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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국종 교수의 거침없는 폭로, 아주대병원의 솔직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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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자서울성모병원 노동자 조회 807회 2020-01-2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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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연합뉴스

 

 

이단아. 이국종 교수에게 흔히들 영웅이라고 하지만, 최근 논란을 보면 의료계에서, 생명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서만 달려가는 자본주의 의료계에서 보자면 그는 이단아일 뿐이다. 별종 취급을 받기에 딱이다.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폭로로 연일 화제가 됐다. 결국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이 닥터헬기 탑승을 거부하고, 이국종 교수는 너무 지쳐 외상센터장을 그만 두고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까지 했다.

 

꼭 필요하지만 돈은 안 되는

 

이국종 교수 얘기를 보면, 외상센터는 응급실 + 중환자실 + 수술실 + 119 구급대 같은 풍경이다. 엄청나게 힘든 곳이다. 사회 전체로 보면 반드시 필요하지만, 병원 자본 입장에서는 돈 안 되는부서다.

 

돈 안 되는 부서의 특징은, 첫째 의사가 부족하다. 둘째, 병원에서 찬밥 신세다. 셋째, 운영비용을 사회적으로,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 버스도 비슷하다. 시골, 오지 노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돈이 안 된다. 버스 자본은 적자가 확실하기에 운영을 꺼린다. 그래서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분야에서 자본의 이윤논리를 들이대서는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외상센터나 닥터헬기 운영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여기서 적자 타령을 하는 것은 논란할 가치도 없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아주대병원은 정확히 이 양아치 짓으로 일관하고 있다. 책임을 병원과 이 교수 탓으로 돌리며 제3자로 물러서 있는 보건복지부도 다를 바 없다.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권역 외상센터 제도를 도입하고 관리감독의 책임을 져야 할 보건복지부가 권위 없는 중재자코스프레를 하는 건 명백히 책임회피다.

 

병원이 적자라고?

 

이국종 교수는 환자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인술의 화신이다. 그래서 그는 병원과 국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날카롭게 비판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오로지 이윤을 위해서만 병원을 운영하려는 자본이 적자라며 내뱉는 앓는 소리가 순전히 거짓말일 뿐임을, 정부보조금을 유용하거나 꼼수로 빼돌리는 적나라한 실상을 그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폭로한다.


현장에서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등 노동자들이 얼마나 적은 인원으로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지 언론을 향해, 보건복지부를 향해 인원충원과 예산확보의 필요성을 핏대 세우며 이야기한다. 의료현장을 바꾸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은 각종 다큐나 인터뷰, 국정감사 등에서 많이 나왔다. 하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명인 한 명의 노력만으로 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병원이 적자냐 아니냐는 논란. 언론보도에도 나오듯 외상센터 자체는 적자지만 아주대병원 전체는 엄청난 의료수익을 올리고 있다. 권역 외상센터 독립 덕에 본원에 100병상이 저절로 확보되고, 이국종 교수의 유명세가 한 몫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고보조금으로 필요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기존 인력으로 퉁쳐서 돈을 아끼는 꼼수까지 더해졌다.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이윤에만 눈이 멀어 지나치게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것일 뿐이다.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적자 핑계를 대며 몇 년씩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금동결을 하거나 쥐꼬리만한 임금인상을 한다. 동시에 엄청난 돈을 들여 외국환자 유치나 병원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하고 병원을 또 하나 짓는다. 정말 적자라면 이런 평가인증이나 새 병원 건립은 불가능하다. 이게 가능한 건 바로 회계장난 때문이다.

 

“35곳의 대형병원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회계상 비용으로 책정하는 방식으로 실제보다 7,054억 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축소했다.”(2014625일자 <국민일보>) 대학병원 대부분이 고유목적사업비고유목적사업준비금전입액이라는 회계항목을 이유로 적자라는 꾀병을 호소한다. 바로 건물이나 토지, 의료기기 구입을 위한 항목이다. 고유목적사업비 핑계로 노동자에겐 임금동결을, 정부에는 경영적자 만회를 위해 보험수가 인상이나 영리자회사 통한 수익창출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민원 때문에?

 

닥터헬기 소음에 대한 민원 문제가 있다고 한다. 물론 누군가는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었을 수 있다. 심지어 응급실에서 심정지 환자나 뇌출혈 환자를 처치하느라 분주할 때도 시끄럽다고 컴플레인하는 이기적인 환자가 있다. 앰뷸런스 소리가 시끄러우니 응급환자 이송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럼 그렇게 몰지각한 일부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환자 처치를 하지 말아야 하나.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처치에 필요한 닥터헬기 운용에 대해 극소수의 이기적인 민원을 근거로 비난하는 아주대병원의 입장은 정말 할 말 없게 만든다. 그런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외상센터의 필요성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병원이 되레 이걸 핑계 삼다니!

 

보통의 병원이 오는 환자를 맞아서 치료하는 것과 달리, 외상센터는 헬기를 타고 출동해서 이송 중 하늘에서 환자 처치를 하는 위험천만하고 촌각을 다투는 의료행위도 해야 한다. 헬기 탑승하다 손가락이 골절되고 유산이 되는 의료진도 있다고 한다. 헬기 착륙 가능한 대형병원을 더 많이 늘리고 닥터헬기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 그리고 헬기 탑승을 위해 의료진을 체계적으로 양성, 훈련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한 상황에서,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는 몇몇 민원 때문에 이미 가동하고 있는 권역 외상센터조차 운영 못하겠다는 아주대병원 입장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솔직한 고백

 

이국종 교수가 거침없이 의료현장의 실상을 폭로하고 국가 의료정책을 비판하는 별종이라면, 아주대병원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 어쩌구 하는 가면마저 다 벗어던지고 오로지 이윤을 위해서만 병원을 운영하는 속내와 천박함을 솔직하게 드러낸 별종이다. 그들이 자기방어를 위해 내세운 핑계들은 오히려 병원 자본의 이윤을 향한 본심을 가감 없이 까발린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병원 자본의 목적은 오로지 이윤일 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적자라는 거짓말은 여전히 완강하게 유지하는 가증스런 이중적 모습!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의 논란은, 단지 아주대병원만의 문제도, 단지 외상센터만의 문제도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다른 자본가들을 빼놓은 채 병원 자본에게만 이윤을 포기하고 생명을 위해 봉사하기를 바라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부가 권역 외상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사립병원에 맡겼다는 점, 영리 목적의 병원에선 내부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2020117<아시아경제>)

 

문제는 국공립이냐 사립이냐에 있지 않다

 

그럼 사립병원이 아닌 국공립병원이라고 해서 다를까? 사립병원보다 약간 나을 수도 있겠으나, 근본 해결책은 못 된다. 보건복지부에게, 즉 자본가국가에게 공공의료에 대한 제대로 된 관점과 정책운용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당초 연구를 통해 도출한 결론은 권역센터를 크게 7곳 운영하자는 것이었는데 이후 작은 센터를 여러 개 짓는 쪽으로 바뀌었다. 복지부에서도 이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은 없었다.” 지원예산규모도 원래 센터 당 1,000억 원 가량에서 100억 원 정도로 쪼그라들었다.(2020117일자 <아시아경제>)

 

의료기술이 고도로 발전했다고 하지만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의료에 대해서조차 비용절감 논리를 들이대고, 실효성 없는 형식적인 정책을 도입하다 보니 오히려 세금은 쓸데없이 낭비되고 발전한 의료기술은 적재적소에 사용되지 못한다. 의사를 꿈꾸는 이들도 돈 되는 인기 진료과목(성형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을 전공으로 선택한다. 간호학과 졸업자는 많지만 취업간호사 수는 턱없이 적어 현장은 늘 인력부족과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린다. 모든 의료현장에서 충분한 인력 확보와 적정임금, 복지 보장이 된다면 이런 현상은 줄어들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의료현장의 문제는 국공립이냐 사립이냐에 있지 않다. 공공의료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이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필요를 위해 작동해야 한다. 국가가 소수의 가진 자들에 의해서, 가진 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수의 노동자 민중에 의해서, 노동자 민중을 위해서 운영돼야 한다. 그런 사회가 되려면 소수의 용감한 폭로와 영웅적 고군분투를 넘어 다수 노동자 대중의 단결된 투쟁, 확장된 연대가 필요하다. 모든 민중 전체의 인간다운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병들어 있는 자본주의 체제를 부수기 위해 전진해야 돈보다 생명을, 이윤보다 인간을이라는 듣기 좋은 말은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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