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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옵니다” - 문중원 열사 유가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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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942회 2020-02-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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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일 서울 광화문 분향소 앞에서 진행된 인터뷰(사진_노해투)

 

 

-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모든 노력을 쏟아 부은 문중원 기수

- 정부와 마사회가 강조하는 공정은 허울 뿐

- 마사회는 부조리와 비리가 가득 찬 지옥

- 저항할 권리를 박탈당한 특수고용 노동자

- 죽음으로밖에 말할 방법이 없는 현실

- 이제 남편만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싸운다

 

 

죽음을 멈추는 2.22 희망버스연기 결정이 내려진 221, 문중원 열사 부인 오은주 님과 장인 오준식 님을 만났다. 모진 슬픔을 딛고 투쟁에 나선 유가족들은 계속 희망을 얘기하며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희망버스를 취소했는데 마사회는 경마를 취소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은주_ 속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부득이하게 취소했습니다. 취소 이후 박원순 시장이 집회 금지 방침을 발표했는데, 경마는 오늘도 멈추지 않았고 내일도 멈추지 않을 거예요. 수만 명이 과천, 부산, 제주 경마장을 왔다 갔다 하는데. 화상경마장에 또 얼마나 사람이 많이 갑니까?

 

오준식_ 경마장은 코로나 안전지대입니까? 경마장은 비상사태와 무관한 곳입니까?

 

오은주_ 마사회는 정부가 아무 지시를 하지 않는데 왜 경마를 멈춰야 하냐고 얘기할 겁니다. 돈벌이가 우선인 거예요. 정부조차도.

 

남편만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남편의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목표가 많아졌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오은주_ 처음엔 남편의 죽음이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제 정신이 아니었고 그냥 충격에만 빠져 있었습니다. 남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시작했는데, 그동안 남편을 비롯해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7명의 마필관리사와 기수들이 안타깝고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사실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남아 있는 관리사와 기수들이 힘든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져서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사회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기업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온갖 부정과 비리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런 공기업에서 일하게 할 순 없잖아요. 지금 저희가 바꾸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많이 아픈 얘기겠지만 이제 문중원 열사의 절망감을 조금은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오은주_ 유서를 봤을 때는 그래도 살지하는 생각이었어요. 힘든 걸 워낙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투쟁하다 알게 됐지만 다른 기수와 마필관리사들도 목소리를 내지 못해요. 남편도 결국에는 죽음으로밖에 말할 방법이 없는 현실이었구요. 얼마나 큰 고통과 절망이었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들을 두고 갔을까. 이제는 남편의 고통과 절망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고, 너무 늦었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준식_ 죽음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고 점차적으로 일어난 일이더라구요. 사위가 조교사한테 왜 2등으로 들어왔냐고 혼이 났대요. 상위로 들어오면 안 되는 부당한 지시. 사위가 무릎 꿇었다는 얘기, 심지어 뺨도 맞았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때 충격을 받고 빨리 조교사를 준비해야겠다며 유학까지 다녀와서 조교사 자격증을 땄는데, 5년 동안 말을 안 줘요. 마방 임대 받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습니다.

 

딸이 오빠 소문이 벌써 났는데 어떻게 해?” 그러니까 중원이가 아니야, 땀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아. 내가 열심히 했으니까 분명히 괜찮을 거야.” 그런데 소문대로 됐습니다. 중원이가, 자격증 딴 지 7년 된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가 되면 자기가 안 되도 참겠다 그랬어요. 그런데 자격증 딴 지 넉 달인가 된 사람에게 밀리고. 이건 마사회 횡포가 너무 심하다. 그때부터 마음 상처를 너무 깊게 받은 것 같습니다. 마사회에서는 빽이 없으면, 연줄이 없으면 아무 꿈도 꿀 수가 없구나. 너도 돈을 써서 어떻게 할 수 있지 않냐 하면 그런 건 싫다고 했습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문중원 열사가 그렇게 얘기했군요. 정부가 자주 얘기하는 공정이 생각납니다.

 

오은주_ ‘공정이란 게 왜 말이 되지 않냐면, 기수하고 조교사하고 기승계약이 맺어진 상태인데요. 겉으로 보면 공정한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32명의 기수가 있는데 기수들 사이의 빈부 차가 많이 납니다. 조교사 마음대로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들만 말을 태운단 말이에요. 공정하게 잘 배분해서 나눠 타야 하는데. 부당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너는 아웃, 너는 내 말 잘 들으니까 좋은 말 타. 그리고 그 뒤에 마사회가 있습니다.

 

기승계약을 조교사와만 맺었기 때문에 마사회는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기수들은 개인사업자,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마사회랑 관계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왜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정년을 지정해주며, 왜 마사회가 면허갱신을 합니까? 심지어 조교사 면허증 교부도 마사회가 합니다. 마사대부 심사도 마사회가 합니다. 모든 권한은 자기네들이 가지고 있고 그 막강한 권한을 관리사, 기수, 조교사에게 휘두르면서 문제가 터지면, 중대재해가 터지면 나하곤 상관없다? 이게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공정은 허울뿐입니다. 마사회는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는 권리가 없는데, 무슨 공정입니까?

 

조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시죠. 문제의 뿌리는 마사회라는. 선진경마라는 이름의 무한경쟁. 조교사들조차도 성적 때문에 부당한 지시를 내리게 되는 구조.

 

오은주_ 맞아요. 마사회라는 시행처가 있고 그 밑에 마주,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 무한경쟁을 위한 수직적 구조입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투쟁하면서 새로운 일을 많이 겪으셨을 텐데요. “제가 세상에 나와서 보니까 우리나라에 그렇게 해고자와 비정규직,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많은 거예요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은주_ 사실 저는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만 살고 있었어요. 정말 몰랐어요.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부당하게 해고된 사람이 많은지. [옆에서 같이 농성 중이던] 톨게이트 수납원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너무 늦게 온 것 같았고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에 죄송스러웠어요.

 

그런데 사실 톨게이트는 저희하고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그래도 문화제할 때 웃으면서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투쟁할 수 있는 힘이 저기에서 나오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똑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웃으면서 투쟁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는 웃으면서 투쟁을 할 순 없지만, 저런 마음으로 싸워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톨게이트 분들은 우리가 옳다고 얘기하며 투쟁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제 남편이 옳고 우리의 주장이 옳다고. 많이 배웠고 느낀 것도 많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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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일째. 공기업 마사회에 책임이 있는 문재인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사진_노해투)

 

 

지난 120일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이 노조설립신고서를 부산시에 제출했습니다. 노동자들은 “7명이나 목숨을 바친 이유는 돈과 경쟁으로, 성적순으로 이뤄지는 죽음의 경마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조에 참가한 인원은 기수 31명 중 28명이라고 합니다.


오은주_ 가입하지 못한 기수는 외국인 기수라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고 있고 자신들이 직접 나서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봐요. 이렇게 해야지 살 수 있고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아주 잘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필증은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수들이 쉽사리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지금 싸움에도 많이 나서면 좋겠지만 설사 나서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기수들의 생활에는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준식_ 저도 공공운수노조의 설문조사가 있을 때 기수들에게 뭉쳐야 살지 흩어지면 죽는다고 얘기했습니다. 마사회가 너무 갑질을 하고 사람의 죽음은 안중에도 없으니까. 어찌 보면 기수나 마필관리사들이 불쌍합니다. 처음 2년 동안 엄청난 훈련을 시켜요. 몸 관리, 말 타는 방법, 말 관리 방법. 그런데 40살을 넘기면 도태시키죠. 맘껏 쓰다가 함부로 버리는 기계 같다고나 할까요.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까 어떤 사람은 열 개 가지고 어떤 사람은 두 개 가지고. 이렇게 경쟁에 내몰려 왜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지.

 

특수고용 노동자가 비정규직이잖아요. 비정규직이라는 자체가 임금을 착취하기 위한 것 아닌가요? 70년대 독재시대처럼. 정규직, 비정규직 이런 구분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택배, 대리운전, 기수. 특수고용은 국회에서 법을 다스려 이 자체를 없애야 하는 게 맞습니다.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를 펼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문재인 정부의 태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은주_ 마사회는 공기업입니다. 공기업이 아니라도 7명이 죽었다면 어마어마한 일 아닙니까. 많이 외치고 발버둥 쳤는데 정부는 아직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요. 제가 경찰에게 직접 폭행을 당했을 때는 이런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갔을 수 있을까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존중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진짜 존중은 하나도 없는 그런 태도를 보이고 있으면서 어떻게 노동존중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실망을 많이 했어요.

 

너무나 힘든 시간을 견디며 모두를 위해 싸우고 계십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오은주_ 85일이 흘렀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저한테는 사실 마사회는 너무 높은 산이에요. 그래도 꼭대기는 있어요. 사실 투쟁의 어려움은 많습니다. 희망버스도 부득이하게 취소했고. 그래도 저희는 천천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절대 다시 뒤돌아 내려오는 일은 없습니다. 끝까지 올라가서 마사회를 반드시 바꾸겠다는 게 저의 목표구요. 우리 아이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지만, 당장 아이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모든 아이들의 미래와 연관된 일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것입니다.

 

널리 알려주십시오. 정말 널리 알려야만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부와 마사회가 인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이 연대해 주세요. 많은 사람이 함께 해주는 것, 연대해주는 것이 답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옵니다. 지금 우리는 몸과 마음이 추운 겨울에 머물러 있지만 곧 봄이 올 것입니다. 추운 마음들이 녹고 우리 맘속에 꽃이 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기에 힘들어도 지쳐도 따뜻한 봄을 기다릴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이 세상이 더럽고 치사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 선택을 하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는 데 보탬이 되겠습니다.”(117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오은주 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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