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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투쟁 | 한국노총 탈퇴한 노동자들이 결코 꺾일 수 없는 노동자의 대의를 말한다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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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7,317회 2019-10-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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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한국노총을 탈퇴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도로공사 본사에 있다. 농성장 바깥에서 농성자들을 지키며 함께 싸우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를 갈라치기 위해 나온 쓰레기 안(“2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직접고용하되, 1심 계류 중인 노동자는 1심 판결 결과에 따른다. 1심 판결 전까지는 임시직으로 일한다”)을 거부했다. 이들 중에는 2심 계류자도 있다. 이들은 수십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대의는 무한히 크다. 도로공사는 28일까지 임시직 근로의사를 밝히라며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은 끝까지 톨게이트노조 조합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하자고!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동지들은 동김해, 오창, 남청주, 대소 영업소 등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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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을 떠나 민주노총의 손을 잡은 한 동지가 발언하는 모습(사진_차헌호 페이스북)

 

 

동지는 1심 승소자(2심 계류자)이고,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가 서명한 쓰레기 안대로 하더라도 직접고용 대상자다.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한국노총 탈퇴하고 본사 농성장에서 함께 투쟁하고 있다.

 

톨게이트노조 있을 때도 민주노총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톨게이트노조는 소통이 전혀 안 된다. 집행부는 자신의 계획을 전혀 공유하지 않는다. 투쟁은 시간만 때우다 오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요금소 옆 정자동 거리행진과 율동 배우기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도 내 돈 들여 매일 출퇴근했다. 결정적으로 마음이 돌아선 건 캐노피에서 민주노총 동지들과 함께 고공농성을 했던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박선복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내려왔을 때였다.

 

그다음 99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김천 본사 농성에 돌입했을 때, 우리는 서울요금소로 가다가 차를 돌려 김천으로 왔다. 와서 보니까 구사대와 경찰이 막고 있었고 들어가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나중에 보니 저는 못 들어갔지만 톨게이트노조 조합원 10여 명이 본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다 나왔더라. 지도부가 빼내 줄 돈이 없다고 하면서 나오라고 했다고 한다. 연행되면 벌금 내줄 돈이 없다는 뜻이었다. 너무 한심했다.

 

박선복이 쓰레기 중재안을 수용한 후 탈퇴한 조합원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 전에 탈퇴했고 소속 노조 없이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과 함께 본사 바깥을 지켰다. 처음부터 1,500명 같이 가자고 투쟁했는데, 나만 직접고용 됐다고 갈 순 없는 거다. 그 마음이 제일 크다. 저는 별로 대단한 걸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물어보니까 얘기한다. 민주노총으로 같이 넘어오자고 한 동료들은 1심도 못 받은 사람들이다. 같이 넘어가자고 했는데 배신 때리고 갈 순 없다.

 

이번 톨게이트노조의 합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위원장 박선복은 조합원 의견을 취합해 930일 지부장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열지 않았다. 101일 을지로위원회는 그동안 박선복이 협의안으로 내놓았던 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반대했지만 톨게이트노조는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재안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거라는 생각에 배신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떻게 1심 계류자 900여 명, 아니 전체 1,500여 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어떠한 공식적인 회의도 없이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가? 그 이후 108일 톨게이트노조는 문제제기하는 십 수 명의 조합원을 밴드에서 강제로 탈퇴시켰다.

 

(그 안은) 사측을 위한 안이다. 박선복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조합원 생각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서명했다. 노동자를 위한 안이 아니다. 대법원 판결 취지 자체가 1,500명 전체 직접고용이다. 1,500명 모두 도로공사를 위해 도로공사가 지시한 일을 했다. 전체가 직접고용돼야 한다. 도로공사의 숨통을 트이게 해준 박선복의 행동은 한때나마 톨게이트노조 조합원이었고 함께 직접고용을 외쳐온 노동자로서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잘못이라 생각한다.

 

항상 박선복은 도로공사가 위험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99일 이강래가 세종시에서 대법 판결 무시하는 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을 때, 나는 세종시로 가려 했다. 그런데 박선복은 굳이 지부장 회의를 잡아 투쟁전술을 바꿔야 한다느니, 도로를 점거해야 한다느니 했다. 그래서 오늘 도로점거하자 했다. 명분도 있으니까. 그랬더니 집행부 회의에서 논의한다고 했다. 결국 흐지부지됐다. 시간 끌기였다. 오후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본사를 점거했다. 그 소식을 듣고 급하게 밴드에 글을 썼다. 지부장 회의가 그렇게 중요한 거였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지 않느냐, 지금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냐. 조합원들이 속속 김천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집행부는 오고 싶어 온 게 아니다.

 

혹시 을지로위원회 중재에 기대를 했는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에 나선다고 했을 때 그나마 민주당 정부가 촛불투쟁 때문에 등장한 정부이기 때문에 조금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중재안 내용을 듣고 을지로위원회는 역시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을지로위원회는 정부와 도로공사의 대변인 같다는 느낌을 이번에도 느꼈다.

 

톨게이트노조 집행부는 찬반투표조차 하지 않았다. 그동안 톨게이트노조 운영을 보면서 느낀 점은?

 

예전부터 박선복의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들이 많았다. 왜 규약대로 진행하지 않느냐, 왜 집행부 스스로 공지한 내용도 어기면서 독단적으로 하려고 하느냐 등등. 문제를 제기한 동지들을 밴드에서 대거 강제 탈퇴시켜 다른 조합원들의 눈과 귀를 막았다. 이것도 모자라 제명까지 하려 했다.

 

6월부터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믿고 따라오라는 말만 반복했고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개인당 투쟁기금 10만 원씩 모아 만든 9천만 원이 넘는 투쟁기금이 있었는데 사용처도 미리 정하지 않고 위원장의 임의적 판단으로 먼저 사용해 집행부 내에서도 언성이 높았다. 투쟁기금 사용처에 관해 영수증이 첨부된 정산자료를 한 번도 공지한 적이 없다. 노조는 전혀 체계가 잡혀있지 않고 위원장 사조직이라 생각이 들만큼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는 조직이다.

 

작년 말 많은 노동자가 외주사 사장과 새로 계약서를 써야 했다. 자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만료 시한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불이익을 우려한 노동자들이 톨게이트노조에 질문을 했는데 이때도 노조 집행부는 질문한 노동자들을 엄청 매도했다. 이번엔 합의하려는 안에 대해 여러 노동자가 조목조목 질문하니 집행부는 현장이 술렁댈까봐 합의서 도장찍기 하루 전에 문제제기하는 노동자들을 밴드에서 다 강퇴시켰다.

 

쓰레기 합의안 들이 밀었을 때 1심 계류자 절반 가까이가 돌아섰다. 이 때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이 이 톨게이트노조 조합원들의 가입을 받지 않았다. 이미 톨게이트노조는 위원장이 캐노피에서 내려올 때 민주노총과의 연대는 깨졌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그런데 형식적으로 여기에 와 있으니까, 본사에 내려와 있으니까 도의상 한국노총 노동자들의 가입을 받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안타깝다. 그 때 받았더라면 많이 왔을 것이다. 가입을 기다리는 동안 톨게이트노조 집행부가 텐트마다 면담을 하면서 집요하게 설득했다. 많은 노동자가 팩트도 모르고 집행부 말만 믿고 집에 갔다. 민주노총이 옳다는 걸 알지만 투쟁의 어려움 생각하고 집에 간 노동자들도 있다.

 

투쟁기금 10만 원도 냈지만 눈뜨면 아침에 하는 일이 편의점 가서 얼음생수 사오는 것이었다. 홍은동 이강래 집 앞에 자주 갔는데 그 여름 날 얼마나 더운가. 정말 운동화 위로 불을 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집행부에서 생수 한 병 안 줬다. 지방에서 오는 조합원들은 한 5일 먹을 음식을 싸온다. 그런데 너는 왜 이것만 싸왔냐, 이것만 하냐 이렇게 이간질을 시켰다.

 

여기에 내려와서도 우리가 2,400원 내서 밥을 먹었다. 양이 너무 적었다. 그러다 민주연합노조에서 밥을 줘서 먹었는데 그것 먹지 말라고 자기들이 공짜로 해주겠다고 했다. 그것도 너무 양이 적었다. 구호도 민주노총 구호 따라하지 말라고 했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연대 오는 노동자들에게 맞추면 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자기 빠져 나갈 구멍은 다 만들어 놨다고 한다. 예를 들어 위원장이 벌금 맞을까봐 5천만 원을 따로 떼놓았다고 한다. 박선복 위원장 사조직 수준 아닌가. 박선복은 더 있다가는 탄핵 당할까봐 서둘러 합의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직접 경험하게 된 차이는?

 

민주연합노조는 하루 문화제 끝나고 다 모여 좋았던 일, 나빴던 일, 아쉬웠던 일을 얘기하고 토론도 한다. 그런데 톨게이트노조에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른다. 본사 내려와 있을 때 톨게이트노조 집행부는 조금만 비가 내리면 선전전 하지 말고 쉬라고 했다. 이렇게 느슨하게 하면서 민주노총은 너무 빡세게 한다고 강조하다 보니 불만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민주노총으로 못 건너 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 민주노총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줬다.

 

아는 동생이 농성장 안에 있다. 그 친구가 615일부터 해고돼 투쟁했는데 계속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차이를 얘기해줬다. 우리는 생수 한 병도 다 개인 돈으로 사먹었다. 그 더운 여름 날 맨날 집에서 물 얼려 다녔다. 서울요금소까지 왕복 80km 매일 왕복했는데 기름 값도 다 내 돈으로 해결했다. 밥값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단하다 했는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톨게이트 조합원들도 대단하다, 맨날 자기돈 들여 밥해먹고 어떻게 저러나 그랬다고 한다.

 

민주노총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연대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영남대병원 박문진, 송영숙 동지의 고공농성 연대집회 간 적이 있다. 캐노피보다 훨씬 높은 70미터 고공에서 농성하는데, 핸드폰으로 발언하는데 바람소리 때문에 목소리도 안 들리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매일 연대를 오는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톨게이트노조에서 투쟁한 3개월이 너무 아깝다. 정말 죽을 똥 살 똥 하면서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 자면서 싸웠다. 하기는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뭘 했는지 모르겠다. 민주노총 가입 얼마 안 됐지만 마음이 편하다. 3개월을 민주노총에서 싸웠다면 제가 정말 제대로 된 투사가 됐을 것이다.

 

이강래는 바지사장이라고 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와의 투쟁이다.

 

이강래는 1,500명을 해고하고 3개월짜리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했다. 이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바꾸면 된다. 그런데 얼마 전 이강래는 스스로 바지사장이라고 했다. 자기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했다. 전체 비정규직 문제를 고려한 청와대의 판단 아니겠는가. 우리가 물꼬를 터놓으면 너도나도 권리를 주장할 거니까.

 

투쟁이 길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각오는?

 

짧으면 12, 길면 내년 3월까지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많다. 솔직히 혼자 가는 길이면 못 간다. 같이 가는 길이니 끝까지 갈 수 있고 끝을 볼 때까지 해야 한다. 싸울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다.

 

829일 대법원 승소 판결이 있은 후 지금은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넘어온 한 동지가 대법 승소한 동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물은 동지는 아직 1심 판결도 받지 않은 동지다. “언니 너무 축하해요. 그래도 우리 외쳤던 대로 1,500명 다 같이 직접고용 가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실 거죠?” 그랬더니 승소한 그 사람이 너 왜 그렇게 순진하냐. 그걸 믿냐?” 그랬다고 한다. 이건 아니다. 다 함께 싸웠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도 빨리 나왔고, 이길 수 있지 않았는가.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가 될까? 지금의 투쟁이 과정인 것 같다. 낙엽이 떨어지고 쌓이듯. 지금 싸우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들의 노력으로 후대는 더 좋아져야 한다. 한국노총처럼 싸우면 절대 안 좋아진다. 민주노총처럼 싸워야 한다.

 

우리는 거의 다 지회에서 혼자 왔다. 누가 등 떠밀어 온 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왔다. 노동자를 갈라 치고 노동자를 버리는 합의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여기에 남았다. 끝까지 함께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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