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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투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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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330회 20-02-0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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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칠레에서 터져 나온 격렬한 투쟁은 세계 자본주의가 어떤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창이다.(사진_Pedro Ugarte/AFP)

 

 

2020년 세계 자본주의 경제

 

세계 자본주의의 장기침체는 심화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이윤율의 전반적 하락 추세와 과잉생산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지속되는 장기침체가 더 급격한 하락 국면으로 이어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저금리, 부동산 경기부양 등 온갖 인위적인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거품을 키울 뿐이며, 게다가 너무나 오랜 기간 모든 카드를 써버린 결과, 이제 더 이상 쓸 카드 자체가 고갈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까지 자본주의 체제가 성장률 급락을 늦추고, 나아가 성장률 하락이 사회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저지했던 가장 중요한 수단은 금리인하 정책과 정부재정 확장 정책이었다. 긴축이냐 확장이냐를 둘러싼 쟁점이 전면에 부상했던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금리가 바닥에 이르고, 자본가국가의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런 위기지연 정책의 물질적 토대가 붕괴해왔다. 오히려 재정 적자가 국가 안정성을 위협할 정도로 누적돼 긴축재정이 부상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확산하고 있다.

 

이것은 공공부문 대량해고와 임금삭감,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복지비 대폭 축소 등으로 이어져 프랑스의 연금개악 반대 총파업 등 노동자투쟁의 불씨를 대량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개량주의 정부들에게 신자유주의 긴축노선을 스스로 떠맡도록 강요함으로써 그들의 영향력을 급속히 약화시키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가 전개되는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체제의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고,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아주 분명하다.

 

위기의 국가별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세계화된 이래,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세 접근의 기본 축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일국 차원에서 아무리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이것이 한 부분으로 연결돼 있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라는 전체 고리가 흔들리고 위기에 빨려 들어가면 그 안정성은 순식간에 붕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계급투쟁을 세계적으로 전면화하는 객관적 토대가 되고 있다. 위기의 파도가 상륙하고, 어느 정도라도 투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만한 주체적 역량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계급투쟁의 불길이 본격 점화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 세계 곳곳에서 등장한 계급투쟁은 더욱 심화되는 세계 자본주의 위기를 극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양상은 2020년에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사회적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기껏해야 낡아빠진 왕정체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대중투쟁은 즉각 내전 수준의 사회적 격돌로 폭발했다. 남미에서는 개량을 베풀 수 있는 유일한 물질적 토대였던 국가 소유의 자원 가격이 폭락하면서, 우익세력만이 아니라 포퓰리즘세력의 토대까지 허물어버렸다. 이것은 남미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무력화하면서 급진적인 대중투쟁이 폭발해 체제와의 정면 대결로 뻗어나가는 양상이 계속 확산하게 한다.

 

일본과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수년 동안 바닥이다. 이것은 세계 자본주의 위기가 이 체제의 심장부까지 파고들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제까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강한 고리로 작동하면서 위기 확대를 저지해왔던 국가들, 가령 프랑스에서까지 위기의 파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20년 동안 세계 자본주의 성장률을 견인한 핵심 국가인 중국의 경우에도 성장률이 점차 하락하면서, 그동안 누적된 사회적 불만이 노동자투쟁으로 분출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중국은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를 유예하는 역할에서 그것을 촉발하고 격화하는 역할로 변모하는 중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홍콩에서 지금까지 계속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거대한 투쟁이다.

 

이상을 종합해 2020년 세계 자본주의를 전망해보면,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율 하락에 따른 위기의 심화 과정에 있는데, 이 위기는 언제든 급격한 폭발 과정으로 빨려 들어가 사회적 위기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대단히 위태로운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세계 노동자계급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계급투쟁이 더욱 전면화되는 한 해로 2020년을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 토대다.

 

정치적 상부구조로 번져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전체적으로 보면, 자본주의 체제가 위기를 타개할 결정적 수단을 갖고 있지 않고, 오히려 더 급속한 위기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경제적 상황이 정치적 상부구조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가 그럭저럭 안정적인 상황에서 정치무대를 지배했던 주류 정당들이 급격히 위기에 빨려들면서, 그동안 주변부에 머물렀던 정치세력들이 빠르게 정치무대 전면으로 들어왔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적 위기가 정치적 위기로까지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징표 중 하나다.

 

노동자계급이 더 이상 기존의 방식대로는 참고 살아갈 수 없다고 느낌으로써 기존 자본주의 정치구조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균열은 사실 자본주의 체제가 쇠퇴 국면으로 본격적으로 빨려 들어간 이후, 최근 수십 년간 자본주의 정치구조에서 나타난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자본주의 쇠퇴가 더 결정적인 위기로 이어지면서,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균열은 거대한 투쟁을 잉태할 만한 위험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 정치구조 전체를 뒤흔드는 노동자대중의 직접적인 행동이 대단히 활발해지고 있고 그 투쟁 수위도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그 단적인 징표인데, 이것은 2019년에 세계 전반에서 두드러지게 확인됐다. 계급투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시대 규정이 2019년에 타당했다면, 2020년에는 더욱 타당해질 것이다.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위기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적 위기를 터전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약한 고리들에서 가장 분명한 양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100%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터져 나오기 위해서는 정치적 상부구조라는 요소를 매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상부구조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두 가지인데, 이것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하나는 기존 자본주의 정치구조가 충분히 흔들리고 취약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투쟁과 저항을 조직할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주체적 준비 정도다.

 

우리가 주목할 가장 결정적인 지점은 노동자계급의 주체적 역량을 바탕으로 터져 나오는 거대한 계급투쟁이다. 그 점에서 프랑스, 남미 등 노동자계급이 역사적으로 축적해온 투쟁 역량이 상당 수준으로 구축돼 있는 나라들에서 2019년에 터져 나온 거대한 투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노동자계급의 주체적 준비 정도가 더 결정적인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홀로 상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계급의 주체적 준비는 아직 너무나 취약하지만, 그 사회의 정치구조가 너무나 취약하고 경제 위기가 누적됨으로써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노동자 민중의 거대한 투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발생한 거대한 투쟁들은 바로 이 측면을 반영한다.

 

계급투쟁의 시대를 열고 있는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위기는 두 측면 모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자본주의 정치구조 바깥에서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계급투쟁의 물결이 가장 중요한 징표이겠지만, 그와 함께 기존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불안정성 확대라는 또 하나의 징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불안정성 확대는 자본주의 정치구조 바깥에서 계급투쟁 물결이 확산되는 바탕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정치적으로 고양시킬 수 있는 풍부한 재료들을 공급한다. 그 점에서 최근 양상은 자본주의 정치구조가 위기로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갖가지 사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불안정성 확대

 

올해 523~26일 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수십 년 동안 유럽의회를 지배한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사민당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다수 의석을 잃었다. 그리스 사회당(PASOK), 스페인 사회당(PSOE), 프랑스 사회당, 독일 사민당(SPD)이 최근 급격히 영향력을 상실했다. 이처럼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개량주의 주류 정당들은 정치적으로 크게 약화했다. 프랑스 사회당이나 스페인 사회당처럼 긴축 정책을 직접 추진하면서 노동자계급을 공격하거나, 영국 노동당처럼 긴축 정책을 약간 누그러뜨리는 정도로 마찬가지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을 방조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자본주의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노동자계급의 생존과 권리를 단호하게 대변하기를 포기하는 개량주의 정치에 갇혀 버렸기 때문이다.

 

오른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위기는 자본가계급의 공세를 강화하고, 이들의 잔인함을 몇 배로 증폭시킨다. 이들은 이제껏 자신을 대변해왔던 전통적인 자본가정당들, 가령 보수당, 기독당 등에게 더 강력한 착취와 억압 정책을 주문하고 있으나, 양에 차지 않게 되면서 한 층 더 노골적인 우익정당들에게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것이 극단적 파시스트정당이나 극우정당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는 배경을 이룬다.

 

이처럼 전통적인 지배정당들이 영향력을 잃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급부상하는 양상은 비단 유럽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기존 자본주의 정치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정치의 좌우 진폭을 크게 벌리고 있다. 왼쪽에서는 그리스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 등이, 오른쪽에서는 극우정당들이 주변부 정치세력에서 주류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의 진폭이 주류 정당들의 좁은 범위를 넘어서서 극단을 향해 크게 요동치는 것이다. 이는 그 왼쪽 극단에 있는 혁명적 사회주의 세력에게도 정치적 기회가 열릴 것임을 예고한다.


물론 상황은 더 복잡하다. 과거 주류 정치세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극단적인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등장하는 것과 나란히, 사회당과 노동당, 페론주의 정당 같은 전통적인 개량주의정당들이 복권하는 경우도 일부 나라들에서 나타난다. 주류 사민주의정당들의 영향력이 약화되자, 그 자리를 대체해 부상했던 새로운 정치세력들의 운명은 어떤 것이었을까? 만일 좌든 우든, 이 새로운 정치세력이 안정적으로 자본주의 정치구조를 관장할 수 있었다면 자본주의 체제의 정치적 위기는 상당 부분 진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스페인에서는 포데모스가 사회당을 대체해 부상했고, 프랑스에서는 사회당을 대체해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불굴의 프랑스가 맹렬하게 부상했다. 그리스에서는 사회당이 파산하고 시리자가 부상했다. 왼쪽에서 등장한 이 세력들은 공히 자본주의 정치구조를 넘어서서 혁명적 정치로 나아갈 태세가 돼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이 문제 앞에서 자본주의의 품에 안겨버렸던 것이 사회당이나 노동당의 몰락 이유였다. 하지만 이 새로운 세력들도 바로 그 문제 앞에서 도망쳐버렸다. 가령 위기가 가장 높은 수준에서 등장했기에 가장 먼저 정면으로 그런 문제 앞에 서야 했던 그리스의 시리자는 기존 자본주의 체제를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결국 무너졌고, 보수당이 정권을 다시 잡게 되었다.

 

이런 양상은 오른쪽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기존 우익정당들을 대체하는 극우정당들이 약진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 극우정당들의 입지 또한 대단히 불안정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극우정당들은 자신이 자본가들에게 약속한 것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민중과 결전을 치러야 했다. 노동조합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 민중의 조직들에 정면대결을 선포하고, 파시즘의 군홧발로 짓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를 통째로 판돈으로 걸지 않고서는 감행하기 어려운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다름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동자 민중은 오랜 투쟁 경험과 혁명적 경험을 갖고 있으며, 그로부터 형성해온 자신의 조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당장에는 극우정당들도 정면대결로 바로 직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자본가계급도 아직은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지는 않고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 이 극우 파시스트 정당들은 집권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더 잔인한 공격과 정면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느끼고 있는 자본가들의 숫자가 늘어감에 따라 점차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진자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본질은 같다. 새로운 정치세력이든 전통적인 정치세력이든, 정치적 지배력이 대단히 불안정해지는 격랑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을 내세우든 기존 세력이 복권하든, 위기 억제책은 거의 약발이 듣지 않아서, 자본주의 정치구조가 안정성을 누리는 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고, 정치적 진폭은 더욱 극단화되고 있다. 이걸 종합하면 정치의 유동성 즉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불안정성이 최근 자본주의 위기 심화 과정에서 계속 높아져왔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발생시킨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세력이 부재한 결과, 노동자 민중이 표출하는 분노와 실망, 불만이 어떤 정치세력에 정착해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대신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정치의 유동성을 증폭시킨 결과다.

 

그렇지만 이런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위기는 아무 결과물도 남기지 않은 게 아니다. 가중되는 생존의 위기와 자본주의 정치구조 전반에 대한 염증 때문에 노동자 민중은 직접 투쟁에 나섬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즉 직접적인 계급투쟁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에 따라 자본주의 정치구조는 이제 더 결정적인 위기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본주의 정치구조 자체에 신물을 느낀 노동자계급이 스스로 전면적인 계급투쟁 무대에 주연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직접적인 계급투쟁이 정치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정치구조에 반작용을 미쳐서, 정치적 불안정성과 극단화를 더욱 부추긴다.

 

계급투쟁 전면화 단계로까지 나아가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자본주의 정치구조 바깥에서 전개되는 계급투쟁 단계로까지 위기가 진화하고 있음을 2019년 세계적 계급투쟁의 부흥이 여실히 드러냈는데, 이 양상이 2020년에는 더욱 거세지고 분명해질 것이다. 이러한 계급투쟁 전면화의 결과는 무엇일까? 결국 혁명적 사회주의냐 아니면 파시즘과 같은 야만주의냐 하는 결정적인 선택의 문제를 인류 앞에 던질 것이다. 그런 결정적 국면 앞에서 노동자계급과 혁명적 투사들이 준비돼 있느냐가 이후 예고되는 자본주의의 전면적인 위기국면, 그리고 계급투쟁의 전면화가 무엇으로 귀결될지 결정지을 것이다.

 

계급격돌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된 노동자운동의 회복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현재 세계 노동자운동의 상태는, 폭발적인 노동자투쟁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것이 거리를 넘어 작업장 단위의 총파업 같은, 생산에 타격을 가하는 조직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까지 충분히 고양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거리에서의 폭발적인 투쟁, 그리고 이 투쟁에 나서는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대중과 긴밀히 결합하면서, 이 투쟁을 자신의 투쟁과 연결하고 혁명적 정치전망으로 안내할 수 있는 조직된 노동자운동(+노동조합)의 창출만이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불안정성의 확대를 혁명적 대안의 성장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결정적 고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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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프랑스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란조끼 운동의 에너지와 연결되면서 계급투쟁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했다.(사진_Clement Mahoudeau/AFP)

 

 

하지만 조직된 노동자운동(+노동조합)이 그 단계에까지 단숨에 성숙할 수는 없고, 객관적 정세의 요구와 주체적 역량의 준비 정도 사이에 일정한 간극이 존재하는 시기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과도기에는 계급투쟁의 고양은 다소 산만한 형태를 취할 수 있고, 작업장 점거 총파업 같은 노동자계급의 고유한 투쟁 형태보다는 주로 거리시위 같은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특히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나 한국의 촛불시위, 홍콩 우산시위에서 나타났듯이, 다양하고 이질적인 정치 경향들이 뒤섞여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혁명세력과 조직된 노동자운동의 독립성을 지키는 가운데, 노동자 민중의 다양한 계급투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주도력을 발휘하는 적극적인 개입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완고한 종파주의 태도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입장과 요구를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살아있는 운동과 투쟁에 함께 하는 적극적인 실천만이 혁명세력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또한 그런 실천 속에서 노동조합 같은 조직된 노동자운동이 관료주의와 조합주의를 뚫고 노동자계급의 참된 전투조직으로 성장하며, 다양한 평조합원 조직이나 노동자 민중 평의회의 맹아들을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홍콩, 칠레, 프랑스 등에서 2019년에 전개됐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는 투쟁의 양상은 주목할 만하다. 경제적으로 약한 고리이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들에서 노동자의 저항은 부르주아 의회와 선거제도를 뛰어넘는 직접행동 방식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부르주아 의회와 선거를 통해 어떤 세력을 밀어줘봐야 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데, 그것은 자연스레 의회 바깥의 직접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거리에서의 거대한 군중시위와 격렬한 투쟁이 그 단적인 표현이다. 이 투쟁들은 갈수록 더 격렬해지고, 더 많은 대중을 규합하는 것과 함께, 노동자계급의 새로운 세대와 젊은 층을 운동으로 인입하는 대규모 장치로 작동한다. 나아가서 노동조합 같은 노동자조직 속으로 전투적이고 민주적인 기운을 불어넣는 새로운 젊은 투사들이 형성되고 있다. 이 투쟁들과 결합하는 가운데,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은 새로운 젊은 투사들을 모집할 수 있는 풍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대중운동이 불러온 엄청난 에너지는 조직된 노동자운동을 일깨우고 있다. 노조관료층이나 중도주의 정당의 통제력이 헐거워진 가운데 조직 노동자들이 점차 이 운동에 합류하고 있고, 이것은 노조관료제와 구별되는 노동자들의 다양한 자주적 투쟁흐름을 조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창출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위기의 확대가 대자본가, 자본가정부와 조직 노동자운동과의 타협 고리를 헐겁게 하면서 조직 노동자들의 전투성이 점차 고양되고 있다. 그리하여 미조직 노동자운동과 조직 노동자운동이 투쟁 속에서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노란조끼 시위의 바통을 이어받아 2019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프랑스 조직 노동자들이 전개하고 있는 연금제도 개악 반대 파업투쟁의 양상은 그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프랑스 노동자운동이 선제적으로 열어내고 있는 이런 투쟁의 양상은 2020년에는 훨씬 많은 나라들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역사적 시험대 위에 오른 혁명정치를 내건 세력들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경제 위기에서 정치 위기로, 그리고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불안정성 증대에서 계급투쟁 격화 단계로 이행하면서, 세계 모든 자본주의 나라에서 혁명적 사회주의 세력의 역할이 더욱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게 된다. 그에 따라 혁명적 사회주의 세력이 차례차례 역사적 시험대 위에 호명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계급투쟁의 확대는 기존 주류 정치세력이나 중도주의 세력만이 아니라, 혁명적 사회주의를 내건 세력까지 시험대 위에 올렸다. 그 결과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혁명적 세력의 무능력과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잇달아 주요한 혁명적 좌파조직이 정치적 혼란에 빠져 마비됐고, 그 결과로 분열하거나 때로는 완전히 와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혁명정치를 내건 여러 세력이 이 기회의 국면에서 전진하는 대신 후퇴, 약화, 분열, 해소되고 있는 이유는 이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정치적 길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본질적으로 보자면, 개량주의 좌익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정치활동에 성공적으로 착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급투쟁을 통해 고양되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에너지가 혁명적 세력으로 향하는 대신 개량주의 좌익세력에게 흘러들어가면서, 집권정당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게 성장한 이들의 영향력에 압도당해서 오히려 혁명세력 자신이 약화되는 일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유동성이 급격히 확산하는 변화 국면에 대응할 만한 정치활동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계급투쟁이 활성화되는 국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습당한 혁명적 경향들은 기존 주류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위기 물결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반면 똑같은 객관적 상황이 이런 급격한 변화의 시대, 계급투쟁이 본격화하는 시대에 적응할 수 있게 준비된 혁명적 세력에게는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점에서 이런 정치적 격변 시기에 오히려 영향력을 확대하며 기운차게 전진하는 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르헨티나나 프랑스 등에서 모범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이 혁명세력들이 빠르게 전진하는 이유는 다음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부르주아 의회(선거)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의회 바깥의 계급투쟁 공간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실천을 전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경향은 계급투쟁 공간에서 자신의 독립적인 세력과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기에 주로 선거 공간에서 작동하는 신개량주의 정치세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다. 둘째 자신의 고유한 혁명적 강령을 전파하고,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즉 대중의 불만과 분노에 결합하고 여기에 혁명적 영향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준비돼 있었다. 이것은 이 세력이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유동성 국면에서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성장할 수 있었던 토대가 됐다.

 

결국 상황은 이런 것이다. 혁명적 격변의 기회가 다가온다고 줄기차게 외쳐왔지만 막상 그런 기회를 예고하는 계급투쟁의 격화가 시작되자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능동적 준비태세를 갖추지 못한 세력은 오히려 약화되거나 심지어는 파산선고를 맞이했다. 이것은 종말론을 외쳐왔지만 막상 약속한 종말의 시점이 오면 부도수표를 내면서 파산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운명에 비유할 수 있다. 오직 다가오는 기회를 살리면서 성장하고 뻗어나갈 수 있게 능동적으로 준비된 혁명적 세력만이 이 기회를 붙잡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특히 2019년 세계정세는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안정성이 급격히 흔들리는 것을 넘어서서, 계급투쟁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는 분기점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것은 계급투쟁 국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혁명적 정치세력의 결정적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 양상은 앞으로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최근 10~15년 동안 세계 사회주의 운동의 화두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위기에 빠져드는 지금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2019년 세계적 계급투쟁은 이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화두를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에 던졌다. “이제 계급투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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