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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와 코로나, 지금 현장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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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조회 4,851회 2020-02-2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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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져가면서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집단으로 모여 일하거나 업무상 대면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더더욱 확실한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본가들이 순순히 노동자를 위한 안전조치를 실행하고 있을까? 몇몇 사업장 사례를 통해 현장의 실상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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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물품 지급을 요구하는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사진_매일노동뉴스)

 

 

뒷짐 지고 있는 사측 관리자들

송재학(경주지부 디에스시지회 대의원)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으며 예전 메르스 사태가 생각났다. 정부는 그때나 지금이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우유부단하게 대처하고 있다. 각 정당, 기득권 세력과 가진 자들은 모두 피하고 숨어 있다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기어 나와 자기들 잇속만 챙기려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에 대한 세액공제를 총선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공장 이야기를 해보자. 다들 그렇지만 우리 현장도 몹시 어수선하게 돌아가고 있다. 전차 확대간부회의에서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했다. 현장에 마스크와 손 세정제 지급, 방역마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간부들은 열 체크를 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간부들이 노력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사측 관리자들의 태도다. 이들은 뒤에서 뒷짐 지고 있다.

 

게다가 지금 코로나 분위기 때문에 신설라인과 도급라인 관련 현안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우리는 해결할 것은 해결하라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위에서 결제를 안 해줘서 못 한다고 했다. 이게 경주공장에 있던 본사를 이전하면서 고립된 공장의 현실이다.

 

정규직도 우습게 보는데 우리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비정규직 동지들에게는 오죽하겠는가. 지금 코로나보다 더 아픈 것은, 코로나 광풍이 불듯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고용을 지키는 투쟁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생산성 향상만 부르짖는 자들이 더 큰 화 불러

김미옥(울산지부 동진지회 금속대의원)

 

사스와 메르스 때와 달리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현장은 술렁이고 있다.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감염에 대한 공포 심리까지 만들고 있다. 모두가 스스로 대응책을 찾아가며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노력하면서도 신천지를 원망하는 얘기가 많다. 신천지가 코로나19 감염을 확신시키는 것에 영향을 주어서 화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집단혐오와 마녀사냥으로까지 나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치사율은 3% 미만이며 사스 10%와 메르스 30%보다 낮다고 한다. 치사율이 낮다고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다. 코로나19 감염과 사망도 심각하지만,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죽음으로 내모는 산업현장 바이러스도 심각하다. 바로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확대로 인한 산업재해다. 2019년 산재 사망자가 855명이다. 산업재해로 처리되지 않거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망자를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어느 개인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사람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내는 재앙이다. 또 신종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자본가국가의 안일함과 늑장 대응, 생산성 향상만 부르짖는 자본의 탐욕과 냉혹함이 더 큰 화를 불러왔다.

 

우리 동진 현장은 아직 코로가19가 침투하지 못했다. 이것은 자본에게 코로나19 감염 예방조치를 하게 만들고, 우리 노동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결과다. 우리 모두 코로나19 감염자의 쾌유와 사망자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갖고 코로나19를 완전히 퇴치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말자.

 

일주일에 마스크 두 개

오세일(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대의원)

 

울산에도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서 현대중공업에도 긴장이 걸렸다. 현대중공업은 210일부터 일주일에 마스크 2개를 지급했다. 하청 노동자에게는 1개나 2개 지급하거나, 또는 지급하지 않는 하청업체도 확인됐다.

 

현대중공업지부는 마스크를 2개만 지급하고 생색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224일부터 출근 시 마스크 착용을 알렸고, 미착용 노동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했다. 25일부터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로 강제했고, 미착용 노동자는 조선소 출입을 제지하기도 했다.

 

또한 마스크 미착용 노동자는 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고 알렸다. 26일부터는 식당 이용시간을 사업부별로 1130~1330분으로 나누었고, 그것도 30분씩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자들은 도시락을 선호하는데, 코로나19를 경계하는 것도 있지만, 식사시간이 짧아지고 이동이 불편하고 공간이 부족한 것도 이유일 것이다.

 

요즘 생산량이 조금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생산부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 업체(족장)가 담당하는 일은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2월에 저녁 7시까지 일하고 주말까지 3주째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정규직은 주52시간이 적용돼 연장, 주말 특근이 많지 않지만, 하청 노동자는 주52시간 적용이 유예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장시간 노동은 피로를 누적시켜 바이러스 면역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점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코로나19 때문에 회사 운영과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더 걱정하고 있다.

 

고쳐줄 의사도 약도 없는 최악의 바이러스는

김현제(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

 

2월 초 중국의 와이어링 공급업체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폐쇄됨에 따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사는 생산가동 중단과 평균임금 70%의 휴업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고용노동부도 코로나 휴업사업장은 평균임금 70%를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대다수 하청 자본은 휴업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기본급의 70%를 지급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노동조합이 휴업수당 차별지급을 폭로하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평균임금 70%를 지급하겠다고 결정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직접생산공정이 아닌 보전하청(생산설비 유지 및 보수업무) 노동자들은 더 극심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보전업무는 생산업무와 아무 상관 없으니 휴업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 출근하지 않을 시 결근으로 처리하겠다며 노동자의 건강권보다 기업의 이윤을 앞세워 탄압하려 들었다. 이에 보전하청 노동자들은 회사가 출근을 강요할 때마다 차별 없는 노동권 보장을 위해 기습파업으로 맞서며 투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언론이 코로나19 사태로 도배되고 있고, 한국 전체가 공포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물론 전염성이 강하고 치료약 없는 바이러스는 위험하고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바이러스가 비정규직 제도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비정규직 제도는 이미 사회 전체에 퍼져있고, 온갖 차별, 서러움, 죽음을 유발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확산되고 있는 최악의 바이러스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병폐가 당연시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쳐줄 의사도 없고, 약도 없다. 오로지 전체 노동자의 투쟁만이 병든 이 사회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지들도 동의하시나?

 

대책 없이 대구로 가서 일하라는 자본

한명진(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부지부장)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비상사태인데, 우리 사업장에서도 고객 대면 업무가 많다보니 특히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회사에서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위생용품이라고는 하루에 마스크 1장이 전부이고, 그마저도 초기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마트에서 상주하며 인터넷 영업을 하는 영업직군은 마스크 지급을 하지 않았던 사례도 있었다.

 

하루 1장으로는 부족하다며 추가 지급을 요구하자, 회사는 하루 1장 지급이 원칙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손 세정제의 경우도 아직까지 물량 확보를 못했다며 지지부진하다 이번 주 안에 지급한다고 공지됐다.

 

현재 대구지역 4개 지점 중 2개 지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자가 발생해, 지점들이 221일부로 폐쇄됐다. 지점 노동자들 전체가 자가격리 중이고, 1개 지점은 확진자의 이동 동선인 이마트 칠성점과 같은 건물에 있어 건물이 폐쇄됐었지만, 방역을 하면 된다며 노동자들에게 정상 출근을 강요하고 있다.

 

이렇게 대구지역 서비스에 공백이 생기자 회사에서는 전국의 다른 지점에서 지원인력을 모집해 대구로 투입하려 했다. 안전에 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말이다. 이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회사가 주도해 전국으로 퍼트리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

 

노조는 코로나19 관련 진료나 격리, 치료 등을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조정과 유급처리에 회사와 합의했고, 일방적인 대구지역 투입에는 거부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유급처리라 하더라도 실적급 비중이 높은 현장직군의 경우 실 급여의 50% 정도밖에 보전이 안 된다. 최대한 많은 집을 방문해야 좋아질 수밖에 없는 각종 실적도 그대로여서, 실적 압박을 받는 노동자들이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런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도 자본의 논리로만 접근하며 노동자의 생명은 뒷전인 자본가의 습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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