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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 한번은 제대로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 창원물류·제주부품 폐쇄 통보하며 또다시 구조조정 나선 지엠 자본에 맞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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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엠분회 조회 7,150회 2020-02-2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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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나의 인생 돌리도”, “20년 고생하고 얻은 건 병든 몸”, “20대 초반에 들어와서 고생만 하고 나갔는데 이런 대우밖에 안 되다니”, “현장감 없는 머저리 꼴통 경영진 반드시 척결하자.

 

나이 지긋한 노동자들이 둘러 앉아 매직을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쓴다. 글자들에 녹아 있지만, 청춘만이 아니라 인생 대부분을 이곳 창원물류 사업소에서 보낸 노동자들이다. 대자보 한 장은 이내 가득 찼지만 분노가 사그라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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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창원물류 조합원들이 폐쇄 통보 후 대자보에 눌러 쓴 심경


 

지난 24, 한국지엠 자본은 창원물류·제주부품을 폐쇄하고 세종물류로 통합 운영하기 위한 노사협의를 하자고 노동조합에 통보했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또다시 폐쇄·축소 구조조정이란 말인가. 이건 노사협의가 아니라 일방통보 후 단체협약에 명시된 ‘90일 협의기간을 채운 후 일방통행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폐쇄, 통폐합, 축소 결국 외주화

 

기억을 떠올려보면 감이 잡히는 게 한 가지 있기는 하다. 2013년 지엠의 해외사업부 사장을 맡고 있던 팀 리(Tim Lee)가 한국에 들어와 거창한 기자회견을 했다. 이름하여 GMK 20XX! 향후 5년간 8조 원을 투자해 한국지엠을 키우겠다고 약속했던 그날, 팀 리는 조용히 A/S(정비·부품·물류 등)CKD 부문 외주화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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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8조 원을 투자해? 웃기는 소리! 5년이 지난 2018년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신차 쉐보레 크루즈를 생산하던 군산공장을 전격 폐쇄하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평KD로 통합한다는 미명 아래 인천KD가 폐쇄됐고, 지난해에는 마찬가지로 세종물류로 통합한다며 인천물류센터를 폐쇄하고 말았다. 이제 드디어 그 마수를 창원물류·제주부품으로 뻗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길의 끝에는 부평·창원 등 완성차 직접생산을 제외한 모든 업무의 폐쇄·통폐합과 외주화가 놓여 있다. 창원물류·제주부품까지 폐쇄되면 세종물류만 남게 되는데, 이미 세종물류 업무의 상당 부분을 비정규직이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수출을 합해 세종물류 비정규직 규모는 정규직(70여 명)을 훌쩍 뛰어넘어 100명에 달한다.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로 비교적 손쉽게 인천물류 폐쇄에 성공한 지엠 자본이 창원물류·제주부품까지 폐쇄하는 데 성공한다면 물류 부문 노동자들의 자신감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든 물류 업무를 세종으로 단일화한 뒤 통째로 외주화하는 것은, 지엠 자본 입장에서 사기를 잃은 군사들을 제압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생산직도 안전하지 않다

 

그렇다면 직접생산 부문은 안전할까?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 종합 자동차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춰왔던 다른 모든 업무가 사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6~7년 동안 벌어진 일들을 떠올려보면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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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일자 한국지엠지부 보도자료


 

대우차 시절부터 유지하고 있었던 자회사(쉐보레유럽, 쉐보레러시아, 지엠베트남)들은 모조리 매각과 철수 절차를 밟았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연말에는 디자인·엔지니어링센터를 분리해 별도법인(GMTCK)으로 떼어내 버렸다. 이제 A/SCKD 부문까지 외주화하면 한국지엠에는 글로벌 지엠의 생산하청 기능만 남는다.

 

이렇게 되면 지엠은 언제든지 한국 철수를 밀어붙일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게 된다. 이미 창원공장 1교대까지 밀어붙인 상황에서 부평공장 생산물량에 대한 부담만 줄어든다면, 한국 사업에서 철수하더라도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한국에서 철수해도 외주화된 A/S 부문에 부품을 팔아먹는 사업만으로도 한국에서 짭짤한 추가이윤을 챙길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반격의 기회

 

지엠 자본의 일방통보에 창원물류·제주부품의 생산직·사무직 노동자들이 즉각 반발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쳐다보고만 있었던 협력업체·대리점 측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사장들까지 직접 피케팅에 나서며 저항하고 있다. 30여 명의 창원물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조직화 움직임이 시작되고 출근 선전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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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정부품판매점 대표들의 피케팅(왼쪽), 창원물류 비정규직 노동자들 출근선전전(오른쪽)

 


그동안 말로만 외쳐왔던 생산직과 사무직, 부품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모두의 단결, 그 가능성이 실제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품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저항에 나서자 전국 곳곳의 언론도 지엠 자본이 이번엔 너무했다라며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들도 지엠 자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상은 불가능할까? 제주부품 협력업체 대표들이 반발할 정도라면 비슷한 처지의 창원물류 협력업체들,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 창원물류 비정규직이 스스로 조직화를 시작할 정도라면 비슷한 처지의 세종물류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위기감과 불만이 팽배해 있을 텐데 그들을 조직하는 것.

 

이제 자신감을 갖고 투쟁을 조직해갈 때

 

작년 인천물류 폐쇄 저지투쟁 당시에도 이런 움직임과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3~4차례에 달하는 희망퇴직 공격에 내부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계급적 연대전선이 매우 미약했다. 무엇보다 부평·창원공장으로 문제의식을 확산시키고 공동의 단결투쟁으로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건이 다르다. 인천물류 폐쇄를 막지 못한 뼈아픈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운 노동자들이 있다. 한 번은 당했지만 똑같은 일을 두 번 당할 수는 없다고 다짐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진짜 지엠 자본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까지 조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감을 갖고 투쟁을 조직해가야 한다.

 

첫째, 물류 폐쇄 저지투쟁 움직임을 당사자·주체로부터 전 공장으로, 시민사회로 확대해가자. 이미 CCA(정비·부품 부문) 소속 생산직·사무직 조합원들은 서명운동과 출근·중식 선전전을 시작했다. 서명운동을 전 공장으로 확대하고 부품협력업체로까지 이어간다면 조금씩 지엠 자본을 포위해갈 수 있을 것이다. 직영정비소 앞 현수막과 피케팅을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물류 폐쇄 저지 없이 19 임투 종료 없다는 태세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자. 무엇보다 생산이 팽팽 돌아가고 있는 부평공장 생산직 노동자들까지 물류 폐쇄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선전·토론이 조직되어야 한다. 창원물류·제주부품 조합원들이 직접 부평공장을 찾아 현장을 누비며 선전하고 토론하고 조직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셋째, 지엠 자본이 생각하는 종착역, 즉 세종물류로 통합한 후 통째로 외주화하는 방향에 맞서 정반대의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 창원물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투쟁에 나서는 것처럼, 100여 명의 세종물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손을 뻗고 함께 조직·투쟁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19 임투가 재개되면 대략 1~2개월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사이에 우리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생산직과 사무직의 단결, 완성차와 부품협력업체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계급적 단결을 현실화한다면 물류 폐쇄 저지는 그저 꿈이 아니다. 한번은, 제대로, 막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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