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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우리의 정신은 간명하다.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긴다! KEC지회 구조고도화 저지 투쟁, 승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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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희KEC지회 지회장 조회 6,019회 2019-11-0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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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구조조정’. 노동자들에게는 공포스런 단어입니다. 그 단어 뒤에는 항상 해고, 임금삭감, 노동조합 파괴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의 구미판 버전인 구조고도화에 과감히 결투의 장갑을 던져 승리한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바로 KEC지회입니다. 승리를 만들어간 투쟁의 전체 과정은 전국의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소중한 전투교본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투쟁을 선두에서 이끈 KEC지회 이종희 지회장 동지께 기고를 요청드렸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기꺼이 기고해주신 이종희 동지와 KEC지회 조합원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어려운 말에는 함정이 있다

 

구조고도화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게 뭐지?” 싶었다. 누가 이런 말을 지어냈는지 몰라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경험적으로 대부분 어려운 말에는 많은 함정이 담겨 있다. KEC지회도 구조고도화의 반노동자적 본질을 이해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알고 나면 복잡한 문제도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이 추진하는 공단재개발 사업이 바로 <구조고도화 사업>이다. 그중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공업용부지를 상업용으로 변경가능토록 특혜를 주는 것이 민간대행사업이다.

 

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KEC 자본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탐욕스럽게 구조고도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10만평 공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5만평에 대형쇼핑몰과 호텔,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 편의점과 각종 위락시설을 짓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KEC지회는 구조고도화 꿈을 버리지 못하는 KEC 자본에 맞선 지난 10년간 한 순간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2014년 대대적인 반대투쟁으로 막았구나 싶었는데 KEC5년 만인 올해 다시 구조고도화를 신청했다. 2014년 이후 감히 시도도 못했는데 올해 초 구미시와 구조고도화 공동추진을 모의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시가 탐욕의 불씨를 살려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해마다 똑같은 대규모 유통센터 건립을 신청했던 KEC. 그러나 올해는 복합환승터미널을 추가했다. 구미시가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일한 걸림돌이 다시 머리띠를 묶다!

 

그간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던 구미시마저 회사와 손을 잡은 마당이라 KEC는 다 된 밥이라 여겼다. 회사는 99일 창사 50주년 대규모 기념행사를 통해 구조고도화 성공의 자신감을 안팎에 과시하고 싶었다. 그러나 KEC 자본에게 유일한 걸림돌인 KEC지회를 넘어야만 한다. 지회는 2019년 초부터 구조고도화 투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KEC지회는 2019년 구조고도화 저지 투쟁을 시작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언제까지 이 투쟁을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먼저 구조고도화 사업이 제조업과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공부했다.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내용을 공유하고 투쟁방향을 소통했다. 아는 만큼 이길 수 있고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구조고도화라는 말을 접했을 때 왜 이것이 폐업으로 이어지는가? 의아심이 들었다. 하지만 구조고도화 정책이 자본의 수익성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 회사의 업무수첩, 다른 지역 사례 등을 통해 자본이 이 사업에 사활을 건 배경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투쟁목표를 깨달을 수 있었다.

 

회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번이나 사업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투쟁의 목표와 상을 그려주는 지도부를 믿고 조합원 모두가 같이 실천하면서 승리를 만들어갔다. 중요한 것은 투쟁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간부와 조합원간의 간격을 줄이고 간담회나 교육을 통해 미리 조합원들이 내용을 알고 싸울 태세를 갖추도록 했다. 산단공과 자본, 구미시 등 투쟁대상을 상대로 전선을 치는 일은 준비 과정에서 동시에 진행했다.

 

2014년 투쟁은 KEC지회 조합원이면 누구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2014년에 지회는 KEC 폐업반대를 전면에 내걸고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공장에 백화점이 들어서면 소상인들의 생존은 심각한 위협에 처할 것이 뻔했고 상인들도 반대운동에 함께 했다. 우리는 시민과 함께 자본의 공세를 막아낼 힘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10만 서명운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3교대 근무를 마치고 조별로 나눠서 동네 구역별로 선전지를 나눠주고 금오산, 구미역, 주요도로와 시장, 동네마트, 식당, 목욕탕, 커피숍, 노인정 등 서명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망설이지 않고 들어가 서명을 받았다. 파업과 서명전을 벌이며 한겨울을 맞았다. 이 사업이 왜 잘못인지 시민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알렸다. 공장폐업 반대투쟁에 전 조합원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미쳐있었다. 1만 명 서명도 받기 힘들다던 구미지역에서 6만 명 서명을 이끌어냈고 승리했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 안고 다함께 실천했기 때문이다.

 

소통의 그물망이 조합원 모두를 투쟁의 주체로 세우다!

 

이번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구조고도화사업이 뭔지, 왜 문제인지 구미시민 그리고 조합원에게 다시 상기시켜야 했다. 자본이 구조고도화 물밑 작업을 시작한 시기는 임단협과 맞물려 있었다. 지회는 빠르게 조합원 간담회를 잡고 구조고도화 사업과 임단협 투쟁이 연계되어 작동한다는 걸 우선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올해 결코 쉽지 않은 투쟁이므로 단단히 각오하자고 당부했다. 조합원들은 5년 만에 재추진되는 구조고도화에 허탈해 하기도 했고, 싸워 이긴 경험이 있어 약간 느슨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란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지회는 정보파악과 내부 소통을 위해 확대간부 단체톡을 운영한다. 단체톡에 올라오는 내용은 전체 조합원에게 피드백된다. 이를 활용해 매일 현장 소식과 자본의 동태를 미리 감지할 수 있었다. 지회가 목표를 세울 때 큰 힘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시스템이다. 2010년 이후 꾸준히 하고 있다.

 

단체톡과 매주 월요일 전체 문자공지, 긴급 문자는 지회 활동 전반을 조합원과 소통하는 창구다. 조합원이 그날그날 해야 할 일과 간부 및 임원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각자 그 역할을 실천하고 점검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지금 KEC지회가 갖고 있는 높은 조직력은 이런 시스템의 정착에 따른 것이다.

 

구조고도화가 2019년 최대의 투쟁이란 걸 깨닫자 지회의 모든 활동은 거기에 집중되었다. 내부적으로 구미시가 뒷배를 봐준다는 소식이 꾸준히 들려올 때쯤 기자들도 같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KEC 구조고도화 사업은 그 자체로 지역의 뜨거운 감자였다.

 

올 투쟁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첫째,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 전면 재검토, 둘째, 폐업 저지. 이 투쟁은 자본도 우리도 전부를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 승과 패가 너무나 확연한 싸움이다. 회사가 구조고도화 사업자로 선정되는 순간 자본은 노조파괴와 제조업 폐업을 달성하는 반면 우리는 모두 일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순간도 곁눈을 팔 수 없는 투쟁이었다.

 

KEC폐업반대를 넘어 구조고도화 제도 자체에 맞서 투쟁의 수위를 높이다!

 

여느 때와 달리 싸워야 했다. 일 년에 4차례나 사업 신청을 받기 때문에 올해 폐업을 막는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구조고도화 제도를 바꾸지 못하면 이 투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이렇게 둘 수는 없다고 느꼈다. 산단공에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이 과연 제조업에 도움이 되는지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기로 작정했다.

 

전국 산단의 구조고도화 사업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KEC폐업반대를 넘어 구조고도화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산단공에 공개적인 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 산단공은 당황스러워했다. 국정감사 기간과 맞물려 지회 간부들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실을 모두 방문해 구조고도화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구미시 타격투쟁은 서서히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개했다. 초반에는 야간 퇴근 조합원들이 주1회 시청 앞 선전전을 펼쳤다. 구미시는 공장폐업 안한다는데 왜 이러냐?”고 했다. 그 말은 곧 KEC 구조고도화에 대한 구미시의 입장을 담고 있었다. 태도가 확인된 이상 정확하게 폭로하는 것이 필요했다. 공장폐업 부추기는 구미시의 실상을 시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주요사거리 선전전을 매주 진행했다.

 

한편 회사는 임단협에서 어용노조인 교섭대표노조를 내세워 노사화합선언에 목을 맸다. 왜냐하면 구미시가 구조고도화 선결조건으로 노사관계 회복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들의 의도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어용노조의 기만적 노사화합선언을 뚫고, 노조파괴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전면에 내걸고 끝장투쟁에 돌입했다.

 

99일 투쟁 승기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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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창립기념행사와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이 정면 격돌한 9월 9일, 마침내 승기를 잡다!



99일 창립기념 행사는 자본과 KEC지회가 구조고도화와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을 둘러싸고 한판 격돌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KEC지회 조합원들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곽정소 회장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왔다.

 

그간 현장 안에서 크고 작은 싸움은 있었으나 큰 싸움은 5년 만에 처음이다.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조합원들을 믿었다. 창사기념 행사장 로비에서 간부동지들은 시키지 않아도 선동을 했고 조합원들은 분노에 찬 결의로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역시 실전이 닥치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날 회사는 비전선포식을 통해 구조고도화를 공식화했다. KEC지회는 행사장 밖에서 전국 동지들과 함께 노조파괴 장례식을 치렀다. 노조파괴 10년을 끝장내고 구조고도화 반대, 일자리사수투쟁을 힘있게 결의했다. 조합원들은 오전의 실천투쟁에서 자신감을 얻고 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노조파괴 10년 끝장투쟁을 결의하는 장례식에 전국의 동지들이 함께 해 너무나 고맙고 감동이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99일 투쟁을 보며 이 기세를 유지한다면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 확신했다.

 

101일 회사가 산단공에 구조고도화 사업을 신청했다. 지회는 이미 산단공 앞에 천막농성장을 차렸고 구미시에 대한 압박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었다. 1011일 실사를 하루 앞둔 10일 전 조합원 파업으로 구미시청에 집결했다. 아침 7:30부터 대오는 선전전을 한 후 로비농성 및 시장 면담 투쟁을 했다. 구미시장으로부터 KEC 구조고도화 멈추겠다는 확답을 받지 않는 한 우리는 제 발로 걸어나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당황한 시는 부랴부랴 관계자 회의를 소집했고, 우리와 면담자리에서 노사갈등 해소를 전제하지 않은 KEC 구조고도화 사업은 추진불가하다는 입장을 문서로 제출했다.

 

시청 로비에서 면담 결과를 기다리며 조합원들은 돗자리 깔고 구호도 외치고 구조고도화 반대 배지도 만들었다. 결과를 들은 조합원들은 구미시가 되지도 않을 짓을 왜 벌여한마디씩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승세는 이미 지회로 기울었다. 조합원들은 곧바로 선전전과 서명에 나섰다. 내년에 정년퇴직하는 선배조합원은 오늘 파업 값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즐겁게 싸우고 기꺼이 실천하는 조합원이 KEC지회의 가장 큰 힘이다.

 

드디어 이겼다!

 

1011일 산단공 실사단의 현장방문이 있었다. 아침부터 지회는 비상을 걸었다. 실사단에게 우리가 왜 구조고도화를 반대하는지 정확하고 단호하게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실사단은 지회의 면담 요구를 거부했지만 최소한의 절차적 공정성도 무시한다는 항의 끝에 면담이 이루어졌다. 그들은 시간이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할 말을 다 했다.

 

1016일 산단공 본사를 방문했다. 구조고도화 실장 등 담당자들과 면담했다. 최종적으로 구조고도화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공모규정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실장은 “KEC 하나만 보고 구조고도화 사업 전반을 문제 삼는 건 좀 그렇다며 궁색한 태도를 보였다.

 

1018일 구조고도화 심의위원회가 산단공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렸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심의위원회가 끝나는 순간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선전전을 벌였다. 산단공 관계자는 끝까지 자리를 지킨 우리에게 공모규정은 변경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 결과만 남았다. 1023일 산단공은 어떤 내용도 밝히지 않은 채 KEC 구조고도화 부적정결정을 통보했다. 드디어 이겼다.

 

승리의 원동력 조합원 참여, 10년의 전투경험, 연대, 그리고 자신감

 

KEC지회 구조고도화 대응투쟁의 승리는 단지 계획을 잘 세우고 투쟁배치를 잘해서가 아니다. 정부의 잘못된 산업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은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다. 공장부지를 상업용으로 변경하도록 승인할 권한을 가진 구미시가 회사를 밀어주는 판에서 지회는 한 순간도 투쟁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주도했다.

 

우리가 잘 몰랐다면 어떻게 됐을까? 과정을 돌이켜보면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타격대상과 시점을 잘 잡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 일자리가 어떻게 됐을까? 등골이 서늘하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어려운 싸움이지만 처음부터 전 조합원이 투쟁목표를 이해하고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현장투쟁을 만들어가고 참여했다. 자신감이 중요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전체 투쟁을 그림처럼 그리며 설명하고 하나하나 실천했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해왔던 자신감과 실력이 발휘된 결과다. 연대의 힘 역시 크게 작용했다.

 

전국 모든 동지들이 KEC지회와 같은 조건은 아니지만 똑같은 마음으로 전국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KEC지회 비록 112명의 작다면 작은 조직이지만 10년 동안 투쟁하면서 민주노조를 지키고자 했다. KEC지회 지회장으로서 투쟁을 보고하면서 전국 동지들께서 보내주신 연대에 감사드린다.

 

우리의 정신은 간명하다.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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