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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껍데기 걷어내고 노조로 뭉치는 플랫폼 노동자들 -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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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자서울성모병원 노동자 조회 477회 2019-12-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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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라이더 유니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_연합뉴스)

 

 

혁신, 4차 산업혁명이 대세가 되면서 최근 플랫폼 산업이 뜨고 있다. 거창한 수식어와 달리 플랫폼 노동은 열악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대표한다. 외국에선 우버(Uber), 리프트(Lyft) 운전기사들이 투쟁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심연으로 빠져드는 우버와 리프트) 부산에서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11월 말에 파업을 벌였고,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올해 노동절에 라이더유니온을 출범시켰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동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라이더유니온의 결성배경과 조직화 과정이 궁금하다

 

지난해 여름에 우연히 시작한 폭염수당 100원 달라1인 시위가 계기가 됐다. 아주 큰 화제가 됐고, 노조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다. 당시엔 야외 노동자가 중점이었다. 조직하려고 보니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하고 조직하게 됐다. 현실에서 직접 부딪히며 공부하게 되니까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

 

그런데 사실 플랫폼 노동에 대해 제대로 말하는 데가 없다. 대부분 기업 측 이야기다. 진보적 학자라는 분들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현장과 분리돼 있다. 새로운 분야니까 기업 측 얘기 듣고 만나다 보니 진보적이라는 사람들도 헷갈리는 것. 그래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시작했다.

 

미디어가 상당한 관심을 표명해서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됐다. 오픈채팅방을 열었는데 미디어에 노출될 때 라이더들이 많이 유입됐다. 최근 갑자기 플랫폼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정부에서는 플랫폼 노동이 일자리이기 때문에 관심 갖게 되고, 라이더유니온이 출범하자 조합원 숫자와 상관없이 이슈가 되고 있다.

 

배달 노동자 나이는 30~40대가 주고 50대도 많다. 공단에 해고바람이 불면 배달 쪽으로 많이 유입될 것이다. 그만큼 기존 노동과 플랫폼 노동은 연결돼 있다. 청년이 많을 거라고 보는 분이 많을 텐데, 오히려 요즘엔 10대는 잘 안 쓰는 추세다.

 

투쟁과 조직화 사례 중심으로 그 동안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 말해 달라

 

우선 개별 구제사업이 있다. 사고 상담이나 산재처리 등 상담 위주다. 요즘은 산재는 거의 다 되는 편이다. 다음으로 플랫폼사의 갑질 문제 대응이 있다. 부릉과 요기요, 요기요플러스 같은 경우는 지휘감독 증거가 확실해서 노동청으로 바로 갔다. 직접고용이라서 노동자성을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었다.

 

부릉은 프랜차이즈 형태라 배달대행 부릉과 동네배달대행사가 위탁계약을 하고 다시 동네배달대행사가 라이더 개인과 위탁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노동자성을 주장하면 동네업체가 감당을 못하게 되니까 부릉의 책임을 강화하라고 요구한다. 이건 (노동자성 문제만이 아니라) 공정거래 문제도 섞여 있다. 복잡한 구조라 전술도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 것이다.

 

배달대행의 90%는 동네배달업체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사 위탁 방식이다. 플랫폼사는 그리 튼튼한 기업이 아니다. 요기요나 배달의민족은 주문중개 플랫폼이라 음식점 상대로 하니까 그나마 좀 튼튼한 편인데, 배달대행은 프로그램만 갖고 있어서 시장이 안정돼 있지 않다. 영세성이 있어서 너무 강하게 요구하기도 어렵고 원청이 책임져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네트워킹된 자본이다. 자본 자체가 유연화돼 있다. 전술 짜기가 만만찮다.

 

[편집자 주 흔히 우리는 요기요나 배달의민족을 통해 음식 배달을 주문하는데 이들은 음식점 상대로 주문만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주문을 받은 음식점은 다시 부릉이나 배민라이더스 같은 배달대행 플랫폼을 통해 라이더를 연결한다. 한국형 특성인데 주문중개 플랫폼과 배달대행 플랫폼 2개를 통해야만 배달이 완료된다. 배달의민족과 배민라이더스는 계열사이긴 하나 각각 주문중개 플랫폼, 배달대행 플랫폼으로 역할이 다르다.]

 

노동자성 부정 등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와 비슷하다. 특수고용 등 노사관계를 비틀어서 유연화해 착취하는 시도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예전에 특수고용(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논쟁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때랑 비슷할 것이다. 당시에도 이 사람들 멀쩡한 노동자니까 그냥 노동법 적용하면 되는데 왜 굳이 특수형태 종사자라고 따로 분류해 보호하자고 하냐는 것. 노무현 정부가 그 당시 가장 앞장서 투쟁 열심히 했던 네 개의 직종(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레미콘기사)보호해 주자고 했던 것이다.

 

[편집자 주 사실 보호라는 미명 하에 산재보험법 반쪽짜리 특례 적용해 다른 노동자들과 달리 산재보험료를 사용자와 반반 나눠 부담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적용제외신청을 하면 제외되도록 만들어서 사용자들이 강압적으로 제외신청을 요구해 당연가입인 산재보험 가입률이 10%라는 처참한 수준이다. 노동조합 할 수 있도록 노동기본권 보장한다는 얘기는 대선 때마다 약속했지만 지금 이 시간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 노동자들 보호하자고 주장한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은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주체가 하나 늘었다. ‘착한 자본가’.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흔들린다. 특수고용 노동자가 못 푼 문제들이 지금 플랫폼 노동에서 다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플랫폼 노동과 기존 노동의 문제는 연결돼 있는 것이지 새로운 노동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제해야 한다. 기존 근기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다면 근기법을 개정해서 보호하는 것이 옳다. 만약 그걸로도 안 된다, 정말 새로운 형태다 그럼 그때 가서 얘기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의 플랫폼 노동 대부분은 특수고용 노동과 똑같은 형태다. 지휘감독하고 위장도급 형태인 게 문제니까 이것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최근 가사도우미 규제 샌드박스 관련해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가사노동서비스중개앱 대리주부가사도우미 1,000명에 대해 근기법을 적용해주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상 휴게시간, 휴일 등은 적용을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언론에서는 플랫폼 노동자 직접고용이라며 호들갑 떨지만 사실상 노동자에게 근기법을 일부만 적용해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자본이 마음껏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특별예외를 두자는 것.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기존 근기법 상의 노동기본권조차 적용하지 않은 채 별도 법을 만들려는 꼼수다.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제도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위헌적인 것이다. 민주노총이 혁신이라 불리는 플랫폼 노동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가사도우미 관련해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이 마치 노동자를 위하는 척 하면서 상당히 문제가 많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코스포는 타다불법파견을 옹호하는 반노동적인 단체다. 코스포에 가맹된 회원사들 때문에 민주노총 밖에서는 라이더유니온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다. 해외에서는 플랫폼 노동자가 프리랜서로 오분류돼 있다고 주장하며 노동자로 인정하라고 싸우고 대부분 인정되는 추세다. 그런데 오분류 문제 제치고 새로운 회색지대(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당연히 민주노총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렇게 가면 플랫폼 노동은 4의 노동이 될 수도 있다. 특고가 3의 노동이니까.

 

노동자성 인정하고 권리 보장하는 건 노동자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 아닌가?

 

개인사업자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노동자 입장에선 근로자든 개인사업자든 자기에게 유리한 걸 좋아한다. 하지만 공통된 건 이거다. ‘계약서 쓸 땐 사장님, 일할 땐 근로자, 사고 나면 사장님이게 제일 불만이다. 그래서 우린 요구한다. 개인사업자로 할 거면 지휘감독하지 말라, 지휘감독할 거면 근로계약서 써라. 그런데 과연 지휘감독하지 않고 플랫폼 산업이 가능할까? 사실상 불가능하다. 플랫폼 자본이 돈이 엄청 많아서 지금처럼 계속 교차보조금(프로모션)으로 개인사업자 유지할 수 있겠나. 비용 계산해 보고 근로계약서 작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를 더 원하니까 제3지대(회색지대)를 만들자고 하면 이게 코스포가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3지대 만들어서 근기법의 이거 이거는 허용하고, 저거 몇 개는 안 되게 하면 자본에게 얼마나 편한가. 근기법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을 자유로운 노동이라고 말하는 분들 있는데 웃기는 말이다. 교수는 자유롭게 연구 활동하는데 근로자. 라이더들에게도 자유롭게 일하는 근로자 신분 주겠다고 하면 좋아할 거다. 단 고임금이어야 하고 지휘감독도 잘 안 해야 한다! 그럼 다 정규직을 원하지 누가 개인사업자 하겠다고 하겠나.

 

최근 부산에서 대리운전 노동자들 파업이 있었다. 같은 플랫폼 노동자로서 연계를 갖고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대리운전노조 위원장 동지를 알지만 우리가 열심히 연대를 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리운전은 라이더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라이더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투쟁하기 불리한 조건이 있는 것 같다.

 

대리운전은 산업이 어느 정도 독점적이기도 하지만, 배달대행은 자본이 여러 개고 산업이 하루하루 변하는 와중에 있다. 그래서 싸우기가 어렵다. 일등사업자가 안 나타나고 자본 간 경쟁이 치열하고 산업규제 가이드라인도 없다. 자유업이라 규칙도 없다. 그래서 업체가 난립하지 못하게 등록제가 필요하다. 지금은 사업자등록만 내면 누구나 배달대행업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단가는 점점 내려간다. 최저임금처럼 단가가 어느 정도 이하로 내려가지 못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산업이 자리 잡는 속도에 비해서 노조가 빨리 떴다고도 할 수 있지만 배달업 자체는 역사가 오래됐다. 노동 형태로는 대리운전이나 라이더나 개개인이 일한다는 점에선 별 차이 없는데, 아무래도 대리운전은 조직화와 투쟁의 역사가 더 오래 됐다. 아직 우리가 경험과 노하우가 안 쌓인 셈이다. 우리가 모르지만 과거에 라이더들의 돌발적인, 소규모 파업 같은 것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정부가 사업자들이 기존 법을 잘 지키도록 규제하기만 해도 좋겠다. 이륜차 관련 시스템 개선만으로도 많은 게 안정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나 자본은 플랫폼 노동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안 하면 실업자 될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진지하게 대책을 논의하지 않는 것이다. 노동자 스스로 권리 쟁취를 위해 더 크게 뭉치고 조직화하는 길밖에 없다.

 

앞으로의 조직화 계획은?

 

다행히 예전처럼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건 벗어나서 이제 집단적으로 찾아오는 단계가 됐다. 집단으로 찾아왔을 때 대규모로 조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간에 일 그만 두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원칙과 계급성을 가지고 민주노조운동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동지들, <가자! 노동해방> 구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혁신, 변화라는 말을 좋아하기에 기존 것을 바꾸는 걸 진보라고 생각해서, 플랫폼이나 스타트업 기업의 논리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런 것에 속지 말아야 한다. 바뀔 것은 분명 있다. 기존 노동법이나 기존 노동운동이 담지 못한 것. 그런데 어떤 걸 바꾸고 어떤 걸 지킬지 잘 구분해야 하고, 누가 그걸 말하느냐도 잘 봐야 한다. 코스포의 실체를 잘 간파하고 비판해 줬으면 한다. 스타트업계의 경총, 세련된 경총이라고 보면 된다.

 

자본에 대항하려면 자본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 자본에 맞서려는 이들 대부분이 노동에서 먼저 시작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럴 경우 얼마나 열악하냐”, “얼마나 불쌍하냐이렇게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놀랍게도 코스포가 지금 사용하는 논리가 이것이다. 플랫폼 자본에 맞서 싸우려면 먼저 플랫폼 자본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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