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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할 순 없습니다 -정년 1년 남은 전교조 해고자의 뜨거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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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804회 19-11-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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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투쟁만이 아니라 모든 투쟁은 노동자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원인을 깨기 위한 과정 가운데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_전교조 원복투)




손호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 70년대에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노동운동에 투신했으며 건설노동자가 되어 대구건설일용노동조합 창립을 이끌었다. 지금은 정년 1년 남은 전교조 해고자다. 지난 10월 다른 해고자들과 함께 노동청 농성을 하다가 경찰에게 끌려 나왔다. 1118일에 삭발과 오체투지를 했다. 전교조 해고자들은 절박하다. 역사의 비극이 뒤풀이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합법화를 핑계로 노동개악을 허용했던 비극 말이다. 전교조 문제가 노동개악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법외노조 취소, 노동개악 저지, 온전한 노동3권 쟁취를 온몸을 던지고 있는 해고자의 목소리를 싣는다. 

 

지난 10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농성에 돌입했다. 9일 만에 끌려 나왔다. 노동청 농성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는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 6년 전 박근혜 정부의 지시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팩스 한 장으로 법외노조 통보했다. 해직교사 9명을 전교조에서 탈퇴시키라는 정부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둘째, 최근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수차례 장관 면담을 요구했고 이 상황 어떻게 해결할지 답변해 달라는 공문도 여러 번 보냈는데 다 무시했다. 셋째, 지난 해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전교조의 노조 아님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2항의 삭제를 권고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법 개정만을 고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외치며 등장한 정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전교조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법외노조 취소는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당연한 걸 왜 안 하느냐 묻기 위해서 농성에 돌입했다.

 

9일 만에 경찰에게 강제로 끌려 나왔다. 그 때의 심정은?

 

참담했다. 지난 101,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36년만이다. 판사가 무죄판결과 더불어 고문조작으로 입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연행되는 순간, 지하밀실에서의 고문 등 지난 힘든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되살아나더라.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박정희, 전두환 정부 때 싸우다 감옥 가고 고문 받고 또 계속 싸워 무죄 판결 받았지만 지금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나는 해고자고, 전교조만이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가 최소한의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17년 1월 조창익 전 전교조 위원장을 만나 대통령에 당선되면 법외노조 취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자기 입으로 내가 전교조 고문변호사였고 명예 조합원이며 내가 법외노조 취소하겠다고 한 사람이 약속 이행하라는 요구에 이렇게 폭력을 쓰다니. 참담했다.

 

노동청 농성 이후 이번 주에 34일 투쟁을 다시 했다. 삭발을 했고 오체투지를 했고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문화제도 함께 했다.

 

우리는 면담을 요구했다. 면담을 들어주기는커녕 경찰이 폭력을 쓰며 연행했다. 국가권력의 폭력침탈에 대한 항의를 해야 한다. 법외노조 취소, 해고자 원직 복직, 노동개악 전면 중단, 하나도 해결된 것 없으니까 원래 요구사항 외치는 건 당연하다. 다시 34일 투쟁하게 된 결심하게 된 것은 국회에서 노동법 개악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교원노조법 개정해서 전교조를 합법화해 준다고 하지만 그 교원노조법 자체도 문제투성이다. 합법화는 허울뿐이고 실제로는 개악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교원노조법을 살펴보면 해고자 가입 인정, 퇴직교원 가입 인정, 해고자 노조 활동 보장이 담겨 있지만 단체행동권 보장도 없다. 단체행동권(파업권)이 빠져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이 있다. 이 공무원·교사의 노조 가입 대상에 해직자를 포함할 수 있게 했지만 무엇보다 정부는 사업장 점거 금지, 단협유효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노동법 개악을 한 세트로 밀어붙이고 있다. 온전한 노동3권 보장이 아니라 완전한 노동3권 부정으로 나아가는 내용이다. 이 악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상황인데 우리가 먼저 나서 이슈화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전교조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가 투쟁에 나서야한다.

 

이번 투쟁에서 전교조 해고자들은 톨게이트 동지들이 보내준 연대와 뜨거운 응원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서울고용노동청 점거농성 때 보내준 응원의 동영상 그리고 광화문 촛불문화제에 보여준 연대의 함성들은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하자'는 구호를 가슴 깊이 새기게 만들었다. 톨게이트 동지들의 직접고용 쟁취투쟁과 전교조 해고자들의 법외노조 취소 및 원직복직 쟁취 투쟁이 결코 따로 떨어진 각자의 투쟁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노동탄압, 노동개악으로부터 비롯된 하나의 문제라는 것을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왜 직권취소여야 하는가? 관련법 제정으로 풀면 되는 게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주장한다.

 

그럼 이렇게 질문하고 싶다. 직권취소는 왜 안 되는가? 정부는 이 사건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기 때문에 직권취소 못한다는 말을 했다. 3권 분립 월권행위가 된다고.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세월호 참사 때 돌아가신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 사례도 있다. 잘못된 행정명령 취소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왜 반드시 직권취소여야 하는가? 관련 법 개정이란 그냥 잘못된 행위를 놔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탄압을 인정하고 정당성 부여해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행정명령이 잘못됐고 거기에 맞선 우리의 주장이 정당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국가권력을 이용해 노동기본권 뺏은 그 원인제공행위를 되돌려 놔야 한다. 국가폭력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정부는 개악되는 교원노조법에 근거하여 노조 설립 재신고를 통해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하기를 바라겠지만, 그것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노조탄압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다. 둘째, 그렇게 돼야 원직복직 될 수 있다. 국가폭력으로 해고됐는데 정부가 무슨 특혜 주는 것처럼 복직시키는 것은 잘못됐다. 그래서 법외노조 직권취소로 국가폭력으로 인정받고 그래야 제대로 원직복직 될 수 있다.

 

해고자 동지들은 전교조 합법화가 결코 노동권 개악의 거래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내 문제만 해결되면 되지 않냐는 생각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전교조 안에 이번에 우린 우리 합법화만 챙기면 되지 않냐 이런 의견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사가 있다. 97~98년 민주노총, 전교조의 합법화와 정리해고제, 파견법 도입 바꿔치기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재벌과 자본의 이익을 위해 노동유연화를 추진하기로 했고 그걸 위한 미끼로 전교조 합법화를 집어넣었다. 전교조는 전체 노동자를 배신해서 자기 이익을 챙겼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이 30년간 쌓아온 노동조합 활동의 권리를 다 파괴시킬 수 있는 법과 전교조 합법화를 또 같이 내세우고 있다.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전교조는 노동개악에 적극적으로,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절대적인 역사의 명령이다!

 

법외노조 취소의 운동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단순히 법외노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목표일 수는 없지 않는가?

 

단순히 합법노조로 활동했던 때로 돌아가면 우리가 바라던 대로 다 될 거냐? 그렇지 않다. 그때도 여전히 노동3권 보장 안 돼서 교육부와 제대로 된 단체협약 맺어본 적 없다. 각 교육청과의 교섭이 지역에서 있는데 잘못된 걸 시정하려고 요구하면, 정책에 관련된 사항, 경영권 관한 사항이라며 실제 교섭을 거부했다.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는, 즉 단체행동권(파업권)이 보장되지 않아 제대로 된 노조로서 권리 찾는 데 제한 많았다. 그래서 그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법외노조 취소는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한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가 구호 외칠 때 항상, 법외노조 취소와 함께 온전한 노동3권 보장을 말한다. 최근 법외노조 취소조차 안 해 주다 보니까 마치 법외노조 취소 자체로 노동3권이 보장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에 교원노조법 개정에 온전한 노동3권 보장은 없다. 심지어 개악된 내용도 있다. 앞에서 말한 창구단일화인데 전교조가 최대조직이라 하더라도 어용노조와 단일화해야 한다면, 단일화하는 데만 최소 1년 걸린다. 실질적으론 투쟁할 수 없게 만드는 것. 독소조항이 가득한 교원노조법 개정은 오히려 우리에게 해악이다. 게다가 단협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노동법 개악이 통과되면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따라서 법외노조 취소에 온전한 노동3권 보장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ILO 핵심협약은 조건 없이 비준되어야 한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 만들었다는 이유로 바로 해고된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우리 투쟁은 전체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전체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싸움의 일환이라고 본다.

 

해고자들이 선두에서 투쟁하고 있다. 해고자만의 투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해고자는 개인이 아니다. 자기 이익만을 바라고 해고 자초하는 사람은 없다. 참교육을 위해서,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전체 노동자를 위해 싸우다 해고됐다. 해고자의 태생 자체가 전체 조합원과 전체 노동자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다. 더더구나 노동개악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행부도 해고자들의 투쟁을 막을 이유는 전혀 없다.

 

문재인 정부가 뭘 해 줄 거라는 환상이 있었다. 그 희망고문으로 그 동안 많이 참아왔는데 오히려 모든 게 개악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선택근로제, 특별연장근로 확대, 노동법 개악 등 수많은 공격이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다. 지금 전교조가 나서지 않는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집행부도 함께 할 거라 생각한다.

 

정년이 1년 남았다. 이대로면 복직 못한 채 정년을 맞을 텐데, 동지뿐 아니라 모든 해고자에게 피가 마르는 시간이다.

 

전교조 해고자 38명이다. 원래 39명이었는데 1명은 이미 정년이 지나 우리가 승리하더라도 현장으로 돌아올 수 없다. 나처럼 1년 남은 사람이 또 있고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이 많이 있다. 절박하다. 나 때문에 고통당하는 가족, 주변사람들은 발 동동 구른다. 교단으로 돌아가서 학생들과 함께 부둥켜안고 정년퇴임을 맞고 싶다.

 

해고된 지 4년이다. 영남대병원 해고자 박문진 동지도 정년이 1년 남았다. 해고기간 13. 최근에 대구에 살던 공무원노조 해고자 한 동지가 목숨을 끊었다. 암으로 죽은 사람도 많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당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5명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해고자 동지들이 절박하다. 하루라도 빨리 원직복직 돼야 한다.

 

그런데 노동개악이 되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또 해고자가 될지 알 수 없다. 해고자를 양산하게 될 노조파괴법, 이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더 절박하다. 우리와 같은 해고자가 이 땅에 다시없어야 하는데 대규모로 나올 게 너무 뻔하다.

  

70년대에 운동을 시작했다. 학생운동을 거쳐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건설노동자가 되어 대구건설일용노동조합 창립을 주도했다. 2001년 뒤늦게 교사가 되어 또 투쟁했고 지금은 해고자다. 언제나 가장 어려운 곳을 찾고, 가장 힘든 길을 선택했다. 삶의 좌표 같은 게 있다면?

 

두 가지가 있다. 결과를 넘어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노동자는 계속 죽어나가고 해고당하고 억압받고 착취 받는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하는데 톨게이트 노동자들 1,500명이 하루 아침에 해고됐다. 자본가들은 특히 경기불황이 길어질 때 더 강하게 노동자를 쥐어짜려 한다. 내가 전교조 활동 속에서 해고되어 투쟁하고 있는데 전교조 투쟁만이 아니라 모든 투쟁은 노동자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원인을 깨기 위한 과정 가운데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가장 힘들고 고통 받는 사람의 편에 서야겠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강원도 고향에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가운데 대학 간 게 나 혼자다. 그 친구들 중에는 중학교 졸업하고 구로공단 등으로 가서 일찍이 돈벌이에 나선 친구들이 있었다. 명절 때 고향에서 만나면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 나보다 똑똑하고 공부 잘하던 친구도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대학을 못 가고 노동자 생활했다. 그 어린 노동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겠나. 내 친구 중에서도 대학생 친구가 있다며 대학생 배지를 가슴에 달아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전태일 열사 생각이 나더라. 전태일 열사가 그 때 근로기준법이 한자로 돼 있었는데 그걸 알려줄 대학생 친구가 한 명만 있었으면 했잖나. 이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 받는 사람의 편에 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역사의 주인이니까.

 

박정희 정부 때 수배되어 서울에 오래 숨어 있었다. 면목동 동일교회에서 야학을 하면서 노동자들을 만났다. 나는 그 때 역사의식도 별로 없긴 했는데 그래도 노동자들에게 역사의 주인은 노동자농민이다, 여러분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했더니 노동자들이 너무 좋아했다. 1979년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벌이다 경찰 강제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김경숙 열사는 다음 날 따로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 기억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앞으로의 투쟁계획은 어떤가?

 

더 논의를 해야 한다. 일단 매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수요촛불집회를 하려고 한다.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과 같이 하는 장으로. 이 촛불집회를 살려 나가는 게 하나의 계획이다. 둘째, 내년 총선 전까지 전국순회투쟁단 만들어 현장조합원 만나고 투쟁사업장 만나려고 한다. 여기까지는 원복투 사업계획에 들어있다. 셋째, 전교조, 공무원, 톨게이트 투쟁 모두 분산되어 있다. 청와대나 광화문을 중심으로 모여 공동투쟁을 만들어 가보고 싶은 고민이 있다. 모두 문재인 정부에 맞선 투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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