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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체르노빌>, 재난 앞에 서 있는 두 계급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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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자서울성모병원 노동자 조회 412회 2019-10-1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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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명령할 뿐 책임지지 않았다. 목숨 바쳐 책임을 진 것은 노동자들이었다. 누가 사회를 지배해야 하는가?


 

<체르노빌>5부작 드라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다큐멘터리 못지않게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6월에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왜 진즉에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꼭 봐야 할, 강렬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드라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유출할 예정이라는 뉴스에 더해, 얼마 전 태풍 하기비스때문에 방사성 폐기물 자루가 유실되는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과 문제점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오염수 해양 유출이나 폐기물 자루 유실을 별 것 아닌 일로 여기는 일본 정부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의 심각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대하는 완전히 대비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사고 당시 발전소 가동의 책임자나 정부 담당 장관들, 지역집행위원회 위원들은 철저하게 사고를 은폐,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관심을 갖는다. 반면 사고 수습에 투입되는 다수의 노동자 민중 소방관, 광부, 군인들은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또는 자신의 수명이 단축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글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책무를 다한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극적 긴장감을 위해서 설정된 드라마 속 배역일 뿐인가? 아니다. 이 드라마가 아주 세세한 고증을 거쳐 당시의 사실을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줄거리

 

전력공급 때문에 예정된 안전시험이 10시간 연기됐다. 계획대로 안전시험을 할 수 없는 조건인데도, 발전소 가동 책임자는 시험 성공 뒤 자신의 승진을 기대하며 무리하게 시험을 강행한다. 야간교대근무를 하러 온 발전소 직원들은 안전시험에 대해 훈련받지도 않은 채 불안에 떨며 막무가내로 다그치는 책임자의 말에 따라 시험에 들어가고 결국 노심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그들 대부분은 사고의 참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했기에 얼마 못가 끔찍하게 죽어간다. 폭발-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현장에 달려간 소방관들은 평소처럼 진화작업을 할 뿐이다. 그리고 병원으로 실려 간다. 병원에서도 이들이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인지한 사람은 겨우 한 명뿐, 대부분 아무런 방비책도 없이 환자를 맞는다.

 

한밤중에 엄청난 폭발로, 하늘에 푸른 불빛이 퍼지고 바람에 재가 멀리까지 날리는 장관이 펼쳐지자 사람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밖으로 나와 불구경을 하며 천하태평이다. 아무도 이들에게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방금 일어난 폭발사고가 일반 화재와는 차원이 다른 재난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새벽에 급하게 소집된 지역집행위원회에서는, 방사능 누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사고는 훌륭하게 수습되고 있다, 소비에트연방 원자력산업이 중요한 국가기밀로 간주되는 만큼 이 사건이 낳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란 우리의 확신이 중요하다, 가벼운 방사능 누출이고 발전소에 국한됐다’며 사고를 축소하려 든다. ‘도시를 탈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정부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 찬 연륜 있어 보이는 노장의 감동적인 연설로 상황은 간단히 정리된다.

 

국가의 신념 속에서 우리는 항상 보답 받을 것이오. , 조국에서 지금 상황이 위험하지 않다고 했으니 믿으시오. 조국이 우리에게 혼란을 물리치라 했으니 새겨들으시오. 내 경험상, 사람들이 그들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그들의 생각을 자신의 머릿속에 넣어둘 수 있게끔 제재해야 하오. 그리고 국가의 일은 국가에 맡겨두게끔 말이오. 도시를 봉쇄해야 하오. 아무도 떠나지 못하오. 또 잘못된 정보가 퍼질 수 있는 만큼 전화선도 차단해야 하오. 그것이 인민이 자기 노동의 결실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걸 막는 방법이오. 우리는 이날 밤 우리의 행동에 대해 보상받을 것이오. 우리가 빛날 순간이외다.”(기립박수!)

 

언뜻 1980년 광주가 연상되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사고에 대해, 전 세계에 자신들의 국가기밀이 알려지는 것을 막고자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는 것이, 도시를 봉쇄하고 전화선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수습책이라고 결정하는 자들이 권력을 쥐고 노동자 민중을 죽음으로 내모는 장면은, 비단 드라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현실에서도 숱하게 이런 일을 겪고 있지 않은가!

 

반면 노동자 민중은 어떤지 보자. 방사능에 오염된 소방관 남편을, 접근금지를 무시한 채 옆에서 간호하던 아내는, 남편이 죽은 뒤 아이를 낳지만 아이는 바로 죽고 만다. 엄마 대신 뱃속 아이가 방사능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부모를 위해 죽어야 한다는 대사가 서늘하다. 밝게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이 나오는 장면이 오히려 섬뜩하게 느껴진다.

 

원자로 아래 있는 물탱크가 과열돼 폭발하지 않도록 수문 밸브를 열기 위해 발전소 구조를 잘 아는 직원 세 명이 필요하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에 잠수하면 3주 안에 죽을 수도 있다. 상당한 보상을 해 준다고 하지만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고 망설인다.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것이다. 아무도 안 하려 하니까. 안 하면 수백만이 죽는다. 그게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믿을 수 없다. 우리 핏줄엔 수천 년의 희생의 역사가 흐른다는 말에 세 명이 손을 든다.

 

방사능 수치가 가장 높은 원자로 지붕에 올라가 노심 폭발로 흩어진 흑연조각을 치우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첨단 로봇도 방사능을 버티지 못하고 고장 나 버린다. ‘바이오로봇’, 다시 말해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완벽한 보호장구를 하고도 지붕 위에 2분 이상 있으면 기대수명이 반으로 줄어든다. 3,800여 명의 군인들이 동원돼 한 사람당 90초 동안만 지붕에서 흑연조각을 치우는 작업을 하고 내려온다. “자네들은 완벽히 의무를 수행해왔네. 자네들의 건강과 장수를 빈다. 전원이 800루블을 지급받는다. 고맙다.” 상관과 악수를 나누며 군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소비에트연방에 봉사하겠습니다.”

 

원자로 아래에 차폐막을 설치하기 위해 지하터널을 팔 광부들이 필요하다. 석탄부장관이 탄광에 찾아가 자세한 설명도 없이 체르노빌로 가자고 한다. 광부들은 쿨하게차에 오른다. 기계를 사용하면 안 되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24시간 맞교대로 일한다. 지하 온도가 60도라 송풍기를 달라고 하자, ‘건강을 위해송풍기를 틀지 못하게 한다. 벌거벗은 채 일하는 광부들. 놀라서 달려 나온 에너지발전부 장관에게 광부팀장이 묻는다. “다 끝나면 우리 애들 돌봐줄 거요?” “모르오.” “당신도 모르는구먼.” 그러곤 다시 일하러 돌아간다.

 

이들은 바보인가, 영웅인가? 그냥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다. 자신들이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수백만의 생명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기를 두려워 않고 기꺼이 죽음 속으로 뛰어든 이들. 출세를 위해 위험한 안전시험을 강행하고, 국민의 안전은 뒷전인 채 책임을 회피하고자 사고를 은폐, 축소하려 하고, 도시 봉쇄까지 하는 가증스러운 관료들과는 전혀 다른 이 노동자들의 정신은 얼마나 위대한가!


드라마 곳곳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주 자세한 수치와 과학적인 설명이 제시된다. 과학자가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한다. 그래서 그 위험성과 끔찍함이 더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다.

 

강렬한 메시지

 

인간문명이 발전하면서 과학기술이 끊임없이 진보해왔고 그렇게 새로 개발된 과학기술은 우리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변화시킨 게 사실이다. 그런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실패와 희생도 상당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사용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의 경우 실생활에서 무분별하게 사용을 확대해도 좋을 만큼 인류의 과학기술이 아직 발전하지 못했다. 반대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고처럼 위험은 우리 눈앞에 현실로 존재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관료와 자본가들이 자기 안위나 이익을 위해 위험을 방치하고, 나아가서 강요하는 데서 출발한다. 게다가 위험을 은폐하고 피해를 대중에게 전가하는 이 체제의 논리가 그대로 작동하는 한, 이 드라마가 보여주듯이 과학기술의 발전 자체는 위험을 막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된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려 한다는 완전 무책임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심지어 태풍으로 폐기물 자루가 유실됐는데도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체르노빌 사고의 진짜 원인은, 10년 전에 이미 원자로의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그걸 바로잡지 않은 채 단지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사용해온 것이었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을 결정한 이유도 제일 효율적이고 값싼 처리 방식이기 때문이다. 방사능의 위험이 얼마나 엄청난지 알면서도 원자력 발전과 같은 중요한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기준이 국민의 안전이나 이익이 아니라 오로지 싼 가격이라니! 노동자의 목숨 값이 안전시설보다 더 싸게 먹히면 죽음의 위험 속으로 노동자를 내몰기를 조금도 꺼리지 않는 자본가의 속성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 <체르노빌>은 잘 만들어진 재미있는 드라마이지만, 결코 드라마로 그칠 수 없는, 아니 그 어떤 정치적 연설보다 강렬한 정치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준다.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희생을 치르는 노동자들과 민중이, 이익공동체로 똘똘 뭉쳐 있는 원전 자본가들과 국가관료들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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