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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 민주노조에서 해고자 생계비 끊는 일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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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480회 2018-04-0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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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당진신문


여전히 민주노조는 노동자 민중의 희망이다. 이 희망이 꺾이지 않길 바라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읽어주길 부탁드린다.


해고자들이 죽을죄를 지었나?


316일 충남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대의원대회에서 해고자들의 생계비 지급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는 안건과 천막농성 중단 안건이 통과됐다. 5년째 해고생활을 하고 있는 해고자 이환태, 최병률에 대한 생계비 지급이 끊기게 됐고, 작년 9월부터 7개월 동안 외롭게 피눈물 흘리며 천막을 지켰는데 이제 천막농성도 못할 위기에 처했다. 사실상 해고자들 보고 짐 싸고 집에 가란 의미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노동자들이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여러 동지들이 물었다. 도대체 해고자들이 죽을죄를 지었냐고, 아니 설사 죽을죄를 지었어도 이런 일이 말이 되냐고. 돈이 없어도 십시일반해가며 해고자를 지원해야 하는데, 신분보장기금 예산이 수억 원이 넘는다는 노조가 어떻게 된 거냐고. 과거 현대중공업 어용노조가 해고자를 청산해 엄청난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 어용노조도 아닌 민주노조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 문제는 해고자들이 죽을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후퇴가 낳은 끔찍한 결과다. 민주노조의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후퇴와 타락


현대제철은 최근 10년 동안 33명이 죽은 죽음의 공장이다. 비정규직들은 고용불안, 차별, 저임금, 노동재해에 시달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2년 일어섰다. 민주노조를 결성했고 민주노조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했다. 해고자 이환태, 최병률은 그 과정에서 해고됐다


지난 5년간 조합원들은 엄청 늘었다. 지금 조합원은 2,700여 명이나 된다. 하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은 투쟁을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지도부가 전면적인 투쟁 대신 교섭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43교대 전환투쟁, 임금인상투쟁, 숱한 업체별 현안투쟁에서 노동자의 힘을 과감히 동원하는 투쟁이나 파업은 회피하고 손쉬운 타협을 선택했다. 43교대 전환 과정에서는 임금손실 문제가 불거졌다. 해고자 선전전 때 지회 방송차를 쓰는 문제를 두고도 방송차 사용기준 위반 논란까지 일어났다


이런 모순은 작년에 폭발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집행부와 대의원 일부가 2016년 중국에 노사공동 산업시찰을 가서 사측에게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폭로됐다. 전 지회장과 원청 협력지원팀 팀장이 조합원 몰래 수차례 만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정규직지회 임원과 원청의 핫라인 등 여러 의혹도 제기됐다. 만약 강력한 투쟁정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회장과 원청 협력지원팀 팀장이 수차례 만나는 일 자체가 있었을 리 없고, 임원과 원청의 핫라인 의혹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접대는 결코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폭로는 집행부 내부에서 시작됐다. 전 지회장과 함께 지회를 이끌었던 부지회장 두 명이 반기를 들었다. 해고자들은 부지회장들이 주도한 모임에 속해 있지 않았고 독자적으로 비판 선전물을 냈다. 지회장 사퇴와 전면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정말로 전면적인 사과와 반성, 혁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논란 끝에 전 지회장은 사퇴했고, 여러 명이 제명됐다. 지회장은 최근 금속노조에서 정권 2년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보복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일부에서는 해고자들의 주장이나 집행부를 비판했던 다른 동지들의 주장을 조직분열 행위로 매도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성접대, 성접대 사실 감추기, 사측과의 유착이야말로 진짜 조직분열 행위 아닌가?


집행부 사퇴 후 경선이 치러졌는데, 우여곡절 속에 전 집행부와 같은 경향의 후보 팀이 당선됐다. 이후 임단투 잠정합의가 나왔을 때 해고자들은 부결을 주장했다. 임금손실 등 현장의 기대와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투쟁할 힘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 찬성은 41%에 그쳤을 뿐이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해고자들의 부결선동을 문제 삼았다. 이처럼 간부들 내의 다수파 세력은 비판에 재갈을 물리면서 지회를 패권적이고 관료적인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이번에 해고자 생계비를 끊는 안건을 제출한 대의원들은 대의원대회 이후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17년 사태에 대한 해고자들의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다. 2017년 사태란 바로 위에서 얘기한 성접대 및 유착 사건과 임단협 부결선동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보복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민주노조의 정신에 비추어보자


또한 안건을 제출한 대의원들은 해고자들이 정치활동을 이유로 집행간부 제의를 거절했고 지회 활동을 게을리 했다는 터무니없는 비난까지 하고 있다. 대의원들과 집행부 중에는 민중당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제철 안에는 노동당, 변혁당 활동을 하는 동지들도 있다. 자신들의 민중당 활동은 로맨스고 다른 조합원들의 다른 정치조직 활동은 불륜인가? 게다가 해고자들은 정치조직 활동을 이유로 지회활동을 게을리 한 적이 전혀 없다. 거의 모든 집회와 투쟁에 참여했고, 그 누구보다 연대투쟁을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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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들은 누구보다도 앞장 서서 지회의 집회와 투쟁, 연대활동에 나섰다.


집행간부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몇 년 동안 집행부 역할을 맡았지만 전 지회장과 입장 차이가 너무나 컸고, 복직문제는 전혀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고자 복직투쟁을 전면화해서 복직을 앞당기는 게 지회를 튼튼히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행간부를 맡지 않았다고 지회활동을 게을리 한 게 전혀 아니다. 7개월 동안의 외롭고 처절한 천막농성이 지회활동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대의원들은 이런 식으로 꼬투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작년 3월 관리자와의 충돌로 해고된 해고자 한근우 동지가 지노위,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까지 받았다. 그런데 집행부는 폭행에 대한 문제점만을 보고 일반해고로 규정했다. 규약규정상 해고된 60일 이내 지부를 통해 금속노조에 신분보장기금을 요청해야 하는데도 집행부는 하지 않았고, 지금 다시 논의를 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해고자투쟁을 지지하는 현장 노동자들이 작년 11월부터 본관 앞에서 선전전을 하다가 경비대와 충돌이 일어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집행부는 충돌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활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기까지 했다.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선전전을 계속하던 자리를 경비대가 막아서 발생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더욱이 이미 며칠 전부터 경비대의 탄압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었고, 이 상황이 밴드방에서 계속 공유됐는데도 말이다. 집행부와 대의원들은 해고자들의 천막농성과 선전전뿐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의 선전전에 함께 한 적이 거의 없다.


이런 일들을 보면, 해고자를 사실상 쫓아내자고 주장하는 대의원들이 해고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이들에게 해고자들은 거추장스런 존재일 뿐이다. 원칙적이고 끈질긴 투쟁을 회피하는 자신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과연 이게 민주노조의 정신인가?1980~90년대 우리의 선배들은 수천 명이 해고당하는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싸웠다. 그 결과 셀 수 없이 많은 복직을 쟁취해 냈으며 민주노조를 사수해 왔다. 노동자운동의 역사는 해고투쟁의 역사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이 투쟁의 승패가 노동자운동의 전진과 퇴보를 결정해 왔다.


민주노조운동에서의 의미


누구나 정규직 노조운동의 관료주의와 조합주의를 비판한다. 노조관료들은 조합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비판, 활동을 봉쇄한다. 조합원의 힘을 형식적으로만 인정한다. 그래서 노동자를 더 수동적으로 만든다. 거꾸로 노동자의 수동성은 관료주의가 확산될 수 있는 토대다. 그리고 정규직 노조운동은 자신들만의 이익에 집착해 비정규직과 가난한 노동자들의 고통과 투쟁을 방치하고 있다. 이 배신은 부메랑이 돼 정규직 노조운동을 덮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결정은 이런 민주노조운동의 후퇴, 관료주의, 조합주의가 정규직 노조운동을 넘어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심장에까지 파고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만약 이것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비정규직운동까지도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과 패배감이 민주노조운동의 목을 조여 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위 개혁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계속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고 실제로 투쟁에 나서고 있다. 노동자의 삶은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신규노조가 생기고 있다. 그런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해고자 배제 결정이 이대로 집행된다면 새롭게 일어서는 노동자들은 민주노조운동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다. 앞장 서 싸우다 해고된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민주노조운동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번 결정은 민주노조운동의 희망찬 미래를 닫을 수 있는 결정이다. 따라서 이 결정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피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해고자들


이 결정이 알려지자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항의했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치면서 어떻게 해고자를 두 번 죽이는가, 자본가들이나 결정할 일을 어떻게 지회가 결정하는가, 앞으로 앞장 서 싸우지 말라는 의미인가, 천막농성 중단은 사장 좋아할 일 아닌가, 민주노조로서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닌가 등등.


집행부는 대의원대회 직후 논란이 불거지자, 생계비 지급 중단 안건이 당일 올라왔고 정족수 확인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다. 규약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생계비 지급 중단 결정을 폐기할 생각이라고 얘기했다. 천막농성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해고자 천막농성을 임단투 의견일치안이 가결될 때까지 진행한다고 결정한 적은 있다. 그런데 해고자들은 해고자 복직문제의 진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실마리라도 마련되기 전까지는 계속 천막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얘기했고, 지도부도 공감한 바 있다. 대의원대회 전에도 지회장은 천막농성 유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대대에선 이와 같은 해고자들의 투쟁의지가 전혀 고려되지도 않은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대대 직후 전향적인 판단을 내비쳤던 집행부는 다시 입장을 바꾸었다. 대의원대회라는 의결기구의 결정을 폐기할 수는 없고, 대의원들과 해고자들의 간담회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임시대대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해고자들은 왜 이 결정을 바꾸어야 하는지 피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함께 나서 줄 것을 호소한다


4월 대의원대회에서 다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모른다. 지금 상황은 너무나 위태롭다. 그리고 너무나 절박하다. 민주노조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동지들에게 호소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신과 명예를 짓밟는 이 결정이 폐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를.

 

이와 더불어 해고자 생계비 끊는 안건을 발의한 대의원이 소속돼 있고 집행부에도 많은 당원이 있는 민중당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고, 해고자를 사실상 버리는 결정이 폐기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주길 호소한다


누구나 실수와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런 실수와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용기이고 힘이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죽음의 공장을 바꿀 수 있고, 억압받는 노동자 민중과 함께 싸울 수 있는 아주 소중한 민주노조다. 이 민주노조가 다시 전진할 수 있도록 많은 동지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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