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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과 위기로 빠져드는 한국 자본주의 정치: 노동자운동의 대대적인 정치적 진출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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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294회 2020-02-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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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국면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국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불안정성은 다시 머리를 치켜들 것이다.

 

 

가파른 하강국면에 진입한 한국 자본주의, 그리고 고조될 정치적 긴장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율 하락에 따른 위기의 심화과정에 있는데, 이 위기는 언제든 급격한 폭발과정으로 이어져 사회적 위기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대단히 위태로운 상태에 접근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는 이와 같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큰 맥락 속에서 작동한다.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와 직결성이 높으므로 그 점은 더욱 강조해야 한다.

 

더 미시적으로 들여다본다면, 한국 자본주의의 상황은 더욱 위태롭다. 세계 평균 수준에 비할 때도 낮은 저성장 국면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가파른 자본주의 성장국면에서 거의 중간단계를 생략하면서 급격히 하락하는 자본주의 쇠퇴국면에 본격 진입하는 중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부를 정도로 고도성장 국면을 거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낙관이 자리 잡았던 한국사회에서도, 이제 혁명적 의식과 조직이 뿌리를 내리고 계급투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는 토양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연간 1.9%대에 머물렀다. 이것은 6년래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정부소비 증가율은 민간소비 증가율의 4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민간소비 증가율 둔화를 정부지출이 메워주는 형국인데, 그럼에도 전체 경제성장률은 더 낮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의 확장정책이 감당하기에는 전반적인 성장률 저하 추세가 대단히 가파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절대적으로 보면 한국 정부재정에서 사회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현저하게 낮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예외적인 확장정책을 당분간 유지하더라도, 그것이 낳을 개량 효과는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서 정부재정이라는 실탄은 재정적자 폭이 증가하면서 계속 소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부재정 확대냐 긴축이냐를 둘러싼 거대한 사회적 공방전의 막이 점차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초전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는 국민연금 분야에서는 2020년에 격돌이 먼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인데, 이것은 무대 전면에 부상하자마자 사회적 계급투쟁의 거대한 무대를 열 풍부한 잠재력이 있다.

 

2020년은 국민연금 개악이나 최저임금 및 정규직화 정책 후퇴 등이 더욱 본격화하고 사회복지비 확대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반면, 자본가 감세와 정부투자 확대 등 자본가를 위한 재정사용이 늘면서 문재인 자본가정부의 실체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이것은 자본가정부에 맞선 노동자투쟁의 공간을 확장할 것이다.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어떻게든 지탱하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정부재정을 투자에 투입하고 그 재원 마련을 위해서 공공부문 노동자를 공격하겠다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자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금 감면, 각종 규제조치 완화 등 자본가들을 위한 퍼주기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2020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9년 한국에서 여실히 드러나기 시작했던, 자본가정부로서 문재인 정부의 본질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노동자운동과 문재인 정부의 대립은 2020년에는 더욱 첨예한 충돌로 나아갈 것이다.

 

한국에서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불안정성 심화, 그리고 예고되는 계급투쟁

 

자본주의 위기 심화가 정치구조의 불안정을 낳고 나아가 계급투쟁 전면화로 이어지는 국제적인 양상은 그 전개 속도나 표출 형식에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한국에서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에서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위기는 촛불시위 국면에서 한 번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국면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정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혁명적 정치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심지어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의미 있는 노동자 세력조차 없는 상황에서 한국 노동자운동은 부르주아적 물결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 같은 조직된 노동자운동은 촛불시위로 고양된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같은 부르주아 정치세력의 영향력에 완전히 노출되고 말았다. 그 결과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위기가 오히려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고, 촛불투쟁의 거의 모든 정치적 성과를 민주당이 훔쳐가는 비통한 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정치적 역주행의 시대는 다행히도 점차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영향력은 최근 2~3년 사이에 노동자계급 사이에서 크게 약화됐다. 잠시 안정된 것으로 보였던 한국의 자본주의 정치구조는 다시 격랑 속으로 내몰릴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조국 사태나,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개악에 따른 노동자운동과의 충돌이 그 중요한 징조들이다.

 

조직 부위든 미조직 부위든 노동자대중은 실망하면서 민주당의 영향력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민주당의 영향력에 빨려 들어갔던 젊은 층도 급속히 이탈하면서 정치적 무당파 층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렇게 민주당의 압도적인 영향력이 약화하면서, 자한당 같은 보수정당들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회복됐다. 하지만 이들이 민주당을 대체하거나 대당할 만큼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그 결과 촛불시위 국면에서 고조된 한국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불안정성이 다시 머리를 치켜들고 있다. 이것은 2020년을 거치면서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우선 한국의 주류 정당들인 민주당과 자한당 사이의 싸움이 격화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두 정당 모두의 영향력이 계속 약화하고 있다. 민주당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는 젊은 층과 노동자들은 자한당의 정치적 영향력에 끌려가지 않고 있으며, 무당파 층으로 퇴적되고 있다. 이 무당파 층은 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갈구하는, 잠재적 정치세력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정치구조를 뒤흔들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새로운 정치적 기초가 지금 한국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2중대로 어부지리를 얻으려 하는 정의당이 그들을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왼쪽에서 새로운 정치적 에너지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차별화된 급진적인 정치를 내세워야 하는데, 정의당은 오로지 민주당 2중대의 지위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왼쪽에서 자본주의 정치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은 어떻게 등장할 수 있을까? 현재 전면적으로 발전한 자본주의 체제인 한국에서 그런 새로운 정치세력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운동 속에서만 탄생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어떤 세력이 주도하든, 이 노동자 정치운동은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를 하나로 연결한 거대한 사회적 투쟁, 가령 미조직 노동자의 광범한 지지와 참여를 끌어내는 조직 노동자 총파업 속에서만 형성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계급투쟁을 이끌고 안내하면서 정치적 주도력을 발휘하는 혁명세력을 통해서 그 길은 가장 빠르게 직선적으로 열릴 수 있으며, 그 속에서만 혁명세력의 정치적 세력화의 길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의 정치적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공동투쟁전선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 정부가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경제위기를 저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자본주의 위기 관리, 즉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보호하고 안정화하는 것이야말로 자본가정당과 자본가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영향력 보존의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우향우는 2020년에도 가속화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것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의 문제가 거듭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주노총 같은 조직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대응력이 거의 실종돼 있고,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같은 세력도 민주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왼쪽에서 파고들만한 대안적 능력을 노동자운동에서 충분히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자한당이나 극우정당이 민주당을 위협할 만큼 성장하고 있지도 못하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서도 2020년을 거치면서 정치의 유동성이 커질 것임을 예측케 한다. 이를 반영해 2020년 총선 투표율이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노동자들 사이에서 기권율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선거 같은 통상적인 자본주의 정치구조를 통해서는 분노와 불만, 열망을 표현할 수 없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나 가난한 노동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물론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총선에서 정의당 혹은 자한당의 일정한 약진으로 나타날 수는 있으나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제도권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거리에서의 시위나 다양한 직접적인 대중행동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은 총선을 거치면서 오히려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정치적 유동성은 2020년을 시작으로 2022년 대선까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의 자본주의 정치구조를 뒤흔들 여러 변수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2022년 대선까지도 점증하는 정치적 불안정을 해결할 정치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2022년을 거치면서 한국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높은 수준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이 보여주듯이 한편으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위나 파업 같은 대중의 직접적 투쟁의 공간을 대규모로 창출할 수 있다. 이는 민주당 왼쪽에서 진정으로 좌파적인 정치세력과 급진적 투쟁이 성장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열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예견되는 대중의 투쟁을 전면적인 계급투쟁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정치 대안으로 성장할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노동자운동의 사활적인 과제가 된다. 문제는 혁명적 세력의 정치 역량이 아직 너무나 작고, 이 국면에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조건을 구비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정세의 객관적 요구와 주체적 역량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것이 정치적으로 고민해야 할 핵심 지점이다.

 

이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투쟁전선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당면 정세에 조응하는 공동의 투쟁강령에 대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모든 좌파 정치세력 및 노동자 조직들과의 공동투쟁전선을 통해 정세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좌파 지향을 갖는 세력들과의 공동투쟁전선은 그 일차적 수단이다.


더 중요한 공동전선의 고리는 직접적인 계급투쟁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할 수 있는, 투쟁적인 노동자 조직들과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노동자운동의 대중적 투쟁전선을 조직하는 것이다. 이런 공동투쟁전선의 고리는 개입하는 투쟁의 규모나 양상, 특성에 따라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런 두 종류의 공동투쟁전선을 정세대응의 중심축으로 삼아서, 민주노총 같은 조직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무기력을 극복하고 민주노총을 독립적이고 전투적인 노동자 정치운동의 대중적 기초로 재탄생시킬 뿐만 아니라, 조직 노동자운동 바깥에서 터져 나오는 다양한 투쟁과 운동에 대한 개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정치적 유동성이 증대할 것이 예견되고, 그에 따라 젊은 층과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비롯해 여러 부문에서 다양한 형태로 대중의 직접적 저항과 투쟁이 확대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시기에는 이런 공동투쟁전선의 역할은 더욱 주목해야 한다.

 

각각의 공동투쟁전선의 특성에 맞는 공동투쟁강령을 적극 계발하고, 다양한 대중적 투쟁과 운동에 대한 창조적인 개입전술을 선도하는 능력을 혁명적 투사들은 본격적으로 키워가야 한다. 그 가운데 혁명적 정치세력과 전투적 선진 노동자들은 인민의 호민관, 노동자계급의 호민관으로서 정치적 도약을 꾀해야 한다. 2020년에 이러한 노동자 공동투쟁전선의 기반을 닦고, 이것을 무기로 2020년대를 관통하는 한국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불안정 국면을 노동자 정치운동의 대대적 진출의 계기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야말로, 이 자본주의 위기 시대에 가장 절실하고도 소중한 정치적 과업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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