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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위원장의 반성문은 왜 보수언론의 먹잇감이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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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동자 조회 5,313회 2019-12-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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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손잡고투쟁을 자제하는 것으로 지속 가능한 옳은 노동운동이 가능한가?

 

 

현대차지부 임원선거가 마무리될 즈음인 12월 초, 언론은 현대차 노조 위원장의 임금투쟁 반성문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앞 다퉈 보도했다. 그들은 우리만 잘 먹고 잘사는 투쟁을 재고하자1121일 사회연대전략 토론회 당시 하부영 지부장의 발언을 부각시키며, 노조가 부자되기 운동만 하다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글로벌 완성차업계 구조조정 현황을 거론하며 현대차 노조도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우선 생산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보도 직후 현대차지부는 기자들이 본질을 왜곡해 기사를 내놨다고 입장을 밝혔다. 왜 현대차 노조 위원장의 발언은 보수언론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가? 대공장 노조의 임금인상과 고용안정투쟁이 잘못인가? 사회적 고립은 어떻게 넘어서야 하는가?

 

양보론은 누구를 이롭게 했는가?

 

하 지부장은 열심히 앞만 보고 투쟁해 연봉 9천만 원에 무상의료, 무상교육 우리는 10% 이내의 기득권자 세력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더 많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한다. 이게 지속 가능한 방향이고 옳은 노동운동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현대차 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이고 대기업,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해마다 벌어져 왔다는 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전제로 대기업 노동자들은 임금인상투쟁을 자제해야 하는가?

 

지난해 하지부장이 주창해서 금속노조 임단투 방침으로 확정된 하후상박(下厚上薄) 연대임금을 살펴보자. 완성차와 부품사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는 물론 정당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완성차와 부품사 공동투쟁이 절실했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정반대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며 완성차와 그 외 사업장을 1군과 2군으로 나눠 임금인상 요구액에 차등을 뒀다. 차액만큼 도급단가에 반영해 임금격차를 줄이자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결과는 어떠했나? 현대차의 기본급 인상분은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완성차와 부품사의 임금격차 해소도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심지어 현대 계열사인 현대제철지회조차 현대차 임금가이드라인에 꽁꽁 묶였다. 현장 노동자들은 하후상박이 아니라 하박상박이라는 자조 섞인 불만을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금속노조 스스로 임금인상투쟁을 자제함으로써 자본에게만 이득이었다. 사실 보수언론 기사나 지부가 본질을 왜곡했다고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이나 읽어보면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를 느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둘 다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인상 자제와 양보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담합으로 구조조정의 문을 활짝 열다

 

하 지부장의 이런 양보론이 낳을 폐해는 현시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미 현대차에도 구조조정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2019년 새해 벽두부터 하언태 부사장(울산공장장)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며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현재 생산직 인원의 30%를 줄여야 한다고 사실상 구조조정을 선포했다. IMF 때 같은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2025년까지 약 15천 명에 달하는 정년퇴직자 공정개선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자며 협박했다.

 

이 공정개선이라는 것은 정년퇴직자 공정에 인원 충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장 곳곳에서 자동화, 외주화, 공정삭제 등 저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는데 내년부터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게 분명하다. (지난 9월 고용안정위 자문위원회는 활동보고서를 통해 2025년까지 생산직 인원의 20~40%를 줄여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부 집행부는 임금인상투쟁에서 양보한 것처럼 고용안정투쟁에서도 노사협조주의 행보를 가속화했다. 지난해 노사 간 합의로 출범한 고용안정위는 물량이관 기준을 합의하는 등 생산유연화를 확대했다. 지난 5월에는 노사합동 지식콘서트에서 지부장이 공장장과 손을 맞잡고 만세를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2019년 임단협에서 자본과 지부 집행부는 통상임금을 쟁점화함으로써 조합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슬그머니 구조조정의 문을 활짝 열었다. 구체적으로 정년퇴직자 신규채용 사실상 포기 시니어 촉탁 운영 사내하도급 공정 축소 등에 합의했다.

 

90%의 가난한 노동자들의 이익을 지키는 것은 상향평준화이고 이것의 핵심은 현대차 정규직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년퇴직자 인원충원 요구는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와 마찬가지로 대공장노조의 계급적 책무다. 하지만 하 지부장은 자연감소인원 충원을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구조조정 공세 앞에 굴복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요구도 방기했다. 그래 놓고 사회적 고립을 운운하는 것은 가장 비열한 위선행각이다.

 

사회적 고립을 넘어서는 길

 

올해 임원선거 결과 4년 동안의 이른바 민주파 시대를 마감하고 내년부터 실리주의 이상수 집행부가 들어선다. 벌써부터 보수언론은 무분별한 파업 자제운운하며 노사협조주의 집행부의 등장에 환호하고 있다.

 

소위 민주든 실리든 전현직 지부장들은 지금까지 한 목소리로 현대차지부의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겠다며 노동조합이 집중적으로 전개한 사업은 회사가 출연한 사회공헌기금으로 고아원, 양로원에 성금을 전달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식이었다(사회공헌기금은 회사 입장에선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비용에 불과하다). 반면 공장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 조직화, 지역 투쟁사업장 연대, 민주노총 총파업의 전면에 서는 데는 인색했다. 당연히 사회의 압도 다수인 노동자계급 속에서 고립은 심화됐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성찰해야할 것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단사주의, 조합주의라는 질병이다. 현대차지부 32년 역사 속에 수많은 투쟁이 있었지만, 1998년 정리해고 저지투쟁과 2010년 정점에 오른 불법파견 철폐투쟁은 현대차 노조가 민주적, 전투적, 계급적 노조로 발돋움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아마도 세 번째 분기점은 불과 몇 년 안에 현실화될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에 맞설 진정한 대안은 무엇인가?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계급적 연대투쟁, 인력충원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내건 투쟁에 현대차지부가 앞장서는 것이다. 그렇게 계급단결 정신 속에 우리의 요구와 권리를 녹여낼 때 비로소 구조조정 공세에 공격적으로 맞설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계급적 단결투쟁 속에서만 사회적 고립을 뚫고 현대차 자본과 정부를 압도하는 승리의 길이 열린다. 이게 구조조정에 맞선 승리의 길이다. 우리의 요구와 전체 노동자의 요구를 하나로 묶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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