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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현대차 불법파견 재판결: 또다시 확인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의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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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264회 2020-02-0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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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불법파견 판결. 노동자들은 기쁘지만 당연한결과라고 한다.

 

 

법원도 다시 외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202026,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대한 13번째 판결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공장 생산공정에 일하는 노동자는 도급계약이 성립할 수 없다며, 현대차 원청이 사용자라고 판결했다.

 

어느덧 잊혀진 구호가 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거대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의 1차 종착지가 된 2016년 이후 노동조합에 가입한 1, 2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받은 첫 번째 불법파견 판결에서 재등장했다. 다시금 노동조합으로 뭉친 현대차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요구에 의해, 그리고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말이다.

 

어제와 오늘

 

새벽 4시 버스를 타고 법원으로 달려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9일간 법원 앞 찬 바닥에서 천막 안에 맺힌 고드름을 떼며 농성을 벌인 노동자들의 반응은 기쁘지만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201491,200여 명이 판결을 받았을 때와 같은 환호와 기쁨의 눈물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 2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판결 전날인 25, 그리고 당신은 현대차의 정규직이라는 판결 당일, 그 하루 사이의 괴리는 이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후과로 현대차가 휴업에 들어가자 2차 사내하청업체 모두가 휴업수당을 근로기준법대로 못 준다는 입장이었다. 원청인 현대차의 휴업은 2차 업체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종전처럼 자기들 맘대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정규직과 1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평균임금의 70%를 받는 반면, 2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일부만 축소 지급(기본급의 70%) 또는 출근이나 연차 사용을 강요받고 있었다. 늦은 오후가 돼서야 이번에는 휴업수당을 근로기준법대로 지급한다는 결정이 났다. 이런 식으로 번번이 노동자를 농락하는데, 다음 날 아침 2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진짜 사장은 현대차 정몽구라는 판결에 마냥 기쁠 수 있겠는가.

 

자본가계급의 예방전략과 현실

 

자본가계급의 전위 중 일부로서 법원은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안에 꿈틀대는 분노를 완화하고자 제조업 대공장뿐 아니라 공기업 사내하청 일부도 정규직화하라는 법리적 조치를 취해왔다. 불법파견 판결은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임과 동시에, 노조할 권리조차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대한 사회적 저항 대신 자본주의 체제의 법에 의존하게 하려는 노림수임은 틀림없다.

 

그러자 자본가들은 법률적 부담은 지우되, 비정규직 사내하청제도를 합법적 진성도급으로 위장하거나 더 열악한 비정규직제도를 운영하려 발악했다. 현대차에서는 1차 사내하청업체 공정 재배치와 선별 신규채용, 2차 사내하청업체의 다양한 도급업체 형태 확대와 도급업체 비정규직 운영, 직고용 비정규직 도입, 외주화 등으로 표현됐다.

 

한국지엠에서는 집단해고도 동반했다. 법원에서 정규직 판결을 받는 사내하청 노동자도 길거리로 쫓겨났다. 공기업도 다르지 않다. 한국도로공사를 보라.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정규직 판결을 받았지만 도로공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뻔뻔스럽게 버텼다.

 

이렇듯 법원의 자본가계급 전위들이 취하는 일정한 법적 예방전략은 결코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통제하기 어려운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자본가계급은 더욱 광범하고 악랄한 비정규직 착취제도를 사용한다. 전체 노동자의 하향평준화를 강요한다. 1,2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갈수록 흔들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거대한 저항을 잠재우려는 법적 조치는 자본주의 현실 앞에서 모순되게 작동할 뿐이다.

 

법보다 주먹

 

저들의 예방전략과 그 모순을 깨뜨릴 유일한 세력은 법에 웃고 현실에 우는 노동자가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 작년 하반기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그랬다. 법의 환상에 기대지 않고 현실의 벽에 포기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운동,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 자본도 현대차 공장에 다시 등장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구호가 섬뜩할 것이다.

 

물론 아직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판결을 활용하며 현대차 자본에 맞설 힘은 없다. 이들의 현실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싸우고, 체불임금 달라고 싸우고, 업체 계약직 자르지 말라고 싸우고, 4명이 하던 일을 어떻게 2명이 하냐 인원 달라고 싸우며 각종 고소·고발에도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와 현대차에서부터 제조업 사내하청제도 철폐라는 계급적 구호를 걸고 진짜 사장과의 싸움을 만들려 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어떻게 전체 노동자계급 투쟁의 가능성과 힘으로 쌓아갈 것인가? 지긋지긋한 2차 하청의 차별과 설움을 해소하기 위해 나만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싸우면 되는가? 정규직화 요구는 정당하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생생한 현실이 거듭 우리를 가르쳐왔다. 상대적 착취 정도가 다를 뿐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놓는 노동자 분열 착취전략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유일한 길은 계급적 투쟁뿐임을.

 

우리가 반추할 경험은 많다. 현대차만 해도 19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민주노조 선봉 역할을 한 과거에서부터 타협적이고 조합주의적 운동으로 전체 노동자운동과 괴리되며 후퇴한 시간이 있다. 현대차의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은 현대차 정규직 운동도 재점화하다가 사그러들었다.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노사협조적 노조운동에 빠르게 흡수됐고, 선진적 투사들은 더 소수가 된 채 7만에 가까운 현대차 원하청 노동자들은 본격적 구조조정 공세의 목전에 있다. 2019년 공시된 고용노동자 수 정규직 65, 직접고용 비정규직 3, 간접고용 1(생산 4,230)의 노동자들은 제대로 싸움도 못 해보고 생존권을 위협받을 상황에 긴장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정규직 노조와 생산직 비정규직 노조뿐 아니라 현대차 공장 내의 식당과 경비 비정규직 노조가 생겼다. 바로 옆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노동조합 깃발을 꽂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등 문재인의 노동개악으로 현대차 부품사에서도 노동조합이 속속 설립되고 있다. 작년에는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현대차를 세우지 못했지만 현대모비스 비정규직과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세웠다.

 

그렇다면 계급적인 노동자투쟁을 벌이려는 투사들은 현대차에서부터 사내하청제도 폐지투쟁의 포문을 열고 원청 사용자성을 쟁취하기 위한 확장된 완성차·부품사·비정규직 노동자 공동투쟁으로 방향키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투쟁을 현대차 비정규직뿐 아니라 원하청 노동자들이 보다 책임 있게 고민할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계급의 응답, 비정규직 철폐투쟁

 

자본가계급의 법원은 현대차 재벌 최상위 포식자에게 다시 경고했다. ‘2016년 이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 투쟁하고, 완성차 주위에 노조가 확대되고 있다. 정규직 노조 길들여서 빡세게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할 판에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이 완성차·부품사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깨우는 역할을 하게 둘 건가? 돈을 좀 풀더라도 현대차 비정규직이 일을 크게 만드는 일이 없게 하라.’

 

노동자계급의 응답은 정반대 편에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잠자코 법에 의지하지 않고 투쟁에 나서며, 현대차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깃발을 들고 나서는 것이다. 일하다 다쳐도 현대차 공장 사내 의무실에 갈 수 없는 다양한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공동의 요구를 모으는 것이다. 완성차 비정규직, 계열사와 부품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성 쟁취, 노조할 권리 보장, 노동권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함께 싸우는 것이다.

 

그럴 때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13번째 내려진 불법파견 판결이 나만의 정규직화가 아닌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또 하나의 구심이 돼 정몽구, 정의선의 죗값을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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