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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금의 민주노총에게 제1노조 지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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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57회 2020-01-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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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 언론들의 십자포화에도 노동자들은 계속 민주노총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12월 말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이 968,000명의 조합원으로 한국노총을 제치고 1노총지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자본가언론은 마침내 민주노총이 국내 1위로, 민주노총만 축제”, “기업 쪼그라든 마당에 민주노총만 급성장, 이게 정상인가라며 거품을 물었다. 일부 언론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기존 비타협적 투쟁노선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저들은 많은 이빨을 뽑아 왔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키는 법·제도는 여전히 그대로다. 전교조는 6년째 법외노조 상태다. 공무원노조는 단체행동권이 없어 제대로 된 교섭은 꿈꿀 수조차 없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신고는 여전히 반려되고 있다. 강제적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이 있어 강력한 노조파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복수노조제도도 그대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다 포함해 노조 조직률은 11.8%로 여전히 대다수 노동자는 무권리 상태에 놓여 있다. 결코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의 제1노조 지위 획득의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한국에서 유일한 노동자들의 자주적이고 대중적인 단결기구이기 때문이다. 사회변혁의 기관차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왜 더 많은 노동자가 민주노총으로 가입하지 못했을까?

 

민주노총의 조합원 증가 배경으로 촛불투쟁이 꼽힌다. 그동안 숨죽여 지내왔던 미조직 노동자들이 촛불투쟁 전후의 열린 공간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자운동은 훨씬 더 큰 가능성을 놓쳐 버렸다. 왜 그런가?

 

촛불투쟁의 밑바탕에는 노동자 민중의 분노가 깔려 있었다. 특히 중소영세, 비정규직의 분노가 거대하게 분출되었지만 조직 노동자운동은 조합주의, 부문주의, 관료주의의 늪에 빠져 격변기 계급투쟁을 제대로 준비할 수도, 대응할 수도 없었다. 단 하나의 사업장도 박근혜 퇴진을 전면에 걸고 정치총파업에 나서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 노조할 권리 등 비정규직, 중소영세 노동자의 요구를 전면에 부각시키며 계급투쟁 전선을 완강하게 발전시켜 나가지 못했다.

 

만약 그랬다면 계급역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1987년 노동자대투쟁에 버금가는 투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민주노총으로 가입해 투쟁하려는 노동자들의 수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사태를 따라가기 바빴다. 여기에는 조직 노동자운동을 이끌어야 할 노동자 정치운동의 무기력, 패배주의, 수동성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민주당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촛불투쟁은 청와대 주인만 바꾸는 미미한 결과만을 이끌어냈다. 다가올 계급투쟁의 격변기에 조직 노동자운동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민주노총의 제1노조 지위 획득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조합원 수는 늘었지만 투쟁은?

 

20171월 이후 조직화된 사업장 중에서 최초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파업에 돌입했다는 사업장(5.6%)보다 파업까지 도달하지 않은 경우(94.4%)가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신규 조합원 확대 현황 자료) 작년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은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근로손실일수는 40만 2,000시간으로 2018년보다 27.2%나 줄었다.

 

물론 투쟁이 없었던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친자본 본색이 드러나면서 노동자들도 투쟁할 필요를 더 많이 느꼈고, 실제로 중요한 투쟁이 많았다. 톨게이트, 인천공항, 코레일관광, 잡월드, 국립대병원 등 가짜 정규직화에 맞서 투쟁한 노조들이 있었다. 법인분리와 구조조정 철회를 위한 현대중공업,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투쟁도 있었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비롯한 수많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부분의 투쟁이 있었다. 김용균 동지 투쟁을 비롯해 죽음의 외주화를 저지하고 산재 사망을 막기 위한 투쟁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투쟁 전선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경사노위 참가에 매달리면서 대중투쟁, 계급적 단결투쟁을 사실상 방치했다.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노선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정부에 끌려 다녔다.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것에서 볼 수 있듯 저들이 경사노위를 매개로 사회적 합의를 관철하려는 이유는 노동개악을 관철시키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의 양보를 강제함으로써 노동자 권리의 하향평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인데도 말이다.

 

1노조 지위 획득 이후 민주노총이 낸 보도자료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것 역시 노조 할 권리 쟁취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전면적 투쟁 조직화가 아니라 정부 각종위원회 위원 비율 재조정이었다. 여전히 민주노총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버리지 않으면서 사회적 타협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 문제를 뚫고 계급적 단결투쟁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조직화 흐름은 멈추고 문재인 정부의 허울뿐인 개량에 계속 매달리는 허약한 운동으로 귀결될 게 분명하다. 이미 그런 위험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조합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전체적인 활력은 대폭 확대되지 못했다.

 

미조직 노동자들이 한국노총보다 민주노총을 선택한 이유

 

한국노총은 2017872,000여 명에서 6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민주노총은 711,000여 명에서 25만 7,000명이나 증가했다. 민주노총을 선택한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지도부의 관료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 양상, 대기업 노조들의 극심한 조합주의, 그리고 전투적인 투쟁기풍의 약화를 모르고 선택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매일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실은 평범한 미조직 노동자들의 눈에도 분명해보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을 선택한 이유는 민주노총이 아니고서는 단결해 싸울 무기가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고, 자신의 고통스런 삶을 바꾸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지금의 정세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는 비정규직, 중소영세 노동자들의 누적된 고통과 분노다. 이 누적된 고통과 분노가 어디를 향해 어떻게 표출될 것인가?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부문 정규직, 아니면 문재인 정부와 자본주의 체제? 그 향배는 민주노조운동이 가난한 노동자들의 열망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아직까지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에게 우선적인 기회를 주고자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조직 노동자운동이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 헌신하는 운동,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운동을 건설해 내야 한다. 이 계급적 단결투쟁이 없다면 조합원 수 증가로 표현된 에너지는 허공으로 증발해버릴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걷히고, 노동자들의 참을 수 없는 고통이 한계에 다다라 격변기가 다시 찾아온다 해도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민주노조운동다운 민주노조운동이라는 대안을 발견할 수 없다면, 노동자들은 자신의 거대한 힘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진정한 희망

 

많은 언론이 민주노총의 민주노총당 설문조사를 보도했다. 민주노총은 ‘2020년 민주노총 정치사업 수립을 위한 조합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은 어떤 관계여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있고 그 답변항목 중 하나가 빠른 시일 내 민주노총당을 만들어야 한다이다. 나머지 항목에는 노동자계급 단결을 위해 지지정당을 하나로 정해야 한다’, ‘진보정당들의 연대와 연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등이 담겨 있다.

 

노동자들의 정치적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민주노조운동의 책임은 막중하다. 다시 말해 조직된 노동자들을 하나의 독립적인 정치세력으로 벼려내는 과제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막중하다. 언론들의 많은 관심은 자본가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후 한국사회 정치지형을 결정하는 문제 앞에서 민주노총이 갖는 중요한 사회적 위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정치적 영향은 마비되어 왔다. 민주노총의 수많은 조합원이 민주노총의 결정과 무관하게, 민주당에 표를 던지고 있다. 또한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있다. 하지만 소위 진보정당들은 민주당과 다른 뚜렷한 정치적 차별성을 긋지 못하며 주요 정치적, 사회적 문제 앞에서 민주당의 왼쪽 날개 역할에 머물곤 한다. 이런 고통스런 현실은 민주노총당에 대한 단순한 의지를 밝힌다고 해서, 또는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의 전진을 위해서 민주노총이 우선해야 할 일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노조 할 권리 완전 쟁취’, ‘비정규직 철폐등을 내걸고 문재인 정부에 맞선 단호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이런 노동자 정치투쟁의 깃발 아래 조직노동자들을 선두로, 전체 노동자를 하나로 결집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노동자계급을 모든 자본가 정치세력과 자본가 정부로부터 독립한 위력적인 실체로 통일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노동자계급을 대변하는 전투적인 노동자 정당이 자라나고, 이 당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근본변혁을 위한 거대한 투쟁을 일궈나갈 수 있다. 노동자계급이 통일될 비옥한 토양을 일궈내는 것이야말로 민주노총이 해야 할 참된 정치적 역할이지 않겠는가! 조합주의, 관료주의, 개량주의를 뚫고 전진하려는 민주노총 투사들의 연대와 결집은 민주노총을 그런 방향으로 이끄는 가장 결정적인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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