라 생산이 이뤄지는 사회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유일한 이유는 자본가의 이윤이다. 남는 이윤이 없다면, 아무리 사회적 필요가 절박해도 자본가들은 생산하지 않는다. 극심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신기술들이 실험실 안에서 사장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이윤을 높일 수만 있다면, 자본가들은 자신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어떤 지탄을 받는다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마스크 가격을 8배 넘게 폭등시키고, 유통과정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매점매석하는 일들은 바로 이래서 벌어진다. 당장 방역물자 지원을 절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데도 마스크 생산자본과 유통자본은 오로지 이윤을 얼마나 더 남길 수 있는지 계산하고 있을 뿐이다. 공장 노동자들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이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하고, 단 얼마라도 단가를 더 받을 수 있는 곳에 마스크를 넘기느라 계약파기도 서슴지 않는다.

 

한편 충분한 소비여력이 없는 취약계층은 이윤생산체제에서 사회적 재난으로 한층 더한 고통을 겪게 된다. 재난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재난 역시 자신이 속한 계급에 따라 차별적이라는 걸 누구나 실감한다. 마스크를 구입하기도 힘들고, 생계를 잇기 위해 외출할 수밖에 없는 하층 노동자들에게 감염병 예방수칙은 먼 얘기일 뿐이다. 장애인, 독거노인, 빈곤층 등도 아무런 사회적 보호장치 없이 바이러스 앞에 노출된다. 이는 다시 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을 낳아 재난을 장기화한다.

 

문재인 정부, ‘말로만 재난극복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조기 진압함으로써 4월 총선 승리의 밑거름으로 삼으려 했던 문재인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정부는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사태가 진정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정부는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국가는 어디까지나 자본가들의 이윤생산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재난극복 의지가 있다면, 당장 필요가 시급한 마스크 생산과 공급부터 국가가 전면적으로 통제하고 전 국민에게 무상으로 지급하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재난을 극복하겠다면서, 자본가계급의 이윤은 손대지 않으려는 어정쩡한 태도로는 기껏해야 공적 판매처 공급, 매점매석 단속 등 미봉책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보건의료 부문의 노동자들은 헌신적인 사명감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이 체제의 운영권을 노동자가 가져오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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